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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관련/프로야구

박찬호-이승엽, '역사적인 첫 맞대결' 누가 승리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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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대구, 이상학 기자] 한국 야구가 낳은 당대 최고의 투수와 타자가 맞붙는다. 역사적인 첫 투타 대결이 어린이날에 벌어진다.

5일 대구구장에서 열리는 삼성과 한화의 시즌 4차전은 하루 전날부터 1만석 예매분이 모두 매진됐다. '코리안특급' 한화 박찬호(39)와 '국민타자' 삼성 이승엽(36)의 역사적인 투타 맞대결 성사에 대한 기대감이 고스란히 나타났다. 전성기가 지난 나이이지만 대한민국 야구를 대표하는 당대 최고의 투수와 타자의 대결은 그 자체만으로도 최고의 흥행카드다.

▲ 당대 최고의 투수와 타자

한국인 최초로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박찬호는 무려 17년을 빅리그에서 보내며 아시아 투수 최다승(124승)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월드시리즈·올스타전 등 큰 무대에도 나섰고, 2002년에는 텍사스로 이적하며 5년간 6500만 달러 초대형 계약도 맺었다. 연평균 1500만 달러 이상 받은 고액 연봉자였고, 부와 명예를 모두 누린 당대 최고의 한국인 메이저리거였다.

이승엽은 1999년 한국프로야구 한 시즌 최다 54홈런을 터뜨린 뒤 기록을 세운 뒤 2003년에는 아시아 한 시즌 최다 56홈런을 세웠다. 1995~2003년 9년간 MVP와 홈런왕을 5회씩 휩쓸었다. 이후 일본으로 진출한 뒤 8년간 활약했다. 2005년에는 일본시리즈 우승을 경험했고, 요미우리로 이적한 2006년에는 41홈런을 폭발시키며 이듬해 4년간 30억엔 대형 계약을 맺었다.

박찬호와 이승엽은 국제대회에서도 한국야구의 우수성을 알린 최고의 선수들이었다. 특히 2006년 제1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투타의 중심으로 활약하며 4강 진출을 이끌었다. 지난해 일본프로야구 오릭스 버팔로스에서 1년간 한솥밥을 먹으며 우의도 다졌다. 이로부터 1년도 지나지 않아 적으로 만난다. 삼성 류중일 감독은 "재미있는 승부가 될 것이다. 미국과 일본 출신에 한 팀에서도 뛰지 않았나. 여러 가지로 볼거리가 많다"고 기대했다.

▲ 전성기 지나도 명불허전




전성기가 지난 나이에 한국프로야구로 돌아온 박찬호와 이승엽이지만, 그들에게는 불 같은 강속구와 배트 스피드 대신 상대를 제압할 수 있는 노련미가 있다. 박찬호와 이승엽 모두 당초 우려를 뛰어넘는 기대이상 피칭으로 팀에 없어서는 안되는 핵심 전력으로 자리 잡았다.

박찬호는 올해 4경기에서 1승1패 평균자책점 2.91을 기록하고 있다. 21⅔이닝을 던지며 안타 17개를 맞았다. 피안타율 2할1푼5리는 규정 이닝을 채운 투수 중 공동 7위에 해당하는 호성적. 최고 148~149km 직구에 컷 패스트볼, 투심 패스트볼 같은 변종 직구로 수많은 땅볼을 유도하고 있다. 땅볼·뜬공 비율이 2.46으로 규정이닝 투수 중 전체 2위. 공격적인 피칭도 박찬호의 강점이다.

이승엽도 만만치 않다. 19경기에서 72타수 26안타 타율 3할6푼1리 5홈런 15타점 3도루로 종횡무진 활약하고 있다. 타율 2위, 홈런 공동 3위, 타점 공동 5위는 모두 팀 내 1위의 기록. 스스로 "파워는 예전만 못하다"지만 공을 정확하게 맞히는 능력과 선구안은 더 좋아졌다. 볼넷 12개를 얻어내는 동안 삼진은 5개밖에 당하지 않다. 위압감은 예전만 못해도 투수에게는 더 까다로운 타자가 됐다.

▲ 누가 더 유리할 것인가

박찬호와 이승엽의 승부. 과연 누가 유리할까. 시즌 개막 전 미디어데이에서 이승엽은 "찬호형의 '윽' 하는 기합 소리에 주눅이 들어 안타를 못 쳤다"고 말했다. 박찬호와 이승엽은 지난해 2월 자체 평가전에서 3차례 실전 맞대결을 벌였는데 3타석 모두 뜬공으로 박찬호가 이겼다. 박찬호는 한국에서도 특유의 기합소리가 여전하다. 그만큼 공 하나 하나에 혼신의 힘을 불어넣고 있다.

미디어데이에서 박찬호는 이승엽과 승부에 대해 "내가 유리하다. 아니다 싶으면 (볼넷으로) 내보내면 된다. 키는 내가 쥐고 있다"며 승부의 결정권은 투수 자신에게 있음을 강조했다. 이어 "승엽이는 워낙 훌륭한 선수다. 맞아도 좋다"면서도 "맞지 않으면 기분이 더 좋을 것이다. 대표팀에서부터 많이 봐왔기 때문에 충분하게 공부가 되어있다"고 자신했다.

이승엽도 "찬호 선배가 유리하다. 맞추면 된다"는 농담을 던지면서 "나를 볼넷으로 보내면 뒤에 최형우가 있다. 10번 나가서 3번은 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받아쳤다. 하지만 시즌 개막 후 4번타자 최형우의 타격 컨디션이 좋지 않다는 점에서 박찬호는 이승엽과의 승부를 어렵게 가져갈 가능성이 높다. 박찬호의 말대로 승부의 키는 그 자신이 쥐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여기에 이승엽은 왼쪽 어깨 통증을 안고 있다. 지난 3일 대구 두산전에서 시즌 처음 결장했고, 복귀전이었던 4일 대구 한화전에서는 안타없이 4타수 무안타로 침묵했다. 최근 2경기 8타수 무안타. 반면 메이저리그 시절 좌타자에 약점을 보였던 박찬호는 올해 우타자(0.244)보다 좌타자(0.184) 피안타율이 더 낮다. 박찬호의 주무기 컷 패스트볼과 투심패스트볼에 대한 이승엽의 대응이 관건이다. 이승엽은 지난달 19일 잠실 두산전에서 더스틴 니퍼트의 140km 투심 패스트볼을 받아쳐 우월 홈런을 터뜨린 바 있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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