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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관련/프로야구

박찬호, 때아닌 커브·체인지업 연습…이유 있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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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박찬호(39)는 올 시즌 '진짜 신인'처럼 공을 던지고 있다. 마운드에서 공을 던질 때마다 기합을 넣으며 온 힘을 다하는 모습은 프로 무대에 처음 선 신인만큼 진지하고 열정적이다. 등판을 준비하는 자세도 새내기같다. 정민철(40) 한화 투수코치는 지난 2일 잠실 LG전을 앞두고 불펜 피칭을 하던 박찬호와 한참 동안 대화를 나눴다. 그는 "(박)찬호가 아직 국내 무대에 궁금한 것이 많다.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인데도 호기심이 많고 늘 배우려는 자세를 가지고 있다. 아직도 발전하고 있는 투수"라고 했다. 박찬호는 이번 주말 대구 삼성전 등판을 앞두고 지난 십수년간 던져온 체인지업과 커브를 다시 연습하고 있다.

체인지업의 회전을 가다듬다

올 시즌 박찬호가 던진 구종은 총 6가지다. 구단 전력분석원들조차 제대로 구별하지 못하는 슬라이더와 컷패스트볼을 하나로 묶으면 5가지가 된다. 이중 직구 비율이 38.9%로 가장 높다. 슬라이더(컷패스트볼)와 투심패스트볼이 뒤를 잇는다. 체인지업(7.9%)과 커브(7.4%)는 박찬호가 가장 적게 던지는 구종이다. 그런데 박찬호는 지난달 27일 청주 넥센전을 앞두고 불펜 포수 조세범(27)과 약 20m 거리에 서서 집중적으로 체인지업을 던지는 연습을 했다. 조세범은 "(박)찬호 형이 직구와 체인지업이 같은 회전으로 들어오는지를 물어봤다"고 했다. 체인지업은 직구와 같은 투구폼에서 나오는 변화구다. 직구보다 느리지만 조금 더 가라앉는다. 조세범은 "체인지업은 주로 직구를 노리고 있는 타자의 타이밍을 뺏을 때 던진다"며 "요즘은 미세한 공의 회전 차이를 보고 직구와 체인지업을 구분해내는 타자들이 많다. 찬호 형은 그 점을 고려해 체인지업의 회전을 가다듬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커브의 각을 가다듬다

박찬호는 2일 불펜 피칭을 하면서 또 다른 불펜 포수 염성민(28)과 커브를 연습했다. 염성민은 "찬호 형이 커브의 각에 신경을 쓰며 공을 던졌다"고 했다. 커브는 톱스핀(공이 투수 쪽에서 포수 쪽으로 회전)이 걸려 공이 타자 앞에서 크게 꺾이거나 떨어지는 궤적을 그린다. 박찬호의 전성기인 2000년대 초반 결정구이기도 했다.

박찬호는 LA 다저스에서 2년 연속 15승을 넘겼던 2000년과 2001년 강력한 슬러브(슬라이더+커브)를 앞세워 연속 200탈삼진을 기록했다. 박찬호의 슬러브는 2001년 미국야구 주간지 베이스볼 아메리카(BA)가 선정한 '내셔널리그에서 가장 위력적인 커브' 3위에 선정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후에는 커브 구사 비율이 점점 줄었다. 박찬호가 올 시즌 던진 변화구 중 커브의 비율이 가장 적다. 경기당 평균 6.75개를 던졌을 뿐이다. 그런데 그는 중요한 불펜 피칭 시간을 쪼개 커브를 연습했다. 염성민은 "투심패스트볼과 컷패스트볼이 잘 들어가고 있으니 구속 차이가 심한 커브를 가다듬어 패스트볼의 위력을 극대화하려는 것 같다"고 했다.

박찬호는 지난 4경기에서 공끝의 움직임(투심패스트볼)와 옆으로 휘는(슬라이더·컷패스트볼) 변화구로 재미를 봤다. 그러나 이에 만족하지 않고 아래로 떨어지는 공(체인지업·커브)을 준비하고 있다. 부족한 부분을 연구하고 연습해 채워가는 모습이 영락없는 신인이다. 김용달 본지 해설위원은 "날씨가 더워지고 있다. 체력 문제를 고려할 때가 됐다"며 "그런 면에서 박찬호가 빠른 공의 위력을 살리고 힘도 아낄 수 있는 느린 변화구를 연습하는 건 매우 현명한 선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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