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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관련/프로축구

K리그 18R 어워즈 | ‘임대의 전설’ 김형범과 ‘이미 전설’ 김병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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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에 변화와 도약을 안겨 준 김형범 (사진=대전시티즌)

[풋볼리스트] K리그 18라운드에 우리는 두명의 전설을 만났다. 대전에서는 K리그판 ‘임대의 전설’을 써 나가고 있는 김형범이 다시 한번 놀라운 골을 터트리며 팀의 분전을 이끌었다. 춘천에서는 이미 전설이 된 남자 김병지가 자신의 200번째 무실점 경기에 성공했다. 많은 한계와 고난을 극복한 두 선수의 의미 있는 활약은 K리그 팬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대전은 김형범과 케빈의 활약에 힘입어 홈에서 대구를 상대로 극적인 2-2 무승부를 기록했다. 최근 5경기에서 3승 1무 1패. 경남은 김병지가 무실점으로 막고 강승조, 윤일록, 까이끼가 연속골을 넣으며 강원 원정에서 3-0 대승을 거뒀다. 경남도 최근 5경기에서 3승 2패의 호조다.

새로운 역사를 쓴 K리그의 현재진행형 전설, 김병지 (사진=경남FC)

선두권 싸움은 이번 라운드에도 치열했다. 전북은 광주 원정에서 3-0으로 승리했고, 수원은 홈에서 전남을 3-2로 잡았다. 승점이 39점으로 같은 두 팀은 골득실에서 전북이 앞서 1위를 달리고 있다. 서울은 상주를 상대로 1-0 신승을 거두며 여전히 두팀을 승점 1점 차로 쫓고 있다. 최근 3경기에서 1무 2패로 부진했던 제주는 홈에서 부산의 질식수비를 질겁시키는 공격력으로 5-2 대승을 거두며 살아났다. 울산도 홈에서 라이벌 포항을 3-1로 눌렀다. 인천과 성남은 유일하게 이번 라운드에 무득점 무승부를 기록했다.

※ 2012 현대오일뱅크 K리그 18R 어워즈

▲ 최고의 11인 (TEAM OF THE ROUND)

GK: 최은성(전북). 광주 복이의 페널티킥을 막아내며 전북의 리그 7연승을 견인했다. 노련미와 집중력이 매 경기 빛난다. 선수생활 은퇴까지 내몰렸던 그가 이제는 선수생활 첫 리그 우승을 꿈꾼다.

RB: 고요한(서울). 현재 K리그에서 가장 공격적인 풀백. 상주를 상대로 답답한 공격을 거듭했던 서울은 전반 37분 적진 깊숙이 침투해 데얀의 힐패스를 왼발 슛으로 연결하며 골을 터트린 고요한 덕에 최근 2경기 연속 무승의 슬럼프를 탈출할 수 있었다.

CB: 루크(경남). 최근 상승세인 경남의 마지막 고민은 수비 안정. 강원전에서 경남은 앞선 두 경기에서의 대량실점(7실점)을 만회하는 무실점 승리를 거뒀다. 그 중심엔 호주 출신 루크가 있었다. 전반 23분에는 헤딩 패스로 강승조의 선제골까지 도왔다.

CB: 김진규(서울). 고전했던 상주전에서 김명운의 슛이 골대 안으로 향하는 순간 골라인 앞에서 막아내며 서울을 위기에서 구했다. 평정심만 유지한다면 올해의 김진규는 톱클래스 수비수임에 분명하다.

LB: 최재수(울산). 모처럼 선발 출전해 장기인 예리한 왼발 킥으로 1골 1도움을 올렸다. 강민수, 강진욱에 밀려 벤치에 앉아야 했던 설움을 털어낼 수 있었던 활약. 프리킥으로 넣은 쐐기골은 라운드 최고의 골 중 하나였다.

골을 성공시킨 뒤 동료 오범석의 과격한 축하를 받는 이용래 (사진=연합뉴스)

DM: 이용래(수원). 이운재가 지키는 전남 골문에 환상적인 왼발 중거리 슛을 꽂아넣으며 선제골을 만들었다. 지난 시즌 철저한 홀딩 미드필더로서의 역할에 전념했지만 올해는 적극적인 공격 가담으로 공격포인트(2골 2도움)를 차곡차곡 쌓고 있다.

DM: 강승조(경남). 허리에서 조율을 담당하지만 기회가 오면 공격 본능을 숨길 수 없다. 강원 원정에서 위협적인 중거리슛으로 상대를 위협하다 전반 23분 헤딩골을 만들어내며 기선을 제압했다.

RM: 김형범(대전). 돌아온 킥의 마스터. 성남전에 이어 대구전에서도 멋진 중거리슛으로 골을 만들어냈다. 케빈의 골까지 도우며 2경기 연속 1골 1도움을 올렸다. 4골 6도움으로 전북 시절 최고의 시즌을 맞았던 2006년과 2008년의 페이스를 능가하고 있다.

