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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국장, 오래 팔팔 끓이면 헛수고...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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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고기는 가족들에게 좀 특별한 음식을 해먹이고 싶거나, 또는 해먹일 것이 마땅하지 않을 때 손쉽게 사게 되는 요리 재료 중 하나다. 소고기에 비해 값이 싼 데다가, 그냥 굽거나 간단한 양념만 하는 것으로도 맛있게, 짧은 시간에 쉽게 무엇이든 해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구이·보쌈 혹은 수육·불고기·갈비찜·김치찌개·장조림·볶음밥·잡채·짜장이나 카레·삼겹살묵은김치찜·돼지고기고추장쌈장·감자탕.

20년 차 주부인 내가 돼지고기로 할 수 있는 음식들은 얼마나 될까. 헤아려보니 고작 이 정도에 불과했다. 없어서 못 먹는 것이 고기요, 누구든 손쉽게 할 수 있는 돼지고기 요리인지라 먹는 사람도 음식을 하는 사람도 크게 질리지 않았던 게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동안 막연하게 '이제까지 해먹던 것과 전혀 다른 돼지고기 요리를 먹고 싶다든가' '편하다'는 이유로 사 먹고 말았던 돈가스나 미트볼, 떡갈비, 동그랑땡 정도는 직접 만들어보고 싶다는 고민을 한 적도 있었다. 번번이 재료까지 사놓고 막상 번거롭고 귀찮다는 생각에 다른 것을 해먹곤 했지만 말이다.

하지만, 지난 일주일 동안 돼지고기 요리 몇 가지를 배웠다. 20년 가까이 해보고 싶었지만 할 생각을 하지 못했던 미트볼 두 종류와 등심단호박조림, 돼지고기콩나물찜이 바로 그것. 게다가 이제까지 해먹었던 것과 전혀 다른 방식으로 청국장찌개를 맛있게 끓이는 법까지 배우게 됐다.

돼지고기로 만들 수 있는 요리 180여 가지를 알려주는 돼지고기 전문 요리책 <한국인이 좋아하는 돼지고기 요리>(이밥차 요리연구소 씀·그리고 책 펴냄) 덕분에.

제대로 된 청국장, 이렇게 만듭니다


  

 청국장


▲ 걸쭉한 청국장 : 주재료-청국장(1컵=180g), 두부(4/1모=100g), 돼지고기 간 것(100g)/부재료-풋고추(1개), 붉은 고추(2/1개),대파(10cm)/양념-다진 생강(0.2), 고춧가루(1), 청주(1).

① 청국장(1컵)은 물(1컵)에 고루 풀고 ② 두부는 작게 썰고, 고추와 대파는 송송 썰고 ③ 중간 불로 달군 냄비에 식용유(1)를 두르고 돼지고기, 다진 생강(0.2), 고춧가루(1),청주(1)를 넣어 볶고 ④ 고기 겉면이 익어 색이 변하면 물(1컵)을 넣어 끓이고 ⑤ 풀어놓은 청국장과 고추를 넣어 3분간 끓이고 ⑥두부와 대파를 넣어 2분 정도 더 끓여 마무리.
- 기자 주 : 재료 괄호 숫자 (1)은 보통의 수저로 1큰술, (0.2)는 수저 끝부분에 아주 조금.

<한국인이 좋아하는 돼지고기 요리> '걸쭉한 청국장' 레시피

이 책을 보기 전까지는 다른 찌개처럼 청국장도 처음부터 물에 풀어 끓이곤 했다. 두부와 호박, 감자, 양파, 고추, 대파, 마늘, 고춧가루 등을 주로 넣고 말이다. 이들 재료가 없으면 넣지 않기도 했다. 더러는 돼지고기나 우렁, 조개 등도 넣었다.

하지만 이 책처럼 원하는 국물 분량의 반절을 끓이며 일정의 재료를 어느 정도 익힌 후 미리 풀어놓은 청국장 국물을 넣어 끓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책의 레시피대로 따라 끓이니 객관적으로 훨씬 맛있었다. 누구에게나 자랑하고 싶을 정도로.

