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퓨처스리그는 새로운 얼굴들이 가세해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신생구단 NC 다이노스는 남부리그에 참여해 기존 5개 구단(롯데, 넥센,
삼성, KIA, 한화)과 시즌을 치르며 2013년 1군 승격에 대비하고 있다. 또 독립구단인 고양 원더스(총 48경기)와 일본 프로야구
소프트뱅크 호크스 3군(총 18경기)도 퓨처스리그 팀들과 번외경기를 가져 볼거리가 더 풍성해졌다. 그 가운데 일본 소프트뱅크 3군이 번외경기라고
해도 대한해협을 건너 퓨처스리그에 참가한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도 둘째도 경기다. 지난해 우리(소프트뱅크 3군)는 67경기를
치렀는데 상대는 주로 독립리그 팀이나 사회인야구팀, 대학팀이었다. 기량이 한 수 아래라서 긴장감이 다소 떨어졌다. 여기에 작년 말에 해체된 팀도
있어서 올핸 상대 팀을 구하기 더 어려운 상황이었다. 또 3군이 사용하는 간노스 구장은 기본적으로 2군이 사용하므로 안정적으로 경기를 갖기
어려운 점도 고려해 퓨처스리그에 참가하게 됐다.” 오가와 히로시 소프트뱅크 3군 감독의 말이다.
소프트뱅크 3군은 그라운드 안팎에서 프로다운 절제된 모습을 나타냈다. 전력질주는 기본이고 과한 세리모니도 볼 수 없었다. 또 원정팀 라커룸에는 휴지 하나 없이 깨끗하게 청소를 하고 떠났다. (사진=손윤) |
일본 프로야구에 3군이 생긴 것은 얼마 되지 않았다. 오가와 감독은 “2005년 육성선수제도가 생기면서 3군을 운영하게 됐다”고 밝혔다. 육성선수제도는 등록선수 70명 외에 선수를 영입할 수 있는 제도로 우리나라로 치면 신고 선수제도에 해당한다. 2005년에 처음 시행됐을 때는 4개 구단이 6명밖에 지명하지 않았지만 2006년에는 5개 구단 총 12명, 2007년에는 8개 구단 총 15명, 2008년에는 8개 구단 25명으로 매년 그 인원이 증가하고 있다.
한 일본야구 관계자는 육성선수제도가 정착하게 된 배경에 대해 다음과 같이 밝혔다. “육성선수제도가 생기기 전에는 프로야구선수가 되는 길은 신인지명을 받는 것밖에 없었다. 신인지명을 받지 못한 고교·대학 졸업생은 사회인야구팀에서 기량을 더 닦아 다음 드래프트를 노리는 게 유일한 방법이었다. 하지만 경제 불황으로 해체되는 사회인야구팀이 늘어나면서 야구를 계속하고 싶어도 할 곳이 없는 상황이 됐다. 독립리그가 생기며 그 숨통이 터였지만 아르바이트를 하며 야구를 하는 등 그 환경이 야구에 전념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정식 선수보단 연봉이 적지만 안정적으로 야구를 할 수 있는 육성선수제도가 만들어졌다. 결국, 프로야구의 문턱이 다소 낮아진 것에 의미가 있다.”
육성선수제도를 통해 없던 기회를 주자 스타급 선수도 나타났다. 그 대표적인 예가 요미우리 야마구치 데쓰야다. 야마구치는 2005년 처음으로 시행된 육성 드래프트를 통해 요미우리 유니폼을 입은 ‘육성선수 제1기생’. 정식 선수가 된 2007년 32경기에 등판한 데 이어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 연속으로 60경기 이상을 출장하며 요미우리 불펜의 핵심 선수로 활약하고 있다. 또 지난해엔 롯데 오카다 요시후미와 오릭스 아롬 발디리스가 육성선수로는 최초로 규정타석을 채우며 주전 선수로 발돋움했다.
육성선수들이 잇따라 성공하면서 일본 프로야구 각 구단은 육성선수의 영입에 공을 들이기 시작했다. 큰돈을 들이지 않고 팀 전력을 강화하는 지름길이란 걸 깨달은 것이다. 육성선수가 늘어나면서 뜻하지 않은 문제가 나타났다. 육성선수가 뛸 무대가 없었다. 2군 경기에 출전할 수 있는 육성선수는 5명으로 제한되어 있었다. 훈련은 가능해도 경기는 할 수 없는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나온 게 ‘3군’이다. 안정적인 경기를 통한 선수 육성책으로 3군을 적극 도입한 구단이 소프트뱅크다. 2011년 3군을 만들어 팜의 경쟁력을 강화했다.
오가와 감독은 (팀에 따라 다르겠지만) 한국야구를 “세밀한 일본야구보다 힘 있는 미국야구에 더 가깝다”며 “좋은 신체조건에 빠른 배트스피드와 기동력이 인상적이었다”고 밝혔다. (사진=손윤) |
오가와 감독은 “3군이 생겨 단순히 훈련만 하는 게 아니라 경기를 통해 선수를 육성할 수 있게 됐다”며 3군의 목표를 다음과 같이 밝혔다.
