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ALL
"중국, 수요 급팽창 시대 올 것… 한국만큼 유망한 곳은 폴란드"
- ▲ 글로벌 채권 투자 업계에서‘제2의 빌 그로스’로 부상하고 있는 마이클 하젠스탑 프랭클린템플턴 수석부사장은“한국 경제와 채권을 긍정적으로 보지만, 앞으로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한국 금리 상 승(채권값 하락) 가능성이 있어 장기물보다는 단기물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 산 마테오=류정 기자
韓채권 최대 보유 외국_인나라빚 적고 재정 건전… 리스크 대비 수익률 좋아 원貨가치 상승기대도 커
투자할 만한 나라는…중국 경착륙 우려는 잘못, 말레이시아도 성장 여력… 유럽선 동유럽 쪽이 좋아
지난달 22일 한국 채권시장에서는 '사건'이 벌어졌다. '큰손'으로 통하는 프랭클린템플턴(이하 템플턴)이 채권을 대량매도했다는 소문이 나돌기 무섭게, 오르던 채권 가격이 금방 주저앉은 것이다. 이날 외국인 투자자들은 6000억원어치의 채권을 순매도했는데, 이 중 상당액이 템플턴의 매도액으로 추정됐다. 템플턴은 약 20조원의 원화 채권을 보유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는 전체 외국인 잔액의 4분의 1 규모다. 한국 채권 시장이 템플턴의 일거수일투족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다.
이런 템플턴의 글로벌채권 운용 총책임자는 마이클 하젠스탑(39·Michael Hasenstab) 수석 부사장이다. 그는 단일 채권 펀드로는 세계 최대 규모인 '템플턴 글로벌 채권 펀드'(올 6월 말 기준 412억달러)를 포함해 총 1567억달러(약 178조원)의 채권을 굴리는 최정상급의 글로벌 펀드매니저이다. 하젠스탑 혼자서 한국 최대운용사인 삼성자산운용이 굴리는 전체 자산(약127조원)보다 더 많은 돈을 갖고 매주 수조원을 베팅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2006년 템플턴의 글로벌 채권 펀드 책임 운용을 맡은 후 연평균 수익률 12% 이상을 올려 '상위 1% 채권 펀드'에 매년 빠지지 않고 이름을 올리고 있다. 그래서 글로벌 투자 업계에서 '채권왕'인 빌 그로스 핌코 회장의 뒤를 잇는 '스타'로 꼽힌다.
하젠스탑의 특장(特長)은 투자 대상 지역의 거시경제 상황과 실물 경제, 통화 가치 등을 유리알처럼 훤하게 꿰뚫고 있는 예리한 시각과 풍부한 정보이다. 그는 자신이 운용하는 대표펀드인 '템플턴 글로벌 채권 펀드' 물량의 20%를 한국 채권물로 채우고 있다(6월 말). 단일 국가로는 가장 많은 물량이다. 외국 투자자들이 관심을 갖지 않던 한국채권에 수년전부터 거액을 투자해왔다. 그는 한국 경제의 잠재력과 실력을 어떻게 평가하기에 한국에 과감히 베팅 하는 걸까?
Weekly BIZ는 이런 궁금증을 갖고 샌프란시스코 시내에서 10여㎞ 떨어진 산 마테오(San Mateo)의 프랭클린템플턴 본사를 찾아가 그를 만났다.
◇한국 채권이 최고 투자 대상인 이유는?
"리스크 대비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매우 좋아서다. 한국 정부는 빚이 적고(지난해 GDP 대비 부채 비율 33%) 재정 수지와 인플레이션을 적절하게 잘 관리하고 있다. 특히 2년 만기 국공채 금리가 글로벌 수준에 비해 꽤 매력적이다. 한국 경제는 중국 경제의 영향을 크게 받는데 우리는 중국 경제를 좋게 본다. 따라서 한국도 함께 성장할 것이다. 또 미국과 달리 돈을 마구 찍어내지 않기 때문에 달러 대비 원화 가치는 계속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
―한국 국채 인기가 높아지고 있는데, 미국이나 독일 국채처럼 안전자산 지위를 얻었다고 볼 수 있나?
"리스크 없는 자산은 세계 어디에도 없다. 그러나 최근 투자자들은 부채가 많은 미국과 유럽 채권을 피해 자산을 안전하게 굴릴 곳을 찾고 있는데 그중 하나가 한국 채권이다. 투자가 몰리면서 유동성이 늘고 신용은 더 올라가고 있다. 시간이 지나면서 리스크는 더 낮아질 것이다. 한국 채권은 리스크를 감수한 만큼 보상을 주는 자산이다."
