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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관련/프로야구

두산의 1회 8득점, 예전 '인내력 타격' 부활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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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거칠것 없던 공격이 다시 나온 경기다. 한 방을 노리기보다 인내심 있게 좋은 공을 기다린 두산 베어스 타자들이 삼성 라이온즈 좌완 에이스 장원삼(29)을 무려 1회서만 53개의 공을 던지게 했다.

두산은 지난 17일 잠실 삼성전서 선발 임태훈의 5이닝 무실점 호투와 1회 타자일순 8득점한 공격력을 앞세워 9-1 대승을 거뒀다. 이날 승리로 두산은 시즌 전적 4승 1무 3패(17일 현재)를 기록하며 단독 3위 자리에 올랐다.

특히 1회 두산의 공격은 장원삼에게 8점을 뽑아냈다는 것보다 장원삼의 공을 웬만하면 기다리는 전략으로 공략하기 좋은 공을 때려냈다는 점을 주목할 만 했다. 이날 장원삼은 1회에만 53개의 공을 던지며 1피홈런 6피안타(탈삼진 1개, 사사구 4개) 8실점으로 데뷔 이래 최악의 투구를 기록하고 말았다.

1회말 선두타자 이종욱은 투수 앞 땅볼로 아웃되기는 했으나 장원삼에게 6개의 공을 던지게 했다. 이는 그동안 김진욱 감독이 강조했던 부분 중 하나다. “선두타자로서 초구 좋아보이는 공을 때려내기보다 후속 타자들을 위해 웬만하면 많은 공을 볼 수 있게 해달라”라는 주문에 충실했던 이종욱이다. 그날 경기의 스트라이크 존이나 상대 투수의 투구 패턴을 파악할 수 있도록 길을 안내하는 ‘향도관’ 역할을 바라는 이야기였다.

주문은 적중했다. 지난 15일 사직 롯데전서 2안타 멀티히트로 좋은 감을 보여준 손시헌은 2번 타자로 전진 배치되어 장원삼의 3구 째를 당겨 좌전 안타로 연결했다. 김현수도 초구 파울 이후 기다리는 전략으로 볼넷을 얻어냈다. 김동주는 장원삼이 동요하기 시작한 1사 1,2루 찬스에서 그의 제대로 떨어진 슬라이더를 배트 끝으로 걷어올리는 컨택 감각으로 1타점 좌전 안타를 터뜨렸다.

백미는 최준석의 쐐기 스리런이었다. 초구 헛스윙 이후 세 개의 볼을 잘 골라낸 최준석은 5구 째를 흘려보낸 뒤 6구 째 파울로 좀 더 장원삼을 괴롭혔고 결국 7구 째 슬라이더(132km)가 가운데로 몰린 틈을 타 그대로 좌중월 3점 홈런으로 장원삼을 두들겼다. 홈런을 때려냈다는 점보다 풀카운트까지 몰고 간 최준석의 타석 내용이 더욱 좋았던 대목이다. 이후로도 두산은 장원삼을 상대로 무려 5점을 더 뽑아냈다.

2007~2009시즌 두산의 공격은 자신이 원하는 공을 때려내기보다 마운드의 투수를 압박하는 능력이 뛰어났다. 이종욱-고영민-민병헌-오재원 등 누상에서 빠른 주자들이 상대 배터리를 두렵게 했던 것과 더불어 모든 타자들이 연결형 타자의 모습을 보여주며 호쾌한 한 방보다 투수를 최대한 괴롭혀 연결형 타구를 때려내려는 노력을 보여줬던 바 있다. 당시 한 야구인은 “스타 플레이어가 많지 않은 팀이지만 자신이 타석과 누상에서 어떻게 투수를 괴롭혀야 하는 지 알고 있는 선수들”이라며 두산 선수들의 능력을 칭찬했던 바 있다.

두산의 플레이 스타일이 변한 것은 2010년이 기점이었다. 당시 두산은 거포가 중심이 된 타격으로 변모하면서 외적으로는 무섭게 변했으나 상대 투수진에게는 ‘노림수 타격만 주의하면 되는 팀이다. 몰린 카운트에서 결정구를 던지면 그대로 무너질 팀’이라는 이미지로 이어지고 말았다. 타 팀 투수 중 한 명은 “2010년 20홈런 이상 5타자를 배출했어도 2000년대 말의 모습이 오히려 더 무서웠다. 어떤 결과가 나올 지 예측할 수 없던 팀이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하기도 했다.

그러나 17일 삼성전은 투수를 먼저 괴롭혔다가 원하는 공을 공략하는 스타일의 타격이 오랜만에 나왔다. 장원삼이 어느 상황, 어느 볼카운트에서 던질 수 밖에 없는 공을 인내심과 센스를 바탕으로 기다렸다 때려내는 타격으로 혼쭐 낸 두산 타선. 17일 삼성전 대승은 2012시즌 두산 타자들을 어떻게 바꿔놓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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