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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개 구단 필승 카드, 과연 결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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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센은 시즌 전 필승 카드였던 강정호가 맹활약하며 정규 시즌 1위와 함께 폭발적인 팬 증가를 누리고 있다(사진=스포츠춘추 박동희 기자)

“올 시즌처럼 치열한 순위 싸움은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삼성 류중일 감독의 말대로 ‘8강 8약의 시즌’이 펼쳐지고 있다.” KBS 이용철 해설위원의 평이다. 사실이다. 8개 구단 공히 프로야구 일정의 4분의 1 이상을 소화했지만, 5월 24일 기준 1위 넥센부터 7위 KIA까지의 승차는 고작 5.5경기다. 여기다 1위부터 5위 LG까지의 승차도 2.5경기 차에 불과하다. 3연전에서 LG가 전승, 넥센이 전패를 기록하면 언제든 1, 5위가 뒤바뀔 수 있다는 뜻이다. 

이처럼 치열한 순위 싸움 속에서 각 팀은 ‘필승 카드’를 내세워 승수를 쌓으려 한다. 그러나 필승 카드가 척척 들어맞는 팀도 있지만, 반대로 필승 카드가 필패 카드로 둔갑하는 팀도 있다. 시즌 전 8개 구단 감독이 공언했던 필승 카드 전략이 어느 정도 효과를 내는지 살펴봤다. 

넥센의 'A-로드' 강정호  ★★★★★


넥센 강정호(사진=넥센)

넥센은 시즌 전 점찍은 필승 카드가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치며 1위를 달리고 있다. 지난 2월 일본 가고시마 스프링캠프에서 넥센 김시진 감독은 “3번 이택근, 4번 박병호는 제역할을 해주리라 기대한다”며 “5번 강정호만 2009년의 활약을 재현한다면 포스트 시즌 진출도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2009년 강정호는 타율 2할8푼6리, 23홈런, 81타점을 기록하며 리그 최고의 유격수로 우뚝 섰다. 그러나 지난해는 2010년 광저우 아시아경기대회 대표팀 차출로 겨우내 몸을 만들지 못하고, 4번 타자의 중압감 때문에 타율 2할8푼리, 9홈런, 63타점에 그쳤다.

현재 강정호는 김 감독의 기대에 120% 부응하고 있다. 타격 전 부문에서 최상위권을 점하고 있다. 타율 3할3푼3리로 이 부문 공동 3위, 홈런은 13개로 단독 1위, 타점은 33개로 팀 동료 박병호(34개)에 이어 2위다. 특히나 강정호는 그동안 지적됐던 ‘선구안이 좋지 않다’는 평을 무색하게 21개의 볼넷을 얻어내며 이 부문 8위에 올라 있다.

KBO리그에서 대표적인 슬로우 스타터였던 강정호는 “최근 컨디션이 무척 좋다”며 “체력적으로도 아무 문제가 없기 때문에 타율 3할, 25홈런, 80타점 이상을 노려보겠다”고 말했다.

강정호가 개인 성적에만 몰두한다고 보면 오산이다. 강정호가 홈런을 친 12경기(4월 15일 경기는 2홈런)에서 넥센은 8번이나 승리했다. 강정호의 홈런이 팀 승리와 직결됐다는 뜻이다.

‘불펜 김광현’ 박희수와 새로운 마무리 정우람  ★★★★★

SK 박희수(사진=SK)

시즌 전 SK를 우승 후보로 꼽는 야구전문가는 드물었다. 아예 4강권 밖으로 예상하는 이가 많았다. 김광현·송은범 좌·우완 원투펀치가 빠지고, 정대현과 이승호가 떠나버린 불펜진의 약화가 불안한 전망의 배경이었다. 그러나 SK 이만수 감독은 “숨겨둔 필승 카드가 있다”며 카드의 주인공으로 선발요원 윤희상과 불펜요원 박희수와 정우람을 꼽았다.

이 감독은 풀타임 1년 차의 윤희상을 “10승도 가능한 투수”라고 칭찬하고서 “박희수와 정우람이 버틴 불펜진은 지난해와 비교해 전혀 떨어지지 않다”고 주장했다.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이 감독의 생각이 맞았다.

