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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관련/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진출 희망하는 류현진, “응답하라, 한화 이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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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이 메이저리그 진출에 대한 입장을 다시 한 번 확고히 다졌다. 김응용 감독이 한화 사령탑으로 선임됐다는 소식을 듣고 환호성을 질렀다는 그는 김 감독이 감독 부임 전에 했던 말대로 자신을 메이저리그로 보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사진=일요신문 박은숙 기자)

‘괴물’ 에이스 류현진(25)의 가을이 싱숭생숭하기만 하다. 올시즌을 마치고 메이저리그 진출을 희망했던 그한테 드리운 상황이 장밋빛 미래만을 떠올리게 하지 않기 때문이다.

새로 부임한 김응용 감독은 류현진의 메이저리그 진출과 관련해서 ‘에이스’의 필요성을 역설한 바 있다. 더욱이 한화 투수진의 현실을 고려할 때 김 감독 입장에서 선뜻 류현진을 보내주겠다고 말하기 곤란한 부분도 있을 것이다.

류현진도 김 감독의 입장을 이해한다는 반응이다. 그러나 김 감독이 한화 감독이 되기 전, 기자들과의 인터뷰에서 “류현진은 하루 빨리 메이저리그로 보내야 한다”고 말했던 부분이 류현진에게 기대감과 안타까움을 동시에 갖게 하는 것 같다.

지난 10월 17일, 대전에서 류현진을 만났다. 인터뷰 형식은 ‘취중토크’였다. 류현진이 야구장 밖에서 ‘취중토크’를 하는 건 프로 데뷔 후 처음이라고 한다. 그만큼 그의 속이 답답하다는 걸 증명하는 셈이다.

올시즌 27경기에 선발 등판해 9승9패, 평균자책점 2.66을 기록한 류현진은 데뷔 후 7시즌 연속 두 자릿수 승수 달성에 실패하며 아쉬움이 남는 한 시즌을 보내야만 했다.

“10승 달성, 한대화 감독님과의 약속이었는데…”

-아무래도 올시즌 마지막 경기였던 넥센전을 잊지 못할 것 같다. 1-0으로 앞선 상황에서 7회 강정호한테 솔로 홈런만 맞지 않았어도 10승을 채울 수 있었을 텐데 말이다.

“그 경기 이후로 강정호하고는 전화 한 통 안 했다. 대전 오면 매일 같이 저녁을 먹었을 정도로 친분이 두터웠는데 내가 삐쳐서 전화 안했다. 그런데 그 친구도 전화를 안 하더라(웃음). 미안해서라도 자기가 먼저 전화해야 하는 거 아닌가?”

-마지막 경기에서 데뷔 후 처음으로 10이닝을 던졌다. 역투를 펼쳤음에도 불구하고 승을 거두지 못해 실망감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을 것 같다.

“9회 끝나고 잠시 고민했지만 무조건 10승을 챙기자는 마음에 더 던지겠다고 결심했다. 더욱이 9회까지 108개 정도의 볼을 던졌기 때문에 더 안 던질 이유가 없었다. 만약 10회에도 공을 적게 던졌더라면 계속했을 지도 모른다. 정말 간절했다. 10승이….”

-10승이 간절했던 진짜 이유가 무엇인가? 7년 연속 두 자릿수 승수 달성 때문이었나?

“(한참 생각을 하다가 조심스럽게 입을 연다) 사실 한대화 감독님이 선수들과 마지막 인사를 하실 때 나를 따로 부르신 후 하신 말씀이 있었다. ‘꼭 10승하라’고. 그래서 나도 10승을 달성하겠다고 약속드렸다. 그런데 그 약속을 지키지 못해 마음이 너무 아팠다. 나한테 7년 연속 두 자릿수 승수 달성은 큰 의미가 없다. 이루면 어떻고, 못하면 또 어떤가. 한 감독님과의 약속이 있었기 때문에 그걸 이루고 싶었다.”

한화와 넥센전 마지막 경기에서 9회 이후 무승부에 들어가자 한화 송진우 코치가 마운드에 올라 류현진과 대화를 나눈다. 류현진은 이날 '더 던지고 싶다'고 말했단다. 이유는 '약속'을 위해서였다.(사진=연합뉴스)

-올시즌 한화가 유독 부침이 많았다. 시즌 도중 사령탑이 경질되는 상황도 겪었는데 선수 입장에선 이런 부분을 어떻게 받아들였나.

“에이스로서 제 역할을 하지 못해 죄송했다. 당시 내가 6승 정도를 거둔 터라 더더욱 고개를 들 수 없었다. 감독님이 한화를 맡으신 후 좋은 성적을 내지 못했다. 누굴 탓하겠는가. 다 내 탓이지.”

-‘류현진’하면 ‘불운의 투수’ ‘타선의 지원을 받지 못하는 투수’ 등으로 불린다. 올해 잘 던지고도 승을 챙기지 못한 경기가 많았기 때문이다.

