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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관련/프로야구

2013 신인 드래프트 리뷰 (2) - LG, 두산, K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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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와 야구 유망주들의 미래를 선택하는 자리, ‘2013 프로야구 신인 지명회의’가 20일 오후 2시 역삼동 르네상스서울 호텔에서 개최됐다. 전체적인 선수들의 기량은 예년보다 떨어진다는 평가도 나왔지만, 9개 구단 스카우트 담당자들은 치밀한 전략과 사전 준비 하에 마지막 10라운드까지 최상의 선택을 하기 위해 애썼다. 9, 10라운드에서 일찌감치 지명권을 포기하는 구단이 많았던 지난해까지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그 결과 올해는 전체 675명의 지원자 중 14%에 해당되는 95명이 프로의 선택을 받는 기쁨을 누렸다. 이는 지난해 12%, 2010년 11%보다 크게 증가한 것으로 신생구단 창단이 야구 선수들의 취업 문을 넓힌다는 사실을 증명한다.

야구팬들의 뜨거운 관심 속에 TV와 인터넷을 통해 생중계된 이날 행사장에는 세계청소년대회 대표팀 선수단과 이성민(영남대), 손동욱(단국대), 손정욱(경희대) 등 지명대상 대학 선수들이 참석해 야구 팬들에게 첫 선을 보였다. 또한 지명 대상자는 아니지만 2학년 청소년대표 선수들이 선배들의 모습을 지켜봤고, 선수 가족과 야구팬들도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뉴페이스들에 대한 팬들의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신인 드래프트에 임한 각 구단의 지명 전략과 특징, 눈여겨 볼만한 주요 지명 선수를 소개하려고 한다. 두 번째로 다룰 팀은 LG 트윈스와 두산 베어스, KIA 타이거즈다. ‘2013 신인 드래프트 리뷰’는 지명 순서에 따라 3개팀씩 3회에 걸쳐 연재할 예정이다.

 

2013 신인 드래프트 행사장에 모습을 드러낸 고교-대학 선수들. 이름이 불리기 전과 불린 후의 표정이 극명하게 대조를 이뤘다. (사진=서우리)

세대교체와 공격력 강화에 주력한 LG 트윈스

이번 드래프트에서 LG는 10라운드까지 총 7명의 포지션 플레이어를 지명했다. 내야수 3명과 외야수 3명, 포수 하나를 골고루 뽑았고, 투수는 단 세 명만을 선택했다. 2010-2011 드래프트에서 2년 연속으로 1~4라운드에서 전부 투수를 지명했던 것과는 딴판이었다. 특히 1라운드에서는 투수를 선택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유격수인 강승호(북일고)를 선택하며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LG 김진철 육성팀장은 “처음부터 투수보다는 공격력 쪽에 포커스를 맞췄다”고 밝혔다. “자연스러운 세대교체를 위해서는 팀의 투타 밸런스를 맞춰야 한다. 최근 몇 년간은 투수를 집중적으로 지명했기 때문에, 타격 쪽에서 젊은 피를 수혈하고 육성할 필요가 있었다.” 김 팀장의 설명이다. LG는 지난해에도 1라운드에서 포수 조윤준을, 4라운드에서 유격수 전호영을 발탁하며 투수에서 야수 쪽으로 방향타를 트는 움직임을 보여줬다. 다른 이유도 있다. 투수 출신 정성주 스카우트 차장은 “윤형배와 이성민 정도 외에는 1라운드에서 반드시 뽑아야 할 만한 투수는 없다는 판단이었다”고 설명했다. 또 올해가 지나면 LG는 군제 대 투수들이 전력에 가세한다. 퓨처스팀에 있는 젊은 투수들의 기량도 나쁘지 않은 편이다. “어중간한 투수를 뽑기보다는 팀이 필요로 하는 타자를 첫 번째로 지명한다는 계획이었다.” 정 차장의 말이다.

1라운드에서 뽑은 강승호는 올해 드래프트 내야수 최대어. 공수주에 스타성까지 갖춘 선수로 LG 내야에 새로운 활력소가 될 만한 선수다. 북일고 4번타자 심재윤과 경기고의 중장거리 타자 안진근, 호타준족의 제물포고 오상엽 등도 미래가 기대되는 타자들. 8라운드 포수 김재민도 고교 시절 경남지역 포수 기대주로 각광을 받은 바 있다. 김진철 팀장은 “강승호와 심재윤은 오른손 거포감으로 좌타자가 많은 팀의 좌우 밸런스까지 감안했다”고 말했다. 오상엽과 채우석, 김동영 등도 모두 우타자다. 이들 선수가 기대대로만 성장해 준다면 30대 베테랑과 1.5군급 멤버로 지탱하는 LG 라인업이 지금보다 훨씬 젊어지고 강해질 수 있다. 또한 퓨처스팀 선수들에게도 공정한 기회를 보장하는 김기태 감독의 스타일상 신인 선수들에게도 당장 내년부터 많은 기회가 주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가운데 급성장해서 먼저 확 치고 올라가는 선수가 한둘이라도 나온다면 LG로서는 최상의 시나리오다.

