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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관련/프로야구

'이기는 팀이 강한 팀', 1위 등극 롯데의 현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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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62일 만의 단독 1위 등극. 

시즌 초반 롯데 자이언츠의 기세가 무섭다. 팀 간 11경기를 치른 현재 롯데는 7승 3패 1무, 승률 7할로 단독 선두를 달리고 있다. 20일 광주 KIA 타이거즈 전에선 투수진이 볼넷을 13개나 남발하는 등 경기내용은 좋지 못했으나 타선의 힘을 앞세워 승리를 거뒀다. 

이날 승리로 롯데는 작은 기록 세 가지를 달성했다. 일단 1462일만에 리그 단독선두로 나서는 기쁨을 맛봤다. 2008년 4월 19일 이후 만으로 정확히 4년 1일만에 다시 선두로 치고 나선 것이다. 또한 작년부터 이어져오고 있는 KIA전 연승 기록을 '9'로 늘리며 유독 강한 면모를 보였다. 

결정적으로 롯데는 KIA전 승리로 지난해 4월 월간 승리와 정확하게 숫자를 맞췄다. 양승호 체제로 출범한 지난해 4월 롯데는 7승 14패 2무, 승률 3할3푼3리로 7위까지 떨어졌었다. 아픈 기억이 있었기에 양 감독은 시즌 돌입 전부터 "4월 목표는 5할"이라고 공언한 바 있다. 최근 3년 연속 롯데는 4월 부진 징크스에 시달려 왔기에 올 시즌 상승세는 더욱 값지다. 

▲ 단독 1위 롯데, 투타 성적표는?

과연 롯데는 무엇이 달라졌기에 시즌 초반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는 것일까.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시즌 초반 롯데 야구는 매년 4월 부진에 빠지던 예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공수 지표들은 상위권에 올라 있지만 내용을 뜯어보면 좋지만은 않다. 

팀 타율(.307), 장타율(.413), 출루율(.362) 등 공격 세 부문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지만 팀 타점은 48점으로 두산-LG에 이어 넥센과 함께 공동 3위에 머물고 있다. 압도적인 타선을 뽐내지만 득점과는 연결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 이유는 단연 1위를 달리고 있는 팀 잔루(94개)에서 찾을 수 있다. 다만 득점은 53점으로 두산에 이어 2위다. 이 말은 곧 상대 실책에 의한 득점이 많다는 뜻인데 롯데는 5점을 타점 외로 벌어들여 1위에 올라 있다. 

또한 롯데의 현재 팀 실책은 8개로 한화(9개)에 이어 2위다. 올 시즌을 준비하며 롯데는 득점 루트를 다양화하기 위한 훈련과 수비 강화에 힘을 쏟았다. 장원준, 이대호 등 투타 핵심전력 유출에서 비롯된 전력 누수를 최소화 하겠다는 복안이었다. 그렇지만 아직까지는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모양새다.

여기서 투수들의 분전은 눈에 띈다. 현재 롯데의 팀 방어율은 3.21로 SK(2.63)에 이어 2위다. 주목할 점은 홀드의 개수다. 11경기를 치른 가운데 롯데의 팀 홀드는 10개로 전체 1위에 올라있다. 한때 SK의 전매특허와도 같았던 '벌떼야구'가 롯데에 이식이 된 모양새다. 특히 정대현, 이승호 등 기대했던 불펜 요원들이 빠진 상황에서 거둔 성적이기에 더욱 값지다. 

 

▲ 어떻게든 이기는 롯데, 강팀이라는 방증




롯데 양승호(52) 감독은 상대팀의 도움이 있었다고 가슴을 쓸어내린다. 양 감독은 "한화랑 붙은 개막 2연전은 솔직히 우리가 두 경기 다 내줘도 할 말 없는 경기였다. 거기서 상대 선수들이 결정적인 실수를 해 줬다. 운이 좋았다"면서 "그 뒤로도 우리가 숱하게 기회를 날려서 정상적인 흐름이라면 내 줬어야 할 경기들을 어떻게 하다보니 가져왔다. 이렇게 질 경기를 계속 잡는게 팀이 강해졌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최근 5경기에서 롯데는 4승 1패로 상승세다. 이 가운데 깔끔한 승리를 거둔 건 15일 사직 두산전 뿐이다. 17일 SK전은 3-2로 승리하긴 했지만 1사 만루서 어이없는 본헤드 플레이가 나오는 등 숱한 기회를 날렸었다. 19일 SK전과 20일 KIA전은 경기 초반 점수차를 크게 벌렸지만 타선과 마운드의 엇박자 속에 진땀승을 거뒀다. 

중요한 것은 파란만장한 경기내용 속에 결국 롯데는 해피엔딩을 맞이한다는 점이다. 부산 MBC 최효석 해설위원은 "사실 작년이나 올해나 시즌 초반 롯데는 허점이 많이 보인다. 올 시즌 롯데가 많은 준비를 했지만 팀컬러가 쉽게 바뀌는 게 아니다"라며 "다만 작년과 다른점이 있다면 승리를 쌓아 나간다는 점이다. 그러한 가운데 롯데 선수들의 자신감이 많이 붙은 게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최 위원은 "롯데는 전형적인 슬로스타터다. 5월, 6월이 가며 차츰 페이스가 올라온다. 그때 정대현과 이승호까지 복귀하면 롯데 전력은 더욱 강해진다"고 강조하면서 "4월 달에 최대한 많은 승수를 쌓아 놓는다면 올 시즌 좋은 결과를 기대해 볼 만하다"고 강조했다. 

경기 내용이 좋다고 해서 1승을 더 챙겨주는 건 아니다. 양 감독은 "질 때는 시원하게 지고 이길 때 지금처럼 박빙으로 이기는 게 좋다. 그렇게 몇 번 이기면서 선수들의 자신감이 많이 붙었다"고 말한다. 강해서 이기는 게 아니라 이겨서 강한 것이다. 이유 있는 롯데의 선두 질주, 지금의 기세가 어디까지 이어질지 관심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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