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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시즌 프로야구는 대변혁기를 보내고 있다. 지난해 680만 관중을 돌파한 프로야구는 최단기간 최소경기 300만 관중을 돌파해 당초 목표인 700만 관중 돌파는 물론이고 800만 관중 돌파까지 넘볼 정도로 폭발적인 관중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창단한 막내팀인 제9구단 NC 다이노스는 퓨처스리그에서 선두를 질주하며 돌풍을 일으켜 눈길을 끌고 있다. 바야흐로 프로야구 출범이후 최고의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지만 갈 길은 멀다. NC 다이노스가 우여곡절 끝에 내년부터 1군리그에 진입하기로 했지만 제10구단 창단 승인은 수차례 이사회에서 논의됐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유보됐다. 당분간은 안건 상정도 힘들어 홀수구단 체제의 문제점을 고스란히 안고 9구단 체제로 운영해야할 위기에 놓였다. 스포츠서울은 창간 27돌을 기념해 김응룡 전 삼성사장, 김성근 고양 원더스 감독, 박영길 전 롯데.삼성.태평양 감독, 김인식 KBO 기술.규칙위원장을 모시고 프로야구 현안 및 미래에 대한 고견을 들었다.
- 10구단 창단 추진이 결국 무기한 연기됐다. NC의 내년 1군 진입이 우여곡절끝에 결정된 시점에서 10구단 창단 추진이 무산돼 향후 몇년간은 홀수구단체제 운영이 불가피해졌다.
김인식 = 9구단 체제를 운영해보면 10구단 창단에 대해선 염려 안해도 된다. 전체 구단들이 해보면 안다. 하나가 빠져있는 상황에서 해보면 불편을 실감할 것이다. 9구단 중 하나를 없애든가, 새로 생기든가 둘 중에 하나로 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히어로즈도 자리를 잡았고, 9구단 NC도 이제 시작을 하는데 그만두겠냐. 결국 10구단으로 갈 수밖에 없다.
김성근 = 모든 절차가 9구단을 만들 때 10구단 준비도 돼 있어야한다. 9구단 자체를 내년부터 (1군)시합 뛰는 것이 안되게 한 것, 최초 결정(이후 번복) 그 자체가 잘못이다. 독립리그를 해보니 4일 경기하고 5일간 쉬고 하는 식으로 스케줄이 짜여져 있는데 이건 시합도 아니다. 긴장감이 전혀 없다. 비까지 오면 일주일을 쉬어야한다. 팀도 고생이고 팬들의 흥미도 반감된다. 9구단 체제로 운영되면 이런 어려움은 불 보듯 뻔하다.
박영길 = 현재로선 쉽지는 않겠지만 빠른 시일내 재논의를 해야한다. 이사들 생각은 9구단으로 절름발이식으로 운영해도 상관없다고 보는 것 같다. 문제가 있으면 3년후에 들어올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최소 2년 이상은 그냥 허송세월하는 것이다. 10구단 반대파 논리중 하나는 선수 자원 부족 얘기인데 넥센을 보라. 열악한 환경속에서도 수년간 팀을 만들어 좋은 성적을 내고 있지 않나. 프로는 구단이 돈이 많아 투자만 하는 게 능사는 아니다. 어떻게 운영하고 어떻게 키우느냐가 문제다. 사실 특수한 선수 몇몇 빼고는 종이 한장 차이다. 과거로 따져봐도 선동열 등 레전드급 몇몇 선수 빼고는 나머지는 비슷하다. 구단 사장 단장들이 무식한 소리를 하고 있는데 어느 정도까지는 훈련을 통해 다 올라갈 수 있다. 이승엽이라고 매일 잘 치는것 아니다. 고교가 50개 남짓해 선수자원 수급에 애로가 있다고 주장하지만 잘하면 5억, 10억도 받을 수 있다는 목표가 생겨 분명히 야구인구는 늘어나고 실력도 향상될 것이다. 삼성 투수 좋아도 1등 못한다. 질 저하 걱정할 필요 없다. 결국 어떻게 운영하는가 문제다. 1~2년 지난다고 해도 지금과 달라질 것은 없다.
