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사와 논란의 중간에 있는 부산의 질식수비
(사진=BIT포토)
[풋볼리스트=서호정 기자] ‘공격은 재능으로 완성되지만
수비는 훈련으로 완성된다’는 스포츠의 격언이 있다. 치열한 공방전이 오가는 구기종목에서 수비의 중요성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견실하고 좋은
수비는 화려한 공격보다 몇 배의 준비와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개인이 아닌 조직 전체가 훈련을 해야 하는 팀스포츠는 더 어렵다.
공수 전환 속도가 점점 빨리지는 현대 축구에서 수비는 곧 공격으로 이어지는 찬스의 시작이다. 하지만 좋은 수비는 쉽게 빛을 보지 못한다. 멋진 골 장면은 두고두고 찬사를 받지만 멋진 수비는 그것이 왜 좋았는지도 알려지지 않는 게 현실이다.
2011년 K리그의 화제는 전북의 닥공이었다. 최강희 감독이 들고 나온 ‘한 골 먹으면 한 골 더’의 철학은 축구계 전체의 박수를 받았다. 2012년에 닥공 만큼 하나의 브랜드로 자리 잡은 것은 부산의 질식수비다. 13라운드를 치르면서 7실점, 경기당 실점율 0.53점으로 16개 구단 중 최고다. 무실점 경기도 여덟 차례로 이 역시 K리그 전체 구단 중 최고다. 최근 9경기에서 6승 3무를 기록하며 한때 15위까지 내려갔던 순위를 6위까지 끌어올렸다.
하지만 닥공이 예찬론에 가까운 찬사를 받았던 것과 달리 질식수비는 논란의 대상이다. 부산의 축구는 ‘수비가 강한’ 축구가 아니라 그냥 ‘수비만 하는’, 잠그는 축구로 매도되기도 했다. 이는 축구에서 수비가 갖는 비중과 영향력, 그리고 부산이 펼치는 수비 방식에 대한 몰이해에서 비롯된다. 훈련 과정과 안익수 감독, 선수들의 인터뷰를 통해 들여다 본 질식수비는 절대 쉽게 베낄 수 없는 그들만의 정수가 있었다.
부산의 수비는 확실한 컨셉과 체계적인 준비를 통해 완성된다
(사진=BIT포토)
■ 기본편: 부산 수비는 디테일하다
안익수 감독은
현역 시절 명수비수였다. 일화(현 성남), 포항을 거치며 K리그 최고의 센터백으로 명성을 떨쳤다. ‘터미네이터’라는 별명이 붙었을 정도로 강력한
육체를 바탕으로 상대 공격수를 제압했다. 맨마킹과 높이에서 강점을 보였다. 하지만 포항에서 전환점을 맡았다. 당시 포항의 지휘봉을 잡고 있던
박성화 감독은 잉글랜드 출신의 스튜어트 박스터 감독이 구사하는 포백으로부터 상당한 영감을 받은 뒤 국내에 거의 최초로 4-4-2 축구를
접목시키던 중이었다. 스위퍼를 가동하는 스리백 시스템이 대세이던 상황에서 지역 수비와 수비라인 리딩이 중시되는 포백을 만나며 수비수 안익수의
사고도 바뀌었다.
“박성화 감독님을 통해 4-4-2 축구를 접했다. 감독님의 훈련을 경험하면서 이 부분은 내가 이렇게 해 봐야겠다는 생각들을 많이 했다. 틈틈이 메모를 했고 나중에 지도자가 된 뒤 접목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지도자가 된 뒤 느낀 다른 생각들을 플러스 알파로 더했고 실제로 활용해봤다. 문제점을 찾으면 보완했고 그런 상황이 반복되면서 수비에 대한 나의 철학과 방법론이 단단해진 것 같다.”
성남 2군에서 지도자 생활을 시작한 뒤 대교, 여자축구대표팀을 거치면서도 수비에 대한 안익수 감독의 연구는 계속됐다. 2010년 서울의 수석코치로서 팀의 더블(리그, 리그컵) 달성을 도울 때도 그의 수비 훈련은 선수들 사이에게 화제였다. 당시 서울은 리그 최소 실점을 기록했다. 우승 멤버였던 최효진은 “프로에 와서 제대로 된 수비 개념을 배운 건 그때였다”고 말하기도 했다.
