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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선수들은 대구구장(사진)을 가장 꺼리는 야구장으로 꼽았다. 인조잔디의 그라운드뿐만 아니라 원정팀 라커룸 등 제반
시설이 가장 낙후됐기 때문이다. 광주와 대전구장도 선수들이 기피하는 구장으로 나타났다. |
야구장 불편한 진실
上. 감독·선수 40인 설문 “가장 꺼리는 구장은?”
한국프로야구는 올해로 출범 31년째를 맞았다. 지난해 680만 관중 돌파에 이어 올 시즌에는 700만 관중 시대를 바라보고 있다. 프로야구는 그야말로 ‘국민스포츠’로 뿌리를 내렸다. 그러나 인프라는 열악하기 그지없다. 조금씩 개선되고 있다고는 하나 대부분의 시설물은 30년 전에 비해 별반 나아진 것이 없는 실정이다. 일부 지자체는 신축구장을 준비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지역에선 언제 최신식구장이 들어설지 기약이 없다. 한꺼번에 개선되지 않는다면 급한 것부터 고쳐나갈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가장 불편하고, 어떤 시설부터 시급히 개선돼야 할까. 스포츠동아 이슈&포커스는 프로야구가 펼쳐지는 야구장의 ‘불편한 진실’에 관한 의식조사를 2회에 걸쳐 다룬다. 이번 주에는 현장의 코칭스태프와 선수들, 다음 주에는 팬들의 의식조사 결과를 싣는다.
“원정 라커룸 유명무실…쉴 곳 조차 없다”
광주 17표·대전 12표·청주 8표 뒤이어
사직 제친 문학 선호도 1위…29명 선택
야구장 그라운드 정비-펜스 개선 등 절실
○가장 꺼리는 구장? 대구구장!
설문은 8개 구단 감독과 코치 1명씩, 선수 3명씩 등 팀별로 5명씩 총 4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한 사람이 2∼3개의 복수응답을 하기도 했다. ‘가장 꺼리는 구장은?’이라는 질문에 대해 대구구장이 22표로 가장 많았다. 그리고 광주구장(17표)이 뒤를 이었다. 대전(12표)과 청주(8표) 등 한화의 홈구장도 선수들이 야구하기를 꺼리는 구장으로 나타났다. 역시 낙후된 야구장들이 가장 많이 지목됐다. 목동(4표)과 잠실, 사직(이상 2표)을 답변한 이들도 있었으며 SK의 홈구장인 문학을 싫어하는 답변자는 없었다.
대구, 광주, 대전을 꼽은 이들은 ‘낙후된 시설로 선수들이 마땅히 쉴 공간조차 없다’는 주장을 펼쳤다. 롯데 양승호 감독은 “대구와 광주구장은 원정 라커룸이 없거나, 10명이 들어가기도 버겁다”고 말했고, 193cm의 장신인 SK 윤희상은 “광주와 대구는 천장도 낮아 이동도 불편하다”고 토로했다. 두산 외국인 투수 더스틴 니퍼트는 “청주와 대전 같은 야구장은 고등학교 때도 사용해본 적이 없는 좁은 구장이다”고 설명했다. 이들 구장은 지난해까지 모두 인조잔디 구장이어서 선수들은 부상을 걱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올 시즌을 앞두고 광주구장은 천연잔디로 바뀌었고, 대전구장은 리모델링을 통해 5월부터 사용될 예정이지만 크게 개선하기는 쉽지 않은 구조다. 잠실은 그라운드 등에서는 선호하는 사람이 많았지만 역시 원정팀의 경우 복도에 가방을 두고 옷을 갈아입어야 할 정도로 열악한 환경이라는 지적이다.
○가장 선호하는 구장? 문학구장!
