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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맛집이야기/여행을그리다

제주도 모구리야영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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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등산 고수는 ‘오름’에 오른다는 말이 있습니다. 올레를 걷고 오름을 밟는 제주 여행객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죠. 오름은 한라산에 딸린 기생화산을 일컫는 말입니다. 백록담을 중심으로 제주에는 386개의 오름이 있습니다. 특히 한라산 동쪽에는 봉긋하고 아름다운 오름이 많이 모여 있는데요. 그중 성산읍의 모구리오름 자락에는 야영장이 있습니다. 풍광과 시설이 좋아 한겨울에도 수십명의 캠퍼가 모구리야영장을 찾습니다.


어미개가 새끼를 껴안듯 둥그런 오름자락

마치 숨 쉬는 땅처럼 제주의 곳곳이 울룩불룩 솟았습니다. 모구리오름에 올라 주변을 살피자 평지 사이로 크고 작은 언덕이 몽글거립니다. 용암이 꿈틀댔던 땅임을 증명하듯 모구리오름 주변으로 유건에오름, 나시리오름, 본지오름, 동오름 등 기생화산이 포진했습니다.

 

해발 232m 높이의 모구리오름은 분화구가 북쪽으로 휘어있는 모양입니다. 경사면 안쪽에 작은 언덕(모구리알오름)이 있어 하늘에서 보면 어미개가 새끼를 안은 것처럼 보인답니다. 그래서 모구악(母狗岳), ‘모구리’라 불립니다. 모구리야영장은 오름의 서쪽 자락에 위치했습니다. 2003년  남제주군에서 16만㎡ 부지에 조성한 야영장은 초원을 테마로 구성됐죠. 야영장 앞쪽으로는 크고작은 오름이, 뒤쪽으로는 풍력발전 시설이 자리해 이국적인 풍경을 선사합니다.

 

  

모구리야영장 풍경은 이국적이다. 텐트 앞 제주의 ‘바람’을 막을 요량으로 ‘돌’을 사용했다. <사진:이윤정 기자>

모구리오름으로 가는 길. 산책로를 따라 40분 정도 걸을 수 있다. 


  


바람··초원이 어우러져…

모구리야영장은 제주의 바람이 쉬어가는 곳일까요. 모구리오름에 다가서자 거센 바람이 첫인사를 건넵니다. 모구리오름 주변으로 거대한 풍력발전기 날개가 빠르게 회전합니다. 하늘을 휘휘 돌아 오름 중턱에 내려앉은 바람 때문에 텐트는 하루 종일 펄럭입니다. 심술궂은 바람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수십동의 텐트가 모구리야영장에 보금자리를 마련했습니다.

 

모구리야영장은 총 4개 영지로 구성됐습니다. 가족 영지, 한라산 영지, 일출봉 영지, 산방산 영지입니다. 야영을 할 수 있는 부지가 3만평 정도 되다보니 사이트 구성은 자유롭습니다. 잔디 위에 자유롭게 텐트를 치면 됩니다. 일일 수용인원이 580명에 이르다보니 따로 예약을 받지 않습니다. 재생에너지를 활용하는 야영장에서는 24시간 전기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취사장, 화장실, 샤워실 등 시설도 깨끗합니다. 대피소 인근에서는 무선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제주의 다른 야영장과 달리 모구리야영장은 한겨울에도 문을 엽니다. 며칠 이상 장기 캠핑을 하는 텐트도 종종 보입니다.

 

모구리야영장의 단점은 ‘바람’입니다. 바람을 피하려면 위쪽 영지보다는 아래쪽을 택하는 것이 좋습니다. 바람에 펙이 뽑히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텐트 가장자리나 펙 위에 돌을 올려놓은 캠퍼도 많습니다. 제주의 ‘바람’을 제주의 ‘돌’로 막는 셈이죠. 윈드스크린(바람막이)을 설치한 캠퍼도 꽤 됩니다. 초원처럼 펼쳐진 잔디는 한겨울에도 푸른빛을 띱니다. 잔디를 보호하기 위해 캠핑 장비를 내려놓고 난 뒤 차량은 주차장에 주차해야 합니다.

 

 

제주 동쪽 해안을 따라 관광지 포진

모구리야영장에는 축구·농구·배구·족구를 즐길 수 있는 운동시설을 비롯해 인라인스케이트장, 서바이벌 게임장, 놀이마당, 캠프파이어장, 오름 산책로, 취사장, 극기훈련장, 인공 암벽 등 다양한 시설이 있습니다. 모구리오름으로 이어지는 산책로는 약 40분 정도 완만한 경사가 이어집니다. 모구리야영장을 기점으로 오름 산행에 나서는 캠퍼도 많습니다.

 

모구리오름에서 동쪽으로 나가면 해안을 따라 성산 일출봉, 섭지코지, 신양해수욕장 등을 만납니다. 야영장 주변에는 일출랜드, 성읍민속마을, 제주 민속촌, 허브랜드, 김녕미로공원 등 서귀포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곳이 많습니다. 이번 휴가에는 모구리오름에 텐트를 내려놓고 서귀포의 자연에 빠져보는 건 어떨까요.

 

캠핑 Tip 38. 겨울 사이트 구축 요령


겨울철에는 바닥이 꽁꽁 얼어 콘크리트처럼 단단해질 때가 많습니다. 이럴 때는 여름철에 썼던 펙을 쓰면 구부러지거나 부러지기 십상입니다. 땅에 전혀 박히지 않기도 하는데요. 겨울철에는 길이 10~11cm 정도 되는 핑거펙을 쓰면 좋습니다. 일반펙보다 훨씬 단단해 겨울철 언 땅에 사용할 수 있습니다. 핑거펙이 없을 경우 일반 철물점에서 판매하는 콘크리트못 중 긴 것을 사용해도 됩니다. 단 텐트를 철거할 때 못을 모두 제거해야 합니다. 못을 남겨둘 경우 다음 캠퍼에게 피해를 주게 됩니다. 겨울철에는 타프를 권장하지 않습니다. 구조상 스트링(줄)이 길어 바람에 취약하기 때문인데요. 겨울철에도 사랑방 목적으로 타프를 사용해야한다면 줄에 야광스티커 등을 붙여놓아야 합니다. 어린이들이 밤에 돌아다니다가 타프 스트링에 걸려 넘어지는 사고가 자주 일어나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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