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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관련/프로축구

4cm 빠진 2m 거구 골잡이의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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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기 드문 재능이다. 키가 2m에 가깝다. 4cm 빠진 2m. 높이와 힘이 우월하다. 공중볼에 능한데 발밑까지 부드럽고 빠르다. 위와 아래가 모두 강하다. 체격 조건이 상대적으로 앞서는 유럽에서는 종종 지켜보는 재능이지만 우리 선수 중에는 흔치 않은 재능이다. 196cm의 스트라이커 김신욱 이야기다.

지난 새벽 카타르전의 주인공 중 한 명은 김신욱이었다. 후반 55분 구자철 대신 교체 투입된 김신욱은 타깃형 스트라이커의 전형적인 플레이로 막혀있던 대표팀의 공격 활로를 열었다. 세트피스 상황과 박스 인근에서 위협적인 높이와 움직임으로 카타르 수비진을 흔들며 대표팀의 큰 점수 차의 역전 승리를 이끌었다. 교체 투입돼 공격의 흐름을 바뀌는 트랜스미션 플레이어 역할이었다.

트랜스미션 플레이어 김신욱

포지션 경쟁자들과는 다른 스타일로 또 하나의 공격 옵션을 보여주었다는 점이 가장 두드러진 특징이었다. 현 대표팀의 이동국, 지동원, 이근호나 잠재적 후보군인 박주영과는 다른 스타일로 골을 잡아내거나 동료에게 기회를 엮어준 김신욱이다. 의미가 크다. 카타르전을 통해 A매치 데뷔골을 넣은 김신욱은 대표팀 공격 옵션 다변화 카드로서의 기대를 끌어올렸다.

이번 카타르 경기처럼 원톱에서 투톱으로 변화를 주거나 세컨드 볼 공격 전개의 강화 등의 변화카드다. 특히 큰 키에다 부드러운 발밑을 지닌 김신욱의 하드웨어는 유럽 팀에 맞서서도 통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대가 더하다. 경험과 성장이 따라야 하겠지만 수비수에서 공격수로 포지션을 바꾼 만 24살의 재능에게는 보다 많은 기회의 문이 열릴 것이다. 유럽 진출도 그 기회 중 하나다.

김신욱의 교체 투입 성공은 최강희 감독의 공격적이면서도 예리한 선수 교체 타이밍의 한 부분이기도 하다. 최강희 감독은 후반 들어 김신욱, 남태희, 지동원을 잇따라 투입했는데 교체 때마다 경기 흐름을 유리하게 끌어오는 결과로 이어졌다. 교체 투입된 세 선수 모두 공격수였는데 3-1로 역전한 상황에서도 원정경기에서 지키지 않고 남태희와 지동원을 계속해서 투입한 최강희 감독의 닥공철학은 이어졌고 또 주효했다.

 

카타르전 포진도 (사진제공 : 박문성)

좌 김보경 우 이청용 시대 오나

90분 경기 전반적으로 보면 가장 눈에 띈 선수는 김보경이었다. 왼쪽 날개 공격수로 배치돼 특정 공격 위치를 가리지 않고 쉴 새 없이 움직이며 공격 기회를 엮어낸 김보경은 마치 박지성을 보는 듯한 착각이 들게 할 정도로 두드러졌다. 동점골로 연결된 이근호의 헤딩을 도운 칩킥이나 곽태휘의 역전 헤딩골로 이어진 코너킥 등의 장면을 꼽지 않더라도 포지셔닝이나 움직임, 기술과 체력적인 면에서 매우 인상적인 플레이였다.

공을 영리하게 차는, 탁월한 축구 센스와 지능을 보여준 김보경은 박지성이 언급했듯 차세대 에이스로서의 재능을 분출해 보였다. 김보경의 존재감이 더욱 기대되는 건 반대쪽 터치라인의 이청용 복귀와 맞물려서다. 김보경과 이청용이 좌우에서 흔들면 공격진에게는 보다 넓은 공간과 날카로운 기회가 열릴 수 있을 것이다.

김보경과 함께 풀백 박주호의 성장이 더해지면서 왼쪽 터치라인 전체에 힘이 더해진 건 반길 일이다. 하지만 수비라인 전체의 안정감이 자리를 잡지 못한 건 지적하고 넘어갈 부분이다. 문제로 지적된 좌우 풀백의 밸런스는 여전한 숙제이고 부상 등으로 호흡을 맞출 시간이 부족했던 포백라인 전체의 라인컨트롤도 보다 강한 상대와 싸우기 위해서는 꼭 짚고 가야할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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