8번의 선발등판을 꼬박 지킨 윤희상은 퀄리티스타트(6이닝 3실점 이하)를 3번 기록하며 3승 3패 평균자책 4.03을 기록 중이다. 공교롭게도 윤희상이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한 날, 팀도 승리하며 SK 선수들 사이에선 “윤희상이 6회까지 3실점 이하로만 막으면 팀이 이긴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박희수·정우람 카드는 SK 승리방정식의 핵심이다. 박희수는 팀이 치른 34경기 가운데 19경기에 등판했다. 박빙의 승부에선 어김없이 박희수가 나왔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실제로 SK가 승리한 19경기 가운데 박희수가 등판한 경기는 15경기였다. SK가 승리한 거의 모든 경기에 박희수가 등판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재 박희수는 3승 12홀드 평균자책 1.08를 기록하며 ‘불펜 김광현’으로 불리고 있다.

정우람은 SK 투수진의 마지막 필승 카드다. 지난해까지 셋업맨으로 뛰었던 정우람은 팀 사정상 올 시즌 마무리를 맡았다. 1승 1패 8세이브 평균자책 2.40으로 세이브 부문 4위에 올라 있다.

이 감독은 “전체 시즌을 고려해 박희수와 정우람을 무리시키지 않고, 적절히 활용할 것”이라며 “두 필승 카드가 남은 경기에서도 맹활약해주리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부상에도 고군분투 중인 김현수와 ‘명불허전’ 니퍼트 ★★★★

두산 김현수(사진=두산)

5월 중순 들어 다소 주춤하지만, 두산도 예상한 필승 카드가 제활약을 하고 있다. 시즌 전 두산 김진욱 감독은 타선에선 김현수, 투수진에선 외국인 선발 더스틴 니퍼트를 키플레이어로 꼽았다. 김 감독은 “두 선수가 살아야 두산의 한국시리즈 진출도 가능하다”며 “혹여 두 선수가 다치거나 부진하기라도 한다면, 올 시즌 우리 팀의 전망은 어둡다”고 털어놨다. 결과는 절망보단 희망이다.

올 시즌 김현수는 타율 3할1푼, 17타점으로 3번 타자의 임무를 충실히 하고 있다. 특히나 김현수는 득점권 상황에선 불꽃 방망이를 휘두르고 있다. 득점권 타율 4할4푼8리가 증거다. 아직 홈런이 없다는 게 흠이지만, 김현수는 “꾸준히 안타를 치다보면 홈런도 나올 것”이라며 서두르지 않겠다는 태도다. 김 감독은 “외야 수비에서도 김현수의 활약이 돋보인다”며 개인성적보다 팀 플레이를 우선하는 김현수를 칭찬했다.

니퍼트의 활약은 더 인상적이다. 4월 7일 잠실 넥센 개막전에서 니퍼트는 6이닝을 채우지 못하고 5실점한 채 패전투수가 됐다. 당시 야구계에선 “한국 무대 2년 차인 니퍼트의 투구패턴이 노출됐다”며 “지난해처럼 15승을 따내긴 어려울 것”이란 예상이 주류를 이뤘다. 그러나 니퍼트는 니퍼트였다. 이후 6경기에서 7이닝 이상을 던지며 2실점 이하의 완벽한 투구를 펼쳤다. 6경기 가운데 5번이나 승리를 따내며 다승 부문 공동 1위에 올랐다. 시쳇말로 ‘니퍼트 등판=승리’ 공식이 굳어진 셈이다.

상대 팀들은 니퍼트가 선발이면 경기 전부터 의욕을 상실하는 분위기다. KIA의 모 타자는 “니퍼트의 구위가 지난해보다 훨씬 좋아졌다”며 “원체 우리 팀에게 강한 투수라, 솔직히 ‘볼넷이라도 얻으면 감지덕지’란 생각으로 타석에 선다”고 귀띔했다.

LG의 새로운 4번 타자 정성훈  ★★★★

LG 정성훈(사진=LG)

LG는 4번 정성훈 카드가 들어맞은 경우다. 시즌 초 LG 김기태 감독은 “좌타자 일색의 타선에서 4번은 우타자가 맡을 필요가 있다”며 그 주인공으로 정성훈을 낙점했다. 당시 야구 관계자들은 4번 정성훈 카드를 부정적으로 봤다. 그도 그럴 게 지난해 정성훈의 홈런은 9개였다. 타점도 57개에 불과했다. 특히나 최근 5년간 그가 4번 타순에 배치됐던 건 단, 8타석뿐이었다.

팀 내부에서도 “정성훈에게 극심한 부담을 줄 수 있다”며 “차라리 이병규를 4번에 배치하는 게 낫다”라는 분석이 흘러나왔다. 그러나 김 감독의 전략은 어느 정도 성공했다. 정성훈은 타율 2할8푼6리, 8홈런, 20타점으로 LG 붙박이 4번 타자로 맹활약 중이다.

