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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투자/주식소식

증권가 '15조 시한폭탄' 카운트다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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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선거일이 가까워오자 안철수 서울대 융합대학원장,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 문재인 의원 등 대선주자와 엮인 이른바 ‘정치테마주’가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시한폭탄으로 변하고 있다. 그동안 정치테마주는 실적과 관계없이 이상급등하다 선거일 전후로 폭락 수순을 밟는 것이 지금까지의 특징이었다.

조선비즈는 정치테마주로 알려진 종목 주가추이·시가총액·영업이익·대주주 주식매매 등을 집중분석했다. 한탕을 노리는 테마주 도박판은 더 커졌고, 주가 급락 신호도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오는 10일이면 18대 대통령 선거일을 꼭 100일을 앞두게 된다.

◆ 정치테마주 20여개에서 140여개로

유력 대선 후보인 안철수 원장의 안랩(안철수연구소)이 지난해 서울 시장 선거 전후로 급등한 뒤 정치테마주로 불리며 이유 없이 상승하는 종목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대선 후보의 정책뿐만 아니라 불확실한 ‘인맥이 있다’는 이유 등으로 주가가 이상 급등한 종목은 최소 142개(유가증권 49개 종목, 코스닥 93개 종목)에 이른다.

2007년 대선에서도 ‘대운하주’ ‘자전거주’ 등 대선 테마주들이 활개를 쳤지만, 대부분 정책 테마주였고 종목 수도 20여개에 불과했다. 포털과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 등이 발달하면서 뜬소문을 유포해 시세 차익을 노리는 작전 세력이 갈수록 지능화하면서 ‘정치 테마주’도 범람하고 있는 것. 이승범 시장감시위원회 팀장은 “시세 조종자들은 물량을 확보한 뒤에 특정 정치인과의 인적네트워크와 각종 미확인 소문들을 트위터와 같은 서비스에 반복 게시해 일반 투자자들을 유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정치테마주로 분류된 142개 종목의 시가총액 총합은 15조원. 지난해 9월 시총 합이 10조원 정도였는데 1년 만에 50% 이상 늘어난 것이다. 같은 기간 코스피 지수는 6.5%, 코스닥 지수는 8.9% 올랐다. 테마주로 분류된 142개 종목 중 38개 종목은 지난해 영업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 그래픽=박종규
◆ ‘폭탄 돌리기’ 카운트다운은 시작됐나

시세 조종 세력들은 한편으로는 새로운 정치테마주 발굴에 골몰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주식을 팔아 차익 챙기기에도 나선 것으로 보인다. 테마주 열풍의 진원지인 안랩 주가는 작년에 633.5% 올랐지만, 최고점을 기록했던 지난 1월 3일 16만7200원에 비해서는 28.5% 하락했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 동생인 박지만씨가 회장으로 있는 EG(037370) (58,300원▲ 0 0.00%)의 경우 2011년 주가 상승률은 66.31%지만 올 들어서는 오히려 8% 가까이 내렸다. 박 후보의 저출산 관련 정책 수혜주로 꼽히면서 작년에 주가가 4~5배 올랐던 아가방컴퍼니(013990) (13,700원▲ 100 0.74%)보령메디앙스(014100) (16,000원▲ 150 0.95%)의 주가는 올해 27.6%, 29.2% 내렸다. 대선이 다가오면서 테마주 폭탄 돌리기가 초읽기에 들어간 셈이다.

이와 달리 써니전자, 케이씨피드, 우성사료## 등 새롭게 정치테마주로 이름을 올린 종목도 많다. 써니전자 주가는 올 초만 해도 300~400원 수준이었지만, 최근 20배가량 올랐다. 송태종 써니전자 대표가 안랩 경영전략실 이사로 근무했다는 이유다. 8월에도 주가급변으로 조회공시를 받은 종목 중 9개가 최근 새롭게 편입한 정치테마주였다. 우리들제약(004720) (2,670원▼ 120 -4.30%), 우리들생명과학(118000) (3,640원▲ 470 14.83%), 위노바(039790) (2,795원▼ 45 -1.58%), 오픈베이스(049480) (2,855원▼ 130 -4.36%)등은 평균 주가 상승률이 102.5%에 달했다.

대선 테마주의 운명은 ‘폭락’이었다. 2007년 ‘대운하 테마주(이명박 테마주)’ 이화공영(001840) (2,350원▲ 15 0.64%)은 그해 8월 2일 2620원에서 12월 7일 6만7400원으로 폭등했지만, 이 대통령 당선에도 불구하고 주가는 2000원대로 곤두박질쳤다. 이외에도 ‘정동영 테마주’인 일경산업개발(078940) (454원▲ 59 14.94%)도 10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들었고, ‘손학규 테마주’였던 IC코퍼레이션은 아예 상장 폐지됐다. 최근 테마주 기업의 대주주들이 주가가 급등한 틈을 타 보유 주식을 서둘러 매도하고 이익을 챙기는 것도 주가 폭락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 스몰캡 시장이 도박판으로

정치테마주는 대부분 시가총액이 작아 시세조종에 유리한 소형주들로 코스닥 시가총액(대략 100조원)의 10% 규모가 정치테마주로 놀아나고 있다. 증시 전문가들은 실적이 좋은 기업에 투자자들이 몰려 기업성장을 도모하는 자본 시장의 순기능을 무력화시킨 것을 대선 테마주 열풍의 심각한 부작용으로 꼽았다. 증권사들이 안랩과 관련한 투자분석 리포트를 지난해 10월 이후 단 한 건도 내지 못하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한 증권사의 스몰캡 연구원은 “최근 증시가 지지부진하다 보니 ‘급등’ 기대감 때문에 개인 투자자들이 테마주에 몰리고 있다”이라면서 “정상적인 기업 분석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일종의 도박 게임을 두고 분석은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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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원은 “포털 및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이 발달해 마음만 먹으면 풍문을 유포하기 쉬운 데다 ‘ㅇㅇ증권방송의 정치테마주 추천’처럼 금융위 신고만으로 투자 조언을 해주는 유사자문업자도 난립하고 있다”면서 “포털업체가 보관 중인 IP주소, 개인 연락처 등 사이버 기록들을 금융 당국이 열람하는 등 상상을 초월한 조치가 이뤄지지 않으면 주식시장의 이상 테마주 열풍은 계속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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