“3군의 목표는 선수 육성이 전부라고 해도 틀림없다. 하지만 어떻게 육성해나갈 것이냐는 방법론에 들어가면 무엇보다 이기는 야구가 중요하다. 프로야구는 경쟁의 연속이다. 이 경쟁에서 지는 순간 도태된다. 경쟁의식과 승리욕이 필요한데, 이것을 심어주는 데는 이기는 야구가 필수다. 선수 육성을 위한 수단 가운데 하나가 경기에서 이기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매번 같은 선수를 기용할 수는 없다. 육성이 목적이니까. 골고루 선수를 쓰면서 이기는 것, 그 느낌을 알려주며 육성해나가는 게 2, 3군의 목표라고 생각한다.”
이기는 습관을 통한 기량 향상만큼이나 오가와 감독이 주안점을 두는 것은 정신력 강화다. 경쟁의 피라미드인 프로야구에서 살아남으려면 기량뿐만이 아니라 강한 정신력이 뒷받침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사실 오가와 감독 자신도 연습생 출신이다. 1978년 신인 지명을 받지 못한 그는 연습생으로 세이부에 입단했다. 세이부에서의 선수 생활도 평탄치는 않았다. 1980년 7경기에 나선 것이 1군 무대의 전부였다. 1982년 12월 난카이(현 소프트뱅크)로 현금 트레이드된 뒤 1985년부터 두각을 나타내 1995년 유니폼을 벗을 때까지 팀의 리더로 활약했다.
“나는 지금으로 치면 육성선수출신이다. 그래서 선수들한테 항상 ‘누구에게나 기회는 오니까 포기하지 마라’고 강조하고 있다. 포기하는 순간 더는 기회가 없으니까. 사실 육성선수는 고달픈 나날의 연속이다. 일본에선 6, 7시간 버스로 이동하는 게 일상이고 야간 경기를 한 다음 날 아침에 일찍 일어나 훈련한다. 훈련에서 주안점을 두는 건 기초다. 기초가 탄탄하면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선수의 기량을 올라오기 마련이다. 나를 비롯한 3군 코칭스태프는 선수들이 기초를 세울 수 있게끔 해주는 스승이 되고자 한다. 기본기의 중요성은 누누이 강조해도 부족하지 않다고 본다.”
소프트뱅크 3군은 항상 경기가 끝난 뒤 전체 미팅에 이어 포지션별(배터리, 내야, 외야) 미팅을 연다. 경기 중에 나타난 실수 등에 대해 서로 얘기하며 문제를 해결해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사진=손윤) |
이번에 방문한 소프트뱅크 3군 멤버에는 지난해 신인 지명회의에서 1, 2순위로 뽑은 다케다 쇼타와 요시모토 쇼지가 포함되어 있었다. 한국야구 관계자 가운데는 특급 신인이 3군에 속한 것에 고개를 갸웃하는 이가 적지 않았다. “일본 프로야구의 힘을 보여주려고 일부러 데리고 왔다”는 말도 들렸다. 이것에 대해 오가와 감독은 “그들의 실력이 여기(3군) 레벨밖에 되지 않기 때문”이라며 손사래를 쳤다. 정말 특급 신인들의 실력이 3군에 불과할까.
일본야구에 정통한 모 구단 관계자는 “신인 육성법 가운데 하나”라고 봤다. “우리나라도 그렇고 일본도 아무리 우수한 신인이라도 1군에 바로 통용되는 시대는 끝났다. 그만큼 1군의 벽이 두껍다. 일본이 아닌 한국이라는 색다른 환경에서의 경험과 경기를 통해 정신적·기술적 향상을 추구한 것이다. 또 바로 2군에 올려 프로의 벽을 느끼기보다 3군부터 차근차근 프로에 적응하게끔 한 것으로 보인다. 우리도 한 번 생각해볼 방법이다.”
소프트뱅크 3군의 방법이 무조건 옳은 것은 아니다. 선수 육성의 방법은 다양하기 때문이다. 또 구단의 상황에 따라 퓨처스팀의 목표도 다를 수밖에 없다. 그런데 올 시즌이 시작하기 전 대다수 구단의 퓨처스 감독은 “이기는 야구를 통한 선수 육성이 목표”라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어느 야구인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퓨처스 경기를 보면 NC나 경찰청 등을 제외하면 이길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 또 선수 육성에 중점을 둔다면서 왜 선발 투수 예고제를 하지 않는지 모르겠다. 선발 투수를 예고하면 선수기용의 폭이 넓어진다. 왼손 투수면 오른손 타자를 전진 배치하거나 거꾸로 오른손 투수가 선발이면 왼손 타자를 주로 기용할 수 있다. 그러면서 퓨처스팀의 목표는 선수 육성이라고 하는 건 어불성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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