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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하면 최악의 시즌 초반이다. 꼬여도 너무 꼬인다.
삼성이 24일 대구 롯데전서 9회에만 6실점하며 2-6으로 역전패했다. 5승 8패. 혼돈의 중위권 싸움에 가세하지도 못한 채 7위에 머물러 있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시즌 초반 행보다. 개막 3연패로 시즌 포문을 연 삼성은 3연승을 거뒀고, 다시 4연패와 2연승을 이어가는 롤러코스터 행보를 거듭하고 있다.
투타 기본 지표인 팀 타율과 팀 평균자책점을 보면 0.235와 4.27이다. 7위와 5위. 분명 정상은 아니다. 하지만 경기 내용을 뜯어보면, 일방적으로 수세에 몰린 끝에 완패한 경기는 거의 없었다. 7일 개막전만 해도 이병규의 만루포 한방으로 승부가 갈렸고, 다음날에는 투수들조차 잘 던졌으나 타선이 침묵했다.
11일 KIA와의 원정 개막전은 사실상 윤석민이 정말 잘 던졌고, 15일 대구 넥센전은 차우찬이 또 다시 난조를 보였을 뿐, 타선도 화끈하게 터진 경기였다. 심지어 17~19일 잠실 두산전은 몇 차례의 본헤드 플레이가 있었지만, 그보다 삼성이 잘 친 타구가 두산 야수진에게 잡히고, 두산의 빗맞은 타구가 페어 그라운드에 뚝 떨어지는 등 삼성 입장에서는 안 풀리는 경기들이었다.
삼성은 시즌 초반 투타가 정상이 아니다. 부진하다. 상대팀들은 삼성보다 나은 경기력을 보여주며 승리를 챙겼다. 결국 삼성으로선 투타의 엇박자를 하루빨리 정상화해야 한다. 그러한 가운데 24일 대구 롯데전서 오승환이 달아오른 롯데 타선을 식히지 못한 채 불을 질렀다. 오승환의 6실점은 6년만의 최다 실점. 그야말로 시즌 초반 온갖 방법으로 패배하고 있는 삼성이다. 사실 7위로 처질 정도로 삼성의 전력이 떨어지는 건 아니다. 하지만 마치 지난해 두산을 보는 것처럼 경기가 배배 꼬이고 있다.
류중일 감독은 이런 행보에도 꿈틀대지 않고 있다. “어차피 지금 순위는 큰 의미가 없다. 3연전을 팀당 2~3차례 마치는 6월 이후 본격적으로 각팀의 희비가 엇갈릴 것이다”라고 말했다. 지난해 올스타전 이후 본격적으로 선두로 치고 나간 기분 좋은 기억이 있기도 하지만, 류 감독은 “작년에 우리가 시즌 중반에 치고 나가서가 아니라, 그만큼 만만한 팀이 없다”고 말했다. 다시 말하자면 어차피 8개 구단의 전력이 엇비슷하니 시즌 중반이 돼서야 판도의 윤곽이 드러날 것이라는 분석이다.
류 감독은 개막 직전 미디어데이에서 “올 시즌은 8강 8약”이라고 말했다. 이는 곧 어느 팀이든 강호가 될 수 있고 어느 팀이든 약체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그에 따르면 지금 삼성은 전자가 아닌 후자다. 시즌 초반 최악의 스타트를 끊고 있지만, 여전히 기본 전력이 떨어지지 않기 때문에 언제든 반격을 할 수 있다는 계산을 하고 있는 류 감독이다. 24일 경기를 취재한 기자들도 “삼성이 승운도 없고 잘 안 풀린다. 처음에는 삐끗하더니 최근 경기를 보니까 작년의 강력한 모습으로 서서히 돌아가고 있다. 곧 치고 올라갈 것이다”고 긍정적인 평가를 했다. 단지 그 배배 꼬인 실타래를 언제 어떻게 푸느냐가 관건이다.
“롯데 타자들이 너무 잘 쳤다.”
시계추를 지난 2006년 5월 17일로 되돌려보자. 두산을 홈으로 불러들인 삼성은 마무리 오승환을 2-1로 앞선 8회초 마운드에 올렸다. 최근 몇 년간 오승환은 어지간해서 1이닝 이상 던지지 않지만, 당시만해도 2이닝 마무리를 하는 경우가 있었다.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오승환은 전상열과 이종욱에게 연속 내야안타를 맞은 뒤 강동우를 사구로 보내 만루위기를 자초했고, 안경현에게 2타점 역전타를 내주고 말았다. 결국 아웃카운트를 하나도 잡지 못한 오승환은 공 15개를 던져 5안타를 맞고 5실점했다.