ACM: 산토스(제주). 산토스의 침묵과 함께 제주는 최근 3경기에서 승리를 거두지 못해 어려움을 겪었다. 부산전에서 2골 1도움으로 다시 불 붙은 산토스의 대활약 속에 5-2 대승으로 부진 탈출에 성공했다.

LM: 자일(제주). 산토스와 자일은 패키지 상품 같다. 제주가 가장 좋은 경기를 펼치는 날은 두 선수가 함께 날아다닐 때다. 자일 역시 부산을 상대로 프리킥골을 포함 2골 1도움을 기록했다.

K리그 최강의 조커로 떠 오른 울산의 마라냥 (사진=연합뉴스)

ST: 마라냥(울산). 현재 K리그에서 출전시간 대비 득점율이 가장 높은 공격수. 주로 교체를 통한 조커 역할을 맡지만 언제 들어가든 자기 몫을 해낸다. 헤딩 선제골로 경기 분위기를 바꿨다. 아키의 K리그 데뷔골을 도와주며 자신도 K리그 첫 어시스트를 기록했다.

SUB: 김영광(울산) 이재명(경남) 김영욱(전남) 지넬손(대구) 한지호(부산) 이동국(전북)

임대의 전설을 써나가는 김형범 (사진=대전시티즌)

▲ 최고의 선수 (PLAYER OF THE ROUND) | 김형범(대전)

대전 시티즌은 대반전 드라마를 써가고 있다. K리그 초반 10경기에서 승점 3점을 거두는 데 그칠 때만 해도 모두가 강등 1순위임을 의심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후 8경기에서 대전은 4승 3무 1패, 승점 15점을 챙겼고 어느새 최하위를 탈출해 13위까지 올라섰다. 현재는 10위권 진입을 내다보는 상황. 그 중심에는 ‘임대의 전설’을 써 가고 있는 김형범이 있다. 2008년 이후 계속된 부상으로 사람들의 뇌리 속에서 잊혀져 가던 그는 올 시즌 대전으로의 임대 이후 부활한 모습. 유상철 감독은 김형범이 부상을 당하지 않게끔 출전 시간을 철저히 관리했다. 지도자와의 신뢰 속에 자신감을 되찾은 김형범은 과거 기량을 그라운드에서 재현하고 있다. 강력한 중거리 슛으로 직접 해결사 역할을 맡고 코너킥, 프리킥으로 팀 공격 작업을 이끈다. 특히 외국인 공격수 케빈과의 콤비 플레이는 서울의 데얀-몰리나, 전북의 이동국-에닝요에 버금가는 시너지효과를 내고 있다. 대구전에서 1골 1도움을 추가, K리그 통산 20골-20도움에 성공했지만 김형범 본인은 개인 기록보다 2-2 무승부로 끝난 결과에 더 아쉬워하는 표정이었다.

▲ 최고의 감독 (MANAGER OF THE ROUND) | 윤성효(수원)

수원의 축구가 변했다. 17라운드 강원전과 18라운드 전남전에서 수원은 예전의 직선적이고 힘을 앞세운 축구 대신 짧은 패스를 주고 받는 섬세한 축구를 펼쳤다. 그 결과 두 경기에서 총 7골을 넣는 득점력이 나왔다. 7골 중 최전방 공격수인 스테보와 하태균은 각각 1골을 넣는 데 그쳤다. 나머지 5골은 모두 2선에서 나왔다. 윤성효 감독은 악재일 줄 알았던 외국인 공격수 라돈치치의 장기 부상이 호재가 됐다고 인정했다. 라돈치치 부상 후 투톱에서 원톱으로 바꾸고 미드필더 숫자를 다섯 명으로 늘려 2선을 강화한 것이 변화를 이끌어냈기 때문이다. 윤성효 감독은 부상에서 돌아온 오장은을 기존의 에벨톤C, 서정진, 이용래, 박현범에 추가해 2선의 유기적 플레이를 끌어올렸다. 활동량이 많고 날카로운 2선 침투만큼 수비 가담에도 적극적인 오장은의 가세는 원활한 미드필드 플레이의 추진제 역할을 하고 있다. 윤성효 감독은 지난 두 경기에서의 내용에 대만족을 표시했고 앞으로도 4-2-3-1 포메이션을 이어가겠다는 계획을 나타냈다.

