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스포츠관련/프로야구

삼성, 경기초반 대량실점 어떻게 봐야 할까

SMALL


확실히 삼성은 시즌 전 예상했던 모습은 아니다.

3승 5패. 상대를 압도할 것이라는 전망과 거꾸로다. 그런데 한 가지 눈에 띄는 패턴이 있다. 5패 중 3패가 한 이닝에 4점 이상 내준 채 그대로 녹다운 된 경기였다. 물론 아직 표본도 적고 한 시즌을 치르다보면 별의 별 상황을 다 겪기에 별 것 아닌 것으로 치부할 수 있다. 하지만 시즌 초반 강력한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는 모습과 분명 거리가 있기에 이런 현상을 간과할 수는 없다.

표면적으로는 간단하게 해석할 수 있다. 한 이닝에 4점 이상 대량 실점할 때 마운드에는 차우찬과 장원삼이 있었다. 차우찬은 지난 7일 LG와의 개막전과 15일 대구 넥센전서 연이어 경기초반 만루홈런을 맞고 휘청거렸고, 장원삼도 17일 잠실 두산전서 1회 최준석에게 홈런을 맞은 게 화근이 돼 줄줄이 주자를 내보낸 뒤 쐐기 적시타를 허용하고 말았다. 구위가 좋지 않다. 스피드도 140km대 중반이 겨우 나오는 실정이고 변화구 각도도 예리하지 않다. 가뜩이나 직구와 슬라이더 위주의 투수들이다. 두 구질이 날카롭고 묵직하지 않다면, 처참한 말로를 볼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리 간단하게 볼 문제는 아니다. 두 투수가 대량 실점을 한 전후 상황을 살펴봐야 할 필요가 있다. 차우찬이 나선 개막전과 17일 두산전은 모두 0-0 상황에서 결정적인 홈런을 맞았고, 심지어 15일 넥센전은 2-0으로 앞서던 경기가 만루포로 뒤집혔다. 그만큼 결정적인 상황이었다. 사실 10-0으로 앞선 가운데 만루 홈런을 맞는다고 해서, 큰 지장은 없다. 그만큼 타이밍이 중요하다.

승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타이밍에 허용한 대량실점은 곧 경기 전체의 분위기 저하로 이어진다. 더욱이 세 경기 모두 경기초반 대량 실점이었다. 타자들 입장에서는 수비는 수비대로 길게 하느라 공격에서는 집중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런 흐름은 곧 상대 투수의 기를 살려주게 되고, 경기 중반까지 분위기 반전을 하지 못하다 보니 삼성 특유의 지키는 야구를 할 기회도 봉쇄된다.

반대로 17일 경기서 경기 초반 0-8로 사실상 승부가 결정난 뒤 삼성 타자들의 스윙은 급격히 무뎌졌다. 팽팽하던 경기가 한 순간에 크게 기울면, 타자들은 심리적으로 상실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따라가야 한다는 생각에 혹은 어차피 어떻게든 경기를 끝내야 한다는 생각에 성급하거나 성의 없는 타격을 하게 된다. 이는 단순히 1패뿐 아니라 장기적으로 타자들의 좋았던 타격감마저 잃게 되는 원인이 될 수 있다.

타자들만 피해를 보는 건 아니다. 경기 초반 예상치 못한 대량 실점은 다른 투수들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감독은 크게 앞설 때와 박빙 승부일 때, 그리고 크게 뒤질 때로 나눠서 상황을 계산한다. 크게 앞설 때와 박빙 승부일 때는 큰 문제가 없다. 크게 앞설 때는 선발 투수를 최대한 끌고 가거나 혹은 17일 임태훈의 경우처럼 차라리 다음 등판을 위해 휴식을 준 뒤 롱릴리프를 기용하면 된다. 박빙 승부일 때는, 리드와 열세에 따라 추격조나 필승조를 투입하면 된다.

그러나 갑자기 크게 뒤질 경우가 문제다. 이럴 경우 기본적으로 패전처리가 등장한다. 17일 삼성은 김효남이 이 역할을 수행했다. 하지만 경기 초반에 이런 상황이 나올 경우 패전처리가 몸 풀 시간이 부족해진다. 크게 앞설 때는 계산대로 투수 교체 시기를 잡으면 되지만, 갑자기 뒤질 때는 언제 실점할 지 모르기 때문에 패전 처리 투입 시기를 잡는 게 어렵다.

또한 장기적으로 이는 마운드 운영을 꼬이게 하는 원인이 된다. 선발 투수가 대량 실점으로 예상치 못하게 강판했을 때 그나마 긴 이닝을 끌고 가면 모를까, 17일 장원삼처럼 2회 시작과 함께 곧바로 내려갈 경우 예기치 못한 투수 운용을 해야 하고, 이는 다음날 기본적인 투수 운용에 악영향을 주게 된다. 예를 들어 갑자기 등판한 투수가 연투를 했을 경우 다음날 쓰고 싶어도 휴식을 줄 수 밖에 없다. 경기 전체적으로 봤을 때 예상치 못한 대량 실점은 선수 기용의 불확실성을 자초해 선수 개인적으로도 혹은 시즌을 이끌어가는 감독 입장에서도 난처해질 수밖에 없다.

이래저래 경기 초반 대량실점은 여러 사람을 피곤하게 만든다. 삼성이 요즘 본의 아니게 그런 모습이다. 예상치 못한 피곤함 야기, 그 역시 긴 시즌을 버티는데 좋을 게 없다. 

L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