“새삼 야구가 어렵다는 걸 느꼈다. 승수를 올리는 게 결코 쉽지 않은 일이라는 사실도 절감했다. 프로 데뷔 첫 해 18승을 거뒀는데 지금 그때를 생각하면 ‘어떻게 해서 그런 승수를 챙겼지?’하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하지만 타선의 뒷받침 여부를 내 성적과 연결 짓고 싶지 않다. 타선이 터지지 않는다면 내가 더 잘 던졌어야 한다. 내가 얻어맞았기 때문에 지는 게 아닌가. 불펜도 마찬가지다. 가끔 (장)성호 형이 이런 농담을 하신다. 타선이 2점을 터트렸는데 내가 2점을 내주면 ‘현진아, 네가 잘 막았어야지’라고. 그럴 땐 나도 ‘선배님이 좀 더 때려주셨으면 되잖아요’라고 대응한다(웃음). 선후배들 사이에는 성적과 관련해서 ‘이상한’ 마음이 들지 않는다. 서로 잘했으면 된다. 남의 탓 하는 게 못난 짓이다.”

(류현진은 술자리에서도 말수가 많은 편이 아니었다. 평소 신중한 성격이 야구장 밖에서도 그대로 드러나는 듯하다. ‘취중토크’를 시작하기 전, 꽃집에서 양해를 구하고 사진촬영을 했는데 꽃집 여주인이 류현진 팬임을 자처하며 사진을 같이 찍어달라고 부탁하자, 그의 얼굴이 살짝 붉어진다^^.)

“김응용 감독님 오신다고 해서 환호성 질러”

-이제 본격적인(?) 질문을 해야 될 것 같다. 메이저리그 진출 문제가 여전히 ‘뜨거운 감자’로 회자되고 있다. 김응용 감독이 새로 부임하면서 낙관론과 비관론이 함께 대두되고 있는데 선수 입장에선 어떻게 해석하고 있나.

“처음에 감독님이 오신다는 얘기를 듣고 환호성을 질렀다. 감독님은 평소에 기자들과 인터뷰하실 때마다 ‘현진이는 무조건 미국으로 보내야 한다’고 주장하셨던 분이셨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화에 오신 이후부터 말씀이 달라지셨다(웃음). 구단은 감독님 생각을, 감독님은 구단 의향이 먼저라고 말씀하시면서 미루신다.”

평소 류현진의 메이저리그 진출을 찬성했던 김응용 감독이 한화 감독으로 오게 되자, 류현진은 환호성을 질렀다고 한다. 그러나 그 환호성은 오래 가지 못했다.(사진=연합뉴스)

-김응용 감독이 ‘류현진은 팀의 기둥이기 때문에 기둥이 빠지면 안 된다’라고 말씀하셨는데….

“물론 새로 부임하신 터라 나를 보내주시기 힘들 수도 있다. 감독님 입장도 이해가 된다. 하지만 객관적으로 봐주셨으면 좋겠다. 난 올시즌을 한국 팬들에게 선보이는 마지막 시즌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마지막 경기 때 더 멋진 모습을 선보이려 했었다. 넥센과의 마지막 경기는 나한테 많은 의미가 있는 게임이었다. 10승을 달성해 한 감독님과의 약속을 지키는 것도 있었고, 대전 팬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드린다고 마음 먹고 마운드에 올라갔었다. 물론 메이저리그에 진출했다가 한국으로 돌아오게 된다면 무조건 한화 이글스에서 마무리할 것이다. 하지만 내년에는 한화 마운드가 아닌 메이저리그에 서고 싶다. 구단도 내 의지를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선수를 직접 불러서 얘기를 해주시지는 않고 계속 언론을 통해서만 서로한테 책임을 미루는 인상을 준다. 그런 모습을 보고 솔직히 가슴이 답답해졌다. 난 한화 이글스를 사랑한다. 내가 갖고 있는 이 사랑이 ‘짝사랑’이 아니었으면 좋겠다. 아마 팬들도 내 마음을, 내 상황을 이해해주시리라 믿는다.”

-만약 구단에서 메이저리그 진출을 허락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하겠나.

“지금은 못 간다는 생각을 해보지 않았다. 구단에서 보내주실 거라 믿고 있다. 내 인생의 방향은 정해져 있다. 돌아가는 스케줄은 없다. 무조건 ‘직진’만 할 것이다.”

-시즌 종료 직전보다 의지가 더 확고해진 것 같다.

“‘2년 뒤 FA가 돼서 더 좋은 조건으로 해외 진출을 해도 늦지 않다’라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그건 당사자가 아니라서 그렇게 말할 수 있다고 본다. 투수한테 1년 2년은 굉장히 중요한 시간이다. 2년 뒤 내가 그들이 말하는 것처럼 더 좋은 조건으로 미국에 갈 수 있다는 보장을 어떻게 할 수 있겠나. 지금은 메이저리그 구단의 오퍼도 많고 6개 팀 정도에서는 에이전트를 통해 지속적으로 내 상황을 보고 받는 것으로 알고 있다. 지난 9월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이 대거 한국으로 들어와 내 투구 폼을 지켜봤다. 당시 좋은 평가를 받았던 모양이다.”