정성훈이 상대 팀 에이스에게 강하다는 건 큰 장점이다. 정성훈은 두산 김선우와 삼성 윤성환, 롯데 라이언 사도스키에게 타율 3할3푼3리, 한화 류현진과 넥센 브랜든 나이트에겐 6타수 3안타로 5할, KIA 서재응과의 맞대결에선 2타수 2안타를 기록 중이다.

갑작스런 부상에 시달린 KIA 필승 카드, 이범호와 한기주 ★★★


KIA 이범호(사진=스포츠춘추 박동희 기자)

KIA는 필승 카드가 ‘부상’으로 무너진 사례다. 시즌 전 KIA 선동열 감독은 “뒷문 강화를 위해 한기주를 마무리로 쓰겠다”고 밝혔다. 타선의 중심은 이범호에게 맡기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두 선수는 시즌 초반 팀 성적에 전혀 도움을 주지 못했다.

한기주는 시즌 초 3경기에 등판하고서 팔꿈치 통증으로 1군에서 제외됐다. 이범호는 시범경기 중 햄스트링 부상으로 아예 개막전부터 2군에 머물렀다. 두 필승 카드를 써보지도 못한 KIA는 뒷문이 약해지며 역전패 1위(9패)와 팀 홈런 최하위(12개)의 불명예를 뒤집어썼다.

다행스럽게 이범호와 한기주는 최근 1군에 승격됐다. 이범호는 1군 승격 후, 타율 3할8푼1리, 2홈런, 6타점으로 이름값을 하고 있다. 한기주도 22일 한화전에서 3타자를 상대로 볼넷 1개만 내주는 정상적 투구를 펼쳤다.

선 감독은 “이범호는 계속 중심타자, 한기주는 천천히 페이스가 오르면 마무리로 기용할 계획”이라며 “양현종도 어느 정도 페이스를 찾은 만큼 조금씩 팀이 안정을 찾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리그 최고의 타자에서 최악의 타자로 돌변한 삼성 최형우 ★★

삼성 최형우(사진=삼성)

필승 카드를 통해 승수를 쌓는 팀도 있지만, 반대로 필승 카드가 통하지 않아 위기에 빠진 팀도 있다. 대표적인 팀이 삼성이다. 시즌 초 삼성 류중일 감독은 “지난 해 홈런왕 최형우가 이승엽 효과를 톡톡히 볼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니까 이승엽의 입단으로 최형우의 심적 부담이 확 줄 것이라는 분석이었다.

많은 야구해설가도 “이승엽이 3번을 치면 상대투수들이 이승엽을 피하느라, 4번 최형우와 맞대결할 게 자명하다”며 “그만큼 최형우에게 정면승부 기회가 자주 찾아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현실은 반대였다.

최형우는 팀이 치른 34경기에 꾸준히 출전했지만, 홈런을 기록하지 못했다. 전해 홈런왕이 다음해 140타석이 지나도록 홈런을 치지 못한 건 최형우가 유일하다. 게다가 지난해 3할4푼이던 타율도 2할6리로 뚝 떨어졌다. 주자 있을 때 타율도 2할1푼4리밖에 되지 않아 “최형우가 타석에 서면 찬스가 무산된다”는 비난을 들었다. 최형우는 병살타 7개로 이 부문 1위이기도 하다.

최형우는 5번 타순으로 재배치됐지만, 계속 타격감을 찾지 못하고 5월 21일 2군으로 내려갔다. 그러나 최형우가 계속 헤매일 것 같진 않다. 무너진 타격감만 찾는다면 언제든 지난해의 최형우로 돌아올 것으로 보인다. 부상이 없는데다, 자신이 무엇을 해야할지 잘 아는 선수이기 때문이다.

외국인 에이스 사도스키와 토종 선발진의 동반 부진 롯데 ★★

롯데 외국인 투수 라이언 사도스키(사진=롯데)

시즌 초 1위를 달리던 롯데는 필승 카드의 부진으로 상승세가 주춤하다. 외국인 투수 라이언 사도스키의 부진이 아쉬웠다.

2010, 2011년 2년 연속 10승 이상, 평균자책 3점대를 기록한 사도스키는 시즌 전만 해도 롯데 선발진의 핵이었다. 롯데 양승호 감독은 “타이완리그 출신의 무명투수 쉐인 뉴먼을 믿기엔 부족함이 있다”며 “에이스 장원준이 빠진 만큼 나머지 선발투수들이 전해보다 2, 3승을 더 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 감독은 내심 지난해 11승을 거둔 사도스키가 13승 이상을 기록하길 바랐다. 그러나 사도스키는 올 시즌 8경기에 선발 등판해 1승 2패 평균자책 5.49의 초라한 성적을 기록 중이다. 피안타율이 3할에 육박하는 2할9푼7리에 이를 만큼 구위가 좋지 않다. 볼넷도 25개로 한화 양훈, 넥센 강윤구에 이어 리그에서 가장 많다.

