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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 2승 3패'가 보여주는 한화의 씁슬한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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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의 성적에서 한화의 현실이 그대로 드러난다.


한화 이글스가 연패 탈출에 성공했다. 한화는 25일 서울 목동구장에서 열린 넥센 히어로즈와의 경기에서 연장 10회 터진 백승룡의 결승타에 힘입어 5-4로 승리, 6연패에서 벗어났다. 하지만 연패 탈출을 했다고 무조건 기뻐할 수는 없었다. 이날 경기에서도 최하위 한화의 씁쓸한 현실은 이어졌다.

▲ 혼신의 125구 역투에도 승리투수 될 수 없었던 류현진

25일 목동구장 경기에는 많은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됐다. 메이저리그에서 한 시대를 풍미했던 '핵잠수함' 김병현과 국내 프로야구 최고 투수 중 한 명인 '괴물' 류현진이 선발로 맞붙었기 때문.

치열한 자존심 싸움이 펼쳐지는 것은 어느 정도 예상됐지만 부담감이 더 많았던 쪽은 류현진이었다. 국내 무대 적응 기간인 김병현과 달리 류현진은 핑계거리가 없었다. 

여기에 두 가지 무거운 짐까지 짊어졌다. 지난 등판이었던 19일 대전 SK전에서 6이닝 5실점으로 주춤, 자존심이 상한 상태였으며 팀은 6연패에 빠져 있었기 때문에 에이스의 역할이 필요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류현진은 여러가지 부담감을 떨치고 자존심을 세우는 역투를 펼쳤다. 하지만 수비와 불펜은 그를 도와주지 못했다. 류현진은 경기 초반 탈삼진쇼를 펼치며 호투를 이어갔다. 4회까지는 무실점.

5회 첫 실점 빌미는 수비진이 제공했다. 선두타자 강정호를 상대로 유격수 뜬공을 유도했지만 하주석이 공을 공중에서 잃어버리며 2루타로 둔갑시킨 것이다. 결국 실점. 여기에 류현진이 7회말까지 던질 동안 한화 타선은 단 1점만을 뽑아내는데 그쳤다.

7이닝 6피안타 10탈삼진 2사사구 2실점, 125구 역투에도 패전위기. 타선이 8회들어 최진행의 홈런 등 3점을 뽑으며 극적으로 류현진에게 승리를 안기는 듯 했지만 마지막 반전이 기다리고 있었다. 8회말 등판해 1이닝을 완벽하게 막았던 마무리 데니 바티스타가 9회 불쇼를 펼치며 동점을 내준 것이다. 그렇게 류현진의 승리도 날아갔다.

▲ '탈삼진 1위, 평균자책점 3위' 류현진, 다승 순위는 22위

류현진은 지난해 11승 7패 평균자책점 3.36을 기록하며 '부진'했다. 다른 선수들이라면 생애 최고의 활약이 될 수도 있었지만 '괴물' 류현진에게는 아쉬움이 남았던 한 시즌이었다.

지난해 아쉬움을 재현하지 않기 위해 류현진은 올시즌을 더욱 열심히 준비했다. 그 결과 시즌 초반 류현진은 '괴물'이라는 별명에 걸맞은 활약을 펼치고 있다.




류현진은 투수 주요 부문에서 상위권에 올라 있다. 탈삼진은 80개를 기록, 이 부문 2위 쉐인 유먼(롯데·49개)을 31개라는 압도적 차이로 앞서고 있다. 평균자책점에서도 2.57로 벤자민 주키치(LG·2.36)과 윤석민(KIA·2.52)에 이어 3위에 올라 있다. 1, 2위와의 격차도 크지 않다.

하지만 다승에서만큼은 10위권 이내에서 류현진의 이름을 찾아볼 수 없다. 9경기에 등판해 대부분의 경기에 호투했지만 수비와 타선, 불펜에 울며 2승에 그쳤기 때문. 중간계투인 최대성(롯데)과 박희수(SK), 류택현, 김기표(이상 LG), 퇴출 위기에 몰렸던 앤서니 르루(KIA)도 그보다 많은 3승을 거뒀다. 류현진의 다승 순위는 공동 22위에 그치고 있다.

25일 넥센전에서의 3승 실패는 한 번의 아쉬움이 아닌, 류현진이 왜 올시즌 맹활약에도 불구하고 2승 3패에 그치고 있는지 여실히 보여준 경기였다. 그럼에도 류현진은 경기 후 "내가 던진 경기에서 팀이 연패를 끊어 다행이다"라며 "(하)주석이의 실책성 수비는 신경 쓰지 않고 열심히 던졌다"라는 소감을 밝혔다.

