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스포츠관련/프로축구

잉글랜드 주장은 루니가 되어야 한다

SMALL



잉글랜드 동료들과 훈련중인 루니 (사진제공 : 게티이미지)

잉글랜드가 1966년 월드컵에서 우승했을 때 난 태어나지도 않았지만 사람들은 아직도 당시의 사건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그들의 증언이 모두 사실이라면 국민들 중 절반이 그해 7월의 어느날 오후 웸블리 경기장에서 결승전을 지켜봤던 셈이다. 그날을 생각하면 여러 가지 장면들이 머릿속에 떠오른다. 독일이 선제골을 넣었고, 잉글랜드가 두 골을 터뜨리며 전세를 뒤집은 후, 독일이 막판에 다시 골을 넣어 동점이 됐다.

연장전에 들어가기 전 휴식 시간에 알프 램지 감독은 선수들이 쉬도록 내버려두지 않았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우리가 이기고 있었잖아. 이제 나가서 또 이기자.” 선수들은 그가 시킨 대로 했다. 스코어를 3-2로 만든 그 골은 여전히 (잉글랜드에서는 아니지만) 논란의 여지가 있으며, 공이 골라인을 넘어가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독일 사람들은 아직도 그런 일이 벌어지면 “웸블리 골”이라고 말하지만, 잉글랜드 사람들은 그 골을 인정했던 러시아 출신 선심에 대해서만 이야기한다. 그리고 나서 네 번째 골이 터지며 제프 허스트의 해트트릭이 완성됐다.

당시 중계방송의 코멘트는 유명하다. 마지막 순간이 다가오자 일부 팬들은 경기장 안으로 넘어오기 시작했다. “경기장에 들어온 사람들이 있습니다. 시합이 다 끝났다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요…” 그리고 허스트가 쐐기골을 터뜨려 4-2가 되자 해설가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 끝났습니다!”

경기가 끝나자 잉글랜드의 주장 보비 무어가 계단을 올라가 젊은 엘리자베스 여왕이 기다리고 있는 로열 박스로 향했다. 무어는 손을 바지에 닦고 여왕과 악수한 다음 우승컵을 받았다. 바로 그 장면에서 그가 진정한 신사였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가 신사였다는 건 정말 다행이었다. (불행히도 그는 1993년에 세상을 떠날 때까지 생활고에 시달렸다. 요즘과는 달리 그가 선수로 뛰던 시절에는 돈을 많이 벌 수 없었다.) 왜냐하면 그 후로 46년 동안 잉글랜드 팬들이 그 장면을 봐왔기 때문이다. 잉글랜드 대표팀이 그 이후로 성공을 거두지 못했기 때문에 텔레비전에서 보여줄 만한 장면도 없었지만, 최소한 우리는 진정한 리더이자 진정한 주장, 그리고 진정한 신사였던 무어를 보면서 뿌듯해할 수 있었다.

세월이 흐르면서 새로운 주장들이 등장하고 사라졌지만 우승컵은 돌아오지 않았다.

어떤 이들은 가장 뛰어난 선수, 혹은 경험이 가장 풍부한 선수가 주장이 되어야 한다고 말하지만, 잉글랜드에서는 가장 훌륭한 리더가 주장이 되는 경우가 많다. 누가 되든 상관 없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그럴 수도 있지만, 축구에서는 그게 정말 중요하다.

로이 호지슨 감독은 스티븐 제라드를 주장으로 임명했다. 난 제라드가 좋은 선택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제라드가 주장이 되면 안되는 이유가 두 가지 있다. 첫 번째 이유는, 부상 탓이긴 했지만 제라드는 지난 시즌 리버풀에서 제 역할을 해내지 못했기 때문에 대표팀에서 주전으로 나설 자격이 있는지도 의문이다.


현재 잉글랜드 대표팀의 캡틴 제라드 (사진제공 : 게티이미지)

두 번째는, 제라드가 주장으로선 잉글랜드 대표팀에 어울리지 않기 때문이다. 그는 리버풀에서 뛸 때에는 위대한 선수다. 그는 지난 수 년 동안 리버풀에서 맹활약하며 안필드의 영웅이 됐다. 그는 리버풀에서는 카리스마 넘치는 리더다. 그는 어떤 특별한 행동을 할 필요도 없고 그냥 거기서 하던 대로만 하면 된다.

하지만 그는 잉글랜드 주장으로 뛸 때 그저 그런 선수였다. 그는 자신과 비슷한 스타들 중 한 명일 뿐이고 그들을 이끌 만한 성격의 소유자도 아니다. 그는 2010년 월드컵에서 주장 완장을 찼지만 선수들을 지휘한 건 존 테리였다. 상황을 모르는 사람이 봤다면 테리가 주장인 줄 알았을 거다. 퍼디난드보다 테리가 먼저 주전으로 뽑혔을 때 제라드가 어떤 생각을 했을지 궁금하다.

물론 내가 감독이라면 테리를 주장으로 선택하진 않았을 거다. 낭만적이고 순진한 생각일진 몰라도 잉글랜드의 주장이라면 아이들이 우러러볼 수 있는 인물이어야 한다. 사람들이 축구선수로서, 그리고 더 중요한 건, 인간으로서 존경할 만해야 한다. 내 생각에는 존 테리는 바로 그런 부분이 부족하다.

만약 제라드가 주장이 될 수 밖에 없다면 그는 처음 두 경기에서만 완장을 차야 한다. 출전정지 징계를 받고 있는 루니가 돌아올 때까지만 말이다. 그렇다. 웨인 루니가 적임자다.

물론 루니는 경기장 밖에서 실수를 저지른 적이 있다. 하지만 그건 과거의 일이었고, 그는 예전보다 성숙하고 사려깊은 사람이 됐다. 그래도 가끔씩은 경기 도중에 이성을 잃기도 한다. 실은 그가 흥분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도 재미있다.

그러나 루니는 리더다. 그는 열정적으로 팀을 이끌고 매우 지능적인 데다, 잉글랜드 대표팀에서 가장 뛰어난 선수다. 그는 대단한 열정을 갖고 있다.

그런 점이 오히려 잉글랜드 대표팀의 문제가 되기도 했다. 우리는 열정과 관심이 지나친 나머지 이성적인 사고를 하지 못했다. 하지만 주장 임명에 관한 한, 그걸 받아들여야 한다. 잉글랜드가 얼마나 위대한 팀이 될 수 있는지를 보여줄 수 있는 루니가 대표팀의 상징이 되면 좋겠다. 루니는 지능적이고 본능적이며 열정적인 동시에, 투박하면서도 좌절감과 무기력증에 빠져 있는 우리의 약점을 보여주는 선수다. 그게 바로 잉글랜드 축구의 양면성이다.

루니는 유로 12에서 (징계가 풀리면) 잉글랜드의 주장이 될 자격이 있다. 그는 제라드보다 뛰어난 선수이자 리더이며, 앞으로도 더 오래 활약할 수 있는 선수다. 그는 보비 무어처럼 될 수는 없겠지만 언젠가는 잉글랜드가 자랑할 만한 주장이 될 것이다.

L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