LG가 뽑은 상위 지명자들. 좌측부터 심재윤, 강승호, 이윤학이다. LG 유니폼이 태어날 때부터 몸에 문신한 것처럼 잘 어울린다. (사진=At the Ground 김새롬)

야수를 중시한다고 해서 투수를 뒷전으로 놓은 것은 아니다. LG는 2라운드와 3라운드에서는 신체조건이 탁월한 배재준(상원고)과 이윤학(신일고)을 선택했다. 정성주 차장은 “2라운드도 야수를 생각했지만 앞의 팀들이 대부분 먼저 지명했다. 그래서 체격과 장래성이 좋은 투수를 2, 3라운드에 지명했다”고 설명했다. 이중 이윤학은 3라운드 이전에 먼저 지명될 것으로 예상됐던 기대주. 김진철 팀장은 “이윤학이 우리 차례까지 올 줄은 생각 못했는데 잡을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고 했다. 이들 투수는 프로에서 잘 갈고 닦으면 오히려 1라운드에서 뽑힌 선수들보다도 좋은 활약을 보일 가능성이 충분하다.

LG는 고교야구 주말리그가 시작된 지난해부터 스카우트 팀을 대폭 확대해서 운영하고 있다. 현대 유니콘스 시절부터 탁월한 스카우트 솜씨를 발휘해온 김진철 육성팀장을 비롯해 7명의 스카우트 등이 한 경기도 빼놓지 않고 다각도에서 꾸준하게 살폈다. 단순히 선수의 실력만을 보는 게 아니라 성격과 가정환경, 대인관계 등도 평가에 반영했다. 지난해 지명한 최성훈은 이미 1군 무대에서 주력 투수로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야수를 주로 뽑은 올해도 매 라운드마다 발전 가능성이 높은 알짜 유망주를 골고루 지명했다. 이 선수들이 프로 무대에서 성공할 수 있을지는 어디까지나 선수 본인의 노력과 코칭스태프의 지도력에 달려 있다.

만족도 (김진철 육성팀장) ★★★★1/2
90점 정도를 줄 만하다. 당초 원했던 야수자원을 확보했고, 원하던 선수들도 하나 정도를 빼고는 대부분 지명했다. 장타력 있는 우타자를 지명한 것도 만족스럽고, 3라운드에서는 이윤학을 건지는 수확도 있었다.

LG 주요 지명선수 리포트

1라운드 – 북일고 강승호 (유격수, 우투우타, 180cm/77kg)
2012년 22경기 78타수 28안타 .359/.480/.615 4홈런 32타점 9도루

고교 유격수 최대어. 손목힘이 좋아서 가벼운 스윙으로도 장타를 곧잘 만들어낸다. 나무배트를 사용하는 최근 고교야구에서 한 시즌 4개의 홈런을 쳐내는 선수는 흔치 않다. 수비에서도 발놀림이 좋고 화려한 플레이를 보여준다. 좋아하는 선수도 클리블랜드의 아스트루발 카브레라. 김진철 팀장은 비슷한 선수로 “현대 시절 뽑은 강정호가 생각난다”며 “포지션은 다르지만 타격이나 플레이 스타일이 강정호와 닮았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했다. 지명과 동시에 ‘LG 유니폼이 가장 잘 어울리는 선수’ 부문 1위로 올라섰다.

2라운드 – 상원고 배재준 (투수, 우투우타, 188cm/80kg)
2012년 14경기 68.2이닝 5승 3패 56탈삼진 평균자책 2.35

188cm의 장신 우완. 전기리그에서는 부진하다 팔 스윙을 간결하게 바꾼 이후 구위와 제구력이 모두 향상됐다. 빠른 볼 구속도 140km/h 이상으로 앞으로 더 빠른 볼을 던질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다. 여기에 공을 던질 때 때릴 줄도 알고 변화구 구사 능력도 좋다는 평을 듣는다. 정성주 스카우트 차장은 “어깨가 싱싱하고 발전 가능성이 풍부하다”며 “투구폼이 아직 완전히 정착이 안 돼서 그렇지 잘 다듬으면 좋은 투수가 될 수 있다”고 소개했다.

