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시즌 두산의 토종 에이스로 자리매김한 이용찬. 여전히 마무리로의 복직을 바라고 있으면서도 올시즌 12승을 챙기는 게 목표라고 말한다.(사진=일요신문 박은숙 기자)
올시즌 프로야구에선 두산의 토종 에이스, 이용찬(23)의 상승세가 두드러진다. 2009년 이후 2년 연속 25세이브 이상을 기록하며 철벽 마운드를 지키던 그가 지난해 5월, 선발로 보직을 바꾼 후 6승을 거뒀고, 올해는 7월 2일 현재 13경기 등판, 7승6패, 평균자책점 2.44의 성적을 올리며 선발투수로의 성공 신화를 써내려가고 있다.
그런데 아이러니한 부분은 정작 선수 자신은 여전히 마무리 투수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 이용찬은 올해 선발로 끝내고 내년 시즌에 기회가 주어진다면 다시 마무리로 돌아가고 싶다고 말한다. 그 이유가 뭘까?
6월 29일, 두산과 롯데전이 펼쳐진 잠실야구장에서 이용찬과 미투데이 인터뷰를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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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 이룬 6승을 넘어 어느새 7승을 올렸다. 더욱이 올해는 13경기 중 9경기에서 퀄리트스타트를 기록했다. 올시즌 이런 변화를 이룬 원인이 무엇인가.
“작년에는 갑자기 보직이 바뀌는 바람에 선발로 나가서 5이닝을 던지는 것도 힘에 부쳤다. 그런데 그렇게 꾸역꾸역 선발 연습을 했던 게 올해 큰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스프링캠프 때 체력훈련을 많이 했던 부분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친다. 마무리를 할 때보다 두세 배는 더 강도 높은 훈련을 소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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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투구 한계수가 몇 개 정도인가.
“만약 100개를 기준으로 했을 때 초반에 전력투구를 해서 길게 끌고 가느냐, 아니면 힘을 배분하느냐에 따라 틀리다. 초반에 힘을 쓰면 나중에 힘들고, 조절해서 투구하면 부담이 덜하다. 올해는 그런 완급 조절이 가능해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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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찬 하면 포크볼이 떠오를 정도로 포크볼 구사가 많은 편이다. 만약 지금도 마무리 투수였다면 포크볼을 더 많이 던졌을 것 같나.
“그렇지는 않다. 마무리였다면 직구, 힘, 스피드 위주로 갔을 것이다. 선발은 긴 이닝을 소화해야 하기 때문에 변화구 비율을 높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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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신무기로 포크볼을 장착하게 된 이유가 무언가.
“중학교 때 반 포크볼 식으로 던지다 팔꿈치 통증으로 고생을 한 이후부터는 포크볼을 구사하지 않았다. 고등학교 때 서클체인지업을 던지다 프로 입문 후 구속은 빨라진 반면 변화구가 없다 보니 변화구 하나만 있었으면 하는 갈증이 있었다. 그때 (김)선우 선배의 도움으로 스플리터를 배웠다. 지난해에도 그 포크볼 덕을 보다가 올해 완전히 내 몸에 녹아 든 것 같은 기분이다. 나의 주무기인 포크볼을 던졌을 때 타자들이 삼진을 당하거나 헛스윙을 하면 그렇게 뿌듯해질 수가 없다. 그런데 지금은 타자들이 이미 내 포크볼을 연구하고 나오는 탓에 마운드에서 수 싸움에 머리가 아플 지경이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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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발투수라서 좋은 점과 좋지 않은 점을 말해 본다면?
“선발은 몸은 힘들어도 마음이 편하다. 마무리였을 때는 패할 경우 내 탓이라는 자책감으로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훨씬 심했다. 그리고 선발은 스포트라이트의 중심에 있다. 그게 정말 기분 좋다. 안 좋은 점은 선발은 몸이 고되다(웃음). 왜 선발투수의 로테이션이 4,5일 간격으로 이뤄지는지 해보니까 알겠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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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투수들은 선발을 선호한다. 그런데 이용찬 선수는 여전히 마무리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고 들었다.
