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회장기 전국대학야구 하계리그전이 지난 4일(월요일) 개막했다. 서울 목동구장과 신월구장, 군산야구장에서 1-2부 리그로 나눠 열리는 이번 대회는 올해 신인드래프트 대상 대학 선수들에게는 사실상 마지막 시험대라고 할 수 있다. 지난해는 MVP 윤명준(두산)을 비롯해 문승원(SK), 황정립(KIA), 노진혁(NC) 등이 이 대회를 통해 프로 스카우트들에 확실한 눈도장을 찍은 바 있다. 이번 하계리그에서 새로운 스타로 떠오를 선수는 누가 될까. 2013 프로야구 신인드래프트에 참가하는 4학년 선수들 중에서, 이번 대회 맹활약이 기대되는 유망주 10명을 추려봤다.
영남대 이성민 (투수, 우투우타, 185cm/87kg)
올해 대학야구 투수 최대어. 일반 팬들 사이에는 그다지 알려져 있지 않지만, 야구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프로에서 즉시전력감으로 통할 선수는 이성민 하나 뿐”이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다. 고교 때까지는 야수로 주로 활약하다 영남대에서 본격적으로 투수로 자리를 잡았다. 2학년인 2010년 12경기에서 62이닝을 던지며 일찌감치 에이스 역할을 했고 지난해에도 14경기에서 71.1이닝 투구에 평균자책 2.75를 기록하며 안정감 있는 투구내용을 보여줬다. 올해는 두 개 대회에서 6경기 29.1이닝 동안 자책점 ‘0’으로 완벽에 가까운 피칭을 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전력이 약하다는 평가를 받는 영남대 소속으로 거둔 성적이라 더 인상적이다.
영남대 우완 이성민은 올해 대학야구 최고의 투수로 각광을 받고 있다. 한 스카우트는 "프로에서도 중간계투로 즉시 활약이 가능한 투수"라며 높게 평가했다. (사진=배지헌) |
이성민의 최고 장점은 최고구속 147km/h에 달하는 빠른 볼의 위력. 단순히 공만 빠른 게 아니라 스트라이크 존 낮은 쪽에서 약간의 싱커성 움직임을 보이는데다 볼끝도 묵직해서 정타를 좀처럼 내주지 않는다. 여기에 120km/h 중후반대 슬라이더와 체인지업도 변화와 제구 모두 뛰어나서 무더기 삼진을 잡아낸다. 역동적인 투구폼에 비해 제구력도 안정적이며, 야수 출신답게 투구 후의 수비 동작이나 주자 견제도 출중하다는 평이다.
모 구단 스카우트는 “경기 흐름과 내용을 알고 던지는 영리한 투수”라며 “쉽게 연타를 맞지 않고 낮은 쪽에서 공이 변한다는 점에서 KIA 박지훈보다도 낫다”고 평가했다. 다른 구단 스카우트도 “승부욕이 강하고 훈련 태도도 성실하다고 알고 있다”며 호의적인 평가를 내렸다. 굳이 흠을 잡자면 그동안 소속팀 전력이 약해 다른 팀 에이스들에 비해 ‘큰 무대’ 경험이 부족하다는 것 정도. 한 지도자는 “많은 사람들의 주목 속에서 부담감을 안고서도 잘 던질 수 있는지 스스로 입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어쩌면 부상 선수가 돌아오면서 영남대 팀 전력이 강화된 이번 하계리그가 이성민에게는 기회가 될 수 있다. 팀을 우승까지 견인하는 진짜 에이스의 면모를 보여줄 수 있을지 지켜보자.
성균관대 임정호 (투수, 좌투좌타, 189cm/90kg)
장신의 좌완투수. 2학년 때인 2010년 6승 무패에 1.77의 평균자책으로 압도적인 투구를 펼치며 프로 구단들의 레이더망에 들어왔다. 작년에도 86.1이닝을 혼자 던지며 평균자책 3.03으로 대학 좌완 중에서는 수준급의 피칭을 선보였다. 지난해 후반기에는 ‘야신’ 김성근 감독(고양 원더스)의 집중적인 지도를 받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크게 주목받았다. 그 영향인지 올해 춘계리그 때부터 지난해와는 달라진 투구폼으로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투수 출신인 한 스카우트는 “좌완에 쓰리쿼터 앵글로 던지는 투구폼이 김성근 감독의 현역 시절과 빼닮았다”며 관심을 나타냈다.
