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상이야기/일상이야기

은퇴하면 시골 가서 농사나…” 퇴직자들 꿈 현실화하는 마을

SMALL

[전남 장흥] 베이부머 세대들에게 ‘100세 시대’는 더이상 기분 좋은 단어만은 아니다. 퇴직 후 적어도 30여 년을 대비해야 하는 이들에게 ‘은퇴 후 무엇을 하며 살까, 어디에서 살까?’라는 고민은 점점 커져만 간다. 한국전쟁 이후 태어난 세대(1955-63년생)을 일컫는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 후 대책이 개인의 문제를 넘어 사회적 문제로 거론된 것은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지난해 말 한 금융권의 연구소가 발표한 ‘베이붐 세대의 은퇴 이후 자산여력 진단’ 보고서에 따르면, 베이비부머 가구의 평균 자산은 3억3,775만 원으로 은퇴 후 필요한 최소자금인 3억6,000만 원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보유자산의 76.3% 가량이 부동산 자산으로 묶여있어 금융자산만으로 버틸 경우 3~10년 이내에 자금이 바닥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베이비붐 세대의 자산구성 현황(출처=KB금융 경영연구소)

한편, 23일 농림수산식품부 발표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귀농귀촌 가구수는 전년(4,067가구)보다 158% 증가한 10,503가구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주목할 만한 점은 50대가 33.7%, 40대가 25.5%를 차지하며 40~50대 베이비붐 세대의 귀농귀촌이 주를 이루고 있는현상이다.

하지만, 통계청의 장래인구 추계(2010)에 따르면 전국의 베이비부머의 인구 규모는 이미 7백만 명을 넘어서는 수준이어서 금융자산이 바닥나기 전 새로운 소득거리를 찾거나, 부동산을 처분하고 여생을 보낼 새로운 주거지를 찾아나서야만 하는 형편이다. 올해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귀농인구 증가 추세도 이들의 은퇴 후 주거문제에 완벽한 대안이 될 수 없는 셈이다.

전국 베이비붐 세대 인구규모
전국 베이비붐 세대 인구규모(출처=통계청)

이런 상황에서 베이비붐 세대를 위한 은퇴 후 주거지를 지역 개발의 콘셉으로 정한 한 지자체가 있어 화제이다. 전라남도 장흥군은 지난 2009년부터 베이비붐 세대의 노후 주거지에 초점을 둔 ‘정남진 로하스타운’ 조성에 온 역량을 기울여왔다. 인구 5만이 채 안되는 작은 지자체에서 추진하는 사업치고는 규모도 상당하다.

국내 최대 규모의 도시민 유치 프로젝트를 들여다보기 위해 귀농귀촌 희망자를 대상으로 한 ‘정남진 로하스타운’ 현장투어에 나섰다. 1박2일로 진행된 본 행사의 일정은 로하스타운 조성현장 답사 및 장흥군의 귀농귀촌 지원정책을 설명하는 자리였다.

서울에서 오전8시에 출발한 버스가 도착한 시간은 정오가 넘어서였다. 40명 정원인 행사에 미처 신청하지 못해 승용차를 몰고 온 개별 참가자들까지 설명회장은 만원이었다. 대부분 베이비붐 세대 연령대로 은퇴 후 주거에 대해 높아진 관심을 느낄 수 있었다.

주말임에도 불구하고 담당부서인 ‘녹색전략개발사업소’ 로하스 담당 직원분들 외에 ‘친환경농축산과’ 농정담당 직원들이 나와 먼길을 달려온 버스를 맞았다.

“조금 힘들지만 장차 우리 군민이 되실 지도 모르는 분들인데 주말이라고 모른 채 할 순 없죠. 귀농에 대한 관심도 많으셔서 친환경농축산과에서도 자리해 주셨습니다.” 로하스담당 문봉대 계장의 말이다.

정남진 로하스타운 마스터플랜
국내 최대 규모의 도시민 유치 프로젝트를 추진 중인 장흥(정남진) 로하스타운 마스터플랜

안양면 사자산 자락에는 오는 2019년까지 10년간 장기 목표를 세우고 233만㎡의 부지에 총 2천 6백여 가구에 이르는 국내 최대 규모의 친환경 생태휴양도시 조성사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정남진 로하스타운은 단순한 주거단지 개발에서 탈피해 종합적 지역만들기 개념이 도입됐다. 기존의 20~50여 세대 규모의 소규모 전원마을이나 농업을 전제로 한 귀농인주거단지 조성사업과는 성격을 달리한다.

장흥군과 함께 로하스타운 개발을 추진중인 한 개발업체의 김상병 대표는 “매년 귀농인구가 늘고 있지만 700만 여명에 달하는 베이비붐 세대의 전체규모를 볼 때 시작에 불과하다.”며 말문을 열었다.

김 대표는 “도시생활에 익숙한 베이비 부머들에게 그동안 농촌은 불편함으로 인식돼왔다.”며 “이들의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의료, 레저, 상업, 소득, 교육시설 등 이들의 눈높이에 맞는 생활환경 구축이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국가와 지자체 차원의 대책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민관공동 정기설명회 모습
정남진 장흥 로하스타운 조성 관련 민관공동 정기설명회 모습

로하스타운 바로 옆에 조성되는 장흥바이오식품 산업단지도 이런 베이비붐 세대의 본격적인 은퇴를 예상하고 계획됐다. 장흥바이오식품 산업단지는 장흥군 장흥읍 해당리 일원에 음식료품, 제조업 등 292만㎡ 규모로 2012년 말까지 조성된다.