김성근 = 과거 현대가 운영난에 부딪혀 퇴출 일보직전에 놓였을 때 KBO가 돈 내서 해결하려고 했다. 그 때는 반대 안하고. 이제 생기는데 오히려 반대를 한다. 그 원인을 따지고 들어가 봐야한다. 당시 현대를 없애고 7구단으로 운영하자는 얘기까지 나온 걸로 안다. 기본적인 발상이 야구를 전혀 모르고 하는 소리다. 관중 700만, 800만 시대가 언제까지 갈까 모른다. 좋을 때 구단을 늘려 새로운 동력을 만들어야한다. 시기 지나면 힘들 수도 있다.
-구단들의 이기주의가 구단 확대를 막는 가장 큰 걸림돌로 보인다. 기존 구단들은 신생구단의 리그 진입이 경기력의 하향평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우려하면서도 선수지원을 꺼리고 있다.
김응룡 = 9구단을 어떻게 지원하든 경기력에 큰 차이가 안 나게 해야한다. 기존 구단들도 고생했는데 하루 아침에 된 게 아니다. 도와주고 구단도 최대한 노력해 경기력을 끌어올릴 수 있도록 해야한다. 넥센이 좋은 본보기다. 모그룹이 몇조 몇 십조 자산이 있으면 뭐하나. 야구단 운영에 얼마나 투자를 하는가가 중요하다.
김성근 = 우승하고 나서도 선수 보강을 뭐해줄까라고 나서는 것이 구단의 올바른 자세다. 삼성이 좋은 예인데 지난해 우승하고 난뒤 우승했으니 투자 하지 마라. 보강하지 마라 라는 안이한 생각을 가진 것 같다. 그게 틀린 생각이다. 다 야구를 모르니까 나오는 발상이다. 그리고는 성적에 대해서는 현장에 책임을 전가한다. 부족하면 육성하고 만들어야한다. 9구단은 분명 고전할 것이다. 그 투수로 버티기 힘들다. 10구단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더 빨리 (1군에) 올려서 능력을 키우도록 해야한다.
김응룡= 심하게 얘기하면 야구인들이 장난을 쳤다. 9구단 만들면 홀수체제의 폐해가 있는 것을 다 알면서 일단 밀어붙였다. 내가 이사로 있을 때도 9구단 얘기 없다가 갑자기 창단얘기를 꺼냈다. 신문 보고 깜짝 놀랐다. 야구 조금 알면 홀수구단체제의 문제점은 다 안다. 어쨌든 9구단이 됐고 그만 두는 팀도 없다. 그래서 10구단 만들어야한다. 비슷한 예가 독립리그다. 독립리그 1팀이 어떻게 독립리그냐. 미국가서 벤치 마킹하고 제대로 했어야한다. 2팀 이상은 돼야한다. 야구인들이 솔직하게 조언을 해줬어야한다. 후배들 취직도 다 좋은데 프로는 좋은 야구를 보여주는 게 첫번째 목적이지, 일자리 창출이 목적은 아니다.
김인식 = 이 모든 게 위에서부터 야구전문화가 안돼서 그렇다. 9구단 가면 실력저하는 당연하다. 구단들도 당해년도 순위때문에 선수 선발에서 손해를 볼 수도 있다. 그렇지만 멀리 봐야한다. 신생구단도 기존구단들의 그동안 투자를 인정하고 투자해야한다. 그만큼 돈을 들여야한다. 뭐 이렇게 비싸냐 할 것 없다. 드래프트도 돈 내고 뽑아가야한다.