아무렇지도 않은 그의 늠름한 소감이 '류현진 2승 3패'를 더욱 씁쓸하게 한다.

불운하다. 너무 불운하다. 125개를 던져도 삼진 10개를 잡아도 류현진에게 승리는 허락되지 않았다. 


류현진은 25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2012 팔도 프로야구' 넥센과의 원정경기에 선발 등판, 7이닝 동안 125개 공을 던지며 6피안타 2볼넷 10탈삼진 2실점 역투를 펼쳤다. 그러나 9회말 마무리 데니 바티스타가 2점차 리드를 지키지 못한 채 블론세이브를 범하며 힘겹게 만들어진 류현진의 승리 조건이 허무하게 날아갔다. 팀은 연장 접전 끝에 5-4로 이겼지만 류현진에게는 너무도 지독한 불운이다. 

▲ 수비 도움을 받지 못하다

1회부터 4회까지 류현진은 거의 완벽에 가까웠다. 1회 1번타자 김민우를 루킹 삼진으로 잡은 류현진은 2회 박병호-강정호-오윤에 이어 3회 지석훈-허도환까지 5타자 연속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서건창에게 첫 안타를 맞았지만 김민우를 헛스윙 삼진으로 요리했다. 4회에도 이택근-박병호를 삼진 잡는 등 4회까지 64개 공으로 삼진 9개를 솎아냈다. 

그러나 5회가 문제였다. 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서 실수가 나왔다. 첫 타자 강정호를 평범한 유격수 팝플라이로 유도했지만 유격수 하주석이 타구 방향을 잃었다. 좌익수 최진행이 뒤늦게 따라왔지만 그 누구의 글러브에도 닿지 않은 타구는 좌중간 2루타로 둔갑됐다. 이후 지석훈에게 우중간 적시타를 맞고 선취점을 줬다. 이는 류현진의 자책점이 됐다. 

6회에는 1사 2루에서 박병호에게 중전 적시타를 맞는 과정에서 수비진의 중계플레이가 무리하게 홈 승부를 노리다 타자 주자 박병호의 2루 진루를 허용하고 말았다. 다시 득점권 위기에 몰린 류현진은 다음 타자들과 신중한 승부를 벌일 수밖에 없었다. 6회 류현진은 24개의 공을 던지며 힘을 빼야 했다. 작은 플레이 하나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한화 수비가 보여줬다. 

▲ 불펜 도움을 받지 못하다

7회까지 류현진은 무려 125개 공을 던지며 넥센 타자들을 제압했다. 지난달 18일 대전 LG전 126구 이후 두 번째 많은 투구수. 1-2로 뒤진 상황이었지만 한화 타선은 8회초 마지막 순간 힘을 냈다. 오재필-장성호의 연속 안타와 김태균의 희생플라이 그리고 최진행의 투런 홈런으로 4-2 역전에 성공한 것이다. 패전 위기에서 승리 조건 갖춘 류현진 입가에도 미소가 번졌다. 

그러나 류현진의 미소는 오래 가지 않았다. 8회부터 구원등판한 마무리 데니 바티스타가 9회말 2점차 리드를 지키지 못한 것이다. 지석훈-강병식을 연속 볼넷으로 내보낸 뒤 서건창에 우전 적시타를 맞고 오재일에게 희생플라이를 허용했다. 4-4 동점. 믿었던 마무리 바티스타가 어이없는 제구난 속에 에이스의 승리를 지키지 못한 것이다. 시즌 두 번째 블론세이브. 

이날 류현진은 125개의 공을 던졌다. 스트라이크 85개, 볼 40개. 최고 151km 직구(56개) 다음으로 많은 커브(33개)를 던졌다. 최저 100km 최고 123km 커브로 완급조절하며 상대 타자 타이밍을 빼앗고 스스로 힘을 안배하며 125개까지 던졌다. 여기에 체인지업(31개)까지 스스로 마운드에서 오래 버텨야 함을 알기에 커브와 체인지업의 활용도를 높이며 체력을 안배했다. 7회까지 125개를 던지며 팀 승리의 조건을 만들었으니 에이스의 역할은 다했다. 그에게 없는 건 오직 단 하나 선발승 뿐이었다. 

하지만 연장 접전 끝에 팀이 5-4로 승리하며 6연패를 끊자 류현진의 얼굴에도 다시 미소가 번졌다. 그는 "내가 던진 경기에서 연패를 끊어 다행"이라며 "(하)주석이 실책은 신경 쓰지 않고 열심히 던졌다"며 실수로 기죽을지도 모를 어린 후배를 감싸안았다. 이날 승리로 한화는 류현진이 선발등판한 9경기에서 4승5패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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