(류현진은 집중해서 던질 때와 그렇지 않을 때가 확연히 차이가 난다고 한다. 9월에는 이전보다 좀 더 집중해서 던진 부분이 좋은 성적으로 이어졌다는 자체 분석이다. 류현진의 간절함이 읽혀지는 대목이다.)

'만약'이라는 질문으로 한화 잔류를 얘기했지만 류현진은 그 조차도 대답하길 꺼려했다. 지금은 뒤돌아보기 보다는 앞만 보고 가고 싶다는 마음 뿐이라고 한다.(사진=일요신문 박은숙 기자)

일본은 지금 계획에 없어

-9월 들어 굉장히 좋은 성적을 냈다. 9월 한 달 간 거둔 성적이 3승 1패, 평균자책 1.33이었다. 메이저리그 스카우트가 보고 있었기 때문인가(웃음).

“솔직히 ‘아니다’라고는 말할 수 없다. 더 집중해서 던진 부분이 있다^^.”

-왜 메이저리그인가? 일본에서도 관심을 보이는 구단이 있는 걸로 아는데.

“최고의 무대 아닌가. (이)승엽 형이나 (김)태균 형을 봤을 때 일본 생활이 쉽지 않은 것 같다. 야구도, 생활도 일본보다는 미국이 더 적응하기에 편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오릭스에서 유심히 지켜본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난 전혀 관심이 없다. 일본 무대보다는 메이저리그만이 내 관심 사항이다.”

-메이저리그 진출을 목표로 하고 있기 때문에 아무래도 먼저 미국 무대에 나가 있는 일본 투수들에 대한 관심이 높을 것 같다. 이와쿠마나 다르빗슈 유의 경기를 본 적이 있나?

“관심은 많은데 메이저리그 경기가 열리는 시간과 내 생활이 다르기 때문에 경기를 제대로 본 적이 없다. 그런데 다르빗슈가 초반보다는 후반 들어 더 좋아진 것 같다. 초반에는 너무 도망 다니는 피칭을 하지 않았나 싶다.”

-미국 진출하기 전에 꼭 보완하고 싶은 부분이 있다면 무엇인가.

“이건 보완할 게 아니라 욕심나는 부분이다. 바로 (윤)석민 형의 슬라이더이다. 석민 형의 슬라이더는 완전 탐이 난다(웃음). 그것만 제대로 던질 줄 안다면 한 마디로 ‘대박’ 아닌가. 석민 형한테 직접 슬라이더를 배운 적도 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잘 안 된다. 그걸 보면서 내 체인지업을 배우려고 애쓴 선배들이 생각났다. 나도 그런 선배가 찾아올 때마다 아낌없이 가르쳐줬다. 그런데 못 던진다(웃음). SK (송)은범 형도 나한테 체인지업을 배웠지만 내가 던지는 만큼 못 던진다. 그래서 ‘사람’인 것 같다. 내가 석민 형의 슬라이더를 배우려고 노력해도 안 되는 것처럼 다른 선배들이 내 체인지업을 던지지 못하는 부분들이. 참 재미있는 일들이다.”

-만약 메이저리그에 진출한다면 가고 싶은 팀은 어디인가.

“오늘 ‘만약’이라는 질문이 많다(웃음). 어렸을 때는 LA다저스였다. 그러나 지금은 무조건 우승할 수 있는 팀에 가고 싶다. 아니 이기는 팀으로 가고 싶다.”

-승에 대한 ‘한’이 있는 건가?

“그런 건 아니다. 선수라면 당연히 이기고 싶고, 우승도 하고 싶은 게 아니겠나.”

-마지막으로 구단과 김응용 감독에게 하고 싶은 말을 해 달라.

“지금까지 한화이글스 유니폼을 입고 희로애락을 겪었다. 그러나 내 기억 속에는 행복하고 기뻤던 일이 더 많다. 앞으로도 이런 기억만을 갖고 싶다. 내가 어디를 가도 멋있게 갈 수 있도록 도와주셨으면 좋겠다. 부족함이 많은 날 팀의 기둥이라고 평가해주신 감독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워낙 유명하신 분이시고, 개인적으로 감독님 밑에서 야구를 배워봤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나의 간절함을 더 이해해주셨으면 한다. 허락만 해주신다면 구단 사무실에 찾아가 무릎 꿇고 부탁을 드리고 싶은 심정이다.”

류현진은 구단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 12월 메이저리그 윈터미팅이 열리기 전 자신의 문제가 매듭지어지길 바란다. 한화도 이에 대해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과연 류현진은 내년 어느 마운드에서 볼 수 있을까.(사진=일요신문 박은숙 기자)

(류현진은 술을 마시면서도 자세 한 번 흐트러지지 않았다. 지금은 돈이 중요하지 않다고 말한다. 꿈을 이루는 과정과 결과가 훨씬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류현진의 메이저리그 진출에 대해 다양한 시각들이 존재한다. 그 또한 그런 내용들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자신의 인생이고 가장 중요한 선택의 순간이 다가왔기에 자신은 승부를 걸어보고 싶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의 승부와 도전이 어떤 결과로 나타날까. 이젠 김응용 감독과 한화 구단이 류현진의 메이저리그 진출에 대해 답을 해야 할 차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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