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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하다 성훈 씨
오늘 얘기할 성훈 씨는... 그렇다 쌍둥이 4번 타자, 그 정성훈 씨다.
박찬호와 류현진을 연속으로 무너트리면서 한창 잘 나가는 그에게 감히 ‘막돼먹었다’는 표현, 본인과 가족과 팬들에게 미리 양해를 구한다.
하지만 나쁜 뜻으로 붙인 말은 아니라는 점 밝혀둔다.
다만 그의 요즘 신들린듯한 타격을 보면서 불현듯 떠오른 말이다.
왜, 다들 아시지 않은가. 케이블 TV 드라마 사상 공전의 히트를 친, 시즌10까지 아주아주 잘나가고 있는 그 <막돼먹은 영애씨>의, 그 ‘막돼먹은’이다.
▲영웅을 한방에 보낸 성훈 씨
이틀 전 성훈 씨가 박찬호와 붙은 날이다.
쌍둥이가 0-1로 지고 있던 7회초 무사 2루에서 세번째 타석. 좌중간 2점 홈런.
이 상황 한번 짚어보자.
앞 타자 이진영이 몸쪽으로 떨어지는 슬라이더(커터?)를 받아쳐 1루수 옆으로 빠지는 2루타로 만들었다.
이때부터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이 등장한다.
다음 타자 성훈 씨 때 독수리 배터리의 초구는 몸쪽이었다.
영웅은 경기 후에 “몸쪽 투심이었는데 잘 받아치더라”고 했다. 맞다 몸쪽이었다.
포수 신경현은 사인을 내고 몸쪽으로 바짝 붙어 앉았고, 영웅이 던진 공도 약간 가운데 쪽으로 몰리긴 했어도 ‘실투’라고 할 만큼 제구가 안된 공은 아니었다.
의문은 이거다. 왜 초구를 (몸쪽에) 붙였나.
보통이라면 이 대목에서 바깥쪽으로 하나 빼는 게 자연스럽다. 멀리 휘어져 나가는 슬라이더나 커브. 여하튼 초구에 몸쪽 직구는 일반적이지 않다.
▲많은 뜻이 담긴 몸쪽 초구
이유는 이렇다.
일단 상대방의 움직임을 탐색해 볼 수 있다. 물론 4번 타자에게 그럴 리는 없지만 쌍둥이 벤치가 혹시 번트 같은 것을 생각을 하지 않나 움직임을 살펴보는 거다.
초구 던져놓고 주자와 타자, 벤치의 움직임을 관찰하는, 일종의 ‘눈치 게임’ 같은 거다.
당시 상황은 쌍둥이가 영웅에게 완전히 눌렸다가 종반으로 가면서 사실상 처음 잡은 기회였다. 그러니 아무리 기백이 좋은 쌍둥이라고 해도 이런저런 작전에 의한 야구를 생각할 법했다.
그리고 성훈씨는 앞 두 타석에서 모두 서서 삼진 먹었다. 게다가 전통적인 이미지의 4번 타자는 아니지 않은가. 작전 수행 능력도 충분하고…
아마 섬세한 야구를 추구하는 팀 같으면 한번 쯤 생각해 봤을 지 모른다.
또 다른 효과는 흐름의 조절이다.
2루타 맞고 4번 타자가 나왔다. 여기서 바로 몸쪽에 가는 건 쫌 그렇다.
강약조절, 경기운영능력, 위기관리능력...이런 것과 먼 얘기다.
바깥쪽으로 하나 버리듯 빼서 분위기를 식혀나가며, 다음 공부터 승부를 펼치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영웅의 뜻, 이해는 간다. 삼진 두 번 먹었던 타자가 설마 초구부터 과감하게 그러리라고는 계산하지 않았으리라.
분명 맞는 얘기긴 하다. 대개는 이런 패기가 통해야 한다. 역으로 파고든 강수 아닌가.
근데 이걸 쳤다. 그것도 제대로 쳤다.
아마 상식적인 흐름과 분위기를 아는 타자라면 움찔하면서 스트라이크 하나 먹고 ‘이건 뭐지?’ 했을 거다.