다만 아직까지는 투구폼이 완전히 익지 않은 탓인지 구속과 제구 모두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모습이다. 하계리그 첫 경기 대불대전에서도 대부분의 빠른 볼이 130km/h 후반대에 머물렀다. 140km/h 초중반을 너끈히 던지던 지난해보다는 줄어든 구속이다. 두 개 대회 29이닝 동안 21개의 볼넷을 내주는 등 컨트롤도 흔들리는 모습. 한 스카우트는 “하체 밸런스가 안정적인 편이 아니라서 제구력의 기복이 큰 타입”이라며 “신일고 시절보다는 제구가 많이 좋아졌지만 더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성균관대 임정호는 189cm 장신에서 뿌리는 움직임이 좋은 직구가 주무기다. 투구폼을 바꾼 것이 어떤 결과로 나타날지, 이번 하계리그가 중요한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배지헌) |
“경기가 마음대로 풀리지 않거나 수비 실수가 나오면 싫은 기색이 표정에 노골적으로 드러난다. 던지기 싫어하는 티가 날 때도 있다. 실제 본인 마음이 어떻든 간에 대부분의 사람들 눈에 그렇게 보인다면, 반드시 고쳐야 할 부분이다. 대학에서야 에이스로 최고 대우를 받을지 몰라도, 프로에서는 그렇지가 않다. 게다가 요즘에는 프로 구단들도 선수의 하드웨어나 재능 외에 성격이나 태도와 같은 부분들을 많이 살피기 때문에 스스로에게 마이너스가 될 만한 부분이 있다면 깨닫고 바로잡아야 한다. 생각을 조금만 바꾸면 더 뛰어난 투수가 될 것으로 기대하는 재목감이라고 생각해서 하는 이야기니까, 그대로 실어줬으면 좋겠다.”
경남대 박으뜸 (외야수, 우투좌타, 178cm/74kg)
올해 대학 외야수 중에 가장 공수에서 안정적인 기량을 갖췄다는 평가다. 두산 이복근 스카우트 부장은 “체격은 다소 작지만 장점이 많은 선수”라며 “발도 빠르고 수비도 안정적”이라고 호의적으로 평했다. 다른 스카우트도 “송구능력도 우수하고 빠른 발을 이용한 도루능력이 뛰어나다”고 했다. 실제 2학년인 2010년 하계리그에서 13개의 도루를 기록할 정도로 번개같은 스피드를 자랑한다. 올해 열린 춘계리그에서도 7경기 7도루로 ‘으뜸’가는 도루능력을 선보였다. 굳이 약점을 들자면 타격에서의 정확성이 다소 떨어진다는 것. 2학년 때는 .377의 고감도 타율을 기록했지만 지난해와 올해 현재까지는 .233의 저조한 타율을 기록 중이다. 하계리그에서는 좀 더 향상된 타격 능력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인하대 윤강민 (투수, 우투우타, 184cm/86kg)
올해 대학 사이드암 중에 가장 잠재력이 크다는 평을 듣는다. 북일고를 졸업하고 인하대에 입학한 첫해(2009년) 14경기에서 3승 1패 평균자책 1.64를 기록하며 단숨에 에이스로 떠올랐다. 그러나 2학년 때 크게 부진했고 지난해도 별다른 활약을 하지 못하다가 올 시즌 컨디션을 회복하면서 에이스 자리를 되찾았다. 빠른 볼 구속이 최고 144km/h에 달하며, 보통은 138~141km/h 사이를 기록할 정도로 위력적이다. 여기에 슬라이더와 110km/h 후반대의 커브, 싱커를 고루 구사한다.