왜 이처럼 청국장을 나중에 넣어 짧게 끓여 마무리해야 할까. 책에 의하면 "콩을 발효시키는 과정에서 항암효과에 좋은 바실러스균이 생성되는데, 이 균은 너무 오래 끓이면 그 효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란다. 때문에 청국장요리는 5분 이내로 조리하는 게 좋다. 같은 이유로 청국장을 생으로 먹기도 한다.

사실 이 책을 만나기 전, 청국장이 항암 성분인 바실러스균이 많다는 것, 때문에 우리 몸에 좋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다. 아니, 워낙 많이 알려진 사실이라 새삼스레 말하기 좀 그렇다. 하지만 이 균을 오래 끓이면 효과가 떨어진다는 것. 그 때문에 청국장찌개는 최대한 짧게 끓여야 한다는 것을 간과한 것 같다. 그래서 그동안 처음부터 물에 풀어 팍팍 끓였고...

그런데, 나만 그런 것 같진 않다. 다른 사람들은 청국장찌개를 어떻게 끓여 먹을까. 잠시 검색을 해보니 수많은 사람들이 예전의 나처럼 처음부터 청국장을 물에 풀어 넣고 끓이는 법을 소개하고 있었다.

어디서 시켜 먹은 요리 아닙니다

 등심단호박조림
 등심단호박조림 과정 중 일부

자주 봤던 음식이지만 선뜻 해보겠단 생각을 하지 못했던 음식 중 하나인 '등심단호박조림'. 책 속 레시피에는 '① 등심은 한입 크기로 썰고, 단호박은 큼지막하게 썰어 모서리를 깎은 후 ② 냄비에 등심과 단호박, 양념장(물·설탕 약간·고춧가루·고추장·간장·물엿·마늘과 생강 다진 것)을 함께 넣어 중간 불로 20분 간 끓이다 ③ 국물이 자작하게 졸면 한입 크기로 썰어놓은 깻잎과 어슷 썰어놓은 붉은 고추를 넣어 마무리하라'고 돼 있는데, 단호박을 좀 작게 썰은 데다가 자주 뒤적거려 단호박이 좀 으스러졌다. 그래도 무척 맛있었다.

레시피대로라면 깻잎을 한입 크기로 넣어 마무리하라고 돼 있지만, 최근 남편이 생 깻잎을 즐겨 먹기 때문에 사진처럼 채를 썰어 올려줬더니 등심과 깻잎을 함께 먹을 수 있어서 좋았다. 깻잎을 좋아한다면 이처럼 깻잎을 채썰어 올려 함께 먹거나 등심 대신 안심을 쓰는 것도 괜찮을 듯.

고기를 먹으며 가장 신경이 쓰이는 것은 많이 먹으면 살이 찐다는 점일 게다. 그런데 이 요리는 지방이 없는 부위인 등심과 식이섬유를 비롯해 여러 종류의 비타민들이 들어있어 비타민의 보고로 불리는 단호박을 주재료로 하기 때문에 살찔 염려가 적고 노화예방에도 좋아 앞으로 자주 해먹을 것 같다. 

미트볼, 이렇게 간단한 거였구나

 미트볼 만들기 위한 완자

 내식으로 만든 미트볼 조림




 내식으로 만들어 본 '미트볼'
우리 아이들은 미트볼을 좋아했다. 그런지라 시중에서 판매되는 '미트볼'을 자주 사먹이곤 했다. 끓는 물에 봉지째 3분 정도 넣어 데워 먹일 수 있어 간편한 데다가 고기가 들어가 영양도 괜찮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물론 가공식품 속 식품첨가물들이나 보존제의 폐해가 대중적으로 많이 알려지기 전인 1990년대 초중반 무렵의 일이긴 하지만.

그런데 이처럼 사 먹이는 반조리 식품(레토르트) 속에 우리 몸에 좋지 않은 식품첨가물이 많다는 것을 알고 난 뒤 단 한 번도 사 먹이지 않았다. 물론 모르고 한 일이지만, 아이에 죄책감을 느끼기도 했다. 그리하여 아이들이 어렸을 때부터 미트볼 만드는 법을 꼭 배우겠다고 생각했지만, 장사를 하다 보니 쉽게 배우지 못한 채 아이들이 자라고 말았다.

