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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관련/프로야구

승리를 부른 박석민의 신들린(?) 베이스러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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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손찬익 기자] 마치 "마음만은 홀~쭉하다"는 개그맨 김준현의 유행어와 흡사하다. '브콜돼' 박석민(27, 삼성 내야수)은 푸짐한(?) 외모에서 알 수 있듯 베이스 러닝과는 거리가 멀다. 그는 2004년 프로 무대에 데뷔한 뒤 9차례 베이스를 훔치는데 그쳤다. 상대 투수들에게 타석에 들어선 박석민은 공포의 대상이지만 누상에 있는 박석민은 만만한 존재가 돼 버린다. 투수들은 다리를 번쩍 들고 타자와의 대결에만 전념한다.

그래도 마음만은 강명구(삼성 내야수) 저리 가라할 정도다. 그의 가슴 한 켠에는 대도 본능이 자리잡고 있다. 박석민은 "율하초등학교 톱타자 출신"이라며 "그땐 정말 가지고 놀았다"고 무용담을 늘어 놓기도 했지만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 만큼이나 오래 전 이야기다. 물론 박석민의 초등학교 후배인 송영찬(24, 전 두산 내야수) 씨는 "석민이형이 겉모습만 본다면 느려 보일 수 있겠지만 순발력이 좋고 야구 센스가 뛰어나 도루도 곧잘 했었다"고 박석민의 호타준족설(?)에 힘을 싣기도 했다.

'느림보' 이미지가 강했던 박석민이 12일 광주 KIA전에서 천금같은 베이스 러닝을 선보이며 3연패 탈출에 이바지했다. 3-1로 앞선 삼성의 3회초 공격. 조동찬과 이승엽의 연속 볼넷으로 만든 1사 1, 2루 찬스에서 두 번째 타석에 들어선 박석민은 KIA 선발 박경태를 구원 등판한 조태수의 초구를 사정없이 받아쳐 우중간 2루타를 터트렸다. 2루 주자 조동찬은 여유있게 홈인, 이승엽은 3루까지 안착했다. 곧이어 강봉규의 우익수 희생 플라이로 이승엽이 홈을 밟아 5-1로 달아났다.

2루 주자 박석민은 김헌곤 타석 때 조태수의 폭투를 틈 타 홈까지 파고 들었다. 그는 기가 막힌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을 선보이며 득점을 성공시켰다. 삼성의 3연패 탈출을 확정짓는 귀중한 쐐기 득점이었다. 박석민이 선보였던 과감한 베이스 러닝은 류중일 감독이 추구하는 '한 박자 빠른 야구'의 일부분이다.

이날 2타수 2안타 2타점 3득점으로 삼성의 10-2 승리에 큰 공을 세웠던 박석민은 경기 후 공식 인터뷰를 통해 "2루에서 뛰어 오는데 공이 생각보다 많이 뒤로 빠져 충분히 들어올 수 있을 것 같아 뛰어 들었다"면서 "발은 느리지만 경기장에서 최대한 열심히 뛰는 모습을 보여주려고 했다"고 대답했다. 이제부터 박석민의 이름 앞에 '호타준족'이라는 수식어를 붙여도 어색하지 않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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