3라운드 – 신일고 이윤학 (투수, 우투우타, 187cm/86kg)
2012년 20경기 93.2이닝 12승 1패 91탈삼진 평균자책 1.82

배재준과 마찬가지로 187cm의 ‘위너’다. 체격만 보면 메이저리그급. 지난 겨울 많은 훈련을 소화한 뒤 올해 들어 기량이 급상승했다. 공을 던지는 타점이 높아서 140km/h 초반대 빠른 볼과 포크볼의 조합이 타자에게 위압감을 준다. 과거 지도해본 경험이 있는 코치의 말로는 “성실하고 훈련태도도 좋고 착한 심성을 지녔다”고. 무엇보다 LG 유니폼이 잘 어울리는 외모의 소유자다. 당초 2라운드 이전 지명이 유력했지만 의외로 야수들이 상위에서 지명된 탓에 3라운드까지 내려왔다.

4라운드 – 북일고 심재윤 (외야수, 우투우타, 184cm/80kg)
2012년 22경기 76타수 35안타 .461/.547/.750 33타점 5도루

북일고 4번타자. 이정훈 북일고 감독이 “고교 타자 중 방망이 실력만큼은 정상급”이라고 칭찬한 선수다. 타격 정확성과 타구의 질이 좋고 선구안도 뛰어나다. 체격에 비해서는 발도 빠른 편이고 어깨도 좋아서 외야수로 갖출 것은 다 갖추고 있다는 평이다. 강훈련을 자랑하는 북일 출신답게 훈련 태도도 성실하다. 올해 홈런은 없지만 오른손 장타자로의 성장 가능성을 기대하고 LG에서 지명했다.

5라운드 – 경기고 안진근 (내야수, 우투좌타, 185cm/82kg)
2012년 17경기 65타수 18안타 .277/.342/.338 5도루

중학교 시절 장운호(배재고, 한화 지명)와 더불어 최고의 유격수로 이름을 날렸다. 경기고 진학 이후에도 1학년 때부터 맹활약을 펼쳤고, 2학년인 지난해는 4할대의 높은 타율을 기록하며 활약했다. 그러나 올해 들어 ‘고3병’을 앓으면서 다소 부진했다. 모 스카우트는 “잔부상이 겹치면서 훈련량이 많지 않았던 것 같다”고 귀띔했다. 수비에서는 2루와 유격수, 1루수 등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하고 송구능력이 뛰어나다는 평을 듣는다. 김진철 육성팀장은 “장타자로의 가능성을 보고 지명했다”고 밝혔다.

6라운드 - 포철공고 백남원 (투수, 우투우타, 185cm/80kg)
2012년 12경기 35이닝 4승 무패 31탈삼진 평균자책 4.37

좋은 체격과 좋은 피칭 메커니즘에서 최고 144km/h의 빠른 볼과 날카로운 슬라이더를 구사한다. 정성주 스카우트 차장은 “볼을 때릴 줄도 알고 경기를 풀어가는 능력도 좋은 편”이라고 평가한다. 다만 현재 팔꿈치 상태가 좋지 않아 프로에서 모습을 보이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6라운드까지 순위가 내려온 것도 부상 문제 때문. 부상에서만 회복하면 147~8km/h는 충분히 뿌릴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다.

제물포고의 팔방미인 오상엽. 홈런 치는 것 빼고는 못 하는 게 거의 없는 재주꾼이다. 프로에서 성실하게 야구에 매진한다면 좋은 선수로 성장할 수 있다. (사진=배지헌)

7라운드 - 제물포고 오상엽 (유격수, 우투우타, 183cm/75kg)
11경기 45타수 20안타 .444/.554/.533 11도루

호타준족의 팔방미인이다. 주말리그 경기-인천권에서 도루상을 수상할 만큼 발이 빠르고 주루 센스가 뛰어나다. 여기에 공을 맞히는 재주도 뛰어나고 수비에서는 좋은 움직임과 정확한 송구 능력을 갖췄다. 단점이라면 마른 체격 탓에 파워가 다소 부족하다는 것. 이는 프로에서 충분히 채워갈 수 있는 부분이다. 야구를 대하는 자세가 좀 더 진중해질 필요가 있다는 평이 있다.

