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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관련/프로축구

리버풀은 아시아 시장을 공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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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투어에서 말레이시아 서포터스들의 열광적인 모습 (사진제공 : 게티이미지)

[존 브루인 : ESPN 사커넷 에디터] 리버풀 풋볼 클럽은 잉글랜드 축구 역사에서 그들이 차지하는 위상을 지키려고 애써왔다. 리버풀은 그들이 거느리고 있는 전세계의 팬들에 대해서도 큰 자부심을 갖고 있다. 지난 22년 동안 잉글랜드 1부 리그에서 우승을 차지하지 못했음에도 리버풀은 그들이 세계 시장에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이어 두 번째로 인기 있는 구단이며 언젠가는 맨유를 따라잡을 수 있다고 믿고 있다.

아시아는 리버풀에게 매우 중요하다. 영국 내에서 리버풀은 아시아 이민자들, 특히 동남아 출신 축구팬 사이에서 가장 인기 있는 구단이다. 유럽 축구의 명문 클럽들보다 뒤처져 있는 리버풀로선 아시아 시장이 열세를 만회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2011-12시즌 초반에 이안 에어 사장은 리버풀의 프리미어리그 경기 해외 중계권을 독자적으로 판매하길 원한다며 구단의 야심을 드러낸 바 있다.

잉글랜드에서 아시아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여겨지고 있으며 클럽들은 특히 극동 시장을 개척하려고 애를 쓰고 있다. 예를 들면, 선덜랜드의 니얼 퀸 회장은 회장직에서 물러나 해외시장 개발을 담당하는 부서장으로 일하기도 했다. 강등과 승격을 반복하는 선덜랜드 같은 팀조차 아시아 시장에서 돈을 벌 궁리를 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선덜랜드가 아시아 시장 개척에 실패하자 퀸은 지난 2월에 자리에서 물러났다.

에어 사장의 발언은 작지 않은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이기적인 리버풀이 프리미어리그 소속 20개 클럽에게 균등한 분배가 보장되는 카르텔의 원칙에 어긋나는 행동을 한다고 여기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러나 잉글랜드의 다른 '수퍼' 클럽들은 분명히 에어의 생각에 공감했을 것이다. 어쨌든 그런 생각을 입밖에 냈다는 건 리버풀이 라이벌과의 경쟁에서 낙오될 위기에 몰렸다는 걸 스스로 인정한 셈이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글레이저 가문이 인수한 이후 적자에 허덕이고 있지만 여전히 수익을 올리고 있으며 언젠가는 엄청난 빚을 다 갚을 것이다. 아스널은 경기장 건축비를 갚기만 하면 가장 많은 현금을 보유한 팀이 될 것이다. 아스널 서포터들의 구매력이 가장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아부다비의 왕족이 돈을 대고 있는 맨체스터 시티는 말할 것도 없다. 게다가 로만 아브라모비치가 소유한 첼시는 챔피언스리그 우승 상금으로 7천만 파운드를 챙겼다.

한편 리버풀은 졸전 끝에 선두 맨시티에 승점 37점 뒤진 8위로 2011-12시즌을 마감했다. 지난 3월 칼링컵 우승과 5월 FA컵 준우승에도 불구하고 케니 달글리시 감독은 해고를 면할 수 없었다.

리버풀 구단주인 미국 보스턴의 펜웨이 스포츠 그룹(FSG)은 '킹 케니'를 왕좌에서 끌어내렸다. 달글리시는 클럽의 역대 최고 선수 출신으로, 힐스보로 참사 이후와 톰 힉스, 조지 질레트 구단주 시절부터 침체에 빠진 리버풀을  다시 하나로 뭉치게 만든 인물이었다. FSG의 당면 과제는 예전의 미국 출신 구단주들과 비교당하지 않는 것이다. 그들은 엄청난 부채를 구단에 떠안겼고 라파엘 베니테스 감독을 압박한 끝에 그를 해고하고 말았다.

FSG를 이끌고 있는 존 헨리와 톰 워너의 목표는 리버풀을 챔피언스리그에 복귀시키는 것이다. 헨리와 워너 같은 미국인들은 컵 대회의 가치를 모를 수도 있다. 달글리시는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고, 루이스 수아레스의 인종차별 사건에도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세계 시장을 노리고 있는 클럽으로선 홍보에서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저질렀던 것이다. 달글리시는 고집을 부리는 바람에 다문화 시대에 뒤떨어진 인물로 낙인찍히고 말았다. 그가 물러날 때가 되자 리버풀 지역에서는 반발의 목소리가 높았지만 축구계의 다른 곳에서는 모두들 달글리시의 시대가 끝났음을 인정하는 분위기였다.


리버풀의 차기 감독으로 거론되고 있는 마르티네즈 감독 (사진제공 : 게티이미지)

그러나 달글리시의 후임자를 찾는 작업은 대서양 양안에서 불협화음을 만들어내고 있다. 현재로선 에어 사장이 선정한 것으로 추정되는 후보 12명을 대상으로 감독직에 관심이 있는지의 여부를 알아보고 있다는 사실만 분명한 상황이다. 펩 과르디올라, 주제 무리뉴, 위르겐 클롭, 로날드 데 부르, 그리고 스완지 시티의 브렌던 로저스 감독마저 제의를 거절하면서 영입 작업은 난관에 빠졌다. 과르디올라는 휴가 중이며 무리뉴는 레알 마드리드와 재계약했다. 클롭과 데 부르는 2연패를 일구어낸 보루시아 도르트문트와 아약스 암스테르담에 각각 남기로 결심했다. 그들에게 리버풀행은 더 나은 선택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발렌시아를 이끌고 두 번의 라 리가 타이틀과 UEFA컵 우승을 달성했던 베니테스 감독도 2004년에 같은 제의를 받고 고민한 적이 있다. 한편 로저스 감독은 스완지에서의 입지를 고려해 리버풀의 제의를 정중히 거절했다고 한다.

안드레 비야스-보아스도 물망에 올랐지만 결국 후보군에서 제외됐다. 첼시에서의 실패가 걸림돌이 된 것이다. 그 다음에 유력한 후보로 떠오른 인물이 위건의 로베르토 마르티네스 감독이다. 언론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마르티네스는 한정된 자원으로 올 시즌 9연패를 당하고도 위건을 프리미어 리그에 잔류시킨 감독이다. 그는 아스턴 빌라와 셀틱의 영입 제의를 거절한 적도 있다.

마르티네스는 구단주 헨리와 협상 중이며, 마이애미에서 헨리와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하고 있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당시 마르티네스는 바바도스에 있는 위건 구단주 데이브 웰런의 별장에서 머물고 있었다. 리버풀은 비밀리에 협상을 진행하고자 했지만 웰런은 그런 내용을 언론에 종종 흘리곤 했다.

마르티네스가 클럽 운영의 전권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에 계약 여부가 불확실한 상황이다. 미국인 구단주들은 야구 팀들의 운영 스타일처럼 선수 이적과 운영 전략은 나이 든 전력강화이사가 맡아주길 바라고 있다. 그 역할은 경험이 풍부한 루이스 판 할이 맡게 될 가능성이 높다.

복잡한 그림이 그려지고 있다. 분리주의 전통이 깊은 잉글랜드 변방 도시에 기반을 둔 클럽 리버풀이 미국의 운영방식에 따라 스페인과 네덜란드 출신 지도자들과 함께 아시아 시장을 공략하다니. 어쨌든 글로벌화가 대세인 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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