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박찬호(39)는 국내 복귀전에서 승리를 따내며 화려하게 '영웅의 귀환'을 알렸다. 그러나 그가 한국 무대에 완전하게 연착륙하고 한화의 선발 투수로서 풀타임을 소화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가 몇 가지 남아있다. 미국 메이저리그 시절부터 약점으로 지적됐던 왼손 타자와의 승부 그리고 국내 복귀 뒤 한 번도 넘지 못한 투구수 100개의 벽이다.
▶왼손을 넘어라
박찬호는 지난 12일 청주 두산전에서 6⅓이닝 동안 4피안타 2실점 호투하며 승리를 따냈다. 국내 복귀전임을 감안하면 나무랄 데 없는 투구 내용이었다. 그러나만 두산 타선에 왼손 타자가 별로 없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박찬호는 메이저리그 시절부터 왼손 타자에 약했다. 메이저리그 17시즌 통산 왼손 상대 피안타율(0.271)이 오른손(0.221)보다 5푼이나 높다. 박찬호는 두산전에서 대타 두 명(윤석민·허경민)을 포함해 총 11명의 타자를 상대했는데 그중 왼손은 세 명(이종욱·정수빈·김현수)뿐이었다. 두산은 왼손 타자 대처능력을 검증하기에 그다지 적합하지 않은 상대였다.
반면 박찬호는 '왼손 군단' LG 타선에 약점을 드러냈던 적이 있다. 그는 지난달 30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와의 시범경기에서 5이닝 동안 10피안타 8실점으로 무너졌다. 당시 LG 타선에는 이대형·이병규(등번호 9)·이진영·박용택·서동욱·오지환 등 6명의 왼손 타자가 있었다. 이들은 박찬호를 상대로 타율 0.368(19타수7안타) 1볼넷을 기록했다.
▶100개를 넘어라
박찬호는 국내로 복귀한 뒤 아직 한 번도 투구수 100개를 넘기지 못했다. 그는 지난 12일 두산전에서 92개의 공을 던지고 마운드를 내려왔던 상황을 떠올리며 "아쉬웠다. 체력적으로는 괜찮았다"고 했다. 그러나 두산전 구심을 맡았던 박기택 심판위원은 "5회초가 지나고부터는 (박찬호의) 직구에 묵직함이 줄었다"고 했다. 이날 박찬호와 호흡을 맞췄던 포수 신경현(37)은 6회초를 마친 뒤 한대화(52) 한화 감독이 "(박)찬호의 공이 어떠냐"라고 묻자 "힘이 조금 떨어졌습니다"라고 대답했다. 그리고 7회초 1사 1·2루에서 박찬호에게 교체를 권유했다.
한대화 감독은 박찬호의 두산전 투구 내용을 설명하며 "공 끝에 힘이 있고 움직임이 좋았다"고 했다. 문제는 이렇게 '좋은 공'을 몇 개나 던질 수 있느냐다. 한 감독은 "100개는 던져야 하지 않겠나"라고 했다. 불펜진이 두텁지 않은 한화의 팀 사정을 고려하면 선발 투수에게 투구수 100개는 반드시 채워야 할 조건이다.
정민철(40) 한화 투수코치는 "(박)찬호가 한 경기 승패보다 선발투수로서 한 시즌을 로테이션에 맞춰 완전히 소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했다. 왼손 타자와의 승부, 투구수와의 전쟁은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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