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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의 ‘에너자이저’ 박민우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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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사자기 고교야구대회가 한창인 창원 마산야구장. 지난 5월 19일에는 역전의 명수 군산상고와 서울권의 강호 휘문고의 경기가 열렸다. 휘문고가 다소 우세할 거라는 예상과는 달리, 5회까지는 군산상고가 2-1 한점차로 앞서 나갔다. 휘문고 타자들은 군산상고 조현명의 공을 좀처럼 공략하지 못하고 끌려가는 모습. 경기를 지켜보던 한 고교야구 관계자가 고개를 갸웃하며 이야기했다. “휘문고가 박민우의 졸업으로 인한 손실이 생각보다 큰 것 같네요.”

그럴 만도 했다. 지난해 휘문고 타선에서 박민우의 존재는 절대적이었다. 16경기에서 타율 4할7푼7리에 도루 22개. 나왔다 하면 안타를 쳐내고, 나갔다 하면 도루에 성공하는 박민우가 있기에 휘문고는 막강한 공격력을 자랑할 수 있었다. 하지만 박민우의 부재는 단지 타선의 득점력에서만 나타나지 않았다. “타선도 타선이지만, 덕아웃 분위기가 작년에 비해 많이 조용해진 느낌이네요. 지고 있어도 계속 파이팅을 외치면서 분위기를 이끌어가는 선수가 있어야 할텐데 말입니다.”

같은 시각, 박민우는 마산구장 불펜 옆 관중석에서 모교 후배들의 경기를 지켜보고 있었다. 불과 몇 시간전 대낮에 넥센과의 경기를 치르고, 웨이트 트레이닝까지 마치고 온 뒤라 얼굴에는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연신 박수를 치고 소리를 지르면서 바로 작년까지 자신이 뛰던 팀을 응원했다. “기분이 묘하네요.” 박민우의 말이다. “저기서 같이 뛰고 구르고 하던데 바로 어제 같은데 이렇게 응원하고 있으려니까. 동문 선배님들이 저 경기하는 거 보면서 어떤 느낌이셨을지, 조금은 알 거 같아요.”

그는 3학년인 후배들이 좀 더 팀 분위기를 살리는데 앞장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들 착하고 야구도 열심히 하는데, 너무 성격이 조용해요. 저랑 (박)가람이 있을 때는 잠시도 응원을 쉬지 않고, 긴장 풀리라고 농담도 건네면서 야구했거든요. 고학년인 친구들이 분위기만 잘 살려주면, 더 강한 팀이 될 수 있어요.” 말이 끝나기 무섭게 휘문고 공격에서 볼넷으로 1사 만루 찬스가 나왔다. 박민우는 선배의 체통을 잠시 잊고, 마치 고교야구 선수가 된 듯 박수를 치고 소리치며 자기 일처럼 기뻐했다. 결국 그 경기에서 휘문고는 5-3의 역전승을 거뒀다. 비록 덕아웃은 아니지만, 관중석에서 보낸 박민우의 응원이 효험을 발휘했는지도 모를 일이다.



NC 박민우는 빠른 발과 정교한 타격, 야구 센스를 두루 갖춘 유망주로 손꼽힌다. 또한 고교 시절부터 투지와 생기가 넘치는 플레이로 팀 분위기를 살리는데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가 많다. (사진=NC다이노스)

휘문고 최고참에서 신생 NC 다이노스의 막내가 된 올 시즌에도, 운동장에 활력을 불어넣는 박민우의 장기는 여전하다. “항상 쾌활하고 팀원들을 기분 좋게 해주는 선수입니다.” NC의 한 관계자의 말이다. “우리 팀 선수들이 대체로 차분하고 조용한 편이라서, 팀 분위기를 생각하면 덕아웃에서 톡톡 튀는 활력소 역할을 할 선수가 꼭 필요하거든요. 다행히 막내뻘인 박민우나 황윤호 같은 선수들이 파이팅 넘치는 모습으로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해주고 있습니다.”

지칠 줄 모르는 활기, 넘쳐나는 에너지는 박민우가 처음 야구를 시작하게 된 이유이기도 하다. “잠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는 성격이었어요.” 박민우의 얘기다. “친구들이랑 장난치는 거 좋아하고, 뛰어다니면서 노는 걸 좋아했죠. 가만히 아무것도 안하고 있으면 좀이 쑤셔서 견디질 못했죠. 그러니 운동이라도 하면서 움직여야죠. 축구도 좋아하고 농구도 해봤는데, 그 중에서도 야구장에서 뛰는 게 제일 좋더라구요.”

