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홀스(오른쪽)의 말을 경청하는 트라웃 ⓒ gettyimages/멀티비츠 |
2006년 스프링캠프. 샌프란시스코 펠리페 알루 감독은 시즌 구상을 하면서 깊은 고민에 빠졌다. 2005년에만 세 번의 무릎 수술을 받고 시즌을 날린 배리 본즈가 돌아오는 것은 대단히 반가웠지만(9월 14경기 출장), 상대 팀들이 본즈를 상대해 주지 않을 것이 불보듯 뻔했기 때문이다. 2004년 본즈는 232개의 볼넷을 얻었는데(고의사구 120개), 그 해 ML 안타 신기록(262)을 세운 스즈키 이치로를 제외하면 232개보다 더 많은 안타를 친 선수는 없었다(2위 후안 피에르 221개).
또한 경기 후반이 되면 본즈의 무릎과 팀의 수비를 위해 본즈를 대수비로 교체할 수밖에 없었는데, 이 경우 4번 타순에 큰 구멍이 생기는 것을 피할 방법이 없었다. 이에 알루 감독은 본즈에게 2번을 맡아 달라고 요청했다.
1. 랜디 윈
2. 배리 본즈
3. 레이 더렘
4. 모이세스 알루
5. 페드로 펠리스
6. 랜스 니크로
7. 오마 비스켈
8. 마이크 매시니
이에 대해 본즈는 즉각적인 거부 의사를 밝혔고, 알루의 깜짝 구상은 결국 실현되지 못했다. 알루가 '2번타자 본즈'를 고려한 또 다른 이유는 본즈의 출루 능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데다, 2번에 기용하면 조금이라도 본즈에게 더 많은 타석을 챙겨줄 수 있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지난해 메이저리그 팀들의 2번 타순은 4번 타순보다 평균 34타석을 더 들어섰는데, 다른 선수도 아닌 본즈가 34번 공격 기회를 더 가질 수 있다는 것은 작은 의미가 아닐 수도 있었다.
메이저리그에서 평균적인 1번타자들은 경기당 4.8타석에 들어선다. 반면 9번타자들은 3.9타석으로 1번타자보다 한 타석이 적다. 순전히 '더 많은 타격 기회'라는 점만 고려한다면 1번부터 잘 하는 순서대로 배치해야 한다. 하지만 야구는 오랜 실험과 시행착오를 통해 출루 능력이 뛰어난 선수들을 1,2번에 두고 장타력이 뛰어난 선수들을 3,4번에 배치하는 것이 더 효과적임을 알게 됐다.
1번타자의 첫 번째 덕목은 출루다. 물론 지난해 32개의 홈런으로 리그 5위에 오른 이안 킨슬러(텍사스)처럼 득점을 자체적으로 만들어내는 1번타자도 있지만, 루상에 나간 후 중심타선의 적시타로 홈을 밟는 게 더 일반적이다. 올시즌 메이저리그에서 100타석 이상 나선 1번타자들의 출루율 순위는 다음과 같다.
트라웃 : .354 .412 .565 .977
잭슨 : .326 .406 .556 .962
데아자 : .307 .385 .429 .814
추신수 : .308 .379 .452 .831
데헤수스 : .287 .378 .386 .764
블랑코 : .282 .374 .451 .825
마이클본 : .322 .373 .471 .844
지터 : .315 .366 .426 .793
올시즌 1번타자들의 평균 성적 : .260 .323 .390 .713
놀라운 것은 1위에 올라 있는 선수가 마이크 트라웃(에인절스)이라는 스무살짜리 신인이라는 것이다. 트리플A에서 .403 .467 .623를 기록하고 4월29일에 승격된 트라웃은 40경기에서 6개의 홈런과 15개의 도루를 기록했는데, 만약 트라웃이 개막전부터 나서기 시작해 지금의 페이스로 시즌을 마감한다는 가정을 해본다면 24홈런 61도루라는 놀라운 기록이 나온다(물론 이는 가정일 뿐이다).
특히 마이크 트럼보(.325 .380 .624)의 장타 폭발로 트라웃에게 장타에 대한 부담을 주지 않아도 되게 되면서, 출루-발-장타를 모두 갖춘 올라운드 1번타자의 등장은 향후 에인절스의 미래에 엄청난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뛰어난 출루 능력, 도루 능력과 함께 두자릿수 홈런을 칠 수 있는 장타력까지 갖춘 1번타자에는 누가 있었을까. 메이저리그 역사상 <출루율 4할-50도루-10홈런> 시즌을 만들어낸 타자는 8명에 불과했으며, 그 중에서도 1번타자는 4명뿐이었다. 이들의 시즌을 간략히 살펴 본다.
리키 헨더슨의 영구결번식 ⓒ gettyimages/멀티비츠 |
리키 헨더슨(5회)
1985 : .314 .419 .516 0.934 /143G 24홈런(28D 5T) 72타점 80도루/10실패
1989 : .274 .411 .399 0.810 /150G 12홈런(26D 3T) 57타점 77도루/14실패
1990 : .325 .439 .577 1.016 /136G 28홈런(33D 3T) 61타점 65도루/10실패
1991 : .268 .400 .423 0.823 /134G 18홈런(17D 1T) 57타점 58도루/18실패
1992 : .283 .426 .457 0.883 /117G 15홈런(18D 3T) 46타점 48도루/11실패
1993 : .289 .432 .474 0.906 /134G 21홈런(22D 2T) 59타점 53도루/8실패
더 이상 말이 필요없는 선수. [레전드 스토리 보기] '100도루-출루율 4할' 시즌(2회)을 만들어낸 역대 유일의 선수로, 1980년(21세)부터 1997년(38세)까지 18년간 헨더슨의 출루율-도루 성적은 아래와 같았다.