8라운드 동아대 김재민 (포수, 우투우타, 177cm/84kg) / 9라운드 계명대 채우석 (외야수, 우투우타, 180cm/78kg) / 10라운드 동국대 김동영 (외야수, 우투우타, 177cm/78kg)


외야수와 고교 신인이 미래다 - 두산 베어스

지난해 드래프트에서 두산은 1, 2라운드에서 모두 투수를 선택했다. 반면 올해는 1라운드에서 고교 외야수 김인태(북일고)를, 2라운드에서도 외야수인 이우성(대전고)을 선택하며 선명한 대조를 이뤘다. 투수를 건너뛴 이유가 무엇일까. 이복근 스카우트 부장은 “올해는 즉시전력감 투수가 우리 차례까지 돌아오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고 첫 번째 이유를 들었다. 또 올해 드래프트에 나온 투수보다는 “2014 드래프트에서 좋은 투수가 많이 나온다고 판단”한 것도 야수를 우선으로 뽑은 까닭이다.

그런데 어째서 외야수일까. 언뜻 생각하기엔 두산의 외야자원은 포화상태인 것처럼 보인다. 기존의 김현수와 이종욱, 정수빈, 임재철에 올해가 끝나면 민병헌, 박건우, 오현근 등이 제대해서 한꺼번에 팀에 합류한다. 이에 대해 이복근 부장은 “현재 눈앞의 상황만이 아니라 몇 년 뒤의 달라진 상황까지 감안했다”고 밝혔다. 실제 외야수 중 이종욱과 임재철은 30대 베테랑이다. 정수빈도 군 문제가 해소되지 않은 상황이다. 경찰청과 상무에서 돌아오는 선수들이 과연 어느 정도 활약을 할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2~3년 뒤에도 두산이 지금처럼 두터운 외야진을 유지한다는 보장은 없다. “강한 팀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당장의 전력도 필요하지만 나중도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이 부장의 설명이다. 김인태는 좌타자, 이우성은 우타 거포감으로 좌-우 구색까지 완벽하게 맞아 떨어진다.

3라운드 이후에는 투수를 집중적으로 지명했다. “군에서 돌아오는 오현택, 유희관, 성영훈 등이 올해 지명 대상자들보다 낫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투수를 뽑되 지금 현재보다는 앞으로 발전 가능성이 있는 선수들을 주로 뽑았다.” 이복근 부장의 얘기다. 7라운드에서는 사이드암 송주영(북일고)을 잡는 의외의 성과도 거뒀다. 지난해 변진수를 뽑은 두산은 원래 올해 드래프트에서는 사이드암은 뽑지 않을 예정이었다. 하지만 앞의 팀들이 먼저 뽑을 줄 알았던 송주영이 두산의 차례까지 남아 있었고, 앞으로의 잠재력을 보고 지명했다. 4라운드에서 지명한 포수 장승현(제물포고) 역시 미래를 생각한 선택. 물론 양의지, 최재훈, 박세혁 등 좋은 포수들이 있지만 질에 비해 양적으로는 부족한 감이 있다. 이에 지명 이후로도 신고선수 등을 통해 1~2명의 포수를 추가로 충원할 것으로 보인다.

두산이 선택한 유망주들. 우측부터 1라운더 김인태, 계정웅, 장승현 순이다. 역시 두산 유니폼을 입은 채로 태어난 것처럼 잘 어울린다. (사진=At the Ground 김새롬)

한편 두산은 이번 드래프트에서 10명의 지명자 전원을 고교 선수로 구성했다. 대졸 선수를 다수 지명했던 지난해와는 다른 선택이다. 이에 대해 이복근 부장은 “지명 대상자 중에 내년에 즉각 1군에서 통할 전력감은 많지 않다고 봤다”며 “그보다는 장기적으로 키울 수 있는 고교 선수 위주로 지명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이는 한편으로는 ‘화수분 야구’를 자랑하는 두산의 육성 시스템에 대한 자신감을 보여주는 대목. 이 부장도 “이미 만들어진 선수보다는 가능성 있는 선수를 데려다 만들어낸다는 게 구단의 기본적인 철학”이라고 이야기한다.

물론 이는 풍부한 스카우트 경험과 날카로운 판단력을 바탕으로 좋은 선수를 골라내는 두산 스카우트 듀오(김현홍, 이복근)의 역량이 있기에 가능하다. 특히 두산 스카우트 팀은 선수의 현재 모습이 아닌, 프로에서 체계적인 지도를 받은 뒤에 선수가 어떤 모습이 되어 있을지를 잘 그려내기로 야구계에 정평이 나 있다. 이렇게 뽑은 선수들이 두산의 뛰어난 육성 시스템에서 좋은 지도를 받으며 빠르게 성장한다. 선수 발굴과 육성의 조화. 두산이 언제나 강팀의 면모를 유지하는 비결이다.