설명회 뒤 이어진 질의응답시간 녹색전략사업소 문봉대 계장은 “단순하게 산좋고 물좋기만 해서는 도시민 유치에 한계가 있다. 자연환경은 기본에 일거리가 있어야 한다.”며 “오랜 기간 귀농을 준비해온 분들도 있지만 대다수 베이비 붐 세대에게 농업은 선뜻 도전하기엔 만만한 것이 아니다. 그래서 우리 장흥군이 나섰다.”고 말했다.

“베이비 붐 세대들에게는 농업 외에도 새로운 일자리 기회가 생기는 셈이죠. 또 산업단지 입장에서는 풍부한 경험의 고급인력인 도시 베이비붐 세대를 손쉽게 확보할 수 있어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큰 힘이 될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현장에는 로하스타운으로 들어가는 주 진입로 토목공사가 진행중이었는데 군 관계자에 의하면 중앙분리대가 있는 왕복4차선 규모라고 한다.

로하스타운은 공공성을 확보하기 위해 민간-공공 부문의 공동개발방식으로 추진된다. 베이비붐 세대를 겨냥한 산단인 만큼 국내에서는 최초로 18홀골프장도 계획돼 있어 눈길을 끈다. 여기에 ‘로하스타운’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대지 2만2558㎡에 지상3층, 지하1층 규모의 통합의료센터 건립이 확정돼 향후 양의학, 한의학, 대체의학 등 통합의료서비스 제공이 가능해진다.
장흥 바이오식품산업단지 조감도
장흥 바이오식품산업단지 조감도
장흥 바이오식품산업단지 조성모습
장흥 바이오식품산업단지 조성모습

장흥군은 효과적인 사업추진을 위해 현재 전체 사업면적의 67% 정도를 확보했으며, 지난해 말 개발촉진지구 지정승인을 받아 도로, 상하수도, 오폐수처리장 등 기반시설에 대한 공공지원의 법적근거도 마련한 상태이다. 지자체의 확고한 개발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맞은편 억불산 자락의 편백숲 우드랜드 ‘치유의 숲’도 향후 로하스타운과의 연계를 고려해 운영 중이다.

로하스타운은 다양한 소 커뮤니티가 공존하는 열린 커뮤니티를 지향하고 있다. 대다수 전원마을, 생태공동체, 동호인 전원주택 들이 학연,지연이나 귀농,생태 등 특정 테마를 추구하는 단일 커뮤니티로 구성되는 데 반해 로하스타운은 다양한 커뮤니티의 구성이 가능한 열린 구조이다.

물론 입주에 따른 제약 조건이 있을 리 없다. 귀농희망자이건, 귀촌하여 여류로운 삶을 꿈꾸는 베이비 붐 세대이건 모두 입주가 가능하다. 별도 지정된 디자인 가이드라인 하에서는 주택의 증축이나 개축도 자유롭다.

설명회를 마치고 현장답사를 나섰다. 설명회 장소인 억불산 바로 맞은편에 로하스타운 시범지구가 자리하고 있었다. “로하스타운에는 별도의 모델하우스가 없습니다. 1차로 계약이 완료된 13가구 입주자분들의 살아가는 모습 자체가 여러분들에겐 모델케이스가 될 것입니다.” 현장인솔을 맡은 김상병 대표의 말이다.

김 대표에 따르면 ,1차 시범마을(13세대) 입주자의 경우 30대에서 6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를 보이고 있었으며. 이주 후 직업도 귀농 외에도 관내 업체취직이나 농업관련 창업 등 다양하다고 한다.
정기현장답사 모습
장흥 로하스타운 시범지구를 답사 중인 관람객들의 모습
주택건축이 한창이 시범마을(1차)
주택건축이 한창인 시범마을(1차)

답사를 함께 한 문유덕 씨는 “저희 같은 베이비붐 세대는 사실 은퇴 후 어디서 살까하는 문제가 많이 고민되죠. 귀농자들을 위한 세미나나 행사에 많이 다녀봤는데 농사경험이 없는 저는 막막하기만 하더라.”며 “로하스타운은 별도의 입주조건이 필요없어 다행”이라고 말했다.

“대규모 장기적인 단지라 다양한 소득아이템이 있을 것 같습니다. 산단취직도 가능할 것 같구요. 서울에 비해 생활비가 적게드니 적더라도 안정적인 직업을 구할 수 있다면 이곳으로 은퇴하고 싶습니다.”

상대적으로 낙후된 여러 지자체의 입장에서 베이비붐 세대의 유치는 날로 축소되는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다. 베이비 붐 세대들의 눈높이에 맞춰 농업 외에도 지역 내 다양한 일자리와 소득 기회를 제공한다면 은퇴 후 주거를 고민하는 이들의 결정이 한결 가벼워지지 않을까? 베이비붐 세대에게 새로운 주거대안을 제시하는 전남 장흥군의 새로운 도전에 더욱 눈길이 쏠리는 이유이다.

L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