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상이야기/사건사고

한국이 어쩌다 이 지경이… 끔찍하다

SMALL

요즘 신문을 펼치면 대한민국, 이런 무법천지가 있나 싶다.



잊을 만하면 한 건씩, 심지어 이번주에는 하루 한 건씩 성범죄 기사가 지면을 도배하고 있다.


그러다 문득 이십 수년 전 처음 기자 생활을 시작할 때를 되돌아보면 그리 새로울 것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신문사에 갓 입사해 사회부 경찰기자를 잠깐 돌던 수습기자 시절 아침마다 경찰서에 도착해 밤사이에 일어난 사건 일지를 살펴보면 '강간치상'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꽤 오래 전 일이라 어렴풋하지만 하루 사이 일어난 전체 범죄 가운데 60~70%가 강간치상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그런데 20년이 훌쩍 지난 지금 여성의 지위가 높아지고 여성에 대한, 인권에 대한 사회 의식이 훨씬 성숙해진 21세기가 돼서도 줄어들기는커녕 더욱 극악무도하고 천인공노할 성범죄가 만연하고 있다. 이유는 단 한 가지라고 나는 생각한다. 지난 수십년 동안 다른 범죄에 비해 성범죄를 너무 가볍게 취급하고 너무 가볍게 처벌했기 때문이다.


솜방망이 처벌로 성범죄 만연


미안한 말이지만 성범죄자는 사람이 아니다. 사람이 아닌 짐승 같은 이들에게 인권 운운하는 것은 사치다. 희생자나 그 가족들의 인권은 누가 책임질 건가. 항상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니 성범죄는 누범이 되기 십상이다. 얼마나 처벌이 우스웠으면 며칠 전 성범죄를 저지른 피의자는 "또 걸리면 교도소 가면 되지"라고 '쿨하게'생각했다지 않나.


더 이상 대한민국을 성범죄의 온상으로 놔둬서는 안 된다. 하루빨리 전자발찌법을 비롯해


강력한 처벌 규정을 만들어 여성들이 밤이나 낮이나 안전하게 다닐 수 있게 해야 한다. 예컨대 술에 취해 범죄를 저질렀을 경우 형법(10조 2항)에 따라 심신미약이나 심신상실로 형 감경 판단대상인 부분부터 없애야 한다. 자신이 마신 술을 스스로 제어하지 못한 것도 죄인데 거기에다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줬는데도 형을 줄여준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또 한 가지 주목해야 할 부분은 이들 범죄자의 대부분이 사회소외계층이라는 점이다. 


경제성장과 사회인식 변화로 여성들이 과거처럼 남성에게 경제를 의탁하지 않고도 살 수 있게 됨에 따라 현재보다 나은 현실이 보장되지 않을 경우 결혼을 꺼리는 추세다. 그렇게 되면 최하위층 남성들은 결혼하기도, 성적 욕구를 해소하기도 어려워진다. 하지만 손가락만 까닥하면 인터넷에 음란 동영상이 넘쳐나는 세상이다. 순간의 충동을 억누르려면 어린 시절부터 집에서, 학교에서 절제와 책임에 대한 윤리 교육을 받았어야 하지만 이들 대부분은 사랑 받지 못했거나 왕따를 당했거나 열등감과 분노 속에서 성장기를 보냈다. 가족과 공동체로부터 소외된 이들이 감정과 충동 조절을 제대로 하기를 바라는 것은 무리다. 


더욱 걱정스러운 것은 앞으로 이런 사건이 더 많아지면 많아졌지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는 데 있다. 사회 양극화가 심화될수록 열패감과 분노 속에서 자라나는 소외계층은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가정이 불우하더라도 학교에서나마 이들을 보듬어야 하지만 공교육은 갈수록 망가지고 이들과 소통할 참스승이나 친구들은 점점 자취를 감춘다. 인터넷 세상 속 넘쳐나는 음란물은 보면 볼수록 더 자극적이고 충동적인 욕구를 부른다. 현 상황에서 유추 가능한 악순환의 시나리오는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사회 안전망 갖춰 범죄 예방 힘써야


치안유지는 국가를 성립시키는 기본 중에 기본이다. 위급 상황에 전화해도 출동하지 않는 112 신고센터, 작동되지 않는 전자발찌는 국가의 근간을 흔드는 경고음이다. 경찰의 공권력을 정상화하는 기본적인 해결책은 물론 사회 안전망을 갖춰 범죄자들을 미연에 방지하는 미래지향적인 해결책까지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하루아침에 세상이 바뀌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 뽑히는 대통령은 이런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비전이나 해결책을 내놓을 수 있어야 한다. 그런 대통령을 뽑는 것이 우리 유권자의 몫이다. 사교육 광풍이 사교육을 하루아침에 금지시켰던 전두환 시절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더니 이제 치안 불안이 삼청교육대로 잡범들을 일소한 또 하나의 전두환 향수를 부르는 것은 아닐지. 선진국 문턱까지 숨가쁘게 달려온 대한민국이 어쩌다 이 지경이 됐는지 한숨만 나온다.

L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