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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관련/프로야구

황재균, '난공불락' 오승환 무너뜨린 컴팩트 스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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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조건 정확하게 맞춘다는 생각 뿐이었다". 
기세를 탄 거인 군단의 방망이는 결국 돌부처마저 무너뜨렸다. 롯데는 24일 대구구장에서 펼쳐진 삼성과의 시즌 첫 맞대결에서 0-2로 뒤진 9회 안타 5개 볼넷 2개를 묶어 대거 6득점을 하며 극적인 역전승을 거뒀다.

특히 롯데는 지난해 난공불락과 같은 모습을 보여줬던 삼성 마무리 오승환을 상대로 경기를 뒤집는데 성공했다. 오승환의 이날 성적은 ⅔이닝 4피안타 2볼넷 6실점으로 2005년 프로데뷔 이후 최다실점을 하는 등 달갑지 않은 기록을 대량으로 양산하고 말았다.

결과론이지만 삼성으로선 2-1로 추격을 허용한 2사 2루서 손아섭을 거른게 패착이 됐다. 좌타자 손아섭과의 승부를 피하는 대신 삼성 배터리는 황재균을 상대하기로 했다. 타석에 들어선 황재균의 타율은 1할7푼7리로 극심한 타격 부진에 빠져있는 상황.

그러나 황재균은 볼카운트 1-1에서 오승환의 몸 쪽 직구를 정확한 스윙으로 좌중간 한 가운데 떨어뜨려 놨다. 황재균은 오승환의 직구가 밋밋하게 들어오자 큰 욕심을 내지 않고 가볍게 방망이를 돌렸고, 살짝 먹힌 타구는 유격수와 좌익수, 중견수 사이에 살포시 떨어졌다. 2루 주자 정훈이 홈으로 들어오기엔 충분할 정도의 타구였다. 경기가 끝난 뒤 당시 상황에 대해 황재균은 "최근에 타격감이 너무 안 좋아 큰 것은 필요없다는 마음으로 타석에 들어섰다"면서 "무조건 정확하게 맞춘다는 생각"이었다고 설명했다.

사실 삼성 배터리가 황재균을 선택한 건 이유가 있었다. 지난 시즌 8번 타순에서 68타점을 쓸어담은 황재균을 두고 롯데 양승호 감독은 "공포의 8번 타자"라고 부르길 주저하지 않았다. 그만큼 득점권에서 제 역할을 해 준 황재균이었지만 올 시즌은 팀 타율이 3할을 넘는 가운데 홀로 부진했다. 황재균 앞에 번번이 많은 주자가 쌓였지만 득점권 타율이 2할3푼5리에 그쳐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이처럼 침묵하던 황재균의 방망이를 살리기 위해 양 감독이 특단(?)의 조치를 취하기도 했다. 지난주 SK와의 주중 홈 3연전에서 양 감독은 황재균을 불러 "3안타를 치면 내가 30만원을 주겠다. 만약에 못 치면 10만원을 달라"는 조건을 제안하기도 했다. 결국 2안타에 그친 황재균을 바라보며 양 감독은 "맛있는거 먹겠다"며 웃었지만 좀처럼 타격이 살아나지 않아 답답한 마음이 더 컸다. 오죽했으면 황재균에 경기 전 "이 방망이가 더 잘 맞는다"며 골라주기까지 했을까.

황재균 역시 타격감 회복을 위해 필사적이었다. 최근 한 스포츠 카툰은 뜨거운 롯데 방망이와 홀로 침묵하던 황재균을 빗댄 그림을 내 놓기도 했다. 황재균은 이 그림에서 팀원들이 열심히 밭을 갈며 일하는 가운데 나무 밑에서 낮잠을 자는 것으로 묘사됐다. 이 그림을 본 황재균은 "나도 잠에서 깨어나고 싶다"는 속내를 드러내기도 했다.

슬럼프는 어느 한 순간 안타가 나오면 순식간에 해결되기도 한다. 오승환을 상대로 한 황재균의 타격은 슬럼프 탈출을 예감하게 했다. 몸에 힘을 빼고 나온 가벼운 스윙은 황재균에게 실마리가 될 수 있다. 그 역시 "결승타를 계기로 페이스가 올라왔으면 한다"는 간절한 소망을 내비치기도 했다. '돌부처'를 뚫은 황재균이 상승세를 이어갈 수 있을까. 그렇게 된다면 롯데 타선은 진정한 '완전체'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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