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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야기/hot-이슈

성균관대-홍익대-이화여대, 부끄럽지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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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값 등록금 요구가 빗발쳤던 2011년. 정치권에서도 대학 등록금을 낮춰 학부모와 학생들의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는 논의가 거셌다.

 

지루한 논쟁이 이어졌지만 성과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서울시립대는 새로 당선한 박원순 서울시장의 결단으로 2012년부터 학생들에게 기존 등록금의 반값 정도가 부과되었다. 또 장학금의 확대, 대학 등록금의 대출이자 경감 등의 조치가 이어졌다. 19대 국회에 여야를 구성한 새누리당, 민주통합당, 통합진보당 모두가 반값 등록금 실현을 공약한 바 있어 국회 개원과 동시에 국회에서도 이와 관련된 논의가 이어질 전망이다.

 


▲ 3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한국대학생연합(한대련) 주최 '2학기 반값등록금 실현 및 MB식 교육정책 폐기 전국대학생행동'에 참석한 대학생들이 거리행진을 벌이고 있다.

ⓒ 권우성

그러나 대학들의 노력은 그다지 높은 점수를 주기 힘들다.

 

국립대학인 부산대는 최근 학생들이 낸 기성회비로 민자 사업 시행사의 빚보증을 섰다가 수백 억 원을 날릴 위기에 처했다. 고려대는 재단적립금을 고위험 자산에 투자해 100억원 대의 손실을 입고 이사장이 사퇴하는 우여곡절을 겪기도 했다.

 

수익을 내기 힘든 종편에 투자한 대학도 있었다. TV조선에 50억을 투자한 수원대. 채널A에 20억을 투자한 고려대가 대표적이라 할 수 있다. 2007년 교과부가 적립금의 50% 한도 내에서 금융상품에 대한 투자를 허용한 이래 많은 사립대학들이 위험한 투자로 수십, 수백억원 대의 손해를 보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반값 등록금 요구에도 적립금 늘린 사립대학들

 

사립대학들의 적립금 쌓기는 관행처럼 이어져왔다. 예산을 부풀려 학생들에게는 연 1천만 원에 가까운 등록금을 부담지우면서도 교육여건 개선은 등한시하고 재단 재산불리기에 급급했던 사립대학들의 모습은 반값 등록금 요구가 절정에 달했던 2011년에도 별반 다르지 않다.

 

한국대학교육연구소가 2011년 서울소재 사립 20개 대학의 예결산서를 분석한 결과 15개 대학은 오히려 적립금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 한국대학교육연구소-안호덕

특히 성균관대, 홍익대, 이화여대, 한양대, 국민대 교비 적립금은 2010년에 비해 100억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성균관대의 경우 2010년까지 805억 원이던 교비 적립금이 2011년 1255억 원으로 늘었다. 홍익대 2011년 교비적립금은 2010년에 비해 323억 원 늘어난 5860억 원인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화여대도 2010년 대비 280억원 늘어난 6849억원이 2011 교비적립금인 것으로 확인됐다. 한양대와 국민대는 2010년에 비해 각각 270억원, 143억원의 교비 적립금을 더 쌓았다. 

 

교비 적립금이 늘어난다는 것은 학생들의 부담이 그만큼 커진다는 뜻이다. 국고보조금, 기부금이나 재단전입금이 미미하고 학생들이 낸 등록금의 대부분으로 교비회계가 구성되는 사립대학의 현실을 감안할 때 한해 수백억의 적립금이 늘어나고 누적 적립금이 수천억에 이른다는 것은 지금까지 예산이 그만큼 부풀려져 학생들에게 부과되어 왔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2011년도 사립대학들은 반값 등록금 요구는 외면한 채 적립금 쌓기에만 급급했다는 비난을 면키 어렵다.

 

대학들의 예산편성이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졌다는 것은 적립금 인출 및 적립의 예산편성을 보면 더욱 확실히 알 수 있다. 서울 소재 20개 대학은 모두 예산편성 당시에 비해 결산에서 적립지출을 늘렸다. 즉, 책정된 예산보다 더 많은 돈을 적립금으로 남겼다는 것이다. 305억을 적립하겠다고 예산을 편성했던 고려대는 실제 570억을 적립했고, 이화여대의 경우 494억을 적립하겠다는 예산서와는 달리 1805억을 적립했다. 