만족도 (이복근 스카우트 부장) ★★★★★
전체적으로 만족한다. 김인태와 이우성은 지명 들어가기 전부터 염두에 두었던 선수들이다. 계획대로 뽑을 수 있어서 만족스럽다. 장승현도 포수 중에 뽑을 생각이었는데 차례까지 돌아왔다. 우리 팀 순번으로 뽑을 수 있는 선수는 대부분 다 뽑았다는 점에서 만점을 주고 싶다. 어차피 1라운드 4번으로 윤형배는 뽑고 싶어도 뽑을 수가 없는 거니까.

두산 주요 지명선수 리포트

1라운드 – 북일고 김인태 (외야수, 좌투좌타, 179cm/75kg)
2012년 22경기 81타수 35안타 .432/.531/.765 3홈런 24타점 15도루

올해 고교와 아마를 통틀어 최고의 좌타자로 꼽힌다. 체격이 다소 작다는 것만 빼면 거의 모든 장점을 다 갖췄다. 타격 정확성도 높고 강승호 다음으로 많은 홈런(3개)을 기록할 만큼 펀치력도 갖추고 있다. 항상 자신있는 자기 스윙을 하고 힘있는 타구를 만들어낸다. 투수로 나와서 최고 144km/h를 기록했을 만큼 어깨도 강하다. 이복근 부장은 “현재 모습은 정수빈에 가장 가깝다”면서도 “타격하는 모습에서 장성호의 냄새가 느껴졌다”고 평했다. 잘 성장하면 매년마다 3할 이상을 치는 타자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감의 표현이다. 2~3년 안에 프로에서 안착할 수 있는 재능을 갖췄다는 평이 많다.

두산의 2라운더 이우성과 사이드암 투수 송주영이 곰으로 다시 태어나는 순간이다. 이우성은 왠지 오래전부터 두산에 저런 선수가 있었을 것만 같은 착각이 들게 할 정도로 잘 어울린다. (사진=At the Ground 김새롬)

2라운드 – 대전고 이우성 (외야수, 우투우타, 181cm/89kg)
2012년 19경기 67타수 22안타 .328/.451/.493 1홈런 19타점 9도루

대전고 4번타자로 타격에서 출중한 재능을 보여줬다. 큰 체격에 비해 주루능력이나 송구 등도 좋은 편에 속한다. 올해 주말리그 후기리그부터는 팀 사정상 외야수가 아닌 포수를 맡으며 팀을 위해 희생하는 모습도 보여줬다. “주전포수가 부상을 당했는데 조상우의 강속구를 제대로 받아낼 만한 선수가 이우성밖에 없더라.” 대전고 박순영 감독이 얘기다. 그만큼 야구에 대한 타고난 감각이 있다는 이야기도 된다. 이복근 스카우트 부장은 “포스트 김동주를 대비해 오른손 거포감으로 지명했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3라운드 – 북일고 정혁진 (투수, 좌투좌타, 189cm/84kg)
2012년 16경기 48.2이닝 5승 1패 47탈삼진 평균자책 1.84

189cm 장신의 좌완투수. 두산에서는 “신체조건과 가능성을 보고 뽑았다”고 이야기한다. 아직까지는 투구 밸런스가 좋지 않아서 체구에 비해 구속은 130km/h 중반대로 떨어지는 편이다. 제구력과 경기운영 능력도 아직은 보완해야 할 부분이 많다. 그러나 높은 타점에서 공을 던지는 장신의 좌완이라는 조건을 한 몸에 지녔다는 건 프로 선수에게는 축복이다.

4라운드 – 제물포고 장승현 (포수, 우투우타, 184cm/85kg)
2012년 13경기 46타수 15안타 .326/.407/.478 15타점 5도루

올해 고교야구에서 한승택(한화)과 더불어 최고 포수 유망주로 꼽혔다. 여러 팀이 지명 대상으로 올려놓고 있었지만 포수 유망주가 필요한 두산에서 먼저 지명했다. 뛰어난 신체조건에 타격 재능이 뛰어나 포수이면서도 4번타자를 맡아 활약했다. 2학년 때부터 주전 포수를 맡아서 경기 경험도 풍부하다. 가내영 제물포고 감독은 “공수에서 발전 가능성이 아주 큰 포수”라고 칭찬했다. 명포수로 이름을 날린 장광호 LG 코치의 아들로 프로야구 최초의 ‘포수 부자’가 탄생하게 됐다. 야구인 2세라서 그런지 훈련 태도나 야구를 대하는 자세도 진중하고 성실하다는 평이다.