그 주체할 수 없는 힘을 박민우는 그라운드 위에서 아낌없이 쏟아부었다. 2루타가 될 타구에는 3루까지 내달렸고(작년 3루타 6개), 1루를 밟은 뒤에는 쉴새없이 2루와 3루를 훔치며 상대 내야를 뒤흔들었다. NC 유니폼을 입고서도 백만 스물 한번 달려야만 직성이 풀리는 모습은 모습은 여전했다. 애리조나 캠프에서 열린 프로팀과의 연습 경기에서, 박민우는 거의 대부분의 경기에 1번타자 2루수로 출전해 펄펄 날았다. 창단 첫 프로팀과의 경기인 KIA전에서는 2안타 1득점 1도루를 기록했고, 한화와의 경기에서는 이틀간 3안타 1도루로 팀의 첫 승리를 이끌었다. 캠프를 지켜본 관계자들이 NC에서 나성범과 더불어 가장 주목할 만한 선수로 박민우를 꼽은 것도 당연한 일.

그런데 막상 퓨처스리그가 개막한 뒤, NC 선수단에서 박민우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선발 2루수 겸 1번타자로는 영동대 출신의 이상호가 계속해서 기용됐다.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병원에 입원해 있었어요.” 박민우가 미간을 찌뿌리며 이야기했다. “시즌 시작할 쯤 해서 갑자기 간 수치가 높게 올라가지 뭐에요. 진찰을 받아보니까 바이러스 침입으로 담낭염에 걸렸다고 하더라구요. 할 수 없이 열흘 동안 꼼짝없이 누워 있었죠. 홈 개막전도 TV를 통해서 봐야 했어요.”

새로워진 마산구장 필드에서 마음껏 뛰어다녀야 할 시기에 병원 침대에 가만히 누워있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정말 부러웠어요. 고교 때부터 관중 없는 데서 야구를 해버릇 해서, 많은 관중들 속에 야구하는 게 소원이었거든요. 개막전을 TV로 봤더니 외야까지 관중이 가득 찼더라구요. 속으로 생각했죠. 내가 지금 여기서 뭐하는 거냐, 라구요.” 게다가 자신의 자리인 톱타자 겸 2루수에서 이상호가 펼치는 맹활약도 신경이 쓰이지 않을 수 없었다. “상호형이 정말 잘하시더라구요. 솔직히 보면서 아무렇지 않았다면 거짓말이고 (웃음) 저 형 왜 저렇게 잘하나, 내가 돌아가도 자리가 없는 거 아닌가 걱정도 했죠. 그 기간이 저한테는 자극이 많이 됐어요.”

퇴원한 뒤, 박민우는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복귀 준비에 박차를 가했다. 애리조나 캠프 때까지의 하늘에 붕 뜬 듯한 기분은 머리에서 지워버리고, 도전자의 입장에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했다. “병원에 누워있다 보니까 기껏 만들어 놓은 체력이나 근육이 다 빠져나갔어요. 그래서 일주일 동안은 아무 생각 않고 체력단련하고 웨이트에 온 힘을 기울였죠. 형들 경기하는 동안에도 구장 내에서 혼자 훈련을 계속했어요.”



박민우의 타격은 스윙이 간결하고 공을 맞히는 재주가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가 가장 좋아하는 선수는 일본의 가와사키, 한국의 정근우다. (사진=배지헌)

마침내 4월 27일 이천에서 열린 두산전부터 박민우는 다시 스타팅 라인업에 포함될 수 있었다. “그날 처음으로 타격연습 재개하고 캐치볼도 하고 했거든요. 그런데 감독님께서 바로 라인업에 넣으시더라구요. ‘몸이 아직 완전하지 않더라도, 경기에서 자신 있게 방망이 내고 뛰면서 한시라도 빨리 감각을 찾으라’는 게 감독님 뜻이었어요. 솔직히 긴장도 많이 됐죠. 첫날은 하필 진야곱 선배가 상대 선발인데 좌투수라서 그런지 공도 잘 안 보이고, 애를 많이 먹었죠. 다행히 3연전 하는 동안 행운의 안타 같은 걸로 경기마다 한 번씩은 출루를 했어요. 그리고 감독님 말씀대로 경기에 나가서 치고 달리니까, 확실히 감각이 빨리 살아나더라구요.”

