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스포츠관련/프로야구

박찬호 시범경기때와 딴사람, 이유는 살아난 직구

SMALL



한화 박찬호가 7회 1사후 강판한 뒤 동료들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청주=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딴 사람이 됐다. 시범경기에서 극도로 부진했던 한화 박찬호(39)가 빛나는 투구로 국내 데뷔전을 승리로 장식했다. 박찬호는 12일 청주 두산전에 선발 등판해 6⅓ 이닝 동안 4안타 2실점의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투구, 3자책점 이하)를 기록하며 승리투수가 됐다. 볼넷은 2개를 내줬고, 삼진은 5개를 솎아냈다. 구위와 제구력, 경기운영 등 선발투수에게 필요한 모든 능력을 보여줬다. 박찬호는 시범경기 2게임에서 8⅓ 동안 홈런 2개를 포함해 안타 15개를 내줬고 12실점을 해 한화 벤치에 불안감을 잔뜩 안겼다. 이에 대해 한화 정민철 투수코치는 "시범경기에서는 이것저것 점검하느라 많이 맞은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아무래도 미덥지 않았다. 하지만 언제 그랬냐는 듯 정규리그 첫 등판에서 두산 타자들을 시종 압도했다.

무엇보다 나이 탓에 가장 큰 변수로 꼽혔던 직구의 볼끝이 살아있었다. 직구로, 힘대힘의 승부에서 이겼다.

▶데뷔전의 긴장감?

1회 출발은 불안했다. 아무래도 한국 팬들에게 첫 선을 보이는 날인 만큼, 긴장감이 생기지 않을 수 없는 상황. 박찬호가 선두 이종욱에게 초구를 던지기 직전 터져나온 홈팬들의 열광적인 환호와 박수가 마냥 편하지만은 않았을 것이다. 긴장은 높은 볼로 나타났다. 이종욱을 스트레이트 볼넷으로 내보냈다. 볼 4개가 모두 140㎞대 초반의 직구였다. 하지만 덩치가 작은 이종욱의 허리 높이 이상으로 들어오는 높은 코스의 공들이 많았다. 다행히 1사 1루서 두산이 자랑하는 교타자 김현수를 볼카운트 2B2S에서 6구째 142㎞짜리 몸쪽 직구 스트라이크로 삼진 처리하며 감을 찾은 것이 안정을 찾은 계기가 됐다. 4번 김동주에게 볼카운트 3B1S에서 5구째 126㎞짜리 변화구가 낮은 볼이 돼 볼넷을 허용했지만, 이어 최준석을 유격수 땅볼로 처리하며 무실점으로 이닝을 마쳤다.

▶살아난 직구와 보조무기 커터

메이저리그 시절 박찬호의 주무기는 강력한 직구였다. 시범경기서 박찬호의 직구 최고 구속은 146㎞였다. 속도는 괜찮았지만 제구가 높았고, 공끝이 무뎠다. 당시 한대화 감독은 "찬호는 너무 어렵게 승부하기 때문에 직구 스피드가 나오지 않는 것이다. 공격적으로 편하게 던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어깨에 힘을 빼고 직구를 자신있게 뿌리라는 의미였다. 이날 박찬호의 직구 구속은 최고 149㎞까지 찍혔고, 140㎞대 중반을 꾸준히 유지했다. 2회 2사후 용덕한을 우익수플라이로 처리할 때 던진 4구째가 149㎞였다. 직구의 힘이 압권이었던 것은 3회. 두산 고영민 이종욱 정수빈 등 교타자들을 모조리 초구 직구로 땅볼처리하며 '1이닝 3타자 3구 처리' 기록(역대 36번째)을 세웠다. 고영민은 144㎞, 이종욱은 144㎞, 정수빈은 143㎞의 직구였는데 모두 낮은 스트라이크존을 통과했다.

직구와 함께 지난해 오릭스 시절 위력을 보이기도 했던 커터(한화 기록원은 슬라이더로 분류)도 두산 타자들의 배팅 타이밍을 빼앗는데 효과적으로 사용됐다. 19개의 아웃카운트중 땅볼이 11개로 플라이(3개)보다 월등히 많았다는 것은 낮게 떨어지는 커터가 결정구로 작용했음을 의미한다.

▶전성기급 경기운영

박찬호는 비록 1회 제구력 불안으로 볼넷을 2개나 허용했지만, 전반적으로 제구력은 만점에 가까웠다. 이날 구심의 스트라이크 판정이 다소 엄격했음에도 불구, 박찬호는 흔들림없이 낮은 제구력을 유지하려 애를 썼다. 이는 곧 경기운영능력이 메이저리그 전성기와 비슷했다는 이야기다. 특히 두산 간판 타자인 김현수와 김동주를 꽁꽁 묶은 것이 승리의 원동력이었다. 김현수와는 3차례 상대해 삼진 1개, 땅볼 2개로 잡아냈다. 낮은 제구력과 직구 위주의 피칭으로 '타격 기계' 김현수를 무력화시켰다. 1회 삼진에 이어 4회와 6회 각각 143㎞, 142㎞짜리 낮은 직구로 힘없는 땅볼을 유도했다. 1회 볼넷으로 내보냈던 김동주는 4회 135㎞ 변화구로 투수 땅볼, 6회 140㎞ 직구에 3루 땅볼로 처리했다. 92개의 공으로 6⅓이닝 투구를 했다는 것은 선발투수로서 투구수 관리를 효과적으로 했음을 보여준다

L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