장승현은 명포수 출신인 장광호 LG 코치의 아들이다. 아버지의 현역 시절 모습에 팀 선배가 된 양의지를 섞어 놓은 듯한 느낌이 난다. 실력에서도 그렇게 된다면 더 바랄 것이 없다. (사진=배지헌)

5라운드 – 원주고 함덕주 (투수, 좌투좌타, 178cm/73kg)
2012년 11경기 56이닝 3승 4패 66탈삼진 평균자책 3.21

원주고 에이스로 지난해 원주고 야구부 사상 처음으로 청소년 대표를 단 선수다. 체격이 크지 않은 편이라 구속은 130km/h 중후반대에 머물지만, 제구력이 뛰어나고 타자와 싸울줄 안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른 팀 타자들 말을 들어보면 공략하기 아주 까다로운 공을 구사한다는 얘기가 많다. 타격에서도 3할대로 좋은 컨택 능력을 보여줬다. 몸에 힘이 붙고 구속만 향상되면 경쟁력 있는 좌투수가 될 재목이다.

6라운드 – 인천고 천영웅 (투수, 우투좌타, 178cm/76kg)
2012년 12경기 53이닝 5승 1패 59탈삼진 평균자책 2.89

인천고 에이스로 올해 들어 좋은 투구를 선보였다. 구속은 140km/h 안팎으로 아주 빠른 편은 아니지만 공을 놓는 순간 임팩트를 가할 줄 안다는 평가다. 경기를 풀어가는 능력도 있고 무엇보다 마운드에서 두둑한 배짱을 보여준다. 현재 모습보다는 프로에서의 발전 가능성을 보고 두산이 지명했다. 이미 두산 유니폼을 입은 천상웅의 친동생이다.

7라운드 – 북일고 송주영 (투수, 우투우타, 185cm/79kg)
2012년 15경기 54.1이닝 5승 무패 53탈삼진 평균자책 2.00

5라운드 안에 이름이 불릴 것으로 예상했지만 의외로 순위가 내려오면서 두산에 지명됐다. 큰 키에 부드러운 투구폼을 지녔고 컨트롤도 준수한 편이다. 변화구로는 싱커를 잘 던지고 카운트 잡는 용도로 커브를 자주 구사한다. 다만 구속이 130km/h 중반대로 지난해보다 크게 향상되지 않은 게 아쉬운 점. 이복근 스카우트 부장은 “투구폼과 신체조건이 좋기 때문에 프로에서 구속은 향상될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8라운드 진흥고 홍성은 (2루수, 우투좌타, 184cm/78kg) / 9라운드 야탑고 고동현 (유격수, 우투우타, 175cm/75kg) / 10라운드 신일고 계정웅 (2루수, 우투좌타, 178cm/75kg)


대졸 신인 전성시대 - KIA 타이거즈

KIA는 지난해 드래프트에서 가장 큰 재미를 본 팀으로 꼽힌다. 지난해 1라운드에서 뽑은 박지훈을 비롯해 사이드암 홍성민, 10라운드 외야수 윤완주 등이 모두 1군 무대에서 알토란 같은 활약을 선보였다. 이들 세 선수의 공통점은 대학교를 졸업하고 프로에 입단한 선수들이라는 것. 올해 드래프트에서 KIA는 대졸자의 비중을 더욱 크게 늘렸다. 10명의 지명자 중 9라운드 최준식(경기고)을 제외한 9명이 대학 선수로, 10명 전원을 고졸자로 뽑은 두산과는 정반대의 노선을 취했다. “아마추어 선수가 곧바로 프로에서 통하기는 어려운 시대다. 그래서 상위권 지명자들은 육성기간을 최소화할 수 있는 대학 선수들로 선택했다.” 권윤민 KIA 스카우트의 설명이다.

여기에는 선동열 감독의 의중도 크게 작용했다. 삼성 시절부터 대졸 신인을 선호한 선동열 감독은 드래프트를 앞두고 “비슷한 실력이면 고졸보다는 대졸 선수를 우선해서 뽑아달라”고 요청했다. 권윤민 스카우트는 “고졸 선수들이 어차피 1군 선배들을 단기간에 따라잡기란 어렵다. 어설픈 실력으로 프로에 와서 1~2년 뛰다 방출되면 더 이상 갈 곳이 없게 된다. 선 감독님이 그런 모습을 많이 안타깝게 생각하셨다”고 전했다. “프로에서 바로 통할 정도의 실력이 아닌 선수라면 대학 쪽으로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구단도 비슷한 실력이면 대졸을 뽑는 것이 낫다. 대졸 선수는 사회생활도 해봤고 대학 졸업장도 있어서 혹시 프로에서 실패하더라도 사회 적응하는 면에서 고졸보다 낫다는 게 선 감독님의 견해다.” 여기에 더해 KIA는 선수의 기량이 비슷하면 가급적 인성이 좋은 선수를 뽑는다는 원칙도 세웠다. 이 때문에 지명 리스트에 있는 선수들의 학교 감독과 동료, 친구들과의 면담을 통해 열 길 물속보다 깊은 선수의 속내를 알고자 애썼다.