안익수 감독이 맡는 팀은 동계훈련 방식이 독특하다. 보통은 시즌이 끝나면 마무리 훈련을 가진 뒤 전체가 휴식을 갖고 12월 말이나 1월 초에 소집해 동계훈련을 실시한다. 하지만 부산은 지난해 12월 초부터 동계훈련을 가졌다. 새롭게 팀에 합류한 이적생이나 신인 선수를 대상으로 한 훈련이다. 본격적인 동계훈련 전 2~3주 전에 안익수 감독이 팀의 컨셉과 수비에 대한 이해를 시키기 위해서 갖는 시간이다. 그렇지 않으면 동계훈련에서 불필요한 시간 낭비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시즌 중에도 부산은 다른 팀에 비해 수비 훈련의 비중이 높다. 1주일 단위로 경기를 준비하게 된다면 주 2회 이상의 훈련이 수비에 할애된다. 보통 다른 팀은 수비 훈련을 따로 하지 않고 훈련 내에 묶어서 실시한다. 훈련에 참가하는 선수도 미드필드와 수비수들이다. 그러나 부산은 공격수를 포함 선수 전원이 참가한다. 수비 훈련을 하는 날은 정확히 컨셉을 잡고 수비에만 거의 매진한다. 훈련에 대한 집중력과 이해의 차이가 남다를 수 밖에 없다.
부산의 구성원들은 안익수 감독의 수비가 다른 감독들과 비교해 갖는 결정적 차이를 섬세함이라고 말한다. 김인완 수석코치는 “인익수 감독님의 수비 훈련은 한마디로 디테일이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왼쪽 풀백 유지훈은 “다른 감독님들은 몇 개의 수비 틀을 알려주는데 그치는데 안익수 감독님은 수 많은 상황을 가정해 반복 훈련을 한다”고 설명했다. 호주 국가대표인 미드필더 맷 맥카이는 “레인저스 시절에는 수비 훈련을 거의 안 했다. 부산의 수비가 강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치밀한 준비와 세밀한 훈련을 하기 때문이다. 나는 한국말을 거의 못 알아듣지만 팀의 훈련 내용은 쉽게 이해할 수 있다”며 자신의 경험을 더해 얘기했다.
음식에 밑간이 필요하듯, 세밀한 수비를 위한 훈련에도 준비가 중요하다. 부산의 수비 훈련엔 두 가지가 반드시 선행된다. 첫 번째는 체력이다. 부산의 플레이는 선수들의 이동거리가 많고 90분 간 높은 집중력이 요구된다. 동계훈련이 가장 혹독한 팀으로 유명한 것도 그 때문이다. 하지만 공이 없는 훈련은 없다. 소위 말하는 뜀박질의 러닝 위주 훈련은 시켜본 적이 없다는 게 안익수 감독의 얘기다. “부산의 체력 훈련은 경기에 필요한 상황에 대한 훈련이다. 기구를 놓고 하는 피지컬 훈련(허들, 지그재그, 튜브 등 이용)이다.”
두 번째는 분석이다. 안익수 감독은 분석팀에서 가져다 준 비디오 자료를 받아 자신이 직접 편집을 한다. 2000년 성남 2군 코치로 부임했을 때부터 맥북과 분석 프로그램을 활용했다. 호주에서 개발한 스포츠코드라는 분석 프로그램을 스스로 배웠다. K리그 감독들 중 직접 분석 프로그램을 쓰는 유일한 감독이다. 2010년에는 5년 간 준비한 박사과정의 최종논문으로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와 K리그의 실제경기시간 차이를 내놓았을 정도로 분석력이 탁월하다. 보통 분석이라 하면 상대 수비를 파쇄하기 위한 분석에 초점이 맞춰진다. 하지만 안익수 감독은 상대 공격을 차단하기 위한 분석에도 몰두한다. 그런 자료를 훈련 전 선수들에게 주지시킴으로써 훈련의 효과를 극대화한다.