▲성훈 씨의 연관검색어
하지만 영웅이나 독수리 벤치, 포수 신경현이 빼먹은 점이 있다.
본래 성훈씨 그렇게 생각 많이 하면서 치는 스타일 아니라는 점이다.
좋은 공 오면 치고, 아니면 말고. 복잡하게 머리 많이 쓰고 데이터 많이 연구하고 그런 타자 아니다.
성훈 씨 경기 후 멘트다.
“박찬호 선배님이 아주 공격적으로 던지시더라구요. 그래서 저도 공격적으로 쳐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아주 단순하다. “선배님이 공격적이니까, 나도 공격적으로 했어요”다.
전력분석 요원들 사이에서 유명한 성훈 씨다. 예측 안되기로.
데이터도 들쭉날쭉이고, 일관성을 찾아내기도 어렵다. 무슨 생각하는 지 알아 맞추기 참 어렵다.
한마디로 분석이 잘 안되는 타자다.
<막돼먹은 영애씨>가 생각난 것도 이 때문이다.
검색창에 정성훈을 입력해 보시라. 가장 먼저 뜨는 연관 검색어는 ‘정성훈 똘끼’다.
참 특이하고, 참 엉뚱한 그의 언행은 유명하다. 그래서 그럴거다.
정리하면 이렇다.
영웅이 던진 초구. 공격적이고, 기발했다. 근데 안 통했다.
왜? 성훈 씨는 그렇게 생각이 많은 타자 아니었다.
▲괴물도 그렇게 보냈다
어제(19일)도 그랬다. 9회초 홈런. 바깥쪽 체인지업.
완벽하지는 않아도 낮게 들어간 류현진의 회심의 일구다. 이걸 가운데(약간 우중간?) 담장 너머로 보냈다.
성훈 씨 요즘 오른쪽 손목이 좋지 않다. 그래서 수비는 못하고 지명타자만 한다.
그나마 아픈 손목 때문에 스윙에 제대로 힘을 싣지도 못한단다. 이 말 믿어야 되나 싶다.
어쨋든 엄청난 홈런이었다.
하지만 사실 필자가 주목한 것은 그 전 타석이다.
성훈 씨는 6회 2사 1루에서 1루수 키를 살짝 넘기는 안타를 쳤다. 1,3루가 됐고, 류현진이 막기는 했지만 진땀 많이 흘렸다.
이 안타를 왜 얘기하냐고? 그거 흔히 말하는 삑사리였다. 바가지 안타. 있어 보이는 말로 텍사스 리거(Texas leaguer).
괴물이 몸쪽에 완벽하게 구사한 공이었다. 웬만한 타자는 ‘잘 봤습니다’ 하면서 인사만 하는...
감히 배트 낼 타이밍도 못 잡는다.
성훈 씨는 그 공을 맞췄고, 안타까지 만들었다.
삑사리라고 무시하지 마시라.
몸쪽에 꽉 찬 왼손투수의 빠른 공. 공략하는 방법은 그게 유일하다.
완전히 막힌듯 하지만 우익수 앞 쪽에 떨어지는 안타.
아마 타격 기술 중에서는 최고난도에 속하는 것이다.
성훈 씨는 그걸 해낸 것이다.
즉 괴물은 이걸 맞고, 다음 상대(9회) 때 해법을 바깥쪽에서 찾다가 일발을 허용했다는 추론도 가능하다.
▲성훈 씨가 깨닫게 해준 것
쌍둥이 감독. 성훈 씨 4번 치게 했다가 초반에 욕 엄청 먹었다.
고등학교(광주일고) 후배 키워줄라고 그러냐는 소리까지 들었다.
15시즌 동안 홈런 10개 넘긴 게 6번 밖에 없는 타자다. 제일 많이 친 것도 20개를 넘지 못했다. 17개.
4번 타자 아니고, 네번째 타자라고 했다.
그런데도 쌍둥이 감독은 밀어붙였다.
참 대책 없는 감독이고, 4번 타자다. 그런 줄 알았다. 근데 아니었다.
성훈 씨 보면서 그런 생각이 든다.
어차피 야구, 공 보고 공 치기다.
사는 것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하나 깨닫고 간다.
‘너무 머리 굴리며 살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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