KIA의 1라운더 좌완 손동욱. 지옥에서 데려온 좌완 강속구 투수로 내년 시즌 KIA 마운드에서 어떤 활약을 보여줄지 기대된다. (사진=배지헌)

결과적으로 KIA는 이번 드래프트에서 가장 색깔이 분명하면서도 성공적인 지명을 한 팀이 됐다. 1라운드에서 뽑은 손동욱은 현재 기량도 뛰어나지만 앞으로의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좌완 강속구 투수. 2라운더 이홍구는 올해 드래프트에 나온 포수 최대어다. 팀의 원래 목표였던 즉전감 좌투수와 포수를 한꺼번에 손에 넣는데 성공한 것이다. 게다가 두 선수는 단국대 배터리로 오랜 기간 호흡을 맞춘 사이. 프로에서도 찰떡궁합이 기대된다. “단국대 출신 선배가 많아서 팀 적응이 수월하다는 것까지 계산에 넣었다.” 권 스카우트의 얘기다. 이홍구의 경우 다른 팀이 먼저 뽑을 가능성도 제기됐지만, KIA의 계산대로 2라운드에 내려오면서 지명할 수 있었다. 권윤민 스카우트는 “이홍구를 뽑는데 실패하면 다른 대학 포수 쪽으로 플랜 B를 세워두고 있었다. 다행히 우리 차례까지 돌아왔다”고 만족을 표했다.

KIA가 뽑은 선수들은 대졸 선수임에도 지금보다는 앞으로의 가능성이 기대되는 선수가 많다. 가령 3라운더 우완 이효상(경희대)의 경우 최고 147km/h의 빠른 볼을 던지지만 3학년 때까지는 경기 경험이 많지 않다. 6라운드 고영창도 최고 149km/h의 광속구를 구사하는 원석이고, 7라운드 박준표도 사이드암으로 아주 빠른 140km/h 중반대 직구를 던진다. 이런 투수들은 투수 조련의 스페셜리스트인 선동열 감독의 지도 아래 ‘오승환 시즌 2’로 성장할 가능성이 충분하다. 하위 라운드에서는 발빠른 야수를 보강하는데 주안점을 두고 박찬, 최준식, 윤민섭 등을 선택했다. 10명의 지명자 중 4명(고영우, 고영창, 박준표, 윤민섭)이 연고지역 출신으로 지역 안배에도 신경을 썼다. KIA 스카우트 팀의 치밀한 준비와 세심한 배려가 돋보이는 대목이다.

만족도 (권윤민 스카우트) ★★★★1/2
1안대로 다 되진 않았지만 8~90% 정도는 계획대로 됐다. 굉장히 만족스러운 지명이었다, 꼭 필요한 좌완투수와 포수를 지명했고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들도 확보했다. 이홍구는 앞의 팀들이 데려갈 가능성이 50:50이라고 봤는데 뽑을 수 있어서 만족스럽다.

KIA 주요 지명선수 리포트

1라운드 – 단국대 손동욱 (투수, 좌투좌타, 183cm/79kg)
2012년 14경기 48.1이닝 3승 3패 38탈삼진 평균자책 3.94

지옥의 밑바닥까지 가서라도 데려와야 한다는 체격 좋은 좌완 파이어볼러. 최고 147~8km/h의 강속구를 구사한다. 낙차 큰 포크볼을 잘 구사하는 것도 장점이다. 제구력은 아직 보완이 필요하지만 앞으로 ‘닥터 K’로 성장할 수 있는 확실한 주무기를 지녔다는 평이다. 훈련 태도도 진지하고 성실하다. 일부 팬들 사이에서는 성적만을 보고 ‘1라운드감이 아니다’라는 비판도 나오지만, 지난해 비슷한 말을 들었던 박지훈이 어떤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지 생각해봐야 한다. 프로 스카우트들은 아마야구에서 성적이 좋은 선수를 뽑는 게 아니라, 프로에서 활약할 수 있는 재능을 지닌 선수를 뽑는다. 장차 KIA의 좌완 에이스로 성장이 기대되는 선수다.