‘가장 선호하는 구장은?’이라는 질문에 무려 29명이 문학구장을 꼽았다. 문학은 2002년 개장한 구장으로 국내에서 가장 최근에 지어졌다. 그러나 문학도 국내 구장 중에서 그나마 낫다는 것이지, 불편한 점들은 여전히 많다는 의견들이 나왔다. 우선 과거에는 원정팀에도 라커룸의 공간이 넓게 제공됐지만, 이곳을 SK 2군 선수들이 라커룸으로 활용하면서 1군 경기시 원정팀이 쓸 수 있는 공간이 줄었다. 또 최근 한화 정원석이 수비를 하다 펜스에 부딪쳐 중상을 입을 정도로 외야 펜스 등은 타구장에 비해 나을 것이 없다는 지적이다.
문학 다음으로는 사직을 선호했다. 그라운드도 천연잔디로 바뀌었고, 넓고 편리한 원정팀 라커룸이 후한 평가를 얻었다. 이어 잠실이 12표를 받았는데, 협소한 원정팀 라커룸을 제외하면 시야가 탁 트이는 느낌이 드는 등 다른 시설들은 지방구장들에 비해 낫다는 것이 이유였다. 문학, 사직, 잠실을 제외한 다른 구장은 단 1표도 얻지 못했다.
○가장 시급히 개선되어야 할 시설은?
설문조사에 응한 대부분의 응답자들은 “너무 많아서 뭐부터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말부터 꺼냈다. 복수응답을 받은 결과 역시 원정 라커룸이라는 답변이 가장 많았다. 무려 24표나 나왔다.
삼성 박석민은 “원정경기를 가면 선수들이 훈련 후 버스에서 옷을 갈아입는 실정이다. 작년 아시아시리즈 때 대만에 가봤는데 야구실력은 우리가 한 수 위라지만, 시설 면에선 대만이 두세 수 위였다”며 “올해 아시아시리즈를 원정팀 라커룸이 그나마 괜찮은 사직구장에서 하니까 다행이지만 옷도 갈아입기 힘들고 밥 먹기도 힘든 잠실에서 개최하기로 했다면 부끄러울 뻔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넥센 송지만은 “메이저리그나 일본프로야구 선수들은 원정 3연전 때 라커룸에 장비를 비롯해 짐을 모두 두고 갈 수 있다는데, 우리는 샤워한 다음에 비누와 타월조차도 가방 안에 챙겨서 버스를 타야 하는 지경이다”며 아쉬워했다.
원정 라커룸 개선에 이어 그라운드 정비에 대한 요구가 많았다. 인조잔디 교체와 함께 그라운드 흙의 교체를 원했다. 삼성 김재걸 코치는 “2006년 WBC 때 애너하임구장에 섰는데 스파이크를 신고 달려도 흙이 크게 파이지 않았다. 우리나라 구장들은 힘만 주면 땅이 푹푹 파진다”며 “우리는 타자나 수비수나 주자나 불안하니까 매순간 땅부터 고르는 게 일이다”고 문제점을 지적했다. 삼성 류중일 감독 역시 “이제는 고위층들뿐 아니라 운동장 관리인들도 메이저리그 견학을 가서 어떻게 그라운드를 관리하는지 배워올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한화 정민철 코치도 “투수가 등판했을 때 땅이 푸석푸석 꺼지는 등 제대로 던지기 어려운 곳이 많다”고 설명했다. 딱딱한 외야 펜스에 대한 지적도 끊이지 않았다. 신인 시절 펜스에 부딪쳐 크게 다쳤던 한화 강동우는 “외야수로서 펜스는 정말 무서울 정도다. 쿠션이 20cm 정도는 돼야 하는데 거의 모든 구장이 5cm 정도에 불과하다”고 말했고, LG 이병규는 “돈 때문에 외야 펜스를 교체하지 못하는 건 너무 슬픈 현실 아니냐”며 안타까워했다. 이밖에 선풍기조차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덕아웃, 팬의 이동경로와 분리되지 않은 선수단 이동경로, 차량 파손까지 발생하는 주차장 문제 등도 시급히 개선할 점으로 꼽혔다.
한화 정원석이 15일 문학 SK전에서 수비를 하다 외야 펜스에 부딪쳐 크게 다쳤다. 국내 야구장 중 프로야구선수들이 가장
선호하는 문학구장조차도 딱딱한 외야 펜스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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