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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대구구장에서 2012 프로야구 롯데와 삼성의 경기가 열렸다. 0-2로 뒤진 9회초 삼성 마무리 오승환을 무너뜨리며 6-2의 역전승을 거둔 롯데 선수들이 승리의 기쁨을 나누고 있다. 대구=정재근 기자 |
'토강여유'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강한 자는 두려워하고 약한자는 업신여긴다는 뜻이다. 보통 세상의 이치가 그렇 듯 야구에서도 마찬가지다. 강한 투수가 나오면 타자로서는 움츠려들기 마련이고 상대적으로 약한 투수가 나오면 타자는 자신감을 갖는다. 타자와 투수의 입장을 바꿔도 똑같다.
여기서 재미있는건 롯데 타선에는 이 말이 통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최근 몇년 간 롯데 타선의 특징을 한 마디로 표현하면 '강한 자에게는 강하고 약한 자에게는 약하다'로 정의할 수 있다. 상대 에이스급 투수들이 등판하는 경기에서는 잘 치면서도 객관적으로 '상대하기 더 편할 것'이라는 투수들의 공을 더 못치니 골치가 아프다.
24일 대구 삼성전이 단적인 예다. 롯데는 삼성 선발 윤성환을 상대했다. 물론 윤성환이 부족한 투수라는 뜻은 아니다. 2009년 공동 다승왕을 차지했을 정도로 빼어난 실력을 갖추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건 경기를 풀어가는 스타일이다. 윤성환은 구위로 상대를 압도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폭포수 같이 떨어지는 커브와 뛰어난 제구력, 수싸움으로 상대를 요리하는 선수다. 직구의 평균 구속은 140㎞ 초반대에 그친다. 롯데는 윤성환을 상대로 6이닝 동안 단 1점도 뽑아내지 못했다. 좀처럼 히팅 포인트를 잡지 못하는 모습이 '최근 폭발한 타선이 맞나'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반면, 9회 등장한 국내 최강 마무리 오승환을 상대로는 6득점을 몰아쳤다. 오승환이 못던졌다기 보다는 롯데 타자들이 잘쳤다. 오승환은 혼신의 힘을 다해 최고구속 153㎞의 강속구를 던졌다. 다른 타자들 같았으면 배트가 밀리는 등 제대로 대응하지 못할 공이었지만 롯데 타자들은 끝까지 커트를 해내며 기다렸던 공을 때려냈다.
프로야구판에는 '롯데 킬러'로서 이름을 날리고 있는 선수들이 각 구단에 한두명씩 있다. 그 선수들의 면면을 보면 하나같이 팀의 3~5 선발 역할을 맡는 선수들이다. SK 이영욱, LG 김광삼, 삼성 정인욱, 한화 안승민 등이 있다. 넥센 심수창도 롯데에 좋은 기억을 갖고 있다. 지난해 지긋지긋한 18연패의 악몽을 끊게 해준 것도 자신을 상대로 헛방망이를 돌려준 롯데 선수들이었다. 이 선수들의 공통점을 살펴보자. 빠른 속구로 상대를 압도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제구력이 좋고 유인구를 잘 던지는 투수들이다.
왜 롯데 타자들은 이런 유형의 투수들에게 약한 것일까. 롯데 선수들은 지난해부터 "구속이 느리면 상대적으로 공이 잘보여 큰 타구를 의식, 스윙에 힘이 들어가는 것 같다"는 자체 평가를 내렸다. 워낙 타격 자질이 뛰어난 타자들이 모인 만큼 느린 공을 만만하게 봤다 오히려 큰코를 다친 격이 된 것이다. 하지만 빠른공을 던지는 투수들이 나오면 그만큼 공을 맞히는데 집중하게 돼 오히려 더 좋은 타구가 나오게 된다. 결국 실력의 문제가 아닌 타석에서의 마음가짐 차이가 컸다.
중요한건 롯데가 오랜 숙원인 우승을 위해서는 이 숙제를 꼭 풀어내야 한다는 점이다. 물론 모든 투수의 공을 잘 칠 수는 없는 법이다. 하지만 우승을 위해, 승수를 쌓기 위해서는 어떤 유형의 투수가 나오더라도 그에 맞는 유연한 스윙이 필요하다. 타자들이 홈런을 친 후 꼭 하는 말이 있지 않은가. "가볍게 치려고 힘을 빼 스윙했는데 공이 넘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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