박영길 = 성공한 프로 스포츠리그는 의외로 많지 않다. 영국 프리미어리그 실패한 것이나 다름없다. 수입은 적자다. 일본 프로야구도 위기를 맞고 있다. 과거 긴테스가 60년 운영하고 돈 한푼도 못벌어 구단운영에서 손을 뗐다. 이유는 구단들이 팀플레이를 안했기 때문이다. 미국 풋볼이나 메이저리그가 성공한 것은 구단들이 커미셔너 사무국을 중심으로 힘을 모아 단결했기 때문이다. 일본도 이제서야 사무국 중심으로 전환하려하고 있다. 우리도 KBO에 힘을 실어줘야하는데 지금 현재는 KBO가 너무 힘이 없다.
김성근 = KBO는 과거 현대 문제 처리미스로 힘을 잃었다. 이게 현재까지도 진행되고 있는데 KBO가 힘을 쓸 수 있게 룰을 바꿔야한다. 일본도 프로구단들의 힘이 세 커미셔너가 말을 못한다. 이게 일본프로야구가 위기를 맞게된 이유이기도 하다. 구단들도 진정한 제너럴 매니저, 야구전문가들을 양성해야한다. 백화점은 지하철이 연결된다. 야구 등 스포츠는 무슨 혜택을 받고 있나. 잠실 얼마나 좋은 자리인가. 시장 권한으로 정책은 안펴나.
- 어쨌든 프로야구가 최소경기 300만 관중을 돌파했다는 것은 신생구단 창단 열기와 맞물려 고무적으로 보인다. 상하위팀간의 격차가 그 어느 때보다 좁은 가운데 치열한 순위싸움을 벌이고 있는 게 흥행에 한 몫을 하는 것 같은데.
김인식 = 열기만 최고 수준이다. 야구하는 내용을 보면 수준이 떨어져 보인다. 일본에서 돌아온 이승엽 김태균의 성적이 잘 말해준다. 우리 야구의 수준을 보여주는 증거다.
김응룡 = 요즘 야구보니 재밌더구만. 실책성 플레이, 에러해서 지는 게 너무 많아. 야구라는 게 그럴 수도 있다지만 요즘엔 이런 경우가 너무 많아.
김성근 = 이런 이면에는 전략적인 문제도 있다. 이승엽 배팅하는 것을 보면 분명히 약점이 있다. 일본애들은 그 약점을 공략하는데 우리는 그걸 못한다. 왜 그걸 못던지는 건지, 안 던지는 건지 궁금하다.
- 네분 말씀대로 올 시즌 야구를 보면 쉽게 가는 경기가 거의 없다. 적어도 이길 경기는 꼭 이겨야하는데 역전 재역전 등 승부를 예측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박영길 = 8개구단 감독들의 경기 운영 방법을 보면 모두가 똑같다. 팀의 컨디션이 좋을 때와 나쁠 때, 경기초반과 경기후반의 운영에 별 차이가 없다. 이런 게 예측 불허 경기의 하나의 원인일 수도 있다.
김인식= 현재 각 구단 투수들을 보면 1~2선발 투수, 또는 1선발과 나머지 투수들의 수준 차이가 너무 난다. 투수들의 수준이 떨어지면 예측 가능한 경기를 하기 힘들다. 이런 것도 하나의 원인이 될 수 있다.
김응룡 = 경기력은 떨어지지만 어쨌든 팬들 입장에선 재밌는 경기가 되겠지.
김성근 = 야구장 문화가 바뀐 것은 사실이다. 여성 관중, 가족 관중이 많이 늘었다고 들었다. 분명히 반길 일이다. 야구장 문화가 먹고 마시는 걸로 바뀌는 느낌이다. 경기를 보는 것 보다 즐기는 것으로 바뀐 것 같다. 감독들도 팬들을 위해 재밌는 야구를 하겠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그런데 재밌는 야구라는 게 무엇인가. 한 번 잘 생각해봐야한다. 지금 야구가 재미있는 야구인지는 모르겠다.
-흥행은 성공했지만 전체적인 경기력은 하향평준화 됐다는 얘기로 들린다.
박영길=일본 기자가 큰 경기에 나가면 우리(일본)가 왜 지냐고 묻더라. 선수 저변은 분명히 일본이 한참 넓지만 대표선수 9명만 따지고 보면 큰 별 차이가 없다. 그게 국제대회 선전의 비결이다. 그런데 이걸 국내프로야구의 수준이 엄청 향상된 걸로 착각하면 안된다.
