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아들’ ‘야구천재’ ‘종범신’ 프로야구 최고의 천재였던 이종범(42)에게는 수많은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또한 이종범은 프로야구 역사상 가장 완벽한 ‘5-툴 플레이어’로 꼽힌다. 공·수·주는 물론 수비와 강한 어깨로 그라운드를 지배했다.
타고난 운동신경도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선수 시절, 투수를 제외한 모든 포지션에서 뛰어봤고 특히 1996년에는 포수 마스크를 쓰고 임창용의 공을 받기도 했다. 야구인 골프대회에서 우승은 식은 죽 먹기이며 당구는 타짜 수준으로 통한다. 축구 실력 또한 엄청나다. 박종환 전 축구 국가대표 감독이 이종범의 축구하는 모습을 보고 “1년만 훈련시키면 국가대표도 되겠다”고 말한 일화는 유명하다.
김응용 전 감독은 “타자는 이승엽, 투수는 선동열, 야구는 이종범”이라는 명언을 남겼다. 그만큼 그는 특출 났고, 가장 임팩트 있는 선수로 야구팬들에게 기억되고 있다. 이제 바람의 아들이 그라운드에서 선보였던 활약상은 전설의 한 페이지로 남게 된다.
◇ 이종범의 등번호 7번은 영구결번이 된다. ⓒ KIA 타이거즈
① 두 차례 한국시리즈 MVP
이종범은 지난달 은퇴 기자회견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으로 1993년 한국시리즈 우승을 꼽았다.
당시 신인이었던 이종범은 삼성과의 한국시리즈에서 7연속 도루를 성공시키며 해태의 우승을 이끌었다. 기자단 투표에서도 48표 중 45표의 압도적인 지지를 얻어 2승 1세이브를 올린 선동열을 제치고 한국시리즈 MVP에 올랐다. 말 그대로 겁 없는 신인에 의해 좌지우지된 한국시리즈였다.
이종범은 1997년에도 한국시리즈 MVP에 올랐다. 페넌트레이스에서 공격 전 부문에 걸쳐 10위 안에 이름을 올린 이종범의 진가는 한국시리즈에서도 계속됐다. 5경기서 타율 0.294 3홈런 4타점의 기록은 MVP가 되기 충분했다.
② 역대 최고의 시즌 - 1994년
이종범의 1994 시즌은 프로야구 30년 역사를 통틀어 가장 빛나는 순간으로 기억되고 있다. 시즌 내내 4할 타율을 유지했던 이종범은 아쉽게 기록 달성에 실패했지만 프로 원년 백인천(0.412) 이후 가장 높은 타율인 0.393으로 시즌을 마쳤다.
타율뿐만 아니라 무수한 기록들이 이종범의 손과 발에 의해 작성됐다. 단일 시즌 최다 안타(196개), 최다 도루(84개)는 지금까지도 깨지지 않는 대기록이다. 여기에 타율, 득점, 안타, 도루, 출루율 등 타자 5개 부문 타이틀을 거머쥔 이종범은 역대 유일의 유격수 MVP로 이름을 아로 새겼다.
③ 2006 WBC
지난 2006년 처음으로 열린 월드베이볼클래식(WBC)은 야구 강국들이 한데 모여 최고가 누구인지 겨루는 별들의 잔치였다. 아시아 예선에서 일본과 대만을 격파하며 승승장구한 한국은 본선에서도 인상적인 승리를 이어나갔다.
당시 박찬호를 비롯해 이승엽, 김병현, 최희섭, 서재응 등 해외파 스타들이 총출동한 드림팀에서 단연 빛나는 별은 이종범이었다. 특히 이종범은 일본과의 2라운드 3차전에서 0-0으로 팽팽히 맞서던 8회, 1사 2-3루 찬스서 좌중간을 꿰뚫는 결승 2루타를 터뜨렸다.
이종범은 이 순간을 1993년 한국시리즈와 함께 자신의 야구인생에서 최고의 순간으로 꼽은 바 있다. 이종범은 안타를 때려낸 후 두 손을 번쩍 들어 뛰어가는 장면은 아직까지도 애국가에서도 나오는 명장면이기도 하다.
◇ 이종범 통산 성적.
④ 마지막 우승, 2009 한국시리즈
2006년 WBC 이후 급격한 부진에 빠진 이종범은 구단 안팎에서 은퇴 압박에 시달렸다. 바람을 일으키던 그의 발은 현저히 느려져 있었고, 타격감도 예전만 못했다. 결국 그는 2009시즌, 선수 시절의 마지막 불꽃을 화려하게 불태웠다.
123경기에 출장한 이종범은 타율 0.273 6홈런 40타점 11도루의 평범한 성적을 기록했다. 하지만 기록이 전부가 아니었다. 39살 노장 선수의 투혼에 KIA의 선수들은 페넌트레이스 1위를 차지하며 한국시리즈에 직행했고, SK와 7차전까지 가는 접전을 펼친 끝에 9회말 끝내기 홈런으로 V10을 이뤄냈다.
당시 끝내기 홈런의 주인공 나지완은 감격의 눈물을 최고참 이종범을 끌어안고 펑펑 흘렸다. 나지완은 한국시리즈 MVP가 된 소감으로 “이종범 선배님처럼 후배들을 이끌 수 있는 존재가 되고 싶다”며 레전드에 경의를 표했다.
⑤ 이종범의 끝나지 않은 야구 인생
이종범은 현역 유니폼을 벗지만 그의 야구 인생은 끝나지 않았다. 은퇴는 또 다른 시작이다. 이종범은 눈시울을 뜨겁게 붉힌 지난달 은퇴 기자회견에서 “보다 넓은 세상을 보며 사람과 사람이 살아가는 방법을 배워보려 한다. 좋은 지도자가 되려면 사람의 마음을 잘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 훌륭한 지도자가 될 수 있는 공부를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면서 “타이거즈 선수로 은퇴할 수 있어 감사하고, 과분한 사랑을 받았다. 타이거즈 유니폼을 입고 팬들 앞에 다시 설 것을 약속드린다”라고 덧붙였다. 이종범의 야구 시계는 계속 돌아가고 있다. 아쉽지만 또 다른 기대감을 품게 하는 이종범의 은퇴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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