1980 : .420 / 100도루
1981 : .408 / 56도루
1982 : .398 / 130도루
1983 : .414 / 108도루
1984 : .399 / 66도루
1985 : .419 / 80도루
1986 : .358 / 87도루
1987 : .423 / 41도루
1988 : .394 / 93도루
1989 : .411 / 77도루
1990 : .439 / 65도루
1991 : .400 / 58도루
1992 : .426 / 48도루
1993 : .432 / 53도루
1994 : .411 / 22도루
1995 : .407 / 32도루
1996 : .410 / 37도루
1997 : .400 / 45도루
1993년 헨더슨이 통산 8번째 '출루율 4할-50도루'를 기록한 이후, 메이저리그에서 이 기록을 달성한 선수는 1993-1994년 케니 롭튼과 1998년 크렉 비지오, 그리고 2000년의 루이스 카스티요(.334 .418 .388)뿐이다. 그리고 카스티요 이후 4할 출루율을 기록한 1번타자는 2004년의 스즈키 이치로(36도루)와 2007-2008년의 핸리 라미레스(35,27도루) 2009년의 데릭 지터(30도루)가 전부다.
팀 레인스(2회)
1985 : .320 .405 .475 .880 /150G 11홈런(30D 13T) 41타점 70도루/9실패
1986 : .334 .413 .476 .889 /151G 9홈런(35D 10T) 62타점 70도루/9실패
1987 : .330 .429 .526 .955 /139G 18홈런(34D 8T) 68타점 50도루/5실패
동시대를 뛴 헨더슨에게 가려지긴 했지만 역대 최고의 1번타자 중 한 명. 랜디 존슨에게 '빅 유닛'이라는 별명을 지어준 장본인이기도 하다. 첫 풀타임 시즌인 1981년부터 1986년까지 7년 연속 70개 이상의 도루를 기록하며 4년 연속 도루왕(1981-1984)에 오르기도 했으며, 1986년에는 1번타자로서 타율과 출루율에서 모두 리그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통산 .294 .385 .425라는 뛰어난 출루능력과 함께 808개의 도루로, 1900년 이후 선수들 중 리키 헨더슨-루 브록-타이 콥에 이어 역대 4위에 올라 있으며, 통산 84.7%의 성공률은 300번 이상 시도를 한 선수 중 역대 최고다(헨더슨 80.8% 브록 75.3%). 2008년 첫 명예의 전당 투포에서 24.3%에 그쳤던 레인스는 지난 1월에 발표된 5번째 투표에서 48.7%를 기록함으로써 합격 기준인 75%에 빠르게 접근하고 있는 중이다.
1997년 저스티스와 유니폼을 바꿔 입었던 롭튼 ⓒ gettyimages/멀티비츠 |
케니 롭튼(1회)
1994 : .349 .412 .536 .948 112G 12홈런(32D 9T) 57타점 60도루/12실패
역대 7번째이자 마지막 1000득점 팀이 된 1999년 클리블랜드의 1번타자. 하지만 최고의 시즌은 파업으로 인해 팀이 113경기를 치른 상황에서 시즌이 중단된 1994년으로, 그 해 롭튼은 안타(160)와 도루에서 리그 1위에 올랐으며, 리그 MVP 투표에서도 프랭크 토마스(.353 .487 .729) 켄 그리피 주니어(.323 .402 .674) 앨버트 벨(.357 .438 .714)이라는 최고의 강타자들에 이어 4위에 올랐다. 정상적인 시즌이었다면 롭튼은 타이 콥(1911,1915)과 모리 윌스(1962)에 이어 200안타-80도루를 기록한 역대 세 번째 선수가 충분히 될 수 있었다. 1993년부터 1999년까지 7년간, 롭튼은 연평균 .316 .390 .443와 함께 52도루를 기록했다.
크렉 비지오(1회)
1997 : .309 .415 .501 .916 /162G 22홈런(37D 8T) 81타점 47도루/10실패
1998 : .325 .403 .503 .906 /160G 20홈런(51D 2T) 88타점 50도루/8실패
1997년 619타수에서 단 1개의 병살타도 기록하지 않으며 162경기 출장 역대 최고 기록을 세운 비지오는, 1998년 50개 이상의 2루타와 50개 이상의 도루를 기록함으로써, 1912년 트리스 스피커에 이어 역대 2번째 50-50 달성자가 됐다. 비지오는 이듬해인 1999년에도 56개의 2루타로 1937년 조 메드윅(그 해 메드윅은 마지막 내셔널리그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했다) 이후 내셔널리그 최고 기록을 세웠다. 그러나 비지오는 2000년 더블플레이를 만들어내던 도중 프레스턴 윌슨의 슬라이딩을 피하지 못하고 전방십자인대 부상을 당함으로써 '데뷔 후 1800경기 무 부상자명단 등재' 기록이 중단됐으며, 이후 도루라는 무기를 잃었다. 그리고 2001년 .382를 마지막으로 무시무시한 출루 능력마저 사라졌다. 1994년부터 1999년까지 6년간, 비지오는 연평균 .306 .401 .473에 17개의 홈런, 그리고 37개의 도루를 기록했다. [레전드 스토리 보기]
나머지 <출루율 4할-50도루-10홈런> 달성자들
5회 - 조 모건(1972-1976) 2,3번타자
1회 - 맥스 커레이(1922) 2번타자
1회 - 배리 본즈(1990) 5번타자
1회 - 로베르토 알로마(1993) 2번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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