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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관련/프로야구

롯데가 창단 이후 두번째로 좋은 4월 승률을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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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가 창단 이후 두번째로 좋은 4월 승률을 기록했다.

롯데는 29일 열린 LG와의 홈게임서 승리, 10승1무5패가 됐다. 승률 6할6푼7리.

지난해까지 4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롯데지만 개막 초반인 4월의 성적은 최근 몇년간 크게 좋은 편이 아니었다. 2008년에 승률 5할8푼3리로 2위에 랭크됐었고,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4월 승률은 3할4푼8리(8위)-3할9푼3리(6위)-3할3푼3리(7위)에 그쳤다. 즉 시즌 초반에는 3할대 승률에 그치다가 나중에 뒷심을 낸 케이스였다.

올해는 상황이 달라졌다. 높은 팀타율을 바탕으로 초반부터 힘을 내고 있다. 이대호가 일본으로 떠났고, FA 계약을 통해 영입한 왼손투수 이승호와 정대현이 전력에서 이탈해있음에도 불구하고 되려 좋은 성적을 보여주고 있다.

롯데의 4월 승률이 가장 좋았던 때는 지난 86년이다. 당시 13승1무6패, 승률 6할8푼4리로 1위를 달렸다. 그 다음으로 좋았던 해가 85년이었다. 14승7패로 승률 6할6푼7리를 기록하며 2위에 랭크됐었다. 이번 시즌이 역대 두번째인 85년과 같은 승률인 것이다.

롯데의 4월 승률이 가장 나빴던 해는 지난 2003년이다. 3승2무17패로 승률이 1할5푼에 그쳤다. 당연히 순위도 8위였다.





롯데가 선두를 질주했다. 

롯데는 29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2012 팔도 프로야구 LG전서 1회 홍성흔의 결승타와 선발 쉐인 유먼의 완벽투에 힘입어 5-0으로 완승했다. 10승 1무 5패로 선두를 유지한 롯데는 승률 0.667로 1986년 승률 0.684에 이어 구단 역사상 두번째로 화려한 4월을 보냈다. 

롯데가 깔끔하게 경기를 끝냈다. 선발 유먼이 6회까지 단 1안타를 뽑는 동안 타선에서 필요한 점수를 제때 뽑았다. 1회말 김주찬의 볼넷과 도루, 전준우의 중견수 플라이로 만든 2사 3루 찬스에서 홍성흔이 좌중간 1타점 적시타를 뽑아내며 가볍게 선취점을 올렸다. 

5회에도 집중력 있는 공격으로 달아났다. 황재균과 신본기의 연속 안타로 무사 1,3루 찬스를 잡은 롯데는 김주찬의 우중간 1타점 적시타로 달아났다. 이어 2사 3루에서 전준우가 기습번트를 시도한 것이 떴으나 투수 임찬규가 슬라이딩을 했음에도 잡지 못하면서 타자와 주자 모두 세이프가 돼 3-0으로 달아났다. 롯데는 8회에는 강민호의 쐐기 2점 홈런으로 승부를 완전히 갈랐다. 

반면 LG는 롯데 선발 쉐인 유먼에게 막혀 이렇다 할 득점 찬스조차 잡지 못했다. 단 1안타를 뽑아내는 데 그쳤다. 롯데 선발 유먼은 9회까지 1피안타 7탈삼진 무실점의 완벽한 투구를 선보이며 한국 데뷔 첫 완봉승을 시즌 3승째로 기록했다. 한국 데뷔 후 4경기 연속 퀄러티 스타트를 기록했다. 

LG도 선발 임찬규가 6⅓이닝 10피안타 3실점으로 올 시즌 최고 호투를 선보였다. 하지만, 유먼에게 막혀버린 타선의 도움을 받지 못해 시즌 2패째를 떠안았다. 




28일 부산구장에서 2012 프로야구 LG와 롯데의 경기가 열렸다. 7회초 무사 1루 엘지 이대형의 2루수 땅볼 때 1루 대주자 김일경이 2루에서 포스아웃되며 롯데 유격수 문규현과 부딪혔다. 문규현이 발목 부위를 만지며 고통스러워하고 있다.부산=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2.04.28/

"괜찮습니다. (김)일경이 형의 슬라이딩은 정당했어요."

롯데 유격수 문규현의 목소리에는 힘이 없었다. 28일 부산 LG전에서 7회초 수비 도중 2루에 슬라이딩하던 김일경과 부딪힌 후 발목, 무릎에 통증을 호소하며 들것에 실려나간 그였다. 문규현은 부산 해운대 백병원에서 검진을 받은 후 동료 정 훈의 집으로 함께 이동했다. 29일 경기장에 혼자 나가기 힘들어서였다. 