하지만 번거롭다는 생각에 한 번도 해볼 생각을 하지 못했음이 억울할 정도로 미트볼을 만드는 법은 생각보다 간단하고 그리고 아주 쉬웠다. ① 돼지고기 간 것에 간장으로 밑간을 한 후 두부 으깬 것, 부추 잘게 썬 것이나 양파 곱게 썬 것을 섞어 ② 끈기가 생길 때까지 좀 치대다가 ③ 먹기 좋은 크기로 완자를 빚어 ④ 기름 두른 팬에 굴려가며 익힌 후 ⑤ 취향에 따라 굴 소스나 돈가스 소스, 두반장이나 고추장 등 소스에 잠깐 졸이면 되기 때문이다.

단번에 배우는 180가지 돼지고기요리, 마음을 사로잡네

 생소한 서양식 계량법 대신 우리에게 친숙한 밥숟가락을 이용한 양념 계량법과 종이컵이나 손을 아용한 계량법이라 요라하기가 훨씬 쉽고 간단, 이 책의 장점이다.
"'요리책은 읽는 책이 아닌 따라 만드는 책'이라는 모토 아래 친절하고 쉬운 레시피, 따라해보고 싶을 만큼 맛있고 즐거운 요리법을 전달하고 있다. 특히 우리에게 낯선 테이블 스푼 계량법이 아닌 밥 숟가락 계량법을, 이름도 생소한 값비싼 재료가 아닌 친숙하고 영양가 높은 제철 재료를 활용함으로써 요리를 사랑하는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한국인이 좋아하는 돼지고기 요리>에서는 한국인에게 가장 친숙하고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육류, 돼지고기를 더욱 맛있게 요리할 수 있는 방법을 전달하기 위해 이밥차요리연구소가 그간 쌓아온 노하우를 총동원했다."(<한국인이 좋아하는 돼지고기 요리> 중)

사실 시중에 판매되는 가공식품 속 첨가물의 폐해를 알고 난 뒤 아이들이 좋아하는 미트볼과 동그랑땡을 만들어 보려고 시도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치대어도 끈기가 잘 생기지 않았고, 어찌어찌 우여곡절 끝에 만들었지만 너무 퍼석거려 거의 먹지도 못하고 버리고 말았다. 왜 그랬을까.

'내가 할 수 있는 요리의 폭이 좁고 깊지 못한 초보인 데다가 레시피 속 요리법이 까다로웠기 때문 아니었을까.'

이 책을 보고 몇 가지 음식들을 해먹으며 들었던 생각이다. 이제까지 번거롭게 생각했던 요리들을 책 속 레시피를 따라 만들어보니 '왜 이제까지 해볼 생각도 않고 망설였을까' 후회될 정도로 쉽고 간편한 데다가 맛도 있었다.

이 책은 180가지의 돼지고기 요리를 '밥과 함께 먹는 돼지고기 반찬요리' '한국인 밥상 필수 메뉴인 돼지고기 국물 요리' '외식보다 맛있는 별미 돼지고기 요리' '한 끼 식사로도 든든한 한 그릇 돼지고기 요리' '여자들이 열광하는 돼지고기 요리' 등을 9장에 걸쳐 소개한다. 물론 모든 요리마다 레시피가 따로 게재돼 있다. 한편, 청국장 조리 방법처럼 우리가 반드시 알아야 하는 것들과 주의할 점 등을 추가로 실은 것도, 우리의 전통 음식들과 서양 음식들을 골고루 소개하고 있다는 점도 이 책의 장점이라 할 수 있다.

돼지고기 요리라고 해봤자 통틀어 스무 가지 남짓밖에 할 수 없는 데다가 기껏 해봐야 수십 가지 정도밖에 안 될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이처럼 많은 종류의 요리를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돼 놀랍다. 책 속 레시피를 넘겨보니 하고 싶은 요리도 많고, 할 수 있는 요리도 많았다. <한국인이 좋아하는 돼지고기요리>, 요즘 내 마음을 온통 사로잡고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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