수비수 출신인 안익수 감독은 철저한 분석과 자기만의 훈련 메뉴로 질식수비를 완성했다
(사진=BIT포토)
■ 개념 갈라잡이편: 안익수 감독의 수비 훈련
메뉴
안익수 감독이 생각하는 수비의 개념은 무엇일까? 그는 “상대 공격에게 우리 지역을 내주지 않는 것, 공간을 허용하지
않는 것”이라고 답했다. 수적 우위를 바탕으로 상대 선수를 막는 것이 아닌, 라인 조절과 압박을 통해 공간을 제압함으로써 원천적 봉쇄를 한다는
얘기다. 즉, 상황에 대한 대처다.
“경기 흐름을 읽는 게 중요하다. 팀 전술에 따라 움직여야 한다. 1차 수비는 팀이 한 뒤, 거기서 저지하지 못하고 개인과 개인이 붙었을 때는 부분 전술과 개인 전술로 막아내야 한다. 하지만 가급적이면 우리는 위기 상황을 만들지 않게 팀 수비로 끊는 걸 목표로 한다. 그것이 부산 수비의 완성이자 궁극적 목적이다.”
부산은 골키퍼를 제외한 10명의 필드 플레이어가 항상 공을 중심으로 일체감을 가져야 한다. 그래야 적은 체력 소모를 통해 공을 뺏어올 수 있다. 공격과 수비로 전환하는 속도 역시 상대보다 빨라야 한다. 이런 수비를 만들기 위해 안익수 감독은 무수한 시행착오, 그리고 분석을 통해 여러 가지 수비 훈련 메뉴와 개념을 완성했다. 부산의 수비 훈련에서 가장 자주 볼 수 있는 상황을 소개한다.
1) 트라이앵글: 상대에게 공간을 내주지 않기 위한 훈련이다. 3명의 선수(수비형 미드필더 1명, 수비수 2명)가 나서서 삼각형 형태를 구성해 두레박처럼 나가고 들어오는 방식. 볼을 소유한 상대를 압박하는 동시에 배후 공간을 커버한다. 2006년 독일월드컵 당시 이탈리아 대표팀 수비수들이 자주 보여 준 장면이었다.
2) 좌우체킹: 수시로 주변 상황을 체크하며 상대 공격수가 좋은 포지션을 점하는 것을 막는다.
3) 대각 움직임: 상대에게 공을 뺏겨 역습을 당할 때 시간을 벌기 위한 움직임. 수비 조직이 정비가 안 됐거나 수적 열세의 상황에서 대각 방향으로 마크하면 세 명의 상대를 두 명의 수비수가 막을 수 있다. 그런 지연 플레이를 통해 동료 선수가 수비에 가담할 수 있게 한다.
4) 아웃넘버: 부산은 수비 훈련 때 여러 상황에서 늘 수비하는 선수보다 공격하는 선수가 1~2명 많은 것을 가정한다. 안익수 감독은 그 이유를 “수비 훈련 시 공격과 동수로 놓고 하면 대응력이 떨어진다. 공격을 더 둬서 상황에 따른 선수 개인의 판단력을 기르게 한다”고 설명했다.
팀 전술, 부분 전술, 개인 전술까지 세밀하게 준비되는 부산의 수비 (사진=BIT포토) |
6) 업앤다운: 수비라인 조정 훈련이다. 한 명의 선수가 리더가 돼 “업! 업!”하고 외치며 신호를 내 라인을 올리고 내린다. 실전에서도 에델이나 이경렬 등 중앙 수비수가 신호를 내며 라인을 조정해 상대 공격을 오프사이드 함정에 빠트리는 장면을 발견할 수 있다.
7) 원온원 훈련: 안익수 감독이 개발한 훈련이다. 농구의 원온원처럼, 경기장을 반으로 나눠 두 명의 선수가 1대1 상황을 한 차례씩 주고 받는다. 수비와 견제 능력을 키우면서 공격과 돌파 능력을 쌓는다. 수비와 공격 훈련을 동시에 집어넣은 훈련법이다.