“이전에 마무리를 잘 못했다. 물론 세이브왕을 차지하기도 했지만 질이 떨어지는 세이브 기록이라고 생각한다. 프로 첫 생활을 마무리로 끊었기 때문에 좀 더 잘 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는 것 같다. 만약 나한테 선발과 마무리의 선택 기회가 주어진다면 올해는 선발로 끝내고 내년부터는 다시 마무리로 돌아서고 싶다.”
선발투수가 승리 투수 요건을 채우고 내려가서 마무리 투수의 피칭을 바라보는 심정이란? 이용찬은 이에 대해 "심장이 벌렁벌렁 거린다"라며 자리에 따라 사물을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지는 것 같다고 설명한다.(사진=두산베어스 제공)
이영미 기자
4월 18일 삼성전에서 첫 승을 거뒀는데, 당시 마무리 투수가 누구였나?
“프록터였다. 그때는 개인적으로 첫 승이 정말 간절했었다. 그렇다보니 삼성전에서 꼭 1승을 챙기고 싶었고, 그런 마음에서 마무리 투수의 피칭을 지켜보니까 긴장되고 조마조마해서 눈 뜨고 제대로 볼 수조차 없었다. 혼자 프록터를 향해 파이팅도 외치고 박수도 치면서 마음 속 응원을 뜨겁게 보냈다(웃음). 그러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마무리였을 때 선발 투수들이 내 투구를 보면서 이런 마음이었겠구나 하는. 사람은 자리에 따라 다른 생각을 갖게 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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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시즌 8개팀 선발 투수 중 피홈런이 제로다. 그 비결이 뭔가.
“2009년 LG 페타지니한테 끝내기 만루홈런을 맞은 적이 있었다. 당시 난 변화구를 던지고 싶었지만 포수가 직구 사인을 내는 바람에 긴가 민가 하는 심정으로 던졌다가 두들겨 맞았다. 그래서 올해는 구질을 선택한 뒤에는 고민하지 않고 자신있게 던지려고 노력했다. 마운드에서 흔들리면 안 된다. 그렇다보니 좀 더 여유있는 피칭을 하게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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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상대하기 어려운 타자의 유형은?
“홈런타자 보다는 기교파, 단타를 치는 타자들에게 특히 약하다. 주로 각 팀의 1,2번 타자들이다. 난 승부를 빨리 갖고 가는 편이다. 안타를 치든 아웃이 되든 빨리 쳐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송구한다. 한 번은 LG의 작은 이병규 선배랑 지리한 싸움을 벌였는데 파울을 10개 이상 쳐내는 바람에 진이 다 빠진 경험이 있다. 너무 힘이 들어 안타를 치라고 던진 공도 파울시키지 않나, 치지 마라 해도 파울을 시켰다. 한 선수 상대하는 게 그렇게 힘든 줄 처음 느꼈다.”
이영미 기자 원봉
올시즌 삼성을 상대로 유독 강한 면모를 보인다. 7승 중 3승이 삼성전에서 챙긴 승수다.
“참 재미있는 게 내가 삼성전에서 안 좋았을 때는 삼성 타자들이 많이 기다리며 날 상대했다. 그런데 요즘은 삼성 타자들이 공격적으로 변했다. 그게 나한테는 유리하게 작용한 것 같다. 참, 이런 얘기가 기사화되면 삼성 선수들이 공격적인 면모를 버리고 끈질긴 승부를 펼칠 텐데….(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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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7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넥센과의 경기에서 5이닝 동안 7피안타 2볼넷 1탈삼진 3실점을 기록했다. 그때 야수들의 실책이 이어지면서 실점이 더해지는 장면도 있었다. 야수들이 에러를 기록할 때 어떤 심정으로 마운드에 서 있나.
