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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야기/hot-이슈

'29만원 할아버지' 손녀의 초호화 결혼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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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전 대통령의 손녀 전수현씨의 결혼식을 앞둔 서울 중구 장충동 신라호텔 다이너스티홀의 모습. 웨딩 업계 관계자는 이 정도의 결혼식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최소 1억 이상의 비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재산이 29만 원 밖에 없는 할아버지의 손녀는 어떤 결혼식을 올릴까? 약소한 모습을 상상할 수 있겠지만, 그 할아버지가 전직 대통령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이야기다. 그의 손녀 전수현(28)씨가 5일 오후 6시 장충동 신라호텔 다이너스티홀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이곳은 재벌가와 톱스타들이 주로 결혼식을 올리는 장소로 유명하다. 가장 저렴한 식사 메뉴가 일인 당 10만 원이고 꽃장식 등의 기타 부대비용을 따지면 단순한 결혼식에만 1억 원 이상이 필요하다.

 

예식 시간에 앞서 찾은 결혼식장은 호화로움 그 자체였다. 웨이터들은 약 2시간 전부터 와인병을 들고 사전 연습을 했다. 생화로 만든 화환 장식도 한창이었다. 식장 바깥을 돌아보던 기자에게 건장한 두 명의 남성이 다가왔다.

 

전두환 손녀 결혼식... 5공 실세 총출동

 

기자임을 밝히자 이들은 명함을 요구했다. "명함은 줄 수 있지만 그쪽에서도 신분을 밝혀주셔야 할 것 같다"고 하자 이들은 머뭇거렸다. 이내 이들은 식장에 들어오는 것을 삼가해 달라는 말을 남기고 사라졌다. 뒤에 안 사실이지만, 이 남성들은 전두환 전 대통령의 경호원들이었다.

 

이들뿐 아니라 10여 명의 경호원들은 분주히 현장을 오가며 전 전 대통령의 동선을 체크했다. 경호원들은 로비뿐 아니라 호텔과 통하는 직원 출구까지 배치돼 비상 출구를 확보했다. 국빈급 대우라고 불러도 좋을 최상의 경호였다. 그도 그럴 것이 이들이 전 전 대통령을 지칭하는 표현은 여전히 '각하'였다.

 

이들의 삼엄한 경호를 받으며 전 전 대통령이 호텔에 도착한 시간은 5시 15분께였다. 검은색 고급 승용차에서 부인 이순자씨와 함께 내린 전 전 대통령을 측근들이 꾸벅 절을 하며 맞았다. 경호원에 둘러싸인 전 전 대통령은 여유롭게 지인들과 인사를 나누고 별도의 출입구로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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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전 대통령이 부인 이순자씨와 함께 5일 오후 5시 15분께 서울 중구 장충동 신라호텔로 들어서고 있다. 전 전 대통령은 가족들과 함께 손녀의 결혼식을 지켜봤다.
ⓒ 정민규

전 전 대통령이 들어오자 호텔 측의 보안은 부쩍 강화됐다. 이전까지 자유롭게 취재가 가능하던 2층 식장 외부까지 취재진의 출입이 제한됐다. 취재 제한의 이유를 알려달라는 기자의 요구에 호텔 보안직원은 "신부 측에서 취재진의 출입을 막아달라고 부탁했다"고만 말했다. 

 

그 사이 전 전 대통령의 핵심측근 장세동 전 경호실장 등이 식장으로 들어가는 모습이 보였다. 장 전 경호실장뿐 아니라 허삼수, 허화평, 박희도, 정호용, 이학봉, 최세창 등 5공화국 실세들의 이름도 하객 명단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군 출신 인사들은 저마다 상급자에게 극진히 예를 표하며 옛추억에 젖는 모습이었다. 전 전 대통령의 차남인 전재용씨와 그의 부인 배우 박상아씨도 참석했다.

 

본격적인 예식은 6시부터 진행됐다. 개신교식으로 진행된 이날 예식은 김장환 극동방송 이사장이 주례를 맞고 윤인구 KBS 아나운서가 사회를 맡았다. 윤 아나운서는 사회를 맡게 된 이유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신랑, 신부와 두루두루 아는 사이"라며 정확한 답변을 피했다.

 

윤 아나운서뿐 아니라 예식에 참석한 하객들은 일관되게 신랑·신부에 대해 극도로 말을 아꼈다. 하객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신랑·신부에 대한 질문에는 "잘 모르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심지어 신랑 측 가족은 "전 전 대통령이 신부 할아버지란 이야기는 처음 듣는 얘기"라며 능청스럽게 기자에게 되물었다. 하지만 거듭된 질문에 그는 "말 못할 사정이 있으니 이해해 달라"며 고개를 돌렸다. 

 

예식이 진행되는 동안 전 전 대통령은 식장의 가장 앞 테이블에서 가족들과 함께 손녀의 결혼식을 지켜봤다. 전 전 대통령의 옆 테이블엔 하객들 틈에 섞인 경호원들이 만약의 불상사에 대비해 경호를 펼쳤다. 2시간 동안의 예식을 마친 하객들은 8시께 집으로 돌아갔다.

 

한편 결혼식을 올린 전수현씨의 아버지이자 전 전 대통령의 장남인 전재국씨는 출판사 시공사의 대표를 맡고 있다. 대형 서점 체인인 리브로도 전재국 대표가 1대 주주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12.35%의 주식을 보유한 전수현씨는 아버지와 아버지의 회사 시공사에 이어 3대 주주로 등재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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