 

반대로 누적된 적립금을 인출하여 교육환경 개선 사업 등에 쓰겠다는 예산서의 내용은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성신여대, 한양대의 경우 적립금 중 254억, 140억을 인출할 예산을 편성했지만 결산결과, 성신여대는 전혀 인출하지 않았고 한양대는 19억만 인출했다. 책정된 예산보다 더 많이 적립하고, 쓰겠다는 예산은 제대로 집행하지 않았으니 등록금 인상율과 관계없이 적립금 규모가 늘어나는 건 당연한 현상이라 할 것이다.

 

한편, 한국대학교육연구소가 분석한 서울 소재 20개 대학의 교비적립금 내역별 현황을 보면 사립대학들의 적립금 쌓기가 대학이나 재단의 몸집 키우기를 위해서라는 점을 알 수 있다. 20개 대학 교비회계 적립금 총액 3조 2529억 중 1조 4753억(45.4%)원이 건축기금이고 7243억(22.3%)원이 기타기금으로 분류되는 용도조차 분명하지 않는 적립금이다. 이에 반하여 장학기금은 6472억(19.9%)원 에 불과하다.

 


ⓒ 한국대학교육연구소-안호덕

적립금의 67.6%가 건축 기금이나 목적 없이 쌓인 돈

 

교과부는 2009년 12월 적립금 적립 재원 및 사용내역의 투명성을 높인다는 명목으로 교비회계를 등록금회계와 기금회계로 분리하고 대학 구성원이 사용하는 시설의 감가상각과 관련된 비용만을 기금회계로 전출하도록 (보낼 수 있도록) 규제했다. 그러나 이러한 조치에도 불구하고 대학들이 등록금회계에서 기금회계로 전출한 금액은 예산과 결산에서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성균관대의 경우 2011년 예산에 책정되지 않았던 150억 원을 기금회계로 전출시겼다. 연세대는 117억, 한양대는 97억, 중앙대는 86억 원을 예산보다 많이 기금회계로 전출했다. 이렇게 뚜렷한 근거도 없이 등록금회계에서 기금회계로 전출을 늘리는 것 자체가 제도적 보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명분 없는 적립금 축척이 관행처럼 이루어지고 있다는 반응이다.

 

적립금 사용내역의 투명성을 높인다고 등록금 회계와 기금 회계를 분리하고 등록금 회계에서 기금 회계로 전출되는 돈은 건물의 감가삼각 비용 등에 국한한다고 제한을 두었지만 일선 사립학교에서는 거의 지켜지지 않았다.

 

조사대상 20개 대학 중 15개 대학이 2011년에도 어김없이 적립금을 대폭 쌓았다.

 

이와 같이 해마다 적립금을 쌓은 관행은 누적 적립금 규모를 크게 키웠다. 조사된 20개 대학 중 6개 대학의 교비와 법인의 이월적립금 총액이 학생 전체의 1년 등록금을 상회하는 것으로 확인되기도 했다. 특히 이화여대의 경우 등록금 총액의 4.3배에 이르는 금액을 이월적립금으로 보유하고 있다. 홍익대는 등록금 총액의 3.2배가 적립금이다. 20개 대학 전체적으로는 이월적립금이 학생등록금의 1.09배를 차지했다. 누적 적립금의 총 규모로만 본다면 사립대의 재정난 호소는 엄살임이 자명하다.  

 


ⓒ 한국대학교육연구소-안호덕

'자기희생' 없는 사립대학, 그냥 둘 건가

 

그럼에도 반값등록금의 실현은 그리 빨리 진척 될 것 같지 않다. 여야가 19대 총선을 앞두고 유권자의 표를 의식해 반값 등록금을 공약으로 내걸었지만 내용을 꼼꼼히 따져보면 여야의 대타협과 정부의 호응은 그리 낙관적이지만은 않다. 더구나 사립대학과 재단은 2011년 결산에서 나타난 것처럼 반값 등록금을 위해 자기희생을 할 생각이 없어 보인다.

 

원론적인 이야기지만 대학은 영리단체가 아니다. 때문에 국가에서도 대학과 재단에 세금 감면 등 온갖 혜택을 주고 있는 것이다. 반값 등록금을 실현하려면, 대학의 희생과 잘못된 관행 수정이 필수적이다. 몸집 불리기를 위해 수천억의 돈을 적립하고 위험한 투자를 일삼는 대학들. 여야가 반값 실현의 의지가 있다면 사립대학의 공공성을 어떻게 회복할 것인가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으면 안 된다. 사립대학의 탐욕은 교육의 공공성을 기반으로 적절하게 통제하고 관리하지 않을 경우, 학생과 학부모의 고통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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