안익수 감독은 “이런 훈련을 반복해도 연습 경기나 실전 경기를 보면 문제점이 발생하는 걸 알 수 있다. 그러면 문제 해결에 중점을 두고 훈련 프로그램을 변형한다. 왜 1대1 돌파를 쉽게 허용했는지, 왜 우리 진영에서 협력 플레이를 못했는지, 전체적인 팀 전술에 어떤 문제가 생겼는지를 확인하면 자연스럽게 훈련 프로그램을 수정 보완할 수 있다. 그래야 약점이 강점으로 바뀐다. 어렵지만 감독이 책상 앞에 오래 앉아서 고민을 하면 어렵지 않은 일이다”라고 말했다.
일체화된 수비를 통해 공간을 지배하는 질식수비도 K리그의 엄연한 명품이다
(사진=BIT포토)
■ 심화편: 질식수비도 K리그의 명품이다
안익수
감독도 여느 감독들처럼 공격적인 축구를 원한다. 그가 궁극적으로 바라는 것은 4-4-2나 4-3-3 포메이션을 통해 상대 진영부터 강력한 압박을
가해서 90분 간 괴롭히며 꾸준히 공격할 수 있는 축구다. 그는 2010년 자신이 수석코치였던 시절 보여준 서울의 축구가 그게 가장 근접해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감독이란 자리는 자신이 원하는 이상과 직면한 현실 사이에서 현명하게 조율하며 성과를 내야 한다. 부산이 직면해 있는
현실은 공격적인 축구를 펼칠 수 있는 자원이 확보되지 않았다. 활용할 수 있는 선수층이 다르다면 성과를 내기 위한 방식도 달라질 수 밖에
없다.
“우리가 대적할 팀은 분명 우리보다 강한 상대다. 그런 팀들을 맞아 1실점하고 2득점하긴 힘들다. 실점을 않고 득점을 하는 게 더 효율적이다. 지금 우리가 공격보다 수비에 비중을 두는 축구를 하는 건 맞다. 보는 분들이 답답할 수도 있지만 그 안에 세밀한 전략과 전술이 있다. 무엇보다 강한 수비를 위해 선수들이 흘린 땀의 무게는 절대 가볍지 않다. 그걸 봐줬으면 좋겠다.”
“지금 부산 선수들의 기량에 대한 평가는 이전에 내가 거쳤던 팀들에 비해선 분명 약하다. 하지만 선수 개인의 열정과 성실함, 자신들의 현 위치에 만족하지 않고 더 발전하고 노력하는 모습은 어떤 팀보다 낫다. 나는 현재의 부산이 2010년 서울보다 더 조직적이라고 생각한다. 빈 틈이 적다. 팀과 개인의 발전이 눈에 확연히 보이니까 가르치는 입장에서도 만족감이 크다. 개인 능력은 다소 떨어지지만 조직적인 능력으로 그걸 넘어서고 싶다.”
부산의 수비축구를 잠그기만 하는 수비 축구라고 단정짓기엔, 웬만한 공격 축구 이상으로 세밀하고 정교하다. 부산의 수비를 따라 할 수 있는 팀이 K리그에 있을까? 감히 없다고 단언한다. 질식수비는 K리그에서 부산을 다른 팀과 확연히 구분 짓는 좋은 팀 컬러고 엄연한 명품이다. 안익수 감독이 원하는 세련되고 공격적인 축구가 이뤄지더라도 그 밑바탕에는 성과와 효율성을 보장하는 질식수비가 계속 이어질 것이다.
축구를 하는 방식에 정답은 없다. 공격 축구가 답인지, 수비 축구가 답인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어느 리그와 어느 대회든 최고의 성과를 거뒀던 팀이 공격과 수비에 모두 능한, 뛰어난 공수 밸런스를 보여줬다는 것은 분명한 정답이다. 좋은 축구를 위해선 공격과 수비가 동시에 발전을 해야 한다. 뛰어난 공격력만큼, 좋은 수비력도 분석되고 조명 받을 필요가 있다.
