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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락하는 독수리' 한화, 어디서부터 이렇게 꼬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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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체 어디서부터 이렇게 꼬인 것일까. 

한화의 추락이 깊어지고 있다. 시즌 최다 6연패 수렁에 빠지며 13승25패 승률 3할4푼2리로 부동의 최하위. 어느덧 7위 KIA와 격차도 4.5경기로 벌어졌다. KIA와 1위 넥센의 승차가 4.5경기이니 프로야구는 이제 '7강1약' 판도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박찬호·김태균·송신영의 가세로 기대를 모은 한화가 1약이 되어버린 것이다. 박찬호와 김태균이 제 몫을 하고, 류현진도 변함없는데 팀 성적은 바닥을 치고 있다. 과연 어디서부터 무엇이 이렇게 꼬여버린 것일까. 

▲ 수년간 누적된 얇은 선수층

요즘 한대화 감독은 "선수가 없다"는 말을 하지 않는다. 감독으로서 책임전가하는 말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화는 수년 전부터 주전-비주전의 기량차가 가장 큰 팀으로 통했다. 약팀의 전형이다. 올해도 류현진과 김태균이라는 리그 최고의 투수·타자를 보유하고 있고, 불혹의 박찬호도 확실한 전력이 되어주고 있지만 야구는 혼자하는 개인 스포츠가 아니다. 류현진은 승수는 2승에서 멈춰 있고, 김태균은 홈런을 선뜻 노려치지 못한다. 박찬호는 퀄리티 스타트한 5경기에서 2승3패로 승보다 패가 더 많다. 팀 스포츠에서 개인 활약은 한계가 있다. 

한화는 과거 신인 드래프트에서 가장 먼저 지명권을 포기하는 팀으로 유명했다. 2005년 2차 신인 지명 때에는 고작 5명밖에 뽑지 않았다. 2군 전용 훈련장도 없다. 충남 서산에 부지를 마련했지만, 행정적 절차로 공사가 늦어지고 있다. 2군에서 올라와 1군을 위협하는 자극제가 없는 데에는 선수를 길러낼 수 있는 시스템의 한계가 뚜렷하기 때문이다. 단기간에 쉽게 해결할 수 없는 문제다. 수년간 쌓이고 쌓인 고질적인 문제가 커진 것이다. 

시즌 초반부터 유격수 이대수가 수비에서 눈에 띄게 움츠러든 모습을 보였고, 3루수 이여상도 점점 페이스가 안 좋아졌다. 신경현-최승환의 포수 포지션에서도 약점이 뚜렷한 상태였다. 그러나 이들을 대체할 만한 선수 자원이 부족했고, 벤치에서도 쉽게 결단을 내릴 수 없었다. 선수도 선수대로, 팀은 팀대로 자신감을 잃고 불안불안했다. 뒤늦게 이들을 모두 2군으로 내리고 젊은 선수들 위주로 재편했다. 그러나 의도한 게 아니라 어쩔 수 없이 그렇게 됐다는 게 문제다. 올해 한화는 성적이 무엇보다 필요하기 때문이다. 

▲ 높아진 기대치, 벤치의 무리수

한화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 휴식기 이후로 극심한 내리막길을 걸었다. 2009년에는 창단 첫 최하위로 추락했고, 2010년에도 최하위로 2년 연속 바닥에서 헤맸다. 하지만 지난해 공동 6위에 오르며 반전의 해로 만들었지만 결과적으로 독이 되고 말았다. 잃을 게 없어 부담이 없었던 2011년과 달리 올해는 지난해 선전이 바탕이 된 가운데 비시즌 전력보강으로 기대치가 너무 높아졌다. 4년 연속으로 가을잔치에 나가지 못한 팀에서 우승 이야기가 나왔다. 

박찬호·김태균·송신영의 가세로 구단 내부에서는 "4강은 당연하고 우승을 노려야 한다"고 역설했다. 캠프 때부터 성적에 대한 부담이 선수단을 지배했다. 스프링캠프 연습경기도 일희일비해야 할 정도였고, 시즌 초반에 흔들릴 때부터 뒷말이 무성했었다. 좁은 야구판에서 이 같은 뒷말은 모두 현장의 귀에 들어가게 돼 있다. 한 야구인은 "고위층에서 이런저런 이야기가 나오면 벤치가 흔들리게 돼 있다. 프런트는 뒤에서 조용히 지원하며 힘을 실어줘야 한다. 야구는 그리 간단한 게 아니다"고 지적했다. 

성적에 대한 부담은 벤치의 '무리수'를 야기했다. 올해 한화는 팀 타율 1위의 타선을 보유하고 있지만 희생번트가 29개로 가장 많다. 1회 희생번트와 2점차 이상 열세 상황에서 희생번트가 각각 5차례나 될 정도로 병살타 공포와 선취점 압박으로 타선에 대한 확신이 떨어졌다. 리그에서 두 번째로 높은 승계주자 실점율(44.1%)과 6회 이후 최다 역전패(6패)는 투수교체의 결과가 좋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부상에서 돌아온지 얼마 안 되는 좌완 박정진은 벌써 팀 내 가장 많은 18경기에 등판했다. 지난 2년간 불펜 에이스로 활약한 그의 평균자책점은 무려 13.50이다. 여기에 리그에서 가장 많은 주루사(23개)·견제사(6개) 그것도 득점으로 직결되는 3루와 홈에서 속출한 12개의 주루사도 팀이 얼마나 조급해 하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 청주구장 변수, 늦어진 대체 외국인

'시작이 반'이라고 했다. 한화는 대전구장 리모델링 공사 때문에 개막 한 달을 제2의 홈 청주구장에서 치러야 했다. 청주구장의 규모가 작은 건 표면적인 문제. 홈에서 출퇴근이 아니라 원정처럼 숙소생활을 해야 했기 때문에 선수들의 피로가 쌓였다. 경기 전후로 짐을 버스에 싣고 나르는 것도 일이었다. 결국 4월 청주 10경기에서 3승7패에 그쳤다. 당초 4월 개막전까지 완공 예정이었지만 한 달이 더 지난 뒤에야 공사가 마무리되지 않은 대전구장으로 이동해야 했다. 시작부터 어수선했다. 

설상가상으로 외국인선수 문제마저 한화의 발목을 잡았다. 브라이언 배스의 대체 외국인선수 영입이 늦어진 것이다. 현장에서는 캠프 때부터 배스에 대한 확신이 없었다. "대체 누가 5년간 공들였는가?"라는 반문이 나올 만큼 배스는 페이스를 끌어올리지 못했고 결국 개막 2경기 만에 48.60이라는 역대 외국인 투수 사상 최악의 평균자책점을 남긴 채 지난달 19일부로 1군에서 제외됐다. 이후 한 달 넘게 지났지만, 대체 외국인선수 영입은 감감무소식이다. 그 사이 KIA는 새 외국인 투수를 영입을 완료했다. 

올해 퇴장 1~2호가 모두 한화에서 나왔다는 점도 지금 팀이 얼마나 안 풀리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한대화 감독은 시즌 개막전에서 심판 판정에 대한 불만을 나타내다 퇴장당했고 그 이후 한화에 이해할 수 없는 판정이 적지 않았다. 지난 20일 대전 SK전에서는 송신영이 빈볼성 투구를 이유로 퇴장당한 뒤 제재금 200만원으로 모자라 5경기 출장정지까지 당했다. 꼬여도 이렇게까지 꼬일 수 없다. 아직 5월말인데 앞으로 나아질 기미도 없고, 희망도 잘 보이지 않는다. 독수리의 날개가 점점 접혀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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