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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관련/프로야구

류현진의 지독한 불운, 감독·선수들도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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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은 현진이가 나오면 더 불안하다".

에이스가 나오는 날. 한화 한대화 감독은 마음 한구석이 내심 불안하다. 에이스를 못 믿어서 아니다. 에이스가 나오는 날 유독 터지지 않는 타선 때문에 불안감이 크다. 한 감독은 "요즘은 현진이가 나오는 날이 더 불안하다. 현진이가 나올 때마다 타선이 점수를 내지 못한다"고 답답해 했다. 올해 류현진은 최고 시즌이었던 2006년과 2010년을 능가할 만한 페이스를 보여주고 있지만 좀처럼 승리와 인연을 맺지 못하고 있다.

류현진은 올해 6경기에서 1승2패 평균자책점 2.14를 기록하고 있다. 42이닝을 던지며 삼진 56개를 잡아낼 만큼 독보적인 삼진율을 보이며 압도적인 구위를 자랑 중이다. 6경기 중 5경기에서 퀄리티 스타트 할 만큼 안정성에서도 류현진을 따라올 만한 투수가 없다. 그런데도 승리는 고작 1승. 오히려 패수가 2패로 더 많다. 참으로 지독한 불운이다.

불운의 근원은 팀 타선이다. 경기당 평균 4.2득점을 올리는 한화 타선은 그러나 류현진이 마운드에 있는 42이닝 동안 13득점밖에 내지 못했다. 9이닝당 득점 지원이 2.8점에 불과하다. 이것도 지난달 26일 광주 KIA전에서 7이닝에 8득점을 한꺼번에 지원받은 것을 제외하면 1.3점에 불과하다. 무득점 1회, 1득점 3회, 2득점 1회를 지원받을 만큼 득점 가뭄이 심각했다.

이를 바라보는 한대화 감독의 속도 타들어간다. 한 감독은 "이상하게 현진이가 나올 때마다 타선이 점수를 못 낸다. 현진이의 득점 지원이 너무 없어 아쉽다"고 했다. 한화는 올해 희생번트가 20개로 가장 많은데 그 중 7개가 류현진 선발등판 경기에서 나올 만큼 선취점에 대한 압박이 크다. 그러나 5회 이전 희생번트 득점 연결이 한 번밖에 없을 만큼 선취점에 애먹고 있다.

류현진의 절친한 형이자 팀의 4번타자 김태균은 "현진이한테 참 미안하다. 나뿐만 아니라 우리팀의 모든 선수들이 현진이에게 미안해하고 있다"며 "현진이가 나올 때 모두가 더 집중하려 하는데 뜻대로 잘 풀리지 않는다. 우리팀 에이스이기 때문에 승리를 해야 한다. 아끼는 동생이라서 그런지 더 안타깝다"는 심정을 드러냈다.

이여상은 "현진이가 나오는 날 어떻게 하면 초반에 점수를 낼 수 있을까 집중한다. 다른 투수들보다 현진이가 나올 때 '무조건 이겨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는 게 사실"이라며 "딱 한 번 풀리면 되는데 그게 잘 안 된다. 우리 에이스에 승리를 챙겨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했다. 그만큼 선수들 모두가 느끼는 부담으로 번져나가고 있다.


그래도 류현진은 의연하다. 그는 "내가 나오는 날은 점수를 적게 줄 것이기 때문에 괜찮다. 다른 투수가 나올 때 많이 내주면 된다"고 말할 만큼 팀을 생각하는 마음이 크다. 물론 "득점을 많이 내주면 싫어할 투수가 어디 있겠나"라는 말에서 그의 속마음도 알 수 있다. 속 마음 깊은 에이스의 불운에 감독도 선수들도 진심으로 미안해 하고 있다. 치유약은 오직 '승리'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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