1학년때 혜성처럼 등장했던 윤강민은 2, 3학년 때 주춤했지만 올해 든든한 에이스로 다시 돌아왔다. 사이드암으로는 매우 빠른 140km/h대의 직구가 주무기다. (사진=배지헌) |
동강대 박준표 (투수, 우투우타, 181cm/80kg)
윤강민(인하대)과 더불어 대학 사이드암 1, 2위를 다툰다. 중앙고 시절에는 평범한 투수였지만, 대학에서 명투수 출신 문희수 감독의 집중 지도를 받으면서 크게 성장했다. 다소 거칠어 보이는 역동적인 투구폼에서 나오는 140km/h 초반대의 빠른 볼이 타자 앞에서 ‘매섭게’ 들어온다. 슬라이더의 스피드와 꺾이는 각도 수준급이다. NC 박동수 스카우트 팀장은 “까다로운 공을 던지는 투수”라며 “공이 움직임이 좋다. 스트라이크존에서 옆으로 빠지고 아래로 떨어지고 다양하게 변화한다”고 평했다.
동강대 에이스 박준표. 4년제 대학들을 상대로도 빼어난 투구를 선보이며 올해 사이드암 투수 중 1, 2순위를 다투고 있다. (사진=배지헌) |
지난해까지는 주로 2년제 대학팀을 상대한 탓에 검증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올해 총재기 대회에서 연세대-대불대-동국대 등 4년제 대학들을 상대로도 위력적인 투구를 하면서(15,1이닝 1실점) 가치가 더욱 높아졌다. 나이가 다른 대학 졸업생들보다 두 살 어린 것도 장점. 약점이라면 투구폼의 특성 탓에 연투 능력이 떨어진다는 것 정도다. 이 때문에 문희수 감독은 박준표의 투구수를 철저하게 관리하면서 기용하고 있다. 박준표 외에 우완 정통파인 윤재용도 프로 구단들의 관심을 받고 있어서, 올해는 동강대가 창단 이래 처음으로 프로 지명 선수를(그것도 상위 지명자를) 배출하는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동강대 박준표의 피칭 장면. (동영상=배지헌)
원광대 김정수 (내야수, 우투좌타, 181cm/80kg)
대학 4학년 야수 중에 가장 빠른 발을 자랑한다. 2학년 때인 2010년 타율 .378에 도루 9개로 맹활약하며 주전 자리를 굳힌 뒤 지난해도 .299 타율에 15개 도루로 준족을 과시했다. 올해도 10경기 도루 6개로 준족은 여전한 모습. 다만 늘 4할대였던 출루율이 .349로 떨어지면서 약간 슬럼프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기본적으로 공을 맞히는 능력은 갖고 있지만 양질의 타구를 만들어내는 타입과는 거리가 있어서, 프로에 갈 경우 타격 스타일을 수정해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유격수 수비는 대체로 안정적이라는 평을 듣지만, 일각에서는 “올해 들어 송구 동작이 바뀌면서 송구 정확성이 다소 떨어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하계리그에서 유심히 지켜봐야 할 대목이다. 굳이 분류하자면 공격형보다는 ‘수비형’ 선수에 가깝다. 한 스카우트는 “팀배팅이나 작전 수행 능력 등이 준수한 편이고 발이 빠르다는 확실한 장점이 있다는 게 매력적인 부분”이라고 평했다.
동의대 이상민 (투수, 좌투좌타, 180cm/78kg)
지난해까지 동의대의 실질적인 에이스로 활약했다. 2011년 15경기에서 71이닝을 던져 5승 3패에 2.92의 평균자책을 기록했고, 특히 춘계리그에선 혼자 4승을 따내는 역투로 팀을 우승으로 이끌며 MVP를 수상했다. 그다지 크지 않은 체격조건이지만 지난해에는 최고구속 145km/h를 기록할 정도로 구위가 좋았다. 여기에 슬라이더로도 스트라이크를 잡을 줄 알고, 타자와 상대하는 요령이 뛰어나 감독에게 믿음을 주는 투수라는 평이다. 선배 투수인 윤지웅(경찰청)에 따르면 ‘타자들을 가지고 놀 줄 아는 투수’라고.