6년이 흘렀다. 데뷔 8년차 오승환도 어느덧 산전수전을 다 겪은 베테랑 마무리로 성장했다. 팔꿈치 수술도 했고 재활도 했다. 2009년과 2010년 구위 저하 현상을 겪어봤고 심하게 두들겨 맞아봤다. 하지만 최강 마무리로 부활한 2011년 이후 다시 한번 최악의 피칭을 했으니 24일 대구 롯데전이었다. 오승환은 2-0으로 앞선 9회초에 등판했으나 선두타자 전준우에게 슬라이더를 던졌고, 좌월 솔로포가 됐다. 실투였다. 이날 32개의 공 중 딱 4개만 던진 슬라이더였으나 전준우에게 먹이감이 됐다.
그 이후가 문제였다. 후속 홍성흔이 우전안타를 만들었고, 2사 2루 상황에서 손아섭을 고의 4구로 내보냈다. 여기서 와르르 무너졌다. 황재균에게 좌전 동점적시타를 허용해 2011년 5월 20일 대구 두산전에 이어 340일만에 블론세이브를 기록했고, 후속 신본기에게 접전 끝 볼넷을 내주며 흔들렸다. 결국 후속 김주찬에게 145km짜리 몸쪽 약간 높은 볼을 던지다 2타점 좌중간 역전타를 내줬다. 결국 교체된 오승환은 후속 투수인 안지만이 조성환에게 2타점 적시타를 추가로 내주며 실점이 6점으로 불어났다. 6년 전 5실점을 뛰어넘는 최다 실점을 하고 말았다. ⅔이닝 4피안타 2사사구 6실점. 2009년 7월 16일 대구 두산전 이후 1013일만의 패전이었다.
그러나 오승환은 이날 전준우에게 맞은 솔로포를 빼면 이렇다 할 실투는 없었다. ‘딱, 딱’하고 포수의 미트에 부딪치는 특유의 소리도 경쾌했다. 사실 롯데 타선이 너무 잘 쳤다. 8회까지 4안타에 그친 롯데 타선은 9회 오승환에게 2아웃을 당하는 동안 4안타 2사사구를 집중했다. 경기 후 롯데 타자들은 한 가운데로 몰린 실투를 운 좋게 공략했다고 말했으나 오승환은 항상 한 가운데로 몰린 직구를 던져왔으니 갑작스럽게 난타를 당한 건 종속이 약간 떨어졌을 가능성도 있지만, 결국 롯데 타자들이 잘 쳤다고 할 수밖에 없다.
사실 오승환과 롯데의 악연은 이게 전부가 아니다. 한창 잘나가던 2008년에도 4월 25일 사직 경기서 2사 1,3루 위기를 자초했고 조성환에게 끝내기 안타를 맞았으며, 5월 14일 마산 경기서도 1이닝 4피안타 2실점으로 무너졌었다. 2010년 6월 16일에도 9회말 2사에 등판한 오승환은 이대호에게 동점 홈런을 내준 바 있다. 그리고 그 경기 후 오승환은 시즌 아웃됐고 팔꿈치 수술을 받았다. 이 경기들의 특징은 근본적으로 오승환의 몸 상태가 썩 좋지 않았다. 하지만 롯데 타자들의 집중력도 그만큼 뛰어났다.
역전패 후 진갑용은 “오승환의 볼은 좋았다. 그런데 롯데 타자들이 너무 잘 쳤다. 차라리 잘 됐다. 시즌 초반에 이렇게 한번 얻어맞아보면 더 신중한 투구를 하게 된다. 본인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오승환을 위로했다. 화려한 복귀 이후 2011년 단 4실점만 기록한 오승환은 이날 하루에만 6실점을 하는 악몽을 경험했다. 하지만 2008년과 2010년 무너졌을 때처럼 몸이 좋지 않은 것도 아니다. 단지 롯데 타선이 6년전 두산 타자들처럼 잘 쳤다. 롯데는 괜히 팀 타율 0.307의 팀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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