가장 궁금했던 건 부상을 입은 당사자인 문규현이 김일경의 플레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였다. 일각에서는 "문규현이 야수로서 피해야했다"라고 주장하지만 이번 플레이에서 만큼은 그 주장이 용납될 수 없다. 고의성 여부를 떠나 김일경의 플레이는 분명 상대 선수 생명을 위협할 만한 무리한 플레이였다. 하지만 문규현은 "내가 더 확실하게 피했어야 했다. 일경이 형의 슬라이딩은 주자로서 충분히 할 수 있는 플레이였다"라고 담담히 말했다. 

사실 문규현도 그 상황을 자세히 기억하지 못했다. 워낙 긴박하게 플레이가 이뤄지고 있었다. 문규현의 임무는 공을 받고 1루 주자를 아웃시키기 위해 공을 던지는 것이었다. 주자가 어떻게 슬라이딩을 들어왔는지 세밀하게 파악하지 못하는 것이 당연했다. 하지만 기자의 판단에는 문규현에게 피할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의 여유는 없었다. 



◇지난해 9월9일 인천 SK-롯데전에서 롯데 유격수 문규현이 SK 주자 김강민의 슬라이딩에 걸려 넘어지고 있는 장면. 전준엽 기자 noodle@sportschosun.com

다행인 것은 생각보다 부상 정도가 심하지 않다는 것이다. 문규현은 "처음에 충돌할 때는 머리속에서 '아'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고 했다. 큰 부상을 직감했다는 뜻이다. 다행히 발목은 괜찮았지만 무릎이 부어 올랐다. 하지만 산전수전 다 겪은 그에겐 느낌이 있다고. 문규현은 "당장 경기에 나서는 것은 무리겠지만 그렇게 심하게 다치지 않은 것 같다. 천만다행"이라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단, 더욱 자세한 검진을 위해 문규현은 30일 서울의 한 병원에서 2차 정밀검진을 받는다. 무릎이 부어 1차로 찍은 MRI로는 정확한 판독이 힘들다고 했다. 

유독 병살 플레이 도중 불운한 부상이 나오는 문규현이다. 지난해 9월9일 인천 SK전 역시 상황은 똑같았다. 당시 주자 김강민의 발에 걸려 넘어지며 부상을 입은 바 있다. 문규현은 "유독 나에게만 이런 일이 일어나는지 모르겠다"며 한숨을 쉬었다. 

그렇다면 여기서 김일경과의 충돌 때 더 큰 부상이 나올 수 밖에 없었던 이유를 살펴보자. 두 사람 모두 문규현의 송구를 방해하려 했던 것은 똑같다. 주자라면 당연히 해야 하는 플레이다. 김강민은 베이스로 뛰다 공을 던지는 문규현을 향해 슬라이딩을 하며 오른발을 뻗어 송구를 방해했다. 물론 위험한 플레임은 두말할 필요 없다. 하지만 김일경의 충돌 때와 비교하면 슬라이딩의 연속동작으로 볼 수 있다. "문규현이 더 확실히 피했어야 한다"라는 주장에 대한 설득력이 조금이라도 생길 수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김일경은 애초에 베이스가 아닌 문규현을 향해 돌진했다. 문규현은 "주자의 스타트가 빨랐기 때문에 당연히 베이스로 슬라이딩을 할 줄 알았는데 내 쪽으로 슬라이딩이 와 깜짝 놀랐다"고 했다. 타자가 이대형이었기 때문에 그를 살리기 위해 방해를 하겠다는 생각은 좋았다. 하지만 의욕만이 앞섰다. 문규현은 포스아웃을 시킨 뒤 2루에서 한참이나 떨어져 공을 던졌다. 김일경은 너무 무리하게 그의 정면을 파고 들었다. 또 하나, 슬라이딩도 너무 늦었다. 주자가 미리 슬라이딩을 해서 자세를 낮춰야 야수가 공을 던지며 주자를 피할 수 있다. 하지만 그의 슬라이딩은 야수와 거의 맞딱뜨린 시점에서 이뤄졌다. 슬라이딩이 아닌 축구의 태클이라 봐도 무방했다. 문규현의 점프력이 엄청나지 않았던 이상 도저히 피할 수 없었다. 

지난해 "순위 싸움이 너무 치열해 나도 모르게 슬라이딩이 깊게 들어갔던 것 같다. 미안하다"고 말한 김강민 처럼 김일경 역시 승부에 집중하다 이런 플레이를 했을 수 있다. 새로운 팀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보여줘야 하는 것은 프로선수의 의무이다. 분명 문규현에 대한 미안함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몸이 재산인 상대 선수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플레이였던 점은 인정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자신도 큰 부상을 입을 수 있었던 플레이였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한편, 김일경은 29일 오전 전화로 문규현에게 "같은 내야수끼리 정말 미안하다"며 사과 의사를 표했다. 김일경은 통화 내내 '미안하다'는 말을 되풀이하며 후배의 몸상태를 걱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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