■ 필수예제편: 질식수비의 끝판왕 전상욱 전상욱이란 이름은 낯설다. 각급 대표 경력 한번 없었다. 프로 8년 차지만 그의 이름이 주목을 받은 건 만 33세인 올해에 들어서다. 실업 시절을 포함해 11년을 기다려 전성기를 만난 뒤늦게 만개한 꽃이다. 경신고를 거쳐 2002년 단국대를 졸업한 전상욱은 실업팀인 울산 미포조선에 입단했다. 김용대(서울), 한동진(제주), 강성일(전 대전), 최무림(전 울산) 등 79년생 동갑내기에 뛰어난 골키퍼가 많아 프로에 가기 쉽지 않을 거라는 판단에서 내린 우회 전략이었다. 전상욱은 실업무대 최고의 골키퍼로 올라섰다. 그가 뛴 3년 간 미포조선은 2번의 우승을 차지했고 그 역시 골키퍼상을 수상했다. 전상욱은 2005년 성남으로 스카우트되며 그리던 프로 무대를 밟았다. 하지만 여전히 프로의 벽은 높았다. 팀의 세번째 골키퍼도 못했다. 가장 마지막 후보였다. 입단 2년 차인 2006년과 5년 차인 2009년에 각각 3경기씩을 뛴 게 성남에서 그가 남긴 1군 출전 기록이었다. 성남에서 소득 없이 5년을 보낸 2010년 부산으로 이적했다. 단 한번도 주전을 점하지 못한 만 31세의 골키퍼는 마지막 도전이라며 각오를 되새겼다. 당시 부산에는 베테랑 최현(현 대전), 그리고 특급 유망주 이범영이 있었다. 전상욱은 부산으로 온 첫 해에 그들을 밀어내고 26경기에 나섰다. 하지만 주전 보장은 없었다. 2011년에는 이범영과 플래툰 시스템으로 경기에 나섰다. 매 경기가 생존 경쟁이었다. 그래도 실망하진 않았다. “어딜 가나 경쟁 구도가 있어야 한다. 내가 부산의 확고한 주전이라고 생각한 적은 아직 없다. 이 자리는 언제든 바뀔 수 있다.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경기에 나선다. 다음은 생각하지 않는다.” 2012년, 전상욱은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다. 신의손 코치와의 만남이 계기가 됐다. 신의손 코치는 “전상욱은 기술과 판단력, 침착함 등 좋은 자질을 갖고 있었다”라고 칭찬했다. 그에 대해 전상욱은 “코치님이 오시고 집중력과 자신감이 더 올라갔다. 굉장히 꼼꼼하게 가르쳐주신다. 운동의 즐거움을 어느 때보다 많이 느낀다”고 말했다. 가장으로서의 책임감도 그를 강하게 만든 힘이다. 3년의 연애 끝에 2010년 결혼한 그는 최근 딸을 얻었다. 출산 예정일을 훌쩍 지나서도 나오지 않아 아빠와 엄마의 애를 태우던 붕붕이(태명)는 대구전에서 무실점 승리한 다음날 세상의 빛을 봤다. 적극적이지 못한 자신을 대신해 늘 용기를 주는 아내에게 늘 고맙다는 말을 잊지 않는다. “나는 조용하고 과묵한 타입인데 아내는 성격이 활발하다. 만삭일 때도 계속 경기장을 찾았다. 경기장에 오면 늘 앉는 그 자리에 앉아야 한다. 내가 경기 시작 전 몸을 풀 때부터 경기 끝날 때까지 엉덩이를 붙이고 있다. 비가 와도 우산을 쓴 채로 움직이지 않는다.” 서른을 훌쩍 넘어 전성기를 연 전상욱이 문전에 버티면서 부산의 질식수비는 더 단단해졌다. 잇단 무실점 행진으로 서서히 주목 받고 있지만 전상욱은 여전히 화려한 주연보다는 묵묵히 뒤에서 자기 일을 하는 조연이길 원한다. “칭찬이 많지만 아직은 과정이다. 계속 노력해야 한다. 무실점 기록은 전혀 신경 안 쓴다. 선방보다는 안정감을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 뒤가 안전해야 동료 선수들이 더 잘 뛸 수 있다. 내 골키퍼 인생은 지금부터가 시작이다. 나이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앞으로 얼마를 뛰든 계속 지금 같은 모습을 보여주도록 노력하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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