2라운드 – 단국대 이홍구 (포수, 우투우타, 179cm/88kg)
2012년 18경기 59타수 16안타 .271/.403/.576 3홈런 17타점

올해 포수 최대어. KIA에서 손동욱과 함께 ‘영혼의 배터리’를 이룰 것으로 기대된다. 야구만화에 나오는 전형적인 포수의 모습을 실사화한 듯한 선수다. 이름부터가 왠지 포수일 것 같은 이름이다. 듬직해 보이는 딴딴한 체구와 털털한 성격, 안정적인 인사이드 워크와 강한 송구 능력을 보유했고, 타석에서는 정확도는 높지 않지만 ‘한 방’이 있는 선수다. 올해 하계리그 한 대회에서만 홈런 3방을 터뜨렸다. 권윤민 스카우트는 “훈련량만 잘 따라와준다면 당장 내년부터 1군 백업 포수로 활약할 수 있는 선수”라며, “주전 포수들의 나이를 감안하면 어느 시점부터는 주전 포수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영혼의 배터리'가 탄생했다. 나란히 KIA의 지명을 받은 단국대 포수 이홍구(왼쪽)과 손동욱이 함께 포즈를 취했다. (사진=At the Ground 김새롬)

3라운드 – 경희대 이효상 (투수, 우투우타, 187cm/90kg)
2012년 5경기 28.2이닝 3승 2패 25탈삼진 평균자책 3.72

대학 우완 중 둘째가라면 서러운 강속구를 던진다. 최고구속 147km/h에 대부분의 공이 140km/h 이상을 꾸준히 기록했다. 고교 때부터 지난해까지는 그다지 두각을 드러내지 못했지만, 신체조건과 잠재력을 보고 KIA에서 지명했다. 구속에 비해 제구는 다소 보완이 필요하다는 평가. 그러나 선동열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의 지도력이라면 충분히 위력적인 투수로 키워낼 수 있다는 평가다.

4라운드 – 동의대 박효일 (유격수, 우투우타, 180cm/78kg)
2012년 10경기 32타수 8안타 .250/.429/.281

일찌감치 대학 유격수 중 최대어로 거론됐다. 좋은 발놀림과 안정적인 볼 핸들링, 송구능력 등이 모두 대학 유격수 중 윗길로 꼽힌다. 1학년 때부터 꾸준히 유격수로 출전하며 경기 경험도 풍부하다. 권윤민 스카우트는 “유격수 치고는 신체조건도 큰 편이고 파워도 있다”며 “홍세완처럼 성장해 준다면 더 바랄 것이 없다”고 기대를 표했다. 김선빈, 안치홍 등 내야수들의 공백을 대비한 선택이기도 하다.

5라운드 – 성균관대 고영우 (내야수, 우투양타, 183cm/80kg)
2012년 20경기 67타수 19안타 .284/.462/.284 10도루

2루, 유격수와 외야수 등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하는 멀티플레이어. 권윤민 스카우트는 “우리 팀 소속인 윤완주와 비슷한 스타일”이라고 설명했다. 좌우 타석을 모두 들어서는 스위치 히터에 도루 10개가 말해주듯 발도 매우 빠른 편이다. 포지션 플레이어가 수적으로 부족한 KIA로서는 맥가이버 칼처럼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선수.

6라운드 – 연세대 고영창 (투수, 우투우타, 189cm/90kg)
2012년 9경기 33이닝 2승 3패 22탈삼진 평균자책 1.64

대졸이지만 성장 가능성을 보고 발탁한 선수다. 지난해까지는 거의 실전 경험이 없다가 올해 들어 에이스 김병승의 뒤를 받치는 역할로 자주 모습을 보였다. 최고구속 149km/h를 찍은 광속구에 체격조건도 외국인 투수 부럽지 않게 뛰어나다. 다만 컨트롤이나 경기 운영 등은 퓨처스에서 시간을 두고 다듬을 필요가 있다. 역시 KIA 코칭스태프의 능력에 기대를 거는 부분이다.

7라운드 – 동강대 박준표 (투수, 우투우타, 181cm/80kg)
2012년 6경기 22이닝 1승 1패 29탈삼진 평균자책 1.23

대학야구의 임창용. 사이드암 앵글로 140km/h 중반대의 위력적인 패스트볼을 구사한다. 여기에 경기 운영이나 컨트롤도 안정적인 편이고, 4년제 대학팀을 상대로도 빼어난 투구를 선보였다. 나이도 다른 대졸 선수들보다 2살 어리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다만 투구폼의 특성상 부상 위험성이 자주 제기됐는데 결국 대통령기 대회 첫 등판 이후로는 더 이상 출전하지 못했다. 투구폼을 잘 가다듬고 부상을 관리해 주면 KIA 불펜에서 한 자리를 차지할 수 있는 유망주다.

8라운드 단국대 박찬 (내야수, 우투좌타, 182cm/75kg) / 9라운드 경기고 최준식 (외야수, 우투좌타, 183cm/76kg) / 10라운드 고려대 윤민섭 (외야수, 우투좌타, 182cm/82k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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