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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관련/프로축구

주급 2만원과 2억 원의 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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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오전 스위스 베른의 '슈타드 드 스위스' 경기장에서 열린 스페인과의 평가전에서 김두현(6)이 슛을 날린뒤 남태희(18)와 묘한 동작을 연출하고 있다. (사진제공 : 연합뉴스)

주급 2만원 vs 2억 원. 

주급은 일주일마다 받는 봉급이다. 언론보도에 따른 추정치인, 경찰청 소속의 김두현과 첼시 소속의 토레스 주급은 어림만 잡아도 만 배 차이다. 토레스가 한 달에 받는 돈만 하더라도 K리그 최고 1년 연봉 선수급이다. 스페인대표팀 다른 선수들의 몸값이 크게 다르지 않다. 그야말로 골리앗과 다윗의 싸움이었다.

수치로도 확인된 차이였다. 점유율에서 스페인이 65% 대 35%로 크게 앞섰다. 전체 슈팅도 20개 대 5개로 4배 차이였다. 유효 슈팅도 8개 대 2개로 크게 다르지 않았다. 4-1의 점수 차는 이러한 경기 흐름과 양상의 결과였다.

김두현의 골 장면만 떼어놓고 보면 크게 뒤질 것 없었다. 주급 2억 원을 상회하는 두 선수인 다비드 실바의 크로스를 받아 백헤딩으로 선제골을 넣은 토레스나 박주호의 크로스가 수비수 맞고 흐르자 그림과 같은 오른발 중거리 슈팅으로 레이나 골키퍼를 꼽작 못하게 만든 주급 2만원 김두현의 중거리 슈팅 모두 대단히 멋진 골 장면이었다. 이전에 박지성이 학생 시절을 떠올리며 인정했던 두 선수 중 한 명이 김두현이었는데 정말이지 환상적인 중거리 슈팅이었다.



박지성의 학생 시절 회상 속 그 선수

문제는 4-1 대패 보다 경기를 끌려가거나 상대가 몰아칠 때 위기를 극복하는 리더십의 부재였다. 잘 버티면서 역습을 통해 스페인을 긴장시킨 젊은 한국팀이었지만 후반 초반 페널티로 1-2 리드를 내준 뒤로 집중력이 무너졌다. 좀 더 침착하게 공을 돌리며 점유율을 높이고, 위험지역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마음에 전방으로 걷어내기보단 하나 둘 살아나오는 패스를 해야 했지만 전체적으로 조급했고 또 이를 잡아줄 리더십이 부족했다. 박지성의 대표팀 은퇴 이후 A팀이 직면한 리더십의 고민과 연결된 일이기도 했다. 

전술적인 측면에서는 공수의 불균형이 아쉬웠다. 선발 라인업 자체가 공격적으로 짜졌다. 지동원, 염기훈, 손흥민, 남태희 전방 라인업은 물론 중앙 미드필더진이 구자철, 김두현으로 구성되면서 공격적인 라인업이 구성됐다. 라인업뿐만 아니라 경기 운영 또한 물러서지 않고 맞대결을 펼친 흐름이었다. ‘닥공’ 최강희 감독의 팀 컬러가 묻어난 배치였으며 평가전서 괜스레 주눅들 필요도 없었다. 

공격라인 쪽에 구자철, 손흥민, 남태희 등이 수시로 최전방에 결합하면서 공격에 전체적으로 무게와 속도감이 더해진 건 소득이다. 유럽축구를 경험한 이들 영건의 자신감 넘치는 플레이가 팀 전체에 에너지를 더했다. 하지만 원톱 지동원의 고립 문제는 풀어야 할 숙제다. 세르히오 라모스가 버틴 스페인 중앙 수비진의 방어벽을 감안하더라도 원톱을 활용한 위협적인 슈팅 기회를 뚜렷하게 만들지 못한 부분은 짚어야 한다. 특정 선수를 지적하는 지엽적인 접근이 아닌 공격진 전체의 문제로 바라보는 시각이 필요한데 전술적 해법이 요하는 대목이다.


31일 오전 스위스 베른의 '슈타드 드 스위스' 경기장에서 열린 스페인과의 평가전에서 박주호(5)가 실바(21)와 볼을 다투다 넘어지고 있다. (사진제공 : 연합뉴스)

원톱 고립, 공수 균형, 좌우 풀백

중앙 미드필드진에 구자철과 김두현이 배치되면서 수비진의 하중이 더해졌다. 스페인전과 같은 공격적인 전형 배치가 상대에 따라 가능할 수도 있지만 공수 밸런스라는 측면에서는 리스크를 안고 있는 대형이다. 후반전에 최강희 감독이 박현범, 김재성 등 상대적으로 수비적인 스타일의 미드필더 선수들을 교체 투입한 이유와 닿아 있는 지적이다. 기성용과 김정우가 부상에서 돌아오면 조합에 변화가 따를 것으로 보인다.

좌우 풀백은 여전한 고민이다. 왼쪽 박주호의 성장은 반가운 일이다. 스위스리그에서 활약 중인 박주호는 스페인 선수들과의 맞대결에서도 주눅 들지 않는 과감한 공격과 수비 전개로 인상적인 모습을 보였다. 박주호의 왼쪽은 이영표 은퇴 이후 적임자를 찾지 못하고 있는 포지션이다. 이번 대표팀 명단만 하더라도 오른쪽 수비 자원은 최효진, 오범석 등이 있지만 왼쪽은 중앙 수비수 김영권, 날개 공격수를 겸하는 김치우를 옮겨 와 배치해야 할 만큼 대상자 자체가 부족하다. 박주호의 스페인전 활약은 그래서 의미가 더하다. 반면 오른쪽 수비수로 선발 투입된 최효진은 기대만큼의 활약은 보이지 못했다. K리그에서 만큼은 최강의 풀백이지만 국제무대에서는 그 경쟁력을 다하지 못하는 아쉬움을 남겼다.

사실 수비라인의 가장 큰 문제는 호흡이 맞지 않아 오프사이드 트랩을 엉성하게 쓰다가 실점을 내주거나 위기 상황을 여러 차례 내줬다는 것인데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출전 관계로 뒤늦게 대표팀에 합류한 중앙 수비수 곽태휘를 포함해 라인 조정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프로팀의 리그 경기가 크게 다르지 않지만 특정 기간 몇 경기를 통해 승패를 가르는 대표팀 경기에서는 상대적으로 수비가 중요하다. 문제는 수비의 경우 공격에 비해 조직력을 가다듬기 위해선 시간이 보다 걸린다는 것인데 열흘 앞으로 다가온 브라질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첫 판 카타르 원정 경기까지 어떠한 대책을 마련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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