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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관련/프로야구

추신수 일기 “빈볼 수난, 결국 수술 부위 다시 금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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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나단 산체스와의 악연을 이어갔던 캔자스시티 로열스와의 경기에서 추신수는 참았던 감정을 폭발하고 말았다.(사진=순스포츠 홍순국 기자)

어제(4월 15일, 한국시간) 캔자스시티 로열스와의 원정 2차전에서 또다시 몸에 맞는 공이 나오면서 제가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폭발하고 말았습니다. 상대가 지난해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전에서 제 엄지손가락을 골절시킨 조나단 산체스(2011년 11월 캔자스시티로 이적)라 더더욱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었어요. 조나단이 던진 시속 145km의 직구가 제 오른쪽 무릎 윗부분을 강타하는 순간, “공을 홈플레이트로 똑바로 던지라”고 소리를 쳤습니다. 순간적으로 이성을 잃었던 셈이죠.

사실 사구는 경기 중에 언제나 발생할 수 있는 경기의 일부분입니다. 어제 조나단이 던진 공은 평범한 사구였고, 만약 다른 투수한테 그런 공을 맞았더라면 조용히 1루로 걸어 나갔을 겁니다. 그러나 조나단이 선발투수로 나온다는 걸 알고 마음이 복잡 미묘했어요. 올해는 같은 중부지구에 속해 있기 때문에 자주, 계속 상대해야 하는 투수가 됐는데, 만약 사구가 나올 경우 제가 어떻게 행동해야 할 지 살짝 고민도 했었습니다.

그런데 예상대로(?) 또 다시 몸에 맞는 공이 나왔고, 전 그 친구한테 강한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어요. 제가 작년 일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고, 그 아픔이 여전히 제 마음 속에 내재돼 있다는 걸 알려주고 싶었습니다. 분명한 건 어제의 그 사구와 제 행동을 통해 지난 일은 깨끗이 잊었다는 사실입니다. 앞으로 조나단한테 머리를 위협하는 공만 맞지 않는다면 사구 맞았다고 해서 화를 내는 일은 없을 겁니다.



추신수는 빈볼을 맞고 항의하는 건 옳지 않지만, 머리를 향한 위협구이거나 조나단 산체스처럼 잇단 사구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건 참을 수가 없었다고 한다.(사진=순스포츠 홍순국 기자)

나중에 알고 보니 캔자스시티 선수들은 제가 사구를 맞고 화를 낸 데 대해 처음에는 이해를 못했다고 하더라고요. 아니 황당했을 겁니다. 평범한 사구를 맞고 그렇게 화를 냈으니 어이없었을 거예요. 그들은 이닝이 끝난 뒤에야 지난 해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의 경기 때 제가 조나단 산체스 공을 맞고 손가락이 골절됐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합니다. 공수교대 중 캔자스시티의 1루수 2루수를 맡고 있는 선수들이 다가와선 “추, 네 행동을 이해한다. 벤치클리어링 때 미안했다. 이해해라”하고 얘기를 하더라고요. 저 또한 그들의 사과를 쿨하게 받아들였습니다.

어제 우리 선수들한테 표현 못할 고마움을 느꼈습니다. 특히 우리 팀 3루수 잭 해너한! 정말 몸을 사리지 않고 조나단에게 달려들더라고요. 자기 일도 아니고, 그렇게 위험한 공도 아니었는데 그동안 저한테 쏟아지는 위협구에 대해 우리 선수들도 민감해졌던 것 같아요. 돌이켜보면 동양 선수인 나를 위해 뜨거운 동료애를 보여준 우리 팀 선수들의 행동에 가슴이 뭉클해질 정도의 고마움과 감동을 느꼈습니다. 그래서 연장 10회초 결승 2루타를 칠 수 있었어요. 성적으로 보답하고 싶은 간절함 때문이었죠. 조금만 더 뻗어 나갔더라면 올해 첫 홈런을 드라마틱하게 장식할 수도 있었을 텐데…^^.

요즘 메이저리그 담당 기자들이 몸쪽 공 공략에 대해 많이 물어보시더라고요. 최근 상대 투수의 몸쪽 공 공략이 빈번해지면서 제가 부상 위험에 노출된 적이 있었기 때문에 더더욱 그런 질문이 나온 것 같습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타자들은 완벽하게 제구가 된 투수의 공을 치기 어려워요. 푸홀스, 미구엘 카브레라 정도의 뛰어난 몇몇 선수들 외엔 대부분의 선수는 투수의 실투를 노려서 밀어칩니다. 저 또한 마찬가지이고요. 제가 밀어치는 공들은 투수의 실투이거든요.

더욱이 투수가 몸쪽 공을 던진다고 해서 계속 몸쪽으로만 던질 수는 없습니다. 투수 입장에선 몸쪽 공을 의식하다가 공이 가운데로 몰릴 수 있기 때문에 한 이닝 내내 몸쪽 공으로만 승부를 걸 수 없다는 것이죠. 스트라이크 세 개가 삼진이잖아요. 그 세 개를 몸쪽으로만 세 개 던져서 삼진을 잡을 수 있는 투수가 과연 몇 명이나 될까요? 저 또한 몸쪽 공을 의식하다 보면 제가 좋아하는 바깥 쪽 공을 칠 수가 없어요.



추신수는 빈볼도 경기의 일부분이고, 선수를 향해 맞추려 하기 보단 몸쪽으로 바짝 붙여서 공을 던지려다 제구가 안 되면서 빈볼이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게 위협구인지, 일상적인 빈볼인지는 선수들만 알 수 있는 부분이라고 한다.(사진=순스포츠 홍순국 기자)

그렇다면 투수들이 왜 저한테 몸쪽을 향해 공을 던질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아마도 어중간하게 몸쪽으로 던지다 가운데로 들어가면 큰 걸 맞게 되니까 아예 몸쪽으로 바짝 붙여서 공을 던지다 머리를 향하기도 하고 왼손 엄지손가락에 공이 맞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몸쪽으로 던지는 건 충분히 이해하는데요, 그래도 몸에 맞는 공은 절대 사양합니다. 아파요^^.

시카고 화이트삭스전에서 95마일(152km/h)의 공이 왼손 엄지손가락을 강타했을 때, 손가락 보호대가 산산조각이 났어요. 다행이 멍만 들고 부상이 없는 줄 알았는데 이틀 전에 X-레이를 찍어보니까 수술 부위에서 조금 위쪽에 금이 갔더라고요. 누르면 통증이 느껴지긴 하지만 야구하는데 지장은 없을 것 같아 출장을 강행하고 있습니다. 치료하면서 서서히 붙기를 바래야겠죠.

저도 사람이다 보니 타석에 들어설 때마다 겁이 납니다. 그래서 부단히 마인드컨트롤을 하며 마음을 다잡고 있어요. ‘내가 이걸 무서워하면 내 야구인생은 끝나는 것이다’라고요. 그래도 지금은 2011년이 아닌 2012년이잖아요. 올해는 부상, 불운 없이 행복한 일들만 가득할 것이라고 믿으며 자신감을 가져봅니다.



넘어지고 쓰러지고 가벼운 부상을 입어도, 추신수는 올 한 해 만큼은 자신한테 '행복'을 느끼게 해주는 시즌이 될 것이라고 굳게 믿는다. 팬들이 보내는 응윈이 있기 때문이다.(사진=순스포츠 홍순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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