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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직구장에 또 한명의 스타가 탄생했다. 작은 얼굴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강속구를 뿌리며 타자를 윽박지르는 파이어볼러 최대성(27,롯데 자이언츠)가 그 주인공이다.
최대성이 등장하면 관중석은 들썩거리기 시작한다. 연습투구 하나하나에 숨을 죽이고, 전광판에 150km가 넘는 구속이 찍히면 일제히 환호한다. 그에 보답이라도 하듯 최대성은 시원시원한 직구로 연신 타자들을 돌려세운다.
선두 SK 와이번스와의 주중 3연전을 위닝 시리즈로 마무리지은 19일 사직 경기에서도 그랬다. 최대성은 6-3으로 앞선 7회 2사 만루에서 마운드에 올랐다. 어지간한 강심장이 아니면 피해다니는 투구를 하다 볼넷을 주거나 얻어맞을 수도 있는 상황. 승부처에서 최대성은 최고구속 154km에 이르는 직구와 결정구로 슬라이더를 선택해 최정을 헛스윙 삼진 처리했다. 이날 승부의 분수령이 된 장면이었다.
8회엔 이호준과 박정권 까다로운 두 타자를 모두 삼진으로 처리한 뒤 안타를 두 개와 사구 하나를 내주고 만루 위기에서 마운드를 내려왔지만 뒤이어 올라온 김사율이 2루 견제로 위기를 넘겼다. 결국 롯데가 승리를 거뒀고 최대성은 1이닝 3탈삼진 2피안타 무실점으로 시즌 4호 홀드를 기록했다. 이 부문 리그 단독 선두다.
▲ "김인식 감독님, 정말 아무런 원망 안 해요"
이처럼 시즌 초반 최대성의 기세가 심상치 않다. 최대성은 롯데가 치른 10경기 가운데 7경기에 등판, 6이닝동안 단 한점도 내주지 않으면서 4홀드를 올리고 있다. 안타는 8개를 허용했지만 고무적인 건 볼넷은 단 하나도 없다는 사실이다. 19일 정근우에 사구 하나를 허용했을 뿐이다. 그만큼 제구가 안정됐기에 양승호 감독은 믿고 최대성을 위기 상황마다 기용하고 있다.
최대성하면 떠오른 말 가운데 하나가 김인식 전 감독의 "최대성은 안 휘두르고 가만히 있으면 볼넷이다"라는 발언이다. 2007년 시즌 초반 불펜의 핵으로 활약하며 158km까지 구속을 기록했던 최대성은 김 전 감독의 저 말이 나온 이후 공교롭게도 하락세를 타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최대성은 지금도 그 말은 잘못 전해졌다고 강조한다. 그는 "김인식 감독님을 전혀 원망하지 않는다. 김인식 감독님도 그 말이 나오고 난 뒤 따로 불러서 오해라는 말씀을 해 주셨고 나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면서 "그 말이 나올 때쯤엔 몰랐지만 이미 팔 인대가 무척 안좋은 상태였다"고 떠올렸다. 결국 최대성은 2008년 7월 오른쪽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을 받고 군 입대를 선택했다.
5년 전 최대성과 현재의 최대성은 모두 강속구를 뽐내고 있다. 그렇다면 그때와 지금은 무엇이 달라졌을까. 최대성은 야구에 대한 마음가짐을 꼽았다. 그는 "예전에는 그냥 가운데 찔러넣으면 된다고 생각하고 던지기만 했다"면서 "지금은 내 자신과의 싸움이라는 걸 깨달았다. 무엇보다 자신감과 함께 공격적인 성향을 덧씌웠다고 생각한다. 언제든 싸울 준비가 됐다"는 말로 설명했다.
▲ "최동원 선배님과 닮은 꼴 많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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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팬들 사이에서도 요즘 가장 뜨거운 선수는 최대성이다. 그의 일거수일투족에 탄성이 그칠 줄 모른다. 선수 본인은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최대성은 갑자기 지난해 작고한 최동원의 이름을 꺼냈다. "150km라는 숫자는 롯데에 있어서 정말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롯데에서 최초로 150km를 던진 건 최동원 선배님이었고 강속구 하면 롯데 팬들에겐 최동원 선배님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그런 의미에서 150km를 넘게 던지는 내게 많은 환호를 보내주지 않는가 생각한다"는 게 최대성의 설명이다.
사실 강속구를 던지는 '두 명의 최씨' 사이에는 연결고리가 하나 더 있다. 바로 등번호다. 시속 158km를 찍었던 2007년, 최대성은 11번을 달고 마운드에서 강속구를 뿌렸다. 그의 등 뒤에 새겨있던 11번은 우상이었던 최동원 선배와 같은 투수가 되겠다는 다짐과도 같았다. 하지만 최대성은 등번호를 바꿔 달았고 결국 지난해 영구결번으로 지정되며 다시는 달 수 없는 번호가 되고 말았다.
"어쨌든 같은 최씨에다가 어릴적 우상, 그리고 150km대 공을 던진다는 점에서 최동원 선배님은 내겐 우상이었고 각별한 존재였다"는 최대성. 그 말을 하는 최대성에게서 '선배 최동원에 부끄럽지 않은 후배가 되겠다'는 다짐을 읽기란 어렵지 않았다. 2007년과는 또 달라진 그의 모습이 올 시즌 활약을 기대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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