“솔직히 안타 맞고 홈런 맞는 건 크게 개의치 않는다. 그런데 에러가 나오면 신경이 쓰이는 편이다. 그날 넥센전에서도 그런 불편한 마음이 얼굴에 드러나는 바람에 마운드에서 내려온 후 감독님한테 엄청 혼났다. 내색하지 않으려 해도 사람이다 보니 포커페이스를 유지할 수가 없었다. 야수들이 안 챙겨주면 난 승리투수가 될 수 없다.”
이미 지난 일이지만 한순간의 실수가 야구선수로서의 운명을 쥐락펴락할 때가 있었다. 이용찬은 그래도 그런 시간들이 존재했기 때문에 야구선수로서 더욱 단단해질 수 있었다고 말한다.(사진=일요신문 박은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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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얘긴 가급적 안 꺼내고 싶지만, 어쩔 수 없이 물어봐야 하는 점을 이해해 줬으면 좋겠다. 2010년 불미스런 일(음주운전)로 야구인생 최대의 위기를 맞이했었다. 이젠 다 정리가 된 부분인데, 아직도 이용찬 선수의 마음 한켠에는 그때 아픔이 자리해 있을 것 같다.
“내 인생에서 두 번 다시 있어서는 안 될 실수였다. 그때 난 요즘 말로 멘탈 붕괴, 아니 멘탈이 아주 망가져버린 상태였다. 이듬해 야구장에서 경기 앞두고 몸을 풀러 나오면 이상하게 팬들 앞에서 숨어버리고 움츠러드는 내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들의 시선이, 그들의 손가락질이 두려워 모자 푹 눌러 쓰고 안 보이는 곳에 숨어 있곤 했었다. 시즌 시작하고 초반 부진하자 결국 2군행 통보를 받았다. 당시 2군 코치로 계셨던 김진욱 감독님께서 나더러 야구하지 말고 당분간 그냥 쉬라고 하셨다. 그래서 산행만 하면서 야구를 잊고 지내려 애썼다. 일주일 정도 지난 뒤 삭발을 하고 다시 야구공을 잡았다. 그때는 나도 더 이상 무너져선 안 된다는 절박함이 있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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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이 포스트시즌을 앞둔 상태에서 그런 일이 터지는 바람에 더 힘들었을 것 같다.
“포스트시즌을 일본에서 지켜봤는데, 우리가 롯데에 2패를 당하는 모습에 정말 미칠 것만 같았다. 다행이 2연패하다가 3연승을 거두며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는데 갑자기 구단에서 한국으로 들어오라고 호출을 했다. 플레이오프에 대비하라는 지시인 줄 알고 기쁜 마음으로 다시 선수단에 합류했더니 출전 대신 출전 정지라는 징계를 받게 된 것이다. 결국 다시 일본으로 돌아가게 됐는데, 그때 정말 죽고 싶은 심정이었다. 난 누구보다 (임)태훈이의 마음을 잘 안다. 그래서 올시즌을 앞두고 전지훈련 기간 동안 서로 꼭 성공하자고 약속했었다. 태훈이의 맘 고생을 직접 보고 같이 느꼈기 때문에 나도, 또 태훈이도 잘 되길 바랐다.”
이영미 기자
야구 선수로서의 목표와 올시즌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 무엇인가.
“야구 선수로서는 마무리로 돌아가서 200세이브를 기록하고 싶다. 아직 기회는 있다고 믿기 때문에 포기하지 않았다. 그리고 시즌 초에는 올시즌 10승을 목표로 삼았는데 (김)선우 선배가 12승을 거둬야 내년에 15승을 거둔다며 목표를 높게 잡으라고 조언해주셔서 2승을 더 올렸다.”
