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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관련/프로야구

'화철아 보고있니?' 홍성흔 홈런 세리머니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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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화철이가 좋아하는 포즈 따라한거에요".

롯데 자이언츠 홍성흔(35)은 '딸 바보, 아들 바보'다. 첫째인 화리(8)양과 둘째 화철(4)군에 대한 사랑을 유감없이 드러내는 아빠다. 야구선수라는 직업 특성상 자주 집을 비울 수밖에 없는 나쁜 아빠지만 기회만 되면 아이들부터 챙긴다.

지난해까지 아들 화철군은 롯데에서 아빠보다 이대호가 더 야구를 잘한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래서 홍성흔은 집에서 나설 때마다 '이대호보다 잘 해야돼'라는 말을 들어야만 했다. 올핸 이대호가 떠나고 없지만 대신 4번 자리에 들어가 지금까지 타율 3할6푼4리 2홈런 11타점으로 맹타를 휘두르고 있다. 특히 타점 부문에서 넥센 강정호와 치열한 선두 다툼을 벌이는 중이다.

지난해 홍성흔은 갑자기 줄어든 장타에 마음고생이 많았다. 그렇지만 올 시즌엔 벌써 두 개나 홈런을 터트리며 순조로운 페이스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지난 17일 사직 SK전에선 0-2로 뒤지던 4회 이영욱으로부터 우측 담장을 넘어가는 동점 투런포를 터트렸다. 바깥쪽 공을 제대로 밀어친 완벽한 홈런이었다.

당시 홍성흔의 투런포가 더욱 눈길을 끌었던 건 홈런 세리머니 때문이다. 그라운드를 돌아 덕아웃으로 돌아온 홍성흔은 동료들의 축하를 뒤로하고 외국인투수 쉐인 유먼과 특이한 홈런 세리머니를 했다. 둘이서 마주보고 마치 춤을 추듯 상체를 좌우로 엇갈려 흔들다가 양 팔을 아래로 벌려 환호하는 포즈를 취한 것. 이날 홍성흔은 홀로 3타점을 쓸어담았고 선발 유먼 역시 홍성흔 덕분에 승리투수가 될 수 있었다.

 

18일 경기를 앞두고 홍성흔에게 세리머니의 비밀을 들을 수 있었다. 처음엔 힙합 가수들의 춤처럼 보였기에 유먼이 먼저 제의한 것이라는 의혹도 있었지만 홍성흔은 "내가 유먼에게 가르친 포즈"라며 이를 부인했다.

세리머니의 유래를 묻자 홍성흔은 한참 고민을 하다 "거 있잖아요. 울트라맨인가? 거기 나오는 애들이 그런 포즈 취하던데. 사실 우리 화철이가 울트라맨을 좋아해요. 어제도 분명 티비로 보고 있었을 거라고요. 그래서 화철이 좋아하는 포즈를 취한 것"이라는 답을 내 놓았다.




잠시 뒤 홍성흔은 "맞다, 울트라맨이 아니라 파워레인저다"라고 정정하더니 "우리집 아들이 좋아했겠죠"라며 머쓱한 듯 웃었다. 실제로 홍성흔은 일본 가고시마 캠프를 마치고 돌아갈 때마다 아이들 선물을 챙긴다. 올핸 화철군이 좋아하는 '파워레인저 칼'을 선물로 준비했다고 한다.

자주 멀리 떨어질 수 밖에 없는 '나쁜 아빠' 홍성흔은 아이들에 대한 미안함과 고마움을 눈에 띄는 세리머니로 한껏 드러내고 있었다. 화철군의 머리 속에는 2012년 어느 날에 있었던 아빠의 사랑이 담긴 세리머니가 언제까지 남아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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