―한국 채권의 이런 인기가 얼마나 지속될 것인가?
"인플레이션과 중앙은행 조치의 영향을 받을 것이다. 향후 5년간 한국 경제가 견조하게 성장하면서 인플레이션이 발생해 중앙은행이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있다. 그렇게 되면 기존의 채권 가격이 하락할 수 있다. 또 뮤추얼 펀드, 국부펀드, 헤지펀드 등 다양한 투자자가 같은 방향으로 베팅한다고 기대하기 어렵다. 하지만 투자 수요는 꾸준히 늘면서 채권 값 하락 폭은 제한될 것이다. 또 한국 채권시장은 유동성이 풍부해지고, 특정 펀드의 매도에 흔들리지 않는 건강한 시장이 될 수 있다."
―한국에선 올해 성장률이 3% 밑으로 추락할 것이라고 우려하는 시각이 많다.
"성장 둔화는 이머징 국가(신흥국)에서 선진국으로 갈 때 일어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한국은 더이상 이머징 국가가 아니다. 이제 비교 대상을 달리해야 한다. 미국, 유럽, 일본 같은 나라들과 비교하면 상당히 높은 성장률이다. 이는 한국 기업, 구체적으로는 제조업이 경쟁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IT(정보기술) 산업에서 세계 최고 브랜드를 갖고 있고, 조선 업체들은 이미 일본을 추월했고, 자동차는 일본과 맞붙고 있다. 생산의 부가가치가 계속 높아지고 있다."
◇"성장 둔화는 자연스러운 현상"
―하지만 한국에선 가계부채와 인구 고령화 같은 심각한 문제도 제법 된다.
"물론 한국도 문제는 있다. 그러나 가계 부채는 모든 세대, 모든 소득층이 겪는 문제는 아니다. 한국 정부는 문제를 인식하고 사전 조치를 취하면서 잘 관리하고 있다. 한국은 또 얼마든지 은행들이 자본확충(recapitalization)을 할 수 있는 자원이 있다. 인구 고령화는 위기의 요소가 될 수 있다. 좀 더 개방적인 이민 정책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일본처럼 문을 닫고 국경을 닫으면 약한 성장을 할 수밖에 없다. 한국은 그동안 상대적으로 개방적인 이민정책을 펼쳤다. 그러나 앞으로가 문제다. 일본과 같은 길을 갈 것인지 아닌지는 한국인들의 선택에 달려있다."
―한국 기업이 환율 덕분에 일본 기업과의 경쟁에서 혜택을 봤다는 분석도 나온다.
"환율 때문만은 아니다. 지금 세계인들은 단순히 가격이 싸서 한국 제품을 사지 않는다. 현재 원화는 저평가돼 있고, 엔화는 고평가돼 있는데 만약 공정한 가격이 형성되고, 원화 가치가 달러 대비 10~15% 상승한다 하더라도 한국 기업은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고 믿는다. 예를 들어 한국 조선 업체를 봐라. 조선 기술이 세계 최고이고 다른 기업이 못 만드는 배를 만든다. 한국은 환율에 울고 웃던 20년 전과는 완전히 달라졌다."
―엔화 강세는 얼마나 지속될까? 원화 가치는?
"엔화는 분명히 높게 평가돼 있어 향후 2~3년 내 적정 가격으로 조정될 것으로 본다. 원화 가치는 향후 3~5년 안에 더 오를 것으로 보지만 그 과정에서 변동성이 클 것으로 예상한다."
―한국 경제의 리스크 요인은?
"가장 큰 리스크는 중국이다. 한국 경제는 중국 경제에 의존하는 비중이 매우 크다. (한국의 지난해 대중국 수출 비중은 전체의 24%) 중국 경제에 문제가 생기면 한국은 훨씬 큰 타격을 받는다. 북한 리스크도 있다. 단기간 급변 사태 가능성은 작지만 10년을 놓고 보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 우리가 단기 채권을 선호하는 이유다."
―중국 경제 성장률이 7%대로 둔화되고, 경착륙 우려가 커지고 있다.
