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에게 충격의 패배를 당한 네덜란드 (사진제공 : 게티이미지) |
러시아의 침공이 시작됐다. 이렇게 말하면 지난 세기에 침략을 겪었던 폴란드인들은 과거를 떠올리겠지만, 그런 두려움은 폴란드가 개막전에서 승리를 거두지 못하는 바람에 현실로 다가왔다. 상승세를 타고 있는 '붉은 군대'가 바르샤바에 도착하는 화요일에는 폴란드의 조기 탈락이 확정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대회 개막 후 이틀 동안 러시아가 가장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죽음의 조'라고 불렸던 B조는 뚜껑이 열리고 보니 '지루해 죽겠죠'였다.
네덜란드는 졸전 끝에 덴마크에 1-0으로 패했다. 아드보카트의 러시아와 판 마르바이크의 네덜란드를 비교해보자. 러시아는 네덜란드보다 더 네덜란드같은 축구를 한다. 네덜란드는 수비형 미드필더 두 명을 기용했는데, 그건 실패에 가까웠다.
대회가 시작되기 전에도 네덜란드의 불안한 수비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지만 그들의 약점은 미드필드였다. 원톱으로 나선 판 페르시와 효율적인 연결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그는 웨슬리 스네이데르의 패스만 기다리다가 고립되고 말았다.
네덜란드는 남아공 월드컵의 첫 경기에서도 덴마크를 만나 2-0 승리를 거뒀고, 판 마르바이크 감독은 어젯밤 경기도 비슷한 패턴으로 진행될 것으로 예상했다. 네덜란드는 경기 초반부터 주도권을 잡고 압도적인 점유율을 보였으며, 덴마크는 수비에서 안정을 되찾은 후 역습 기회를 노리기 시작했다.
네덜란드도 기회가 있었지만 그걸 살리지 못했다. 덴마크는 마치 첼시처럼 수비를 잘했고 운도 따랐다.
판 마르바이크 감독의 말처럼, 이제 네덜란드의 목표는 분명해졌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우리는 이제 독일을 꺾어야만 한다."
그건 쉽지 않을 거다. 독일은 인상적인 경기를 펼치진 못했지만 무기력한 포르투갈을 꺾을 자격은 있었다. 수요일에 하르키우에서 네덜란드와 맞붙는 독일은 거기서 승점 3점을 챙길 경우 8강 진출을 확정지을 수 있고, 리비우에서 열리는 포르투갈과 덴마크의 경기 결과에 따라 포르투갈을 탈락시킬 수도 있다.
호날두에겐 잊어버리고 싶은 경기였을 거다. 포르투갈의 주 득점원인 그가 중원으로부터 창의적인 패스 공급을 받을 수 없다는 건 불운한 일이다. 포르투갈의 '황금 세대'가 뛰던 시절에는 피구, 후이 코스타, 파울루 수자 등 환상의 트리오가 파울레타에게 실탄을 공급했다.
![]() 독일 수비에 묶여 골 사냥에 실패한 호날두 (사진제공 : 게티이미지) |
포르투갈과 네덜란드는 충격에서 빨리 회복해야 한다. 폴란드도 마찬가지이지만, 그들은 기세 등등한 러시아를 상대해야 한다.
그리스와의 개막전이 끝나고 불과 몇시간 후 바르샤바 시내는 침묵에 빠졌다. 하루 종일 술에 취해 우승을 꿈꾸던 시민들이 어두운 현실에 눈을 뜨면서 분위기가 가라앉은 것이다.
현실은 이렇다. 체코를 4-1로 물리친 러시아가 상승세를 이어나간다면 폴란드는 마지막 경기에서 승리를 거두더라도 탈락하게 될 수도 있다. 그들은 러시아가 바르샤바에서 주전 선수들을 쉬게 해주길 바라야 하며, 그 다음 경기가 열리는 브로추아프에서는 체코를 꺾어야 한다.
한국의 독자 여러분도 아시겠지만, 개최국이 대회 후반부까지 살아남아야 성공적으로 대회가 운영될 수 있다. 자신감이 부족한 폴란드는 2008년 대회를 공동으로 개최했다가 조별 리그에서 탈락했던 스위스와 오스트리아의 전철을 밟게 될 가능성이 크다. 대회 본선을 오랫동안 기다려왔고 손님들을 따뜻하게 맞이했던 폴란드가 첫 번째 관문을 통과하지 못한다는 건 정말 실망스러운 일이 될 것이다.
대회 개막 전 이탈리아와의 평가전에서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며 몸을 풀었던 러시아는 브로추아프에서 막강한 화력을 과시했다. 체코는 러시아의 다양한 공격 루트를 막을 수 없었고, 창의력과 공격력을 겸비한 알란 자고예프는 강력한 대회 MVP 후보로 떠올랐다. 일곱 번의 득점 기회를 무산시키며 유럽 선수권대회 기록을 경신한 알렉산더 케르자코프가 아니었다면 러시아가 기록적인 점수차로 승리를 거둘 수도 있었다.
지금까지는 러시아가 제일 잘 나가고 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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