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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관련/프로야구

부시의 프로야구 침공은 성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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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가 로페즈를 내보내고 메이저리그 출신의 데이브 부시를 영입했다. 부시는 메이저 통산 59승이 말해주듯, 역대 외국인 투수 중 가장 화려한 경력을 가진 선수에 속한다. 리즈처럼 빠른 볼을 가진 것은 아니지만, 통산 9이닝당 볼넷 허용률이 2개 안팎일 정도로 제구력 하나만은 인정해 주어야 할 선수이다. 패스트볼은 외국인 투수치고는 매우 느리지만(평균적으로 140km/h초반대), 다양한 구종을 구사하며, 코너 제구가 가능한 투수이기에 KBO에서 상당한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이다.


  

부시의 매력적인 미소. (사진=SK와이번스)

수준급 제구력을 가진 외인투수

부시는 140km/h초반대의 패스트볼과 투심, 슬라이더, 커터, 체인지업 그리고 110km/h대의 낙차큰 느린 커브를 주로 구사한다. 구종 구사율에서는 포심과 투심 패스트볼이 53%를 차지하며, 커브(20%)가 결정구로서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나머지 변화구 - 체인지업(11%), 슬라이더(8%), 커터(7%) -들은 좌타자와 우타자에 따라 비율이 달라지는 편이다.

위에서 잠시 썼듯, 부시의 강점은 제구력에 있다. 이는 그의 투구 분포도에서 알 수 있는데, 아래의 그림은 지난 4년간 그가 메이저리그에서 던진 8000여개의 공을 빈도별로 나타낸 것이다. 그가 주로 구사하는 구종들의 궤적을 화살표로 같이 나타내었다.

가장 먼저 눈에띄는 것은 바깥쪽을 선호하는 그의 패턴이다. 메이저리그에서 섣부른 안쪽 승부는 장타로 연결되기에 구위에서 큰 이점을 가지지 못하는 부시가 택한 생존법은 바로 이 '바깥쪽 제구'인 것으로 파악된다. 특히 좌타자를 상대할 때는 바깥쪽 제구의 경향이 더욱 두드러지며, 좌타자 바깥쪽 공의 판정에 관대한 메이저리그의 성향상 그림에서 존 바깥에 그려진 공들 중에서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은 것도 꽤나 많을 것이다. 즉, 자신의 구위를 정확히 알고 또한 심판의 성향을 노려 던질 줄 아는 영리한 투수라는 이야기다.

빠른공 이후의 커브볼을 조심하라

또한 부시는 통산 9이닝당 6개 이상의 삼진을 잡아낼 정도로 괜찮은 삼진 능력을 보유한 투수이기도 했는데, 이는 그의 결정구인 커브의 역할이 컸다. 2006시즌에는 210이닝동안 단 38개의 볼넷을 내주며 166개의 삼진을 잡기도 했는데(삼진/볼넷 비율 4.37), 패스트볼 이후에 연결되는 낙차큰 커브볼 조합의 효과였다. 볼 배합 비율에서도 이를 알 수 있는데, 그는 결정구로 커브볼을 쓰기 위해서 직전에 빠른공(투심/포심)을 주로 구사했으며(약 60%), 커브볼을 반복해서 쓴 경우는 전체의 18%정도였다. 아래는 그의 모든 카운트에서의 볼 배합 경향(좌측)과, 결정구를 던지기 전에 선택한 구종(우측)의 비율을 나타낸 표이다.(MLBAM의 구종 분류에서 생기는 오차는 다소 존재할 수 있음을 미리 밝힌다.)

위 표에서 알 수 있듯이, 결정구를 던질 때나, 그렇지 않을 때에 있어서나 부시의 볼 배합 경향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변화구를 던지기 전에 높은 확률로 패스트볼 계열의 공을 던진다는 점, 즉 타자의 입장에서 봤을때 이전 공이 빠른 공이었다면 이번 공이 변화구일 확률이 더 높다는 사실이다. 이것은 전적으로 메이저리그에 있을때의 자료에 근거한 것이므로, 전혀 다른 포수와 호흡을 맞추게 되는 KBO에서 위와 일치하는 경향성을 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그의 낙차큰 커브가 위력을 발휘하려면 반드시 이전에 빠른공이 들어와야 한다는 점이다.

중요할 때 던지는 낙차 큰 커브

그의 커브 낙차가 어느 정도인지 아래 그림에서 알아보자. 기준점을 위해 포심 패스트볼과 체인지업을 같이 표현했다.

패스트볼과 체인지업은 10km/h정도의 구속 차가 있으며, 패스트볼과 커브볼 사이에는 약 30km/h정도의 구속 차이가 존재한다. 문자 그대로 '정말 느린' 커브볼이지만 패스트볼을 던진 이후에 낙차큰 커브를 던졌을 경우에는 타자의 헛스윙을 유도할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한 무기가 되기도 한다. 이것은 그가 2스트라이크 이후에서 어떤 코스의 공을 주로 선택했는지, 특히 어떤 코스로 커브볼을 주로 던졌는지를 파악하면 더욱 명확히 알 수 있다. 먼저 좌타자를 상대했을때의 투구 분포도와 구종별 구사 비율을 살펴보자.

(FF: 포심, CH: 체인지업, CU: 커브, SL: 슬라이더, FC: 커터, FT: 투심)

좌타자를 상대로는 2스트라이크 이후(2S 3B제외)에도 여전히 바깥쪽 제구에 신경을 쓰는 모습을 보이나, 전체 분포에서 보다 더욱 낮게 공을 던지려는 경향을 파악할 수 있다. 우측의 분포 경향에서 알 수 있는 것은 데이브 부시는 그의 커브볼을 스트라이크 존 안으로 던지는 것이 아니라 스트라이크 존에 걸치거나 더욱 낮게 던져 타자의 헛스윙을 유도하는 결정구로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2스트라이크 이후 카운트에서 커브의 비율이 급격히 상승하는 점으로 보아 자신이 유리한 카운트에서 낙차큰 커브볼을 유인구로 충분히 활용하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다음은 우타자와의 승부 자료이다.

우타자와의 승부시 부시가 선택하는 결정구 코스는 역시나 바깥쪽이며, 또한 커브볼의 비율이 40%에 육박할 정도로 결정구로 커브를 많이 구사하는 편이다. 좌타자와의 승부에서와 거의 같은 경향을 보이며, 다른 점이라면 체인지업의 비율을 줄이고 투심 패스트볼을 좀더 섞어 던진다는 점이다.

이름값으로 본다면 부시는 지난 시즌의 가코보다도 더 비싼 외국인 투수라 할 수 있다. 물론 그 이름값에 준하는 경력을 가졌으며, 현재 KBO에서 요구하는 요건을 갖춘 투수의 영입이라 볼 수 있다. 강속구를 던지는 투수들의 경우 제구에서 문제를 보인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강한 임팩트를 주기는 하지만 정작 팀에 큰 도움이 된 경우가 흔치 않았다. 이러한 면에서 SK의 이번 영입은 선발진에 힘을 주어 여름에 선두 자리를 굳히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여겨진다.

16일 문학에서 한화를 상대로 그가 어떤 투구를 보여줄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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