양 감독은 “해마다 사도스키가 시즌 초엔 성적이 좋지 않았다”며 “더워질수록 제구가 점점 나이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사도스키는 5월 20일 사직 KIA전에서 5이닝 1실점으로 올 시즌 첫 승을 따냈다. 그러나 양 감독의 낙관적 예상에 동감을 나타내는 야구전문가는 많지 않다.

언젠가 제구는 잡힐지 몰라도, 사도스키의 구위가 지난해와 비교해 떨어졌기 때문이다. 사도스키와 두 차례 상대한 넥센 모 타자는 “컷패스트볼과 싱커의 꺾이는 각이 예전만 못하다”며 “속구 구위도 그리 인상적이지 못하고, 제구가 불안정하다”고 평했다.

실제로 사도스키는 2010년 시즌 7경기 만에 승리투수가 됐다. 첫 승 이전까지 사도스키는 평균자책이 5점대였다. 그러나 이닝당출루허용수(WHIP)는 1.38개로 제구만큼은 그리 흔들리지 않았다. 지난해는 3경기만에 첫승을 따냈는데, 앞선 2경기에서 평균자책 1.10, WHIP 0.67를 기록했다. 첫승을 따내기 전에도 구위는 좋았다는 의미다. 그러나 올 시즌은 첫승을 거두기 전까지 평균자책은 6.00, WHIP은 1.83으로 매우 높았다. 첫 승을 따내던 경기에서도 제구는 여전히 흔들렸다. 사도스키 특유의 외곽과 내곽에 걸치는 공에 올 시즌 구심들의 손이 올라가지 않는 것도 악재다.

사도스키의 부진과 함께 송승준, 고원준도 덩달아 평균자책 4.90 이상을 기록하며 롯데 선발 마운드는 계속 흔들리고 있다.

골든 글러버 이대수의 추락에 신음하는 한화 ★★

한화 이대수(사진=한화)

한화는 필승 카드가 필패 카드로 둔갑한 경우다. 시즌 전 한화 한대화 감독은 “스프링캠프 내내 내야진 안정을 위해 많은 노력을 쏟았다. 그 결과 유격수 이대수와 3루수 이여상의 수비실력이 상당히 좋아졌다”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스프링캠프에서 지켜본 이대수는 지난해 골든글러브 유격수 수상자가 되며, 자신감이 충만했다. 한화의 골칫거리였던 주전 3루수 자리를 꿰찬 이여상도 뭔가 보여주겠다는 생각이 강했다. 시즌 10경기를 치른 4월 19일까지 한 감독의 기대는 현실이 되는 듯했다. 이대수는 타율 1할8푼2리로 부진했지만, 수비에선 실책 3개만을 기록하며 준수한 활약을 선보였다. 3루수 이여상은 타율 3할3푼리, 실책 1개로 기대 이상의 성적을 냈다. 그러나 두 선수의 선전은 오래가지 못했다.

4월 19일 이후 이대수는 타율을 2할5푼까지 끌어올렸으나, 실책 5개를 추가했다. 이여상은 타율이 1할이나 떨어졌고, 3루 수비에서 많은 문제점을 노출했다.

가뜩이나 두 선수의 수비실책이 팀 패배와 직결되며 한화 팬들은 “이대수, 이여상을 출전시키지 마라”고 강하게 요구했고, 코칭스태프는 궁지에 몰렸다. 결국 두 선수는 5월 16일 2군으로 내려갔다.

한 감독은 “두 선수에게 팀 패배의 책임을 묻고자 2군행을 지시한 게 아니다”라고 하면서도 “이대수와 이여상의 2군행을 통해 선수들이 ‘나 아니면 누가 있나’하는 안이한 생각을 버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모 야구해설가는 “올 시즌 한화의 실책이 무려 32개나 된다. 그러나 기록되지 않은 실책성 플레이까지 포함하면 한화 수비진은 프로야구 사상 최악의 수비를 보여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덧붙여 이 해설가는 “한화는 실책뿐만아니라 주루, 팀 플레이에서도 개선할 점이 무수히 많다”며 “2군 훈련장 부재와 육성 투자 부족이 오늘의 사태를 이끌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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