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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관련/프로축구

올림픽 기대감 높인 9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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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올림픽대표팀이 뉴질랜드 올림픽대표팀과의 평가전에서 2-1로 이겼다. 슛팅수 22대5에서 보듯 시종일관 상대를 밀어붙인 경기였다. 압도적이었던 경기 내용이 결정력 부족으로 결과에 충실히 반영되지 못한 것은 아쉬운 대목이지만, 훈련의 일환으로 진행된 셈인 한국 내 마지막 평가전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긍정적인 요소가 더 많았던 경기였다. 올림픽 본선 무대에 대한 기대감을 높인 90분이었다. 



'10번+캡틴' 구자철 (사진=연합뉴스)

구리더(leader)와 키(key)성용

뉴질랜드전에서 가장 돋보인 것은 상대 진영을 종횡무진 뛰어 다니며 공격에 활력을 불어넣은 ‘주장’ 구자철이었다. 등번호 10번과 주장 완장을 동시에 차지하는 선수는 많지 않다. 공격적 역할이 강조된 10번과 팀의 리더 역할을 의미하는 주장직을 함께 맡는 것은 그만큼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구자철은 2선 공격수로 출전한 이날 경기에서 박주영의 첫 골 장면에서 반대 방향으로 펼쳐낸 롱패스를 비롯, 팀 공격의 방향을 설정하는 공격의 리더로서 제 몫을 충실히 수행했다. 득점 장면에서의 마무리가 아쉽기는 했지만, 공격의 핵심 선수로 모자람없는 경기력을 펼쳤고, 2010년 아시안게임 시절부터 호흡을 맞춘 이른바 홍명보 사단의 최대 장점인 ‘팀’으로서의 역량을 극대화하는데에도 수완을 발휘했다. 

그 뒤에 선 기성용의 역할도 인상적이었다. 경기 초반 수비 지역에서 다소 위험한 플레이를 펼치기도 했지만 이후 경기 흐름에 따라 자신의 위치를 조정해 나가며 중원에서 존재감을 보였다. 남태희의 결승골 장면에서 보여주었듯, 경기의 열쇠(key)가 되는 패스를 찔러주는 능력도 변함없었다. 동점골을 내준 뒤 다소 주춤하던 홍명보 호는 기성용과 남태희의 합작품으로 만들어진 2-1 결승골로 승리를 거머쥘 수 있었다.

'형님 3총사'의 맹활약

이런 측면에서, 뉴질랜드전을 통해 가장 관심을 끈 것 중의 하나는 이른바 ‘와일드 카드’라 불리는 23세 이상 선수들의 역할이었다. 과거 국내외 올림픽 대표팀에서, 와일드 카드로 합류한 선수들이 팀에 완전히 녹아들어 성과를 내는 경우는 많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89년생을 주축으로 구성된 올림픽 대표팀에 가세한 3명의 초과연령(over-age) 선수들(GK정성룡/84년생, DF김창수/85년생, FW박주영/85년생)이 이날 나란히 선발로 출전하며 기존 선수들과 실전에서 첫 합을 맞춘 것은 그래서 모두의 눈길을 끌기에 충분했다.

결과적으로 이 세 선수의 활약은 기대 이상이었다. 국제 대회에서 골키퍼의 중요성을 간과하지 않은 홍명보 감독의 선택은 정성룡의 선전으로 기대감을 이어갔고, 오른쪽 수비로 출전한 김창수와 최전방에 나선 박주영은 각각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해내며 팀 승리에 크게 기여했다. 이 중에서도 박주영의 여유로운 플레이는 특히 인상적이었다. 아스널에서 좀처럼 출전 기회를 잡지 못한데다 병역 연기 문제로 오랜 시간 마음 고생을 해야 했던 박주영은 이날 70분간 그라운드를 누비며 좋은 움직임을 보였다. 경기 후 홍명보 감독이 “60분 정도만 뛰게 하려고 했지만 예상보다 몸이 좋아 교체를 (10분 더) 늦췄다”고 밝혔을 정도로 활발한 플레이를 펼쳤다. 최전방 공격수로 나서 구자철, 지동원 등과 수시로 자리를 바꿔가며 팀의 공격을 이끌었고 결정적인 상황에서는 재치있는 플레이로 팀의 선제골을 잡아냈다. 

선제골을 넣은 박주영 (사진=연합뉴스)

한편, 오른쪽 수비수로 풀타임 출전한 김창수 역시 빼어난 활약을 펼쳤다. 와일드카드 발탁 당시 많은 사람들이 의외라는 반응을 보였던 김창수는, 홍명보 감독의 요구 사항을 충실히 반영한 성실한 움직임으로 팀 승리에 기여했다. K리그 부산 아이파크에서와 마찬가지로 적극적인 오버래핑으로 공격에 가담했고 수비시에도 상대와의 1대1 상황에서 쉽게 밀리지 않는 뚝심을 발휘했다. 특히, 우리 공격에 대응하는 상대 수비의 움직임을 재빨리 간파해 수비 뒷공간을 매섭게 파고드는 영리한 오버래핑은 올림픽대표팀에 새롭게 장착된 비장의 무기라해도 좋을만큼 눈에 띄었다. 

수비 안정이 급선무

당초 가장 약점으로 꼽혔던 수비는 뉴질랜드전에서 큰 허점을 노출하지 않았다. 홍정호에 이어 장현수가 빠진 중앙 수비에 대한 걱정이 컸던 것을 감안하면, 오랜 시간 발 맞춘 선수들이 크고 작은 부분 전술로 상대를 압박해 나가는 모습은 충분히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191cm, 90kg의 거구인 뉴질랜드 공격수 크리스 우드의 힘과 높이는 종종 문제를 야기했고, 이 과정에서 우드에게 집중하는 사이 뒤로 들어오는 스멜츠에게 실점하는 아픔도 있었다. 홍명보 감독이 경기 후 말한 것처럼 포백 못지 않게 미드필더들의 수비 지원이 더 강조되야 하는 이유다. 한국은 포백 앞에 박종우-기성용을 배치해 이들이 공수 밸런스를 맞추도록 하고 있다. 뉴질랜드전에서 인상적인 플레이를 펼치기는 했지만 올림픽 본선에서 만날 상대들, 그리고 매 경기가 단판 승부나 다름없이 진행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보다 안정적으로 운용해야 할 필요가 있다. 

아직 컨디션이 올라오지 않은 선수들도 있고, 또 양팀 모두 전력을 다해 승리를 따내려는 시합은 아니었기에 이 한 번의 경기로 많은 얘기를 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우려했던 지점이 의외로 탄탄했고, 새롭게 가세한 선수들이 무리없이 녹아들고 있다는 점에서 올림픽 본선 무대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기에 부족함이 없는 경기였다. 한편, 홍명보 감독은 오는 20일 런던에서 세네갈과 마지막 평가전을 가진 뒤 26일 뉴캐슬에서 멕시코와 올림픽 첫 경기를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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