이용찬에게 ‘내가 만약 감독이라면 꼭 데려 가고 싶은 선수 3명은?’이란 질문을 던졌더니 그는 “타자보다는 투수에 욕심이 나는데, 류현진과 니퍼트, 그리고 마무리로 오승환 선배를 모셔 와서 3종 세트를 이루고 싶다”며 기분 좋은 웃음을 지어 보였다. 다른 팀 에이스들과의 맞대결이 두렵지 않느냐는 물음에는 “잘하면 더 주목을 받을 수 있고 지더라도 덜 혼나기 때문에 밑지지 않는 장사”라는 재미있는 대답을 내놓았다.
이용찬은 줄기차게(?) 마무리 투수로의 보직 변경을 내심 바라고 있었다. 그의 바람이 현실로 이뤄질 수 있는 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포크볼에 관한한 자부심이 대단한 이용찬. 선배 김선우의 도움 덕분에 자기만의 포크볼을 연마할 수 있었다는 그는 요즘 그 포크볼이 공략당하고 있는 것 같아 고민이라며 웃는다.(사진=일요신문 박은숙 기자)
“제 포크볼의 비밀이요? 그건 며느리도 못 가르쳐줘요”
지난 21일 잠실 넥센전에서 시즌 7승째를 챙긴 두산 선발 이용찬. 이용찬은 묵직한 직구와 새로 장착한 포크볼을 앞세워 8회 투아웃까지 3안타 무실점으로 막강화력 넥센 타선을 잠재웠다. 야구팬들은 특히 떨어지는 각이 큰 이용찬의 포크볼을 일품으로 평가한다.
인터뷰 중에 이용찬이 후배한테도 공개하지 않는다는 포크볼의 비밀을 살짝 공개했다(대신 공을 잡는 사진만은 절대 찍을 수 없다며 완강히(?) 버텼다).
알려진 대로 이용찬은 팀 선배인 김선우으로부터 포크볼을 전수 받았다. “선우 선배의 포크볼은 스플리터성이다. 나는 선우 선배한테 포크볼을 배우면서 내 나름대로 응용해서 나만의 포크볼로 받아들였다.”
부상과 수술 후 재활을 거친 이용찬한테는 빠른 직구와 조화를 이룰 강력한 변화구가 필요했다. 그는 2년 여의 시간 동안 포크볼을 연마했고 이제는 ‘최강 포크볼러’로 등극했다.
이용찬의 포크볼은 어떻게 다른 것일까? 일반적인 포크볼은 검지와 중지를 사용해 공을 할퀴듯이 던진다.
“일반적인 포크볼을 쓰게 되면 전완(Forearm)에 무리가 많이 온다. 두 손가락으로 공을 던지다 보니 공이 빠져버리기도 한다. 그래서 힘을 많이 줘야 하는데 그 할퀴는 투구 순간에 전완 쪽으로 무리가 오는 거다. 하지만 내 포크볼은 다르다. 나는 손가락을 4개 이용해서 투구하기 때문이다. 그만큼 무리가 오지 않는다. 게다가 투구 시 힘의 완급 조절까지 가능하다. 또 하나의 특징이라면 일단 포크볼이긴 한데 투구하고 나서 공의 궤적을 보면 체인지업처럼 보인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포크볼 구사에 따른 부상 우려를 불식시키는 동시에 자신의 포크볼이 가진 위력을 설명한 대목이다.
부상 우려에 대해서는 특히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이용찬은 “나는 전혀 걱정하지 않는다. 오히려 직구를 세게 던지려고 힘을 주다 팔꿈치에 무리가 가서 부상을 당하는 경우가 훨씬 많다. 포크볼 같은 변화구로 부상을 당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이용찬은 비밀이라던 네 손가락 포크볼 그립을 보여준 뒤 활짝 웃으며 경기장을 향해 달려나갔다.
정색하고 사진촬영에 들어가니 연신 쑥스럽다며 멋쩍은 웃음을 짓는 이용찬. 야구인생의 희로애락을 넘나들며 빠른 성장세를 보이는 그는 아픔도 인생의 공부로 승화시킬 수 있는 지혜를 안고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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