동의대 이상민은 한때 '리틀 윤지웅'으로 불렸다. 크지 않은 체구로 타자를 상대하는 요령이 뛰어난 점이 비슷하다는 평을 들었다. 실제로 두 선수는 절친한 선후배 사이다. (사진=배지헌) |
경남대 권희동 (외야수, 우투우타, 176cm/79kg)
대학야구 책자에 표기된 공식 신장은 176cm. 하지만 작은 체구에도 대학야구 최고의 장타자로 통한다. 롤모델도 비슷한 신체조건을 지닌 ‘리틀 쿠바’ SK 박재홍이다. 1학년 때인 2009년 춘계리그에서 홈런포를 쏘아 올리며 화끈한 신고식을 한 뒤, 2학년 때는 17경기 타율 .304에 홈런 1개를 기록하며 주력타자로 자리를 잡았다. 지난해에는 24경기에서 홈런 3개를 쳐내면서 파워히터의 이미지를 화실하게 굳혔다. 올해는 아직까지 홈런을 신고하지 못했지만, 대신 예년보다 좋아진 선구안으로 만회하는 중. 프로 스카우트들은 “전형적인 공격형 선수”라며 “수비력도 다소 약하고 발도 빠른 편은 아니지만 장타력만은 뛰어나다”고 평가한다. 프로에서 성공하려면 수비 보완이 반드시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성균관대 4번타자 겸 3루수를 보고 있는 구본욱. 근래 드문 힘있는 우타 내야수로 경쟁력이 있는 선수다. 이번 하계리그에서는 타격에서 보다 확실한 자기만의 것을 보여줘야 한다. (사진=배지헌) |
펀치력이 좋은 코너 내야수로 기대를 모으는 선수다. 2학년인 2010년 하계리그에서 맹타(.353)를 휘둘러 주전으로 급부상한 뒤 지난해에도 춘계-하계리그에서 3할대 타율로 좋은 활약을 보였다. 특히 팀이 5회 연속 준우승에 그치며 위기에 처한 대통령기 결승 중앙대전에서 만루홈런을 쳐내 ‘해결사’의 가능성도 보여줬다. 올해 열린 총재기에서도 홈런 하나를 기록하는 등 파워 잠재력에 있어서는 인정을 받고 있다. 다만 수비에서 발놀림이 빠르지 않은 편이라 3루 외에 다른 포지션을 보기 어렵다는 게 아쉬운 부분이다. 송구능력은 어깨도 강하고 정확성도 좋은 편. 최근 열린 경기에서는 까다로운 타구도 여러 차례 처리하면서 수비력이 많이 향상된 모습을 보여줬다. 모 스카우트는 “주력이나 수비범위를 감안하면 활용도가 높지 않기 때문에, 타격에서 보다 확실한 경쟁력을 보여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동의대 박효일 (내야수, 우투우타, 180cm/78kg)
대학 유격수 가운데 수비력에서는 가장 안정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달리기는 그다지 빠르지 않지만 풋워크나 타구처리능력, 송구능력 등이 모두 수준급이다. 뛰어난 수비를 앞세워 2009년 1학년 때부터 주전 유격수로 꾸준하게 출전 기회를 얻어, 경기 경험과 흐름을 읽는 눈도 갖추고 있다. 문제는 올해 들어 타격이 부진하다는 점. 공을 골라내는 능력은 여전하지만 좀처러 안타가 나오지 않는 게 고민거리다. 한 스카우트는 “타격시에 배트가 자연스럽게 나오지 않고 있다”며 “흔히 말하는 ‘대4병’이 아닌가 싶다”고 우려했다. 그러나 NC 황현철 스카우트는 “슬럼프 기미가 있긴 하지만 한번 감만 잡으면 충분히 잘 칠 수 있는 선수”라며 이번 하계리그에서의 활약을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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