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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관련/프로야구

'역전을 포기하게 만드는 투수' KIA 윤석민의 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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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조인식 기자] KIA 윤석민은 17일 서울 목동구장에서 열린 경기에서 넥센 히어로즈를 맞아 3피안타 1실점으로 완투승을 거뒀다. 특히 14탈삼진을 잡아내면서 사사구는 하나도 기록하지 않는 완벽한 피칭으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

이날 넥센의 유일한 득점은 2회 터진 박병호의 솔로홈런이었다. 3회부터 9회까지는 윤석민의 벽을 넘지 못했다. 단 한 번의 찬스는 6회에 찾아왔다. 선두타자 허도환이 2루타를 치고 나갔다. 1-2로 뒤지던 넥센 입장에서는 동점 혹은 역전으로 갈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다음 타자는 9번 서건창. 김시진 감독의 작전은 번트였다. 번트로 2루주자를 3루까지 진루시킨 뒤 후속타자들의 안타가 터지지 않더라도 1번 장기영의 외야 플라이나 땅볼 등으로 한 점을 짜내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는 시도였다.

다시 처음 상황으로 돌아와 보자. 당시 넥센은 한 점을 뒤지고 있었다. 김 감독의 구상대로 1점을 추가하더라도 2-2 동점이 되는 상황이다.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의 법칙은 야구에도 적용된다. 김 감독은 역전할 수 있는 적은 확률 대신 동점을 만들 수 있는 조금 더 큰 확률에 매달렸다.

다시말해 6회 넥센은 역전을 노리기보다 동점을 노린 것이다. 동점을 만든 후 불펜 싸움에서는 뒤지지 않는 계산이 섰을 수도 있다. 이날 윤석민의 구위를 감안했을 때 단번에 역전까지 하겠다는 것은 큰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도박같은 선택일 확률이 컸다. 김 감독은 상황에 맞게 합리적인 선택을 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작전 수행에 문제가 생겼고, 후속 타자들이 삼진으로 침묵하며 김 감독의 선택은 결과론에 의해 의미가 없어졌다. 

여기서 결과에 관계없이 흥미로운 것은 윤석민의 빼어난 구위와 정확한 제구력이 넥센 스스로 역전의 가능성을 포기하게 만들었다는 점이다. 넥센은 언제 올지 모르는 ‘윤석민이 물러난 이후’를 승부처로 그리고 있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윤석민이 끝까지 마운드에서 버티면서 넥센의 꿈도 이뤄지지 못했다. 역전의 기대마저 단념케 하고 동점에 만족하게 만들 정도로 이날 윤석민의 투구는 완벽에 가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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