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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관련/스포츠이야기

박지성이 연애를 하든 말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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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배두나와의 만남이 화제가 되며 다시금 열애설의 주인공이 된 박지성(사진=연합뉴스)

국민 남동생이 된다는 건 국민 모두가 그의 사생활에 형, 누나처럼 참견해도 된다는 뜻일까. 지난 주말 인터넷 커뮤니티와 포털, SNS에는 박지성과 배두나가 런던에서 함께 우산을 쓰고 가더라는 한 네티즌의 글이 빠른 속도로 퍼져 나갔다. 물론 두 사람의 사이가 깊은 게 아니냐는 성급한 예측과 함께. 그 이후의 과정은 과거에도 몇 번 있었던 박지성 열애설 보도의 과정과 비슷하다. 매체들은 너도나도 열애 의혹 기사를 내다가, 여자 연예인의 소속사는 둘이 아는 사이지만 단순한 친분관계라고 입장을 밝혔고, 박지성의 아버지인 박성종 씨역시 매체 인터뷰를 통해 역시 사실무근이라고 부인했다. 연예인과는 절대 결혼 안 한다는 언론의 자극적인 타이틀과 함께.

스포츠 스타와 여자 연예인이라는 최고의 떡밥

앞서 말한 것처럼 박지성과 연예인 혹은 유명 여성의 열애설은 한 두 번이 아닌데, 대상이 다양한 만큼 소문이 만들어진 루트도 다양했다. 국내 한 스포츠 신문은 ‘특종’이라는 타이틀과 함께 미스코리아 출신 사업가 오지선과 박지성의 교제를 단독으로 보도했고, 심지어 선배 스포츠 영웅인 박찬호의 결혼과 비교하며 행복한 미래까지 당부했다. 일본의 ‘얼짱’ 배구 스타인 기무라 사오리와의 열애설은 타이의 스포츠 신문을 통해 알려졌으며, 이보영과의 열애설은 포털 게시물을 통해 제기된 뒤 계속해서 확대 재생산되어 왔다. 다시 말해 그 어떤 열애설도 당사자에 대한 취재나 공식적 루트를 통해 나온 적이 없다. 그나마 이번 배두나 건은 둘이 런던에서 만났다는 최소한의 팩트라도 있는 경우다.

베컴 부부. 세기의 커플이라 할 수 있는 이들처럼 스포츠 스타와 연예인 커플은 대중의 큰 관심을 받는다(사진=연합뉴스)

사실 남성 스포츠 스타와 여성 연예인 커플은 오랜 시간동안 언론과 대중을 열광시켜온 조합이다. 이제는 헤어진 마리아 사라포바와 마룬 5의 애덤 리바인처럼 그 역인 경우도 얼마든지 가능하지만, 일반적으로 남자답다 혹은 여성스럽다고 말하는 기준 안에서 남자 스포츠 스타와 여자 연예인은 가장 상징적인 셀러브리티라고 할 수 있다. 이제는 고인이 된 마릴린 먼로와 위대한 타자 조 디마지오 커플은 세기의 연인이라 해도 무방했으며, 데이비드 베컴과 빅토리아 베컴은 현 시대를 대표하는 셀러브리티 커플이다. FC 바르셀로나와 스페인 대표팀 수비수인 피케와 가수 샤키라 연상연하 커플은 아마 베컴 부부 이후 가장 주목받는 축구선수-가수 조합일 것이다. 하여 2002 월드컵 4강의 주역이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라는 세계적 명문에 입단해 프리미어리거로서 탁월한 활약을 보여줬던 박지성에게 연예인과의 열애설은 필연적으로 안고 갈수밖에 없는 짐일지도 모르겠다.

유로 2012를 찾은 가수 샤키라. 그는 연하남 피케와 연애 중이다(사진=연합뉴스)

박지성의 열애설이 불편한 진짜 이유

물론 현재까지 박지성 열애설은 모두 다 근거 없는 것이었고, 그것만으로 더는 언급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 배두나 건을 비롯해 그 수많은 열애설들이 정말 불편한 건, 단순히 근거 없고 틀려서만은 아니다. 박지성 정도 되는 국민 스타라면 연예인을 사귀던 누굴 만나던 국민 앞에 공개를 하고 투명한 만남을 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이상한 기준이 항상 적용되어 왔다. 이번 배두나 건 역시 현재로서는 별다른 근거가 없다는 게 밝혀지자 한 매체는 박지성이 어서 짝을 찾는 것이 열애설에 대처하는 현명한 자세일 것 같다고 제언했다. 물론 그것이 이런저런 쓸데없는 소문을 잠재우는 효과적인 방법일 수는 있다. 하지만 여기에는 연애란, 당사자에게 있어 사랑이라는 가장 내밀한 감정이 드러나는 소중한 사생활이라는 고려가 전혀 없다.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섹시 가이 데릭 지터. 그의 여성 편력은 항상 관심을 모으지만 크게 문제 삼지는 않는다(사진=연합뉴스)

국민 남동생 박지성의 연애가 나라 전체의 거대 행사처럼 소비될 수는 있다. 하지만 그것이 모두가 그의 연애를 알아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미국에서 아니 세계에서 가장 많은 여자 연예인과 염문설을 뿌린 뉴욕 양키즈의 데릭 지터의 경우 수많은 파파라치와 타블로이드의 표적이 되긴 하지만, 그건 지터가 밤마다 자택에 여자들을 불러들인다는 것이 크게 흉이 되지 않을 만큼 자유연애에 대해 관대한 미국의 환경에서 가능한 것이다. 국민 남동생의 연애는 꼭 결혼을 전제로 한 것이길 바라는 한국의 기묘한 분위기 속에서 연애 사실에 대한 공개는 당사자에게 엄청난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애정과 관심이 폭력이 될 때

열애설이 터질 때마다 결국 부친의 입을 빌어 반박 기사가 나오는 메커니즘이 불편한 것도 마찬가지다. 아들과 관련한 불필요한 의혹을 잠재우기 위한 부친의 대응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다만 연애가 사실이 아니라는 사실을 부모의 입을 통해 투명하게 밝힐 수 있다는, 혹은 밝혀야 한다는 태도 역시 연애를 하면 투명하게 밝혀야 한다는 태도와 다를 게 없다. 연애를 하든 말든, 국민에게든 부모에게든, 굳이 사생활을 밝힐 이유가 없다는 당연한 상식은 여전히 통하지 않는다. 그럴 리 없을 것 같지만, 박지성이 부친에게도 비밀로 하고 누군가를 만난들 그것이 과연 무슨 상관인가.

올해의 선수상을 대신 수상한 박지성의 부친. 하지만 연애 같은 사생활까지 아버지에게 대신 들을 필요는 없다(사진=연합뉴스)

피케가 트위터를 통해 샤키라에 대한 애정을 닭살 돋게 표현하는 건 보기 좋은 일이지만, 모든 이들이 그렇게 공개를 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앞서 스포츠 스타와 연예인 커플에 대한 대중의 오래된 관심과 기대에 대해 말했고, 아마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다만, 무언가에 대해 궁금하다는 것과 무언가를 알아야 한다는 것은 전혀 다르다. 그 둘을 착각할 때, 관심도 폭력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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