"중국 성장률이 한 자릿수로 낮아지는 것은 성장의 양이 줄고 질이 높아지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중국 경제의 경착륙 우려는 너무 과장돼 있고 중요 이슈가 아니다. 지금 중국에서 주목할 것은 금융 국제화와 위안(元)화 국제화다. 중국은 그동안 추진했던 주요 개혁 작업에서 실패한 적이 없다. 이번에도 향후 5년간 금융 개혁, 위안화 국제화를 성공적으로 해낸다면 이 파급력은 엄청날 것이다. 금융 국제화는 투자 대상을 다변화한다. 위안화는 달러화나 유로화만큼 커지진 않겠지만, 엔화나 파운드화, 스위스 프랑화를 제치고 세계 3대 기축통화가 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중국은 대외 투자를 확대할 것이고, 중국의 대외 구매력이 커지면서 소비 구조도 크게 바뀔 것이다. 이것은 중국의 수요가 급팽창하는 이른바 '긍정적 수요 충격(positive demand shock)'을 촉발할 수 있다. 이는 한국 수출 기업에도 좋고, 전 세계 경기 호황을 이끌 수도 있다."
―유럽과 미국 등 선진국 경제는 어떻게 전망하나?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우리는 고물가와 저성장, 낮아진 삶의 질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제로 성장은 아닐 것이다. 미국도 적지만 플러스 성장을 하고 있고, 유럽도 의미 있는 긴축 과정을 진행 중이다. 또 유럽중앙은행(ECB)은 돈을 찍을 능력이 있다. 구제금융을 받았던 '아일랜드 모델'을 유럽 다른 나라들이 따른다면 좀 더 효과를 볼 것이다. 아일랜드 정부는 단위당 노동비용을 30% 정도 내렸다. 이는 환율을 그만큼 떨어뜨린 효과나 마찬가지로 상당한 제품 경쟁력을 확보했다. 기업에 대한 법인세도 낮아 외국 기업들이 나가지 않았고, 정부와 국민이 강한 의지로 IMF가 요구하는 긴축프로그램을 잘 이행하고 있다."
―투자할 만한 나라를 추천한다면.
"말레이시아는 중국 경제와 연관성이 높아 성장 가능성이 크고 금리 수준도 높다. 유럽은 동유럽이 상대적으로 좋은데, 특히 폴란드가 매력적이다. 폴란드는 숙련된 노동력이 풍부하고 친기업적인 기업 환경에다 빚도 많지 않은 강한 나라다. 템플턴 펀드는 한국 다음으로 폴란드 채권을 많이 보유 중이다. 그밖에 싱가포르·인도네시아·스웨덴·멕시코·브라질·칠레 같은 나라들을 좋게 본다. 아직 이런 나라에는 성장의 여지가 많이 남아있다."
―각 나라 경제의 내부 사정을 속속들이 평가하는 비법을 공개해달라.
"앉아만 있어서는 창문이 좁아 절대로 정확하게 볼 수 없다. 1년에 100일 이상을 해당 지역을 직접 찾아가 그 나라의 사람들 자체와 소비 패턴, 산업부터 정치까지 직접 보고, 듣고, 체험해 보는 게 비법이라면 비법이다."
마이클 하젠스탑(Hasenstab) 수석 부사장은
출생: 1973년 미국
학력: 미국 칼튼대 국제관계·정치경제학과 졸업, 호주국립대 경제학 석·박사
경력: 1995년 프랭클린템플턴 입사, 글로벌 채권 포트폴리오 운용팀 투자 전략 총괄, 현 글로벌 채권 부문 공동 대표(수석 부사장)
기타: 스탠더드앤푸어스&비즈니스위크 선정 '베스트 글로벌 매니저'(2006년), 글로벌 펀드평가사 모닝스타 선정 '올해의 채권매니저'(2010년), '블룸버그 마켓'誌 선정 '최고 글로벌 채권 펀드 매니저'(2009년, 2010년)
LIST
'TV속정보 > TV프로그램정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알뜰살뜰 주방 위생관리법! (0) | 2012.09.25 |
---|---|
예뻐지려 발랐다 독 됐다?! 비비크림의 진실 (0) | 2012.09.25 |
정형돈-한유라, 영화같은 그림키스 화제 (0) | 2012.09.20 |
강호동 복귀작, '1박2일'이어야만 하는 이유 (1) | 2012.09.05 |
[CEO칼럼] '채소 씻는 세탁기'서 읽는 중국문화 (0) | 2012.09.03 |
명품조연! '김상호 배우님' 이 나오면 무조건 대박 드라마! (0) | 2012.08.26 |
각시탈, 모두의 가슴을 먹먹하게 만든 이해석의 안타까운 자결 (0) | 2012.08.24 |
싸이 대박! 출연 美TV 보니 '방송사 초토 (0) | 2012.08.23 |
공간 재발견, 옥상의 화려한 변신 (0) | 2012.08.20 |
식물을 키우는건 흙이다 -정원이야기 (0) | 2012.08.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