두산과의 3연전 이후로, 박민우는 단 한 경기도 거르지 않고 계속해서 톱타자 겸 2루수로 자리를 지키고 있다. 경쟁자인 이상호는 유격수로 자리를 옮겨 박민우와 키스톤 콤비를 이루는 중이다. 현재까지의 개인 성적은 22경기 타율 2할8푼9리에 2루타 4개, 3루타 3개, 도루 3개. 3루타 중 하나는 LG 리즈에게 기록한 것이고, 홈런이 빠진 싸이클링히트를 기록한 경기도 있었다. 시즌 초반 부상을 겪은 고졸 신인의 성적으로는 아주 뛰어난 편이지만, 본인에게는 불만족스럽다. “안타는 그럭저럭 치긴 하는데, 타율이 좀처럼 오르질 않네요.“ 지난해에도 4할7푼7리를 쳐놓고 5할 타율을 못 이뤘다며 아쉬워했던 그다. 무엇보다 아직 고교시절만큼 많은 도루를 하지 못한 게 아쉬운 점이란다. ”뛸 기회가 생각만큼 많지가 않은 것도 있지만, 아직 회복한지가 얼마 안 되어서 발이 무겁게 느껴지는 탓도 있는 것 같아요. 날이 점점 더워지니까, 조금씩 나아지겠죠.“

박민우가 타격보다 더 신경쓰고 있는 부분은 2루 수비다. “프로에 온 뒤로 타격과 주루보다는 수비가 더 어렵게 느껴져요. 스스로 많이 좋아졌다고 느끼긴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어렵고 해야 할 것들도 많아요.” 2루 수비 중에서도 송구 동작 개선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고교 시절 팔꿈치 수술을 받은 이후, 언제나 박민우에 대해서는 ‘송구 능력이 아쉽다’는 평가가 끊이지 않았다. 스스로도 이를 잘 안다. “정확한 송구를 하기 위해 스로잉 동작을 많이 연습하고 있어요. 일부러 유격수 자리에서 던지는 연습도 해요. 매번 가까이에서만 던지면 그만큼밖에 못 던지니까요.” 그가 롤모델로 삼는 SK 정근우도 피나는 노력을 통해 입스를 극복하고 최고의 2루수가 됐다. 박민우는 자신도 노력하면 그와 같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프로에서 첫 해를 맞는 신인 박민우에게 창원 홈 관중들의 열성적인 응원은 아직까지 신기하기만 하다. “많은 관중들 앞에서 경기하면 정말 짜릿한 느낌이에요. 뿌듯하기도 하구요. 타석에 들어설 때 제 이름을 외치는 소리를 들으면, 저도 모르게 웃음도 나와요. 관중들 앞에서 경기하니까 선수들 입장에서는 더 경기에 집중하게 되고, 경기가 재밌는 것도 사실이죠.” 그러다 보니 창원 홈경기를 계속하다 절간처럼 조용한 다른 2군구장에 원정을 가면, 집중하는데 애를 먹는다고.

박민우가 NC 덕아웃의 청량제 역할을 한다면, 박민우 본인에게는 마산 NC 팬들의 응원이 활력소인 셈이다. “팬들이 많이 와주실 거라고 기대는 했지만, 이렇게까지 많이 오실 줄은 생각도 못했어요. 주말마다 몇 천명씩 관중이 들어오니까요. 운동 끝난 뒤에 구장 밖에 나가도 기다리는 분들이 많더라구요. 아직까지 보여드린 것도 없는데, 감사할 뿐이죠.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죠.”



2루 수비에 나선 박민우의 모습. 넓은 수비범위를 자랑하지만 아직까지는 보완할 점이 많다는 게 스스로에 대한 냉정한 진단이다. 먼 거리에서도 안정적인 송구를 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사진=배지헌)

앞으로 박민우의 목표는 무엇일까. “내년에 대해서는 아직 생각하지 않고 있어요. 일단 올 시즌 목표부터 이룬 뒤에, 그때 이야기해도 늦지 않을 것 같아요.” 그가 생각하는 올해의 목표는 다치지 않고 건강하게 한 해를 보내면서, 최대한 많은 경기에 나가 많은 경험을 쌓는 것이다. “경기에 나가서 직접 부딪히면서, 많이 느껴봐야 할 것 같아요. 고교 때까지 알던 야구와 프로가 어떻게 다른지도 더 느껴야 하고, 앞으로 어떻게 훈련하고 플레이할지도 느끼고 배워야죠. 그렇게 해서 내년에는 훨씬 나아진 모습으로 1군에 모습을 보이는 게 목표입니다.”

인터뷰 다음날에도 어김없이 NC의 경기는 열렸다. 3연패로 몰린 가운데 맞이한 넥센과의 시즌 5차전, NC는 5-3으로 승리하며 연패를 끊는데 성공했다. 선봉에는 톱타자 박민우가 있었다. 첫 타석부터 우중간 3루타로 가볍게 선취득점. 2안타 1득점에 수비에서도 멋진 다이빙 캐치로 관중들의 탄성을 자아냈다. 그가 정신없이 움직일 때마다 덕아웃이 활기를 띄고, 마산 야구장이 들썩이는 게 눈에 보였다. 방전을 모르는 NC의 에너지 공급원, 박민우의 질주는 앞으로도 멈추지 않을 것이다. 그의 심장이 야구장에서 뛰는 동안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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