▲ 최고의 경기 (MATCH OF THE ROUND) | 대전 2-2 대구

최근 가장 잘 나가는 두 시도민구단의 맞대결로 관심을 모았고 기대대로의 경기 내용을 보여줬다. 전반 5분 만에 지넬손의 코너킥을 수비수 유경렬이 헤딩골로 마무리하며 기선을 잡은 원정팀 대구를 상대로 홈팀 대전은 6분 뒤 바바의 패스를 받은 김형범이 강력한 왼발 중거리슛으로 동점을 만들었다. 대구는 브라질 콤비의 활약으로 다시 앞서갔다. 전반 34분 레안드리뉴의 월패스를 받은 지넬손이 페널티 에어리어까지 침투해 오른발 슛으로 마무리한 것. 대전은 팀을 재정비했고 후반 9분 다시 경기를 원점에 돌려놨다. 김형범의 코너킥을 케빈이 문전에서 쇄도해 골로 연결하며 2-2 동점. 이후 양팀은 공격적인 교체를 통해 승리에 대한 강한 집념을 보였다. 홈팀 대전은 후반에 거듭되는 찬스를 만들며 박진감 넘치는 플레이를 펼쳤지만 대구도 끝까지 버텨냈다. 결국 승점 3점을 노렸던 양팀은 승점 1점에 만족해야 했지만 경기장을 찾은 팬들은 최고 수준의 축구를 관전했고 경기 후 큰 박수를 보냈다.

강원전 후 인터뷰 중인 김병지 (사진=경남FC)

▲ 기록의 사나이 (RECORD OF THE ROUND) | 김병지의 200번째 클린시트

1970년생, 만 42세. 운동 선수로서는 칠순을 넘긴 나이라고도 묘사되지만 김병지는 오늘도 그라운드 위에 서 있다. 울산, 포항, 서울을 거쳐 2009년부터 고향팀 경남에서 뛰고 있는 그는 27일 강원 원정에서 또 하나의 의미 있는 기록을 남겼다. 90분 간 강원을 상대로 무실점, 올 시즌 7번째이자 자신의 통산 200번째 무실점 경기(클린시트)에 성공한 것이다. K리그 최다 출전(586경기) 기록을 출전할 때마다 스스로 경신하고 있는 그에게 또 하나의 이정표가 될 기록이었다. 2위인 최은성(136경기), 3위인 이운재(135경기)와의 격차가 60경기 이상 나 당분간은 깨지기 힘든 기록이다. 롱런 가능성이 큰 김용대(84회), 김영광(82회), 정성룡(72회) 등에게도 넘어서긴 벅찬 대기록일 수 있다. 김병지는 “이 역시 과정 속에 얻은 보너스라고 생각한다”며 기록에 연연하지 않고 앞으로도 꾸준히 자기 자리를 지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소감을 밝혔다. 최고의 실력만큼 최선을 다하는 노력이 중요하다는 걸 보여주고 있는 김병지는 1992년 데뷔 후 21년 간 자신의 자리를 지켜 온, 이미 K리그의 전설이 된 선수다.

아버지를 위한 그의 골 세리머니를 기다린다 (사진=연합뉴스)

▲ 가장 슬픈 골 (GOAL OF THE ROUND) | 노병준(포항)

포항의 공격수 노병준은 27일 울산전이 끝난 뒤 펑펑 울기 시작했다. 늘 유쾌한 모습을 보여주던 그는 이날만큼은 좀처럼 눈물을 멈출 수 없었다. 아버지를 위해 바치겠다던 골이 들어갔지만 정작 승리를 선물하지 못한 데 대한 자책감 때문이었다. 노병준은 어느 때보다 골은 간절하게 원했다. 폐암으로 3년 째 투병 중인 부친에게 축구 선수인 아들로서 최고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 K리그를 대표하는 조커지만 올 시즌은 유달리 리그에서 득점을 터트리지 못하던 터였다. 축구 선수인 아들을 늘 자랑스러워 했던 아버지는 최근 건강이 급속도로 나빠졌다. 노병준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부디 내일 경기까지 버텨주세요. 그냥 가시면 저 평생 한 맺혀 살지도 몰라요”라며 아버지와의 작별이 오래 남지 않았음을 암시했다. 황선홍 감독은 각오가 남다른 노병준을 선발 투입시켰다. 0-1로 끌려가던 전반 13분 기회가 왔다. 신진호가 얻어 낸 페널티킥을 차기 위해 노병준이 나선 것. 하지만 그의 회심의 슛은 김영광에게 막히고 말았다. 전반 30분 노병준은 리그 1호골을 넣었다. 이명주의 슛이 노병준을 맞으며 동점골로 연결된 것. 그러나 득점 상황이 애매했다. 기록은 노병준 골로 됐지만 정작 노병준 자신은 전반이 끝나고서야 그 사실을 알았다. 아버지를 위해 준비했던 티셔츠 세리머니도 하지 못했다. 후반에 포항은 울산에 2골을 내주며 1-3으로 패했다. 페널티킥을 성공시켰다면 아버지를 위한 마지막 선물과 팀 승리 모두 잡을 수 있었지만 그러지 못한 노병준은 눈물을 좀처럼 멈출 수 없었다. 아버지를 위한 그의 세리머니가 꼭 그라운드에서 펼쳐지길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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