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억팔 본색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한화 2년차 좌완 유창식(20)이 프로 데뷔 후 최고의 피칭으로 위기에 빠진 독수리 군단의 희망으로 떠올랐다. 유창식은
지난 3일 잠실 LG전에서 올 시즌 첫 선발등판, 5⅔이닝 1피안타 4볼넷 7탈삼진 1실점으로 막고 팀의 2연패를 끊는 승리투수가 됐다. 시즌
첫 승이자 통산 2승째. 투구내용은 프로 데뷔 후 33경기를 통틀어 가장 돋보였다.
이날 유창식은 1회 볼넷 3개를 내주며
흔들렸다. 하지만 아웃카운트 3개를 모두 삼진으로 잡으며 실점없이 고비를 잘 넘겼다. 2회부터 5회 2사까지 11타자 연속 범타로 돌려세우며
안정감을 보였다. 5회 2사 후 오지환에게 맞은 중전 안타가 이날 유창식이 허용한 유일한 안타. 6회 2사 후 이진영을 볼넷으로 출루시킨 것이
구원투수 송신영의 난조로 1실점으로 이어진 게 작은 아쉬움이었다.
주목해야 할 건 유창식의 볼 스피드였다. 이날 유창식은 직구
최고 구속 148km를 뿌리며 힘으로 LG 타선을 제압했다. 직구 평균 구속이 144.5km. 145km 이상 강속구만 37개에 달할 정도로
힘이 있었다. 유창식의 힘있는 직구에 LG 타자들을 눌린 기색이 역력했다. 5회 1사에서 유강남이 우익수 뜬공으로 아웃되기 전까지 외야로 한
번도 타구를 날리지 못했다. 6회 박용택과 작은 이병규도 모두 직구에 밀린 좌익수 뜬공을 쳤다.
이날 유창식은 99개 공 중에서
62개를 직구로 던졌다. 삼진 7개 중 5개를 직구로 결정구로 삼았는데 타자들이 배트조차 휘두르지 못한 삼진이 4개였다. 좌타자에게는 바깥쪽,
우타자에게는 몸쪽으로 힘있게 꽉 차게 들어가는 직구가 인상적이었다. 여기에 최고 138km, 평균 133.7km 고속 슬라이더까지 섞어 던지며
직구의 힘을 배가시켰다.
유창식은 "볼 스피드가 올라와 자신감이 많이 생겼다. 직구를 많이 던지면서 내 피칭을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광주일고 시절 유창식은 140km대 중후반의 강속구와 고속 슬라이더가 주무기였다. 지옥에서라도 데려오라는 좌완 강속구 투수였고, 신인
드래프트에서 한화가 전체 1순위로 지명했다. 계약금 7억원을 안겨 그에 대한 높은 기대감을 나타냈다. 그러나 고교 시절 무리한 여파로 어깨에
염증이 생겼고, 프로 첫 해부터 훈련 부족으로 고생했다.
지난해 직구 최고 구속은 8월26일 대전 LG전 145km. 대부분
직구가 140km 안팎에 그치며 제대로 된 위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하지만 아픈 곳이 없었던 지난 겨울 누구보다 많은 훈련량을 소화하며 구위를
찾는데 주력했다. 아직 들쭉날쭉한 제구력이 아쉽지만 구위 하나만 놓고 보면 에이스 류현진과 맞먹는다. 심지어는 투구폼도 류현진과 점점
비슷해져가고 있다.
유창식은 "캠프 때부터 현진이형 투구폼을 따라하고 있다"며 "타자들의 타이밍을 뺏기 위해 키킹 동작을 천천히 하다가 빠르게 한다"고 말했다. 그만큼 여유가 생겼다. 커브를 종종 던지는 것도 여유가 생겼기 때문이다. 그는 "작년에는 커브 던질 여유가 없었지만 올해는 자신감이 붙었다"고 말했다. 몸 상태와 구위의 회복은 7억팔이 자신감을 찾고 본색을 발휘하는 원천이 되고 있다. 결국 야구는 떡잎부터 보인 선수가 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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