김인식 = 기술위원장 자격으로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예비 멤버 60명을 뽑기위해 선수들을 면밀히 관찰하고 있다. 전반기를 마치면 선수를 선발해야하는데 지금 현재로선 뽑을 선수가 별로 없어 걱정이다.
김응룡 = 우리가 WBC에서 성공한 건 맞는데 좀 따져볼 필요가 있다. 일본선수들은 2월1일에 훈련을 시작하고, 미국은 2월말이나 돼야 훈련을 시작한다. 그들은 우리보다 훈련량이 훨씬 적다. 우리는 그 보다 훨씬 전에 훈련을 시작하니 3월에 열리는 대회에서 잘 할 수 밖에 없다. 이런 것들을 간과하고 자만심에 빠져서는 안된다.
- 흥행성공의 이면에 우리 프로야구 수준과 현실을 직시하라는 말로 들리는데
김응룡 = 야구장 입장 관중은 얼마든지 조작 가능하다. 조작이라는 말은 어린이회원을 늘리든지, 단체 입장관중을 받는다든지 여러가지 방법이 있다. 입장 관중수보다 중요한 것은 입장티켓 값이다. 지금 현재 8개 구단 중 히어로즈의 티켓이 제일 비싸다. 그런데 비싸도 연일 만원 관중을 기록하고 있다. 바로 이런 면에 주목해야한다. 진정 프로야구 흥행에 성공하려면 입장관중 증가에 만족할 게 아니라 구단이 프로로서 경영마인드를 갖고 야구를 즐겁게 하고 관중들을 만족시켜줄 조건을 만들어야한다. 그런데 지금 우리 프로야구는 히어로즈를 제외하면 이런 경영마인드를 가진 팀이 없다. 이게 우리 프로야구의 가장 큰 문제다. 이런 부문을 구단들이 직시해야한다.
김인식 = 미국 메이저리그 클리블랜드는 평균 관중이 2만명이 안된다. 메이저리그라고 다 인기가 있는 것은 아니다. 구단이 그만큼 노력을 안했기 때문이다. 우리도 그런 위험이 있다. 당장 관중증가에 안주해서는 안된다.
- 네분 중 세분이 스포츠서울 객원기자를 역임하셨고 박영길 감독님은 지금도 객원기자로 활동하고 계신다. 스포츠서울과 얽힌 인연 및 기억나는 얘기, 그리고 덕담을 한마디 해주셨쓰면 좋겠다.
김성근 = 제일 추억에 남는 건 스포츠서울 기자들과 500cc 빨리 마시기 내기를 해 우승한 기억이 난다. 당시는 젊은 친구들과 얘기를 많이 했다. 스포츠서울 객원기자를 하면서 야구는 뒤에서 봐야한다는 것을 많이 깨달았다.
김인식 = 스포츠서울 과거에도, 지금도 볼 게 가장 많은 신문이다. 특히 야구에 대해서 제일 전문적이고 볼 게 많고, 또 야구 전반에 대해 예리한 지적을 많이 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있다.
김성근 = 그런데 요즘은 스포츠기자들이 야구에 대한 전문적인 영역까지 의견을 피력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래서 문제가 많다는 생각이다. 이 포인트는 야구전문가들로부터 들어야하는 부문이 있다. 예전에도 지금도 잘 하고 있지만 야구전문가들의 의견을 더 많이 실었으면 좋겠다.
김응룡 = 예전에 스포츠서울과 많이 싸웠지. 야구기자들 수준도 뛰어났고 너무 악착같이 달려들어 골치가 아팠다. 스포츠서울은 야구때문에 탄생한 신문 아닌가. 야구와 더불어 발전한 것으로 알고 있고, 또 전체 언론의 야구기사도 스포츠서울이 